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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행 비행기표가 몹시 필요하다 지수 ★★★★★
문화적 배경지식이 많을수록 재밌다 지수 ★★★★
80년대, 비자를 얻기가 힘들 뿐 아니라 해외여행 자체가 미션 임파서블이라 뉴욕이 달처럼 멀어 보이던 시절. 미국 유학을 다녀온 선생은 그곳이 얼마나 위험하며, 뉴욕의 지옥도를 묘사한 영화들이 얼마나 리얼리티를 담고 있는가를 이야기했다. 잘못 들어선 골목에서 옷과 구두를 빼앗기는 건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이었고, 맞게 들어선 길에서 차창을 부수고 가방을 낚아채 도망가는 강도를 만나는 일도 있을 법한 일상적 사건이었다. 애덤 고프닉 식으로 말하면,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뉴욕은 지옥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지옥계가 1단계부터 30단계까지 바로 밑에 있는 것처럼 맨홀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정신병자들의 콧구멍을 채워주는 식으로, 모든 영화가 뉴욕을 지옥으로 묘사했다.”
<파리에서 달까지>를 통해 ‘문청 버전의’ 빌 브라이슨 같은 이미지를 안긴 애덤 고프닉의 <
즐거운 그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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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그란 눈의 아가씨는 1983년생, 뉴요커다. 그래서 왠지 ≪Bible Belt≫의 커버만 보면 달달한 미국 팝 가수일 것 같은데 막상 들어보면 음악은 복고풍 분위기가 물씬 흐르는 솔풍의 팝이다. 최근 몇년 동안의 흐름, 이른바 네오 솔이라 명명된 여자 가수들의 레트로 트렌드가 영국에서 시작된 걸 감안하면 꽤 신선한 반전이다. 에이미 와인하우스, 더피, 릴리 앨런, 아델 같은 이름들이 떠오르는데 비슷하면서도 차별화된 지점이 있다. 이를테면 좀더 긍정적이다.
솔가수 베티 라이트, 프로듀서 스티브 그린버그 등이 참여한 앨범의 완성도도 훌륭하다. 데뷔 앨범의 미숙함이나 풋풋함보다는 노련함이 느껴질 정도인데 모타운 솔의 풍미가 느껴지는 <Fools>, 1960년대 캘리포니아 사운드의 정서가 물씬 흐르는 <Choo Choo>(제목만 보면 왠지 f(x)가 떠오르지만) 등을 추천한다. 영화 <올모스트 훼이모스>에 흘러도 좋을 것 같은 음악이다. 한해가 끝날
[음반] 뉴요커가 부르는 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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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올해는 유난히 과거의 ‘인디 스타’들의 복귀가 두드러졌다. 코스모스의 이름이 환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억지를 좀 부려보자면, 좋았던 시절을 환기한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톤 다운된 기타 플레이와 키보드의 연주로 복고풍의 록 음악을 선보이던 이 밴드는 2001년 이후 공식적인 활동을 접었으니 이번 앨범을 반갑게 여길 사람들은 아마도 그때 그들이 환기하던 정서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첫곡이자 앨범 제목이기도 한 <Hanei Sky>를 주도하는 건 거친 톤의 블루스 기타다. 이 인상적인 기타 톤의 주인공은 윤병주, 90년대 인디신의 성과였던 노이즈가든의 리더이자 현재 로다운30을 이끄는 인물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조합은 그때 그 감성을 더 끈끈하게 만든다. 새로 결합한 조명숙의 기교없는 보컬이 돋보이는 <까리아띠드> <하나>와 김상혁의 보컬이 여전히 흐르는 <두 번째 아침&g
[음반] 그 이름,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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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 올해 발간된 정현종 시인의 시선집에서, 그가 가고 싶다던 ‘섬’을 드디어 보았다. 시와 함께 시인의 그림을 곁들이는 컨셉으로 발간된 시집이었다. 정현종 시인은 짙게 푸르른 바다 위에 오롯이 뜬 회색 산을 그렸다. 유화로 표현된 시인의 마음속 섬은 그의 문장처럼 담백하지만 여운이 길었다.
