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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린터처럼 그린다.” 알렉스 카츠는 오늘이 지구 최후의 날인 양 그려대는 화가다. 매우 빨리 그리고, 하나를 그리면서도 어서 다음 그림에 손대고 싶어 안달한다. 아무리 큰 작품도 하루 안에 완성하는 그의 작업에는 치밀한 예비가 앞선다. 물감을 미리 섞어두고 붓도 차례로 늘어놓는다. 사람이든 풍경이든 대상을 오랫동안 관찰한 끝에 휙 잡아챈 이미지를 강하고 재빠르게 그려간다. 결과물은 신속하고 매끈하게 마무리되었으되, 붓자국을 완전히 감추지 않는 맑은 화면이다. 1927년생 알렉스 카츠는 구상화를 고집한 까닭에 1950년대 추상표현주의 대유행 속에서 주요한 작가로 거명되지 못했다. 첫 전시에서 누군가로부터 “사람과 사물을 그리는 일은 무가치하다”라는 말을 들은 카츠는 이후 오기 부리듯 더 큼직한 초상화를 양산했는데 그 신념은 1980년대 후반부터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에이다>의 모델은 50년 가까이 카츠의 이젤 앞에서 포즈를 취한 화가의 아내다. 어느덧 머리칼에는
[김혜리의 그림과 그림자] 화면 밖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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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주 인터뷰했던 시각장애인 임덕윤 감독에 대한 얘기를 더 하려 한다. 꼭 좀 다 실어달라고 부탁했던 걸 지면 관계상 왕창 덜어낼 수밖에 없었던데다, 그럼에도 인터뷰 당시 감독님을 속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 때문이다. 지면은 불과 한 페이지에 불과한데 “2박3일 동안 쉬지 않고 할 얘기들이 너무 많다”고 한 임 감독은 인터뷰 내내 “제가 너무 말이 많죠? 눈이 안 보여서 눈치가 없어요”라는 말을 거침없이 웃으며 내뱉던 달변가였다. 게다가 얘기를 다 타이핑하는데 노트북 배터리도 모자랄 정도였다. 한번 충전하면 3시간 정도 끄떡없이 쓰는 노트북이건만 그 얘기를 차마 끊을 수가 없어, 나중에는 배터리가 다 나갔는데도 꺼진 노트북을 타이핑하는 척 감독님을 속이고 말았다. 그래도 그 가운데 중요한 얘기들은 다 받아썼으니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노여워하지 마시길.
꼭 해달라는 얘기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정안인(正眼人)들의 대처법에 관한 것이었다(시각장애가 없는 사람들을 정안인이라 지칭하는데,
[오픈칼럼] 정안인(正眼人)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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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년 동안 한국영화의 이미지가 무엇이었느냐고 누군가가 내게 묻는다면 그냥 간단하게 집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한국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내내 이 집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그냥 다시 저 집에 들어간다고 느낄 정도였다. 먼저 세편의 영화. 가장 무서운 집. 홍상수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영화감독 구경남(김태우)은 낯선 제천에서 하는 영화제에 참석했다가 친구 부상용(공형진)을 만난다. 그리고 한밤중에 그의 집을 방문한다. 그는 이상한 아내 유신(정유미)과 살고 있다. 이 집은 문턱을 넘을 때마다 시간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아무리 앞과 뒤를 따지려 들어도 일시에 이 모든 시도를 와해시키면서 어디까지가 거짓이고 어디서부터가 착각인지 알 수 없는 마술적 상황으로 끌고 간다. 숏 사이의 접속이라는 몽상. 말 그대로 귀신들린 집. 가장 이상한 집. 박찬욱의 <박쥐>. 신부 상현(송강호)은 친구 강우(신하균)의 집을 찾아간다. 나는 이 영화를 두번 보았지만 아무
[전영객잔] 이 시체를 보라, 그리고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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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해변의 여인>의 김중래처럼 종이에 점을 찍어 선으로 연결할 수도 있고, 점이 있는 공간을 접어 그 점이 내부에 있는지 외부에 있는지를 구분하거나, 혹은 그 경계선인 주름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입체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다. ‘영화 만들기’, 혹은 ‘이미지 구성’을 이렇듯 점찍기로 환원한다면 대부분 영화는 2차원보다는 3차원에서 진행되고, 이 이미지의 점이 특정 공간에 밀집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관습적 장르로 불리기도 하며, 친숙한 스토리텔링으로 읽히기도 한다. 이런 점과 선, 평면과 평면의 변형을 통한 이야기를 영화읽기라 칭하자.
