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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씨네21>과의 신작 프로젝트 공개 당시,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의 차기작으로 해저 괴물과 인간의 사투를 그린 SF스릴러 <제7광구>의 연출을 확답했다. 인터뷰 때 그는 <제7광구>를 준비하는 한편 동시에 JK픽쳐스에서 진행 중인 또 다른 프로젝트 <템플 스테이>에 대해서도 살짝 언급했었다. <나 홀로 집에> 같은 어드벤처물을 기획 중인데 그건 다른 감독이 하게 될 거라고. 어느 작품이 먼저 들어갈지는 모르는 상황이지만, 두 작품 모두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몇 개월 사이 상황은 바뀌었다. 애초 자신이 연출하려던 <제7광구>는 김지훈 감독에게 넘기고, 대신 다른 감독을 물색 중이던 <템플 스테이>를 직접 연출하겠다는 최종 결정을 알려왔다. “냉정하게 따져보니 <제7광구>는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감독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템플 스테이>는 내가 잘할 수 있겠더라
[윤제균] 사천왕의 눈물을 찾아서 상상력 가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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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소녀 버전 <섹스 앤 더 시티> 혹은 <미녀 삼총사>.” 방은진 감독은 자리에 앉자마자 그 말부터 꺼냈다. 아주 새끈한 로맨틱코미디라고. 그런 영화들이 있다. 가장 첫 번째 전제만 들어도 호기심이 확 동하는 영화. <이화에 월백하고>(가제, KM컬처와 진인사필름 공동제작)가 그런 경우다. 이른바 할리우드에서 말하는 ‘하이 컨셉 무비’인 셈이다. 이건 조선시대 소녀 과부들의 좌충우돌 로맨스다.
혼례 당일 첫날밤도 치르지 못하고 신랑이 죽어버린다. 어린 이화는 오갈 데 없이, 옷고름도 못 풀어보고 청상과부가 되어버렸다. 시댁에선 가문의 누가 되게 하지 않으려 이화를 과부들의 모임인 ‘석란회’에 보낸다. 음전한 도를 익히고 유교적 가치를 체득하며 타의 모범이 되라는 의도였으나…. 이 석란회를 구성하는 멤버들의 면면이 충격적이다. 누군가는 방중술에 심취해 있고, 또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맘에도 없는 결혼을 억지로 했으며, 또 누군가는
[방은진] 어린 과부들, 옷고름을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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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방전설>을 만들었던 조범구 감독의 신작인 <퀵>은 오토바이에 실린 청춘의 이야기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20대의 방황과 좌절을 그리는 영화라고 오해할 수 있다. 그와 반대로 <퀵>은 밝은 캐릭터와 경쾌한 유머, 그리고 숨 막히는 추격전이 한데 뭉쳐질 영화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한때 폭주로 학원가를 주름잡았던 세명의 남녀다. 폭주대마왕이란 별명을 가졌던 기수, 그와 함께 폭주를 즐기던 명식,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오빠 달려!’를 외쳤던 춘심이. 이후 기수는 BMW 오토바이를 튜닝해서 몰고 다니는 퀵서비스 요원이 됐고, 명식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교통경찰이 됐으며, 춘심이는 오토바이에 몸을 싣지 않으면 스케줄을 채울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아이돌 가수 아로미가 됐다. 서울에서 가장 빠른 퀵서비스 요원인 기수는 어느 날, 배달한 물건이 등 뒤에서 폭파하는 사건을 목격한다. 하필 그때 뒤에는 아로미가 타고 있었고, 그녀에게 씌운 헬멧에는 또 다른 폭탄