시인이 심상을 다른 종류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건 의미심장하다. 시가 극도로 정제된 언어예술인 만큼 시인이 다른 장르의 예술에 도전한다면 그 작품 역시 단조롭지만 풍부한 의미를 지닐 가능성이 크다. 정현종 시인의 그림이 그랬고, 지금 소개할 박노해 시인의 사진이 또 그렇다. 시집 <노동의 새벽>(1984)과 <참된 시작>(1993) 이래 별다른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던 박노해 시인은 2000년대 들어 펜과 함께 카메라를 들었다.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뒤 카메라를 들고 세계의 분쟁지역을 누비며 반전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의 첫
[전시] 카메라로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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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A 기업 빌딩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1층 로비에서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이전 칼럼에서 소개했던)을 발견한 직후였다. 갤러리에 걸려 있을 땐 저절로 눈길이 가던 그 그림이 회사 로비에선 달리 보였다. 짙은 고동색 벽에 걸려 있던 갈색 배경의 물방울 그림은, 칙칙한 나무에 맺힌 몇 방울의 물방울만큼이나 존재감이 없었다. 회사와 예술 작품의 궁합이 꽝이었던 탓이다.
몇년 전부터 기업들이 회사 내부에 예술 작품을 전시하거나 따로 사옥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가 되었다. ‘문화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얻고, 품격도 높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일부 회사의 경우 입구나 로비를 지나치다가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주변 환경과의 고려 없이, 그저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면 두번 묻지 않고 들여놓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구의 어느 작품이라는 팻말만 없었다면 B 회사 입구의 석상은 출입을 훼방놓는 돌조각으로, C 회사 로비 안의 설치 작품은 거대한
[아트 & 피플] 조화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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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뷰티퀸> 1월14일~2월28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뮤지컬 <컨택트> 1월8~17일 LG아트센터/1월22~31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뮤지컬 <굿모닝 러브타운> 1월7일~2월24일 대학로 라이브극장
뮤지컬 <선덕여왕> 1월5~31일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3월14일까지 코엑스 아티움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시즌3> 1월16일~2월2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토월극장
다양성 지수 ★★★★
뮤지컬 풍년 지수 ★★★★★
공연 보기에 적당한 계절이란 없다. 그래도 이가 절로 떨리는 겨울엔 사시사철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는 공연장이 그리운 법. 요즘은 송년회나 신년 모임을 공연 관람으로 대체하는 일도 잦다고 하니, 영화 개봉작을 확인하듯 공연 라인업 역시 미리 훑어두면 좋지 아니할는지. 2010년 초 오픈하는 뮤지컬·연극 중에서 당신의 공연 캘린더에 추가해도 괜찮을 화제작 몇편
2010년 시작은 이 공연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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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과 <애자>, 그리고 <나인>의 공통점은? 예술성 짙은 유럽영화와 중규모의 한국영화, 그리고 화려한 할리우드 뮤지컬영화 사이에 놓인 다리는 데이지엔터테인먼트라는 영화사다. 2005년 창립해 <스윙걸즈> <나 없는 내 인생> <쉬즈 더 맨> <미스트> 같은 영화를 수입해온 데이지엔터테인먼트는 2008년 1만달러도 안되는 수입가로 들여온 <렛미인>으로 대성공을 거두며 이름을 널리 떨치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오감도> <애자> 등 한국영화에 메인투자를 시작했으며, <나인> 같은 초특급 캐스팅 할리우드영화를 수입하기에 이르렀다. 30대임에도 불구하고 10여년의 수입 경력을 갖고 있는데다 한국영화 제작투자에까지 나서고 있는 김원국 대표에게 ‘수익성 극대화’ 전략 노하우를 들어본다.
- <나인>은 보통 수입사가 범접하기 어려운 대형 할리우드영화다.