흔들리는 카메라라는 유행, 혹은 패션
이제 영화라는 공간에 흩뿌려진 점-이미지들에 대해 상상할 차례다. 내면적이고 외면적인 이미지들, 점이 놓인 평면을 마치 종이부채를 접듯 구불하게 만들어 공간을 채운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문제는 다만 우리의 일상, 영화 속 일상을 비추는 우리 일상에 변수가 많아
[영화읽기] 표면의 아름다움에 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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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군이 <워킹우먼>이라는 제호의 라이선스 잡지에서 워킹하는 우먼들을 만나고 있을 때, 나는 도대체 무엇을 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즈음 나는 센스있는 우먼들의 필독 잡지 <우먼센스>에서 좋은 말로 하면 프리랜서, 심한 말로 비하하면 ‘대타’를 하고 있었다(연수군과 내가 센스있는 우먼들의 워킹하는 모습을 담은 통합본 <워킹우먼센스>를 함께 만들면 좋았을 것을…). 당시 <우먼센스>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기자들이 기사를 쓸 수 없게 됐고, 이를 대신할 용병이 필요했는데 하필이면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가게 됐다.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최대한 많은 양의 기사를 가장 빠른 시간에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장르 불문 전공 불문 무작정 글을 썼다. 마이클 조던에 대한 기사도 썼고, 이문열 작가에 대한 기사도 썼고, 가장 유명한 노점상을 찾아나서는 기사도 썼고, 가족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기사도 썼고, 르포르타주 비슷한 글도 썼던 것 같다. 그 달
[나의 친구 그의 영화] 카메론의 시간은 거꾸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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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인 글로벌 나눔 캠페인 ‘단비’에 초특급 단비천사가 대거 출연하여, 눈길을 모으고 있다.
부부로 지내온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가정 형편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말기암 환자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이번 단비의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에 차인표, 류승수를 비롯하여 '컴패션 밴드'로 활동중인 엄지원, 박시은, 황보, 주영훈, 이윤미, 리키김, 심태윤, 김태형 등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스타들까지 발 벗고 나섰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차인표는 ‘사랑은 나누면 나눌수록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커지는 것이다. 그것이 나눔의 비밀이고, 바로 단비다.’ 라며 봉사와 나눔에 대한 진심어린 생각을 밝혔다.
또한 차인표는 주인공이 평소 태진아의 '동반자'란 노래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밤새 연습 해 탁재훈과 함께 노래 솜씨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눈물과 감동이 함께하는 '단비'의 아주 특별한 결혼식은 오는
차인표, <일밤> 단비천사로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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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월 4일 오후 2시
장소 동대문 메가박스
이 영화
29년 핸섬했던 과거 싹~ 고친 미모의 포토그래퍼 손지현은 영화 스틸 촬영과 개인전 준비까지 앞둔 잘나가는 매력녀! 이런 지현을 오매불망 바라보는 특수분장사 준서의 애정공세는 하루하루 버라이어티 해져만 간다. 준서와의 달콤한 로맨스가 무르익던 어느 날, 친아빠를 찾아 가출한 유빈이란 녀석이 난데없이 집을 찾아오고, 녀석이 내민 아빠 이름 석 자는 바로 손.지.현!
미녀인생 7년, 아빠 변신 7일! 일단 고모라고 둘러대고 녀석을 돌려 보내려 하지만, 아빠를 만나려고 가출까지 했다는 유빈에겐 안 통한다. 게다가 녀석의 엄마와 새아빠는 출장 중! 별 수 없이 7일 동안만 버텨보기로 한 지현은 아빠 변장을 시도, 세상에 둘도 없는 미녀아빠가 된다.