[조범구] 도심을 질주하는 유쾌한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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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장훈 감독은 <의형제>의 다음 작품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꿈꾼 당분간의 일상은 “책 보고, 커피 마시고, 산책하는” 것이었다. 데뷔작인 <영화는 영화다>에 이어 곧바로 더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이제 막 끝낸 때였으니 그 심정도 알 만하다. <의형제> 후반작업 도중 받아본 <고지전>의 시나리오도 원래는 읽고서 거절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펴들었다. 쉬고자 했던 마음은 2시간 만에 바뀌었다. “언젠가는 전쟁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어떤 작품을 만들든 그건 한국전쟁에 관한 영화였을 텐데, 지금이 아니면 나중에라도 이런 시나리오를 만날 수 있을까 싶더라.” 드라마 <히트>와 <선덕여왕>의 박상연 작가가 쓴 <고지전>이 장훈 감독이 생각하던 전쟁영화의 모습과 닮아 있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영화의 액션을 강조하면서 오락적인 재미로만 소비하게 만드는 전쟁영화는 싫었다. 영화적인 즐거움뿐만 아니
[장훈] 2년 군대 갔다오는 심정으로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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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감독이 준비하고 있는 신작에 대해 우리 역시 아무런 정보가 없다. 딱히 선입견 없이 백지 상태로 감독을 찾아간다. 감독은 조심스럽게 신작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어떻게 시작했고 왜 매혹됐는지,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이후 과정에서 갖가지 이유로 처음 구상과는 달라진 버전의 완성품이 나올 때도 물론 많지만, 촬영 직전 감독이 갖고 있는 기대와 희망과 환희를 날것 그대로 경청하는 즐거움은 비할 데 없다. 우리는 이번에 2010년 하반기 촬영에 들어가게 될 신작 여덟편의 구상을 들었다. 이준익 <평양성>, 장훈 <고지전>, 윤제균 <템플 스테이>, 방은진 <이화에 월백하고>(가제), 강형철 <써니>, 신동일 <청산, 유수>, 조범구 <퀵>, 손영성 <의뢰인>까지. 독자 여러분을 이 미지의 작품들에 관한 즐거운 대화의 장으로 초대한다.
자, 당신의 다음 영화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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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기아 타이거즈가 몇위 하고 있는지 아나.
= 아, 전혀 모른다. 정말 영화에만 정신이 팔려 있어서. 몇위지?(소문난 야구광이자 골수 ‘타이거즈’ 팬인 그가 야구를 안 보는 것은 물론 순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놀라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기아 타이거즈가 기록적인 16연패를 당하기 전의 인터뷰다-편집자)
- 원래 시나리오도 빨리 쓰고 제작일정도 어기지 않는 감독으로 유명한데 이번에는 회차가 좀 늘었다.
= 일단 내 영화 중 가장 컷 수가 많다. 촬영이나 미술에 신경을 많이 썼고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 다 찾아다니느라 이동이 많은 것도 이유이고, 좀 공들여 찍으려고 일부러 촬영을 늘린 장면도 있다.
- 공교롭게도 중심 배우 네명 모두가 최근 대박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 나도 찍으면서 놀랐다. 배우 팬클럽에서 경쟁적으로 현장에 간식 싸오고 하는 풍경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으니까. 엄태웅씨의 일본 팬도 현장에 찾아오고 그랬는데 이렇게 계속 한류스타하고 영화를 하는
[김현석] 나의 마지막 로맨틱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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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연애조작단>으로 들어오기까지 <핸드폰>은 물론 <선덕여왕>의 유신랑 느낌이 너무 세다.