외화 벌어 한국영화에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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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자? 시시하지 않니?
가족들과 ‘가훈토론’을 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의 숙제 때문이었다. 각자 가훈을 정해와 수업시간에 발표한다고 했다. 딸에게 먼저 의견을 물었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한번 쏟아부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가 어떠냐고 한다. 그냥 그 말이 좋단다. “이 바보야, 그건 가훈으로 적당하지 않아” 했더니 “바르게 살자… 착하게 살자” 따위를 낸다. 딸보다 세살 많은 아들은 성스럽게 “범사에 감사하라”로 하잔다. 반응이 썰렁하자 “욕하지 말자”로 바꾼다. 나는 너무 뻔해 보인다며, 이왕 할 바에는 재밌고 튀는 게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그런 뒤 즉흥적으로 “에라 모르겠다”를 내놓았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눈치보지 않는 도전정신을 담았다는 설명을 했다. 딸은 “그건 될 대로 되라는 뜻 아니냐”고 했다. 나는 ‘모험정신’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그 전제가 돼야 할 가훈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자기 앞가림을 하자”였다. 제멋대로 하더라도 딴사람에게(특히
[에디토리얼] 에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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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주말 예능 버라이어티의 대표주자 <패밀리가 떴다>가 이달 11일 마지막 녹화를 끝으로 종영된다.
<패밀리가 떴다>는 MBC의 <무한도전> 과 KBS의 <1박 2일> 등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지난 2008년에 만들어진 주말 예능 프로그램으로 ‘연예인들이 시골에 찾아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여행 보내드리고 그 곳에서 일을 도우며 하룻밤 묵는다’는 설정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국민MC 유재석과 전직 요정 이효리를 앞세워 큰 관심을 모았으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천희, 박예진, 김종국, 대성 등은 ‘달콤살벌 예진아씨’ ‘엉성천희’ ‘김국종’ 등의 애칭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초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이 프로그램에 출연자들의 세세한 행동까지 명시된 대본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한 차례 난항을 겪은 후 참돔 논란 등 프로그램의 설정 연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패밀리가 떴다>시즌1 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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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남성인가, 여성인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줄곧 부딪히게 되는 일상적인 문제이다. 병원에서 판정된 성별의 결과에 따라 핑크색 혹은 하늘색 옷으로 구분되며, 손에는 인형이나 자동차가 선별적으로 쥐어진다. 성별에 따라 다른 대접을 받는 것도 매우 폭력적이지만, 근원적으로 단 두가지의 성별로 나눈다는 것 자체가 매우 폭력적인 일이다. 그래서 뤼스 이리가라이는 고정된 틀 안에 갇힐 수 없는 인간의 다양한 성차를 논하며 ‘하나이지 않은 성(性)’을 이야기했고, 주디스 버틀러는 ‘젠더를 말하기 이전에 원초적이며 본질적인 구분으로서 섹스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해 회의하며 ‘젠더 트러블’을 말하지 않았던가. 바바라 해머의 영화들은 이런 페미니즘, 특히 레즈비언 성담론의 최전방을 이미지, 활자, 사운드를 통해 실험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그의 영화는 여러모로 ‘불쾌’를 유발하는데, 그것은 여성 성기의 적나라한 노출과 레즈비언/게이 성애에
전복적인 불쾌의 미학에 물들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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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에도 없는 사냥 모자를 과감하게 벗겨버림으로써 나름의 정통성을 추구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그닥 큰 감흥을 주지 못한 채 멋진 그림 잔치에 머물고 만 <셜록 홈즈>. 오늘도 본 칼럼은 그 밋밋함의 원인을 수석 나쁜 놈 ‘블랙우드 경’에게 찾음으로써 진정한 나쁜 놈의 道를 역추적하고자 한다.