그러나, 어설픈 콧수염에 빵점 짜리 운동신경, 자꾸 튀어나오는 여자말투를 가진 친아빠가 유빈은 영 수상하고, 어느 순간부터 데이트를 피하는 지현 때문에 남친 준서의 의심은
이나영의 남장 연기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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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인기그룹 빅뱅의 대성이 송지나 작가의 차기 드라마 '왓츠 업(What's Up)'에 출연한다고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6일 밝혔다.드라마 '모래시계', '카이스트' 등을 집필한 송 작가는 5-6일에 걸쳐 자신의 미투데이를 통해 "대성 군이 이번 드라마에 출연한다"며 "노래 잘하고 성격 좋고 예뻐죽겠다. 대성 군을 놓고 만든 이번 등장인물도 엄청 예쁘다"고 밝혔다.이어 "이 드라마는 대학 뮤지컬학과를 배경으로 하는 캠퍼스 드라마"라며 "제목은 '왓츠 업'으로 확정될 것 같다. 현재 등장 인물의 반 정도는 캐스팅이 완료된 상태다. 나머지 반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려고 의견을 조율 중"이라고 덧붙였다.또 송 작가는 앞으로 미투데이를 통해 등장인물을 하나씩 소개하려 한다고 덧붙였다.mimi@yna.co.kr(끝)<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빅뱅 대성, 송지나 차기작 '왓츠 업'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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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아바타'가 4주째 예매 점유율 선두를 지켰다.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미 지난 6일 관객 700만명을 넘어선 '아바타'는 점유율 77%로 흔들림 없이 예매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이에 따라 이번 주말에는 역대 외화 최고 흥행작인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743만7천612명)이 보유한 기록도 갈아치울 예정이다.지난 2주 동안 박스오피스 10위권 내에 포함된 유일한 한국 영화였던 '전우치'가 7.38%의 점유율로 '아바타'의 뒤를 이었으며 설경구와 류승범 주연의 '용서는 없다'(4.08%)는 3위로 진입했다.이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 로 주연의 '셜록 홈즈'(2.77%)가 4위,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파워레인저 엔진포스 VS 와일드 스피릿'(2.40%)이 5위를 차지했다.이밖에 애니메이션 '앨빈과 슈퍼밴드2', 비고 모텐슨의 '더 로드', 뮤지컬 영화 '나인'이 1%대의 점유율로 6-8위에 올랐고 일본 애니메
<주말영화> '아바타' 4주째 예매 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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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KBS 2TV 사극 '추노'가 6일 첫회에서 바로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새해 수목극 경쟁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7일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추노'는 전날 시청률 22.9%를 기록, 경쟁작인 SBS TV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14.5%)와 MBC TV '히어로'(5.3%)를 단숨에 멀찌감치 따돌렸다.장혁, 오지호, 이다해 주연의 '추노'는 조선을 바꿀 뜻을 품고 탈출한 노비(오지호 분)와 그를 추격하는 데 자존심과 인생을 건 전문 추노꾼(장혁)의 대결을 그린 새 드라마다.왕조 중심의 사극에서 탈피해 신선한 소재로 다가선 '추노'는 또한 국내 드라마 사상 최초로 영화 촬영에 사용되는 레드원 카메라를 동원, 영화 수준의 영상과 음향을 안방극장에 전달하고 있다.KBS 이응진 드라마 국장은 "'추노'는 빼어난 완성도로 한국적인 콘텐츠를 세계화하는 드라마"라며 "소재, 영상, 연기력 모든 면에서 자신 있는 작품&q
KBS '추노' 단숨에 시청률 22.9%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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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강동원, 그리고 <영화는 영화다>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장훈 감독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영화 <의형제>가 1월 5일 프라자호텔에서
제작보고회를 개최했다.
송강호는 강동원을 '작품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배우'라고 소개하며 <의형제>를 통해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장훈 감독은 "두 배우 모두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보고 손을 내밀어 주었다. 운이 좋았다."며 소감을 밝혔고, 두 남자의 이야기를 고집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꼭 그런 건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여배우와도 작업을 해보고 싶다."라고 전했다.