=나 역시 좀 달라지는 느낌이 있다. 분명한 건 병훈이라는 캐릭터가 지금껏 연기한 어떤 역할보다 나와 닮았다는 거다. 내 나이 때 남자들이 공감할 만한 요소도 많고 어떤 장면에선 ‘어, 나도 그랬는데?’ 하는 순간도 있다. 김현석 감독님하고 술 마셔보니 또 감독님이 영락없이 병훈이더라. 사랑에 좀 미숙한 남자들이기도 해서인지 민정이는 ‘이 영화 보고 반성해야 될 남자들 많아’ 그러더라. (웃음)
-최다니엘, 박철민 같은 영화 속 다른 남자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상하게 배우들끼리도 닮아가고 궁극적으로 감독님하고도 닮아갔다. 지금까지 영화 하면서 배우들끼리 최고로 많이 모인 영화이지 싶다. 주로 철민 형이 주도하긴 했지만 촬영이 끝나면 ‘오늘은 누가 한잔 하자고 안 하나?’ 하는 눈초리로 서로 쳐다보고. (웃음) 원래 촬영현장에서 내 카메라로 이
[엄태웅] 감독님도 나도 영락없이 병훈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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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연애를 도와드립니다! 시라노 에이전시는 사랑의 호르몬이 분비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조작’함으로써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맞아들어가는 상황 설정은 물론 캐릭터와 취향, 잘생겨 보이는 얼굴 각도까지 맞춤 설계를 통해 사랑의 인연을 맺어준다. 그렇게 연애 의뢰 100% 성공률에 도전하는 <시라노; 연애조작단>(제작 명필름, 제공·배급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의 촬영현장을 3번에 걸쳐 찾았다. 무엇보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엄태웅, <꽃보다 남자>의 이민정, <지붕 뚫고 하이킥!>의 최다니엘, <미남이시네요>의 박신혜를 한자리에서 본다는 즐거움이 가장 컸다. 그들이 김현석 감독의 정서 안에서 어떻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 7월5일 연희동의 한 주택가에서 총 49회차, 2개월여의 촬영을 끝낸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올해 추석 개봉예정이다.
<시라노; 연애조작단
로맨스, 안되면 되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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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0일, 프랑스 영화학자 자크 오몽이 시네마테크 부산을 찾았다. 장맛비가 쏟아진 토요일의 늦은 오후, 극장 입구엔 매진을 알리는 공지가 붙어 있다. 극장은 자크 오몽의 강연을 들으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프랑스의 영화평론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평론가로 활동했고, 파리3대학과 파리사회과학고등원에서 교수를 역임한 자크 오몽은 영화 이미지학의 대가로 불린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오늘날 영화에서 작가의 의미란 무엇인지, 영화에 대한 사랑은 무엇인지에 대해 긴 이야기를 들려줬다. 강연은 빈센트 미넬리의 <파리의 미국인>을 본 뒤 시작됐다. 자크 오몽의 강연을 요약해 전한다.
반갑습니다. 부산에 오니 영화에 대한 사랑이 물씬 느껴집니다. 방금 보신 빈센트 미넬리 감독의 <파리의 미국인>은 제가 오늘 얘기할 주제와 잘 들어맞는 영화입니다. <파리의 미국인>의 진 켈리(제리 멀리건 역)는 2차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 병사였지만 전쟁이 끝나자
[Lecture] 작가정책은 영원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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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폐쇄적인 집단에 들어온 매력적인 이방인이라는 설정은 그간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리들리 스콧 감독의 딸 조던 스콧은 영화 '크랙'을 통해 이러한 소재를 훌륭히 변주해내며 단순히 거장의 딸이 아니라 자신이 재능있는 감독임을 입증해 내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1930년대 영국 외딴 지역의 한 기숙학교.디(주노 템플)가 이끄는 다이빙팀 학생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다이빙 교사 미스 G(에바 그린)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본다.하지만 스페인에서 온 매력적인 백작가문의 딸 피아마(마리아 발베르드)가 전학을 오면서 굳건했던 이들의 관계는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한다.영화는 여성의 섬세한 감정을 따라가는 데 집중한다. 특별한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각 인물의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물결을 따라가다 보면 104분의 시간이 금방 흘러간다.영화는 삼각관계가 축이다. 디는 미스G를 흠모하지만 미스G의 마음은 피아마에게 기울어 있다. 질투에 시달리