이름에서부터 대놓고 나쁜 놈인 ‘블랙우드 경’은 비주얼에서 또한 노골성을 추구하는 바, 헬멧형 올 백, 마빡 돌출 혈관, 울부짖는 도끼눈 등등으로 대표되는 얘의 비주얼은, ‘야비한 사슴 눈’으로 요약될 수 있는 고품질 나쁜 놈 특유의 헷갈리는 비주얼(<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란다 대령’ 참조)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특히 나치 친위대 장교를 연상케 하는 그의 블랙 가죽 롱코트와 가죽 장갑은 안 그래도 진한 그의 비주얼을 더욱 진하게 강조해주는 바, 오히려 그의 비주얼은 ‘설마 저렇게 대놓고 나쁘게 생긴 애가 진짜 나쁜 놈이랴’는 생각을 품던 관객에게 본의 아닌 반전마
[나쁜 놈의 道] 대놓고 나쁘게 생긴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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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메릴 스트립과 에이미 애덤스다. <다우트> 이후 일년 만의 재회. 에이미 애덤스는 간이 큰 건지 자신감이 지나친 건지 식탁 밑에서 내일 당장 내다버려야겠다는 주인의 얘길 엿들은 강아지 같은 난감한 얼굴을 하고도 메릴 스트립과의 투톱 주연을 마다하지 않는다. <줄리&줄리아>는 1940년대 파리의 줄리아와 2002년 뉴욕 퀸스의 줄리 얘기다.
줄리아(메릴 스트립)는 살집이 풍만하게 잡히는 40년대의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주부. 겉치레를 싫어하고 실용적인 걸 좋아하는 쿨한 성격이지만, 여자라는 본질과 천성을 온몸과 마음으로 즐긴다. 그래서 요리를 할 땐 남자 유니폼 같은 편한 셔츠를 입고 앞치마는 스커트 허리에 아무렇게나 꽂아둘지언정 사랑받는 ‘하우스와이프’의 표본인 진주 목걸이만은 꼭 챙긴다. 이후 줄리아 차일드가 텔레비전에서 요리쇼를 하는 전설적인 셰프가 된 뒤 독특한 억양의 클로징멘트 ‘본 아페티!’(프랑스어로 “맛있게 드세요”)와 목에 딱 맞
[그 액세서리] 진주는 여자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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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배급사에서 일했던 이들은 둥지를 떠나면 대부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제작사를 차리곤 한다. ‘갑’이라 불리면서 ‘대접’받지만 ‘현장 영화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적잖이 ‘따’당하는 상황이야말로 그들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제작자로 변신하는 이유가 아닐까. 마상준 전 쇼박스 한국영화팀장도 현장에서 함께 어울리고 싶은 갈증이 있었다. 대우그룹의 영상사업부문 한국영화팀을 시작으로 백두대간, 쇼박스 등을 거치며 10년 넘게 영화수입, 투자 등의 업무를 맡아왔던 그 또한 “제작에 대한 관심은 영화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가 제작사가 아닌 서울필름스쿨이라는 교육기관을 차렸다. 2010년 1월18일 개원을 앞두고 바쁘게 뛰는 마상준 서울필름스쿨 대표를 만나 까닭을 물었다.
-투자배급사에서 일할 때와 가장 다른 점이 뭔가.
=전화가 잘 안 온다. 쇼박스에 있을 때는 하루에 저녁만 두번 하고 술자리는 세번 가고 그랬는데. (웃음)
-쇼박스를 그만둔 때가 정확히 언제인가
[spot] ‘써먹는 연기’를 가르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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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탤런트 배수빈이 MBC 사극 '동이'(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ㆍ김근홍)에 캐스팅됐다고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가 5일 밝혔다.
배수빈은 이 드라마에서 지하단체 '검계(劍契)'의 핵심 요원으로, 주인공인 동이(한효주 분)를 헌신적으로 돌봐주는 차천수 역을 맡았다.
'동이'는 조선 제21대 임금인 영조의 생모 숙빈 최 씨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담은 50부작 드라마로, '대장금'과 '허준', '이산' 등을 연출한 이병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ng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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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빈, MBC 사극 '동이' 캐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