액션 드라마 <의형제>는 오는 2010년 2월4일 개봉 예정이다.
송강호, ‘강동원은 낭만적인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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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앵스트(Angst)에 휘몰려 정처없이 달려가는 예술가가 있다. 아무것도 쓸 수 없으리라는 절망, 욕설을 끼얹건 광대 짓을 하건 일상을 부수어야 한다는 의무감, 적당히 겁 많고 약은 현대인을 향한 경멸로 부글댄다. 이 격렬한 예술가상은 낯설지 않다. 보들레르와 독일 표현주의, 비트족으로 면면히 흘러온 피가 <풀이 눕는다>에도 흐르고 있다는 말이다.
‘나’는 3년 전 소설로 등단했지만 이력은 그것으로 끝. 삶 자체가 틀려먹은 것 같아 마음이 쓰라린 순간, 풀을 만난다. 풀은 공고 출신 아마추어 미술가로 홍대 낡은 옥탑방에서 무작정 캔버스를 메우며 살고 있다. 그는 서울을, 거대한 빌딩 숲을, 돈을 탐하지 않는 순수한 청년이다. ‘나’는 풀과 합심해서 옥탑방 창고를 개조해서 공동 작업실을 만든다. 벽을 흰색과 오렌지색으로 칠하고 소닉 유스의 음악을 들으며 섹스를 하고 미래를 꿈꾼다. 처음에는 뭐든 잘될 것 같다. 풀이 일곱 번째 캔버스를 채우고 ‘내’가 오십 번째 시
[한국 소설 품는 밤] 성난 예술가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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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나오키상을 안긴 <용의자 X의 헌신>에서처럼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가 주인공으로 나온 갈릴레오 시리즈. 유가와 마나부는 원래 단편으로 시작했을 때보다 드라마와 영화판에서 유가와 역을 연기한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닮아가는 인상이고, (원작 소설에 없었으나 드라마판에서 만들어진 뒤 구사나기보다 더 비중있는 역이 된) 여자 형사 우쓰미도 소설판 정식 데뷔를 한다.
IT회사 사장 마시바 요시다카가 혼자 있던 자택에서 독극물에 중독되어 사망한다. 형사 구사나기는 숨진 마시바와 내연의 관계인 와카야마 히로미를, 구사나기의 후배 우쓰미는 사건 당일 여행을 떠나 있던 마시바의 아내 아야네를 의심한다. 구사나기가 범인일 가능성이 있는 아야네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눈치챈 우쓰미는 물리학자 유가와 교수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범죄의 해법을 구한다. 그와 동시에 살인을 저지른 동기가 드러난다. 누가 범인인지는 첫장에 이미 독자에게 알려지고, 그 방법 또한 은근슬쩍 밝혀진다. 다
불가능을 모르는 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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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연쇄살인범 랜트가 죽는다. 그는 이 소설에서 마이클 잭슨만큼이나 유명한 존재다. 광견병을 성병으로 속여 수천(혹은 수만)명에게 전염시킨 그는 살아생전 ‘걸어다니는 대량살상 생체무기’로 불렸다. 어느 날 랜트가 자동차 충돌파티를 즐기다가 자동차에 받혀 생을 마감하자, 산 사람들은 저마다 입을 열어 그를 추억하기 시작한다.
<랜트>는 동명 연쇄살인범의 생애를 압축한 전기적 소설이다. 그런데 뭔가 좀 색다르다. 주인공이 한명뿐인데 그 사람이 끝날 때까지 한번도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랜트가 이러저러하게 말했어요’라고 말을 옮기는 수많은 주변 인물의 얘기만 있을 뿐이다. 제3자의 수다로 점철된 랜트의 생애는 상상력의 날개를 얻는다. 기본 줄거리를 압축해보면 그가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의 이를 모아 돈을 벌었고, 검은과부거미 수집가였으며, 커서는 자동차 충돌족으로 생활하며 이리저리 광견병을 옮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나 그 디테일들이 모두 미묘하게 다르다. 이 ‘아
랜트는 끝까지 안나온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