[새영화] 마음의 균열 '크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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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이태문 통신원 = 일본의 대표적인 독립영화축제인 피아필름페스티벌(이하 PFF)에서 한국 이상우 감독의 작품이 집중 소개된다.도쿄국립근대미술관 필름센터홀에서 32회째 행사를 열고 있는 PFF 측은 특별 초대작품 부문에서 시나리오 제작과 연기까지 소화하는 등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상우 감독의 특집을 마련, 22일부터 24일까지 3편의 영화를 소개한다.22일 '트로피컬 마닐라(Tropical Manila)', 24일에는 '엄마는 창녀다'와 옴니버스 퀴어 영화인 '내 아버지의 모든 것(All About My Father)'이 방영된다. 24일 행사 때는 이상우 감독이 상영 후 관객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지난 16일 시작해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PFF에는 527편이 응모해 본선에 진출한 16편의 작품이 상영 중이다. 이들 작품은 오는 11월말까지 교토, 후쿠오카, 고베, 나고야를 돌며 순회 방영될 예정이다.PFF는 새로운 인재 발견과 육성을 테마로 19
日 PFF, 이상우 감독 특집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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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강우석(50) 감독이 지금까지 연출한 영화의 총 관객수가 3천만명을 돌파했다.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4일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신작 '이끼'가 개봉 8일 만인 이날 오전까지 142만명을 동원했다.강 감독은 장편데뷔작 '달콤한 신부들'(1988)부터 '강철중:공공의 적 1-1'(2008)까지 모두 18편의 작품을 통해 2천86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이날 오전 현재 누적 관객이 3천2만명을 기록, 한국 영화감독 중 처음으로 3천만명을 돌파한 감독이 됐다.2위는 '해운대'(1천151만명), '색즉시공'(408만명) 등을 히트시켜 1천890만명을 모은 윤제균 감독이다.강 감독이 연출한 18편 중 '실미도'는 1천108만명을 동원, 역대 흥행기록 6위에 올라 있으며 '강철중:공공의적 1-1'(444만명), '공공의 적 2'(390만명), '공공의 적'(302만명) 등도 300만명씩을 넘었다.강 감독은 1984년 영화 연출에
강우석 감독 작품 누적관객 3천만명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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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처음에는 (연극 연기를) 하겠다고 달려들었는데 지금은 (개막이) 다가올수록 불안하고 겁이 나네요."다음달 정통 멜로극 '클로져'로 처음 연극에 도전하는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20일 마포구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밝힌 소감이다.문근영은 하지만 "예전부터 연극 무대에 서고 싶었고 앞으로도 연기를 하게 되고 배우로 일하게 된다면 무대에 대한 열망이 있을 것 같았다"면서 "(기존에는) 닫혀 있던 것을 빨리 이겨내고 싶었다"고 도전 배경을 밝혔다.그녀는 "지금 도전하면 아직 못하니까, 어리니까 채워나가면 되지만 나이 들어서 하면 더 신경쓰이고 자존심도 상할 것 같았다"면서 "열심히 연기하려고 매일매일 생각하고 연습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클로져'는 런던에 사는 남녀 네명의 엇갈린 사랑과 배신을 그려낸 작품으로, 문근영은 우연히 만
문근영 "연극 도전 많이 부담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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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끼>의 명장면 중 하나는 이장(정재영)의 오른팔 덕천(유해진)이 유해국(박해일)과 박민욱 검사(유준상)를 찾아가 이장의 비리를 무엇엔가 홀린 듯 쏟아내는 장면이다. 원작 만화에선 눈알이 뒤집히고 입에 거품 물고 쓰러지는 덕천의 모습이 섬뜩하게 묘사된다. 만화이기에 가능한 묘사일 거라 생각했는데 유해진은 만화보다 더 폭발력있게 장면을 그려낸다. 두고두고 회자될 유해진의 명장면이 아닐까 싶다. 유해진도 알고 있다. “그 장면이 배우한테 흔하게 오는 기회는 아니거든요. 그 신이 저한테 왔다는 게 복인 것 같아요.”
만화 <이끼>를 무척 재밌게 읽었다는 유해진은 마침 강우석 감독이 <이끼>를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무슨 역이든 괜찮으니 저 좀 뭐 하나 시켜주십시오.” 그리고 유해진은 덕천이라는 인물을 받아든다. 원작에서 덕천은 약의 힘에 기대 어릴 적 트라우마를 지우려 하는, 우울하지만 조금은 모자란 캐릭터다. 영화로 옮겨오면서 덕
[유해진] 나는 나를 채찍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