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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스릴러물의 대표 감독을 꼽자면 필립 노이스는 단연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감독이다. <패트리어트 게임><긴급명령>처럼 이 분야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작품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져왔다. 냉전 종식과 함께, 최근 들어 필립 노이스의 프로젝트는 규모에서 다소 축소된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소규모 영화를 제작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베트남전이 일어나기 전 미국이 개입한 사건을 폭로하는 <콰이어트 어메리칸>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권운동가 패트릭 차무소의 실화를 옮긴 <캣치 어 파이어> 같은 정치스릴러를 만들며 자신의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솔트>는 그러니까 이 분야에 정통한 필립 노이스 감독이 자신의 전공을 블록버스터급으로 확장한 야심찬 결과물이다. 영화는 CIA 요원 솔트(안젤리나 졸리)가 막 자수한 러시아 간첩을 심문하는 도중, 도리어 이중첩자로 지목당하면서 시작된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구소련 시절 고도의 훈련을 받은 KG
이중 스파이로 분한 졸리의 화려한 활약 <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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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의 이병헌을 두고 김지운 감독은 알랭 드롱을 닮았다고 했다. 장르영화 속, 이병헌의 마스크는 그만큼 강렬하고 또렷하다.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에서 배우 이병헌은 악에 몰려, 결국 스스로 악인이기를 택한 남자의 고통에 찬 얼굴을 보여준다. 얼음같이 차가운 냉랭함과 불같이 끓어오르는 뜨거운 분노의 크로스오버. 극한의 두 얼굴을 번갈아 쓰면서 배우 이병헌의 세포 마디마디 또한 쉬지않고 꿈틀거렸을 것이다. 오랜만에 충무로에 귀환한 배우 이병헌의 심경을 들어보았다.
이병헌을 만나기 전 미션이 주어진다면, 아마 그건 ‘그의 치밀한 머릿속을 헤집어보라!’일 것이다. 한류와 할리우드 진출, 대중영화와 작가주의영화를 손오공 구름 타듯 넘나들고 있는 그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데뷔한 지 20년 된 이 배우를 더이상 수식할 말이 없어진다. 누구나 그가 정점의 순간에 섰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자신만의 이상을 향해 사뿐히 한발을 더 올려놓을 줄 아는 명석
[이병헌] 질주, 그 남자의 어쩔 수 없는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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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의 아버지>
Le Pere de Mes Enfants
2009년 / 미아 한센 러브 / 106분
1.85:1 아나모픽 / DD 5.1, 2.0 프랑스어
영어 자막 / 아티피셜아이(영국)
화질 ★★★☆ 음질 ★★★★ 부록 ★★☆
미아 한센 러브의 <내 아이들의 아버지>는 프랑스의 제작자 윙베르 발장의 죽음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유세프 샤힌, 클레르 드니, 라스 폰 트리에, 엘리아 슐레이만의 작품을 포함해 70여편의 영화를 탄생시킨 발장은 벨라 타르의 <런던에서 온 사나이>를 제작하던 중 목을 매 자살했다(타르는 완성된 영화를 그에게 바쳤다). 만성적인 채무와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한센 러브에게 발장은 멘토였다.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영화에 배우로 등장했던 한센 러브(두 사람은 현재 부부다)는 이후 단편영화를 찍기 시작했고, 영화제의 심사위원과 감독으로 만난 발장과 한센 러브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윽
[dvd] 먼저 간 친구가 남긴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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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공이 뭐하는 곳이지?”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김연호 대표와의 만남을 주변 사람들에게 슬쩍 흘렸더니 돌아온 반응들이다. 올해 무려 10주년을 맞은 기관이지만,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아이공’이란 이름은 다소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아이공은 국내에 바버라 해머, 샹탈 애커먼, 마야 데런 등 여성주의 감독들의 영화를 처음으로 소개한 기관이라고. 서울국제영화제(국제디지털영화제), 레스페스트디지털영화제 등 디지털을 화두로 내세운 영화제들이 명멸하는 가운데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이란 이름의 영화제를 올해까지 무난하게 주관해온 단체라고. 한국의 척박한 대안영상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한 이 단체를 10여년간 혈혈단신으로 이끌어온 김연호 대표를 만났다.
-최근 오노 요코 기획전이 잘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아쉽다. 극장에 한달을 채 못 걸었거든. 지금 생각하면 상영 날짜를 좀 넉넉히 잡을걸 그랬다. 영화마다 배급사가 달라서
<김연호> ‘독립영화’만으론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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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가운데 이응일 감독의 <불청객>은 관객을 가장 황당하게 만든 영화일 것이다. 영화제 프로그램 해설에 ‘놀라운 비주얼의 장편독립 SF판타지’라고 소개된 이 영화의 실체는 사실 장편독립 판타지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하다. 2006년 무렵 자신이 거주하던 방에서, 함께 자취하는 사람들을 배우로 캐스팅해 촬영된 이 영화의 완성도는 홈무비에 가깝다. 그런데도 SF 장르라는 딱지를 감히 붙인 것은 이 영화가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에드 우드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상상력의 담대한 스케일이 두드러지는 영화다.
<불청객>이 상영된 극장에는 감독의 가족을 비롯해 친인척이 대거 함께했는데 그들 상당수가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감사표시를 한, 곧 이 영화에 조금씩이라도 투자를 한 입장이었다. 당연히 포복절도하는 그들 일가친척 외에도 이 영화를 대하는 일반관객의 반응은 무척 우호적이었다. 도대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얘기 전
[김영진의 인디라마] 다음 세대의 영화를 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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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인셉션>은 꿈과 기억의 교착 상태를 ‘시간’을 통해 체험하게 한다. 2단계, 3단계, 4단계로 꿈이 깊어질수록 관객은 ‘시간의 차이’를 통해 그들을 인지한다. 단계가 거듭됨에 따라 10초-3분-60분-10시간으로 물리적인 시간이 증가하기도 하지만, 꿈속 단계들의 연쇄는 그들간의 시간차(영화에서 정보가 제시되는 내러티브 시간의 차이)에 의해 인과의 고리를 형성한다. 서사 구축에 있어 시간과 인과율은 떼어낼 수 없는 관계를 맺는다. 1단계의 ‘결과’가 도출되기 위해 필요한 2단계의 ‘원인’, 2단계의 결과를 뒷받침하는 3단계의 원인 등, 안은 바깥의 원인이 되어야 하며, 바깥은 안의 결과로 빚어져야 한다. 그러나 내러티브 시간상으로 보면 2단계는 1단계 뒤에 , 3단계는 2단계의 뒤에 제시된다. 즉, 내러티브 시간의 순서와 재구성된 사건의 순서는 마주 보는 거울에 맺힌 상(像)처럼 반대방향으로 흐른다. 코브 일당의 꿈의 설계는 이 원리에 따라 디자인되고 있으며, 이는
[전영객잔] 뇌의 구조를 체험하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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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에 대한 말들은 회의와 질문의 형식을 빌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을 고대한 사람들 누구에게라도 이 영화는 불가사의하고 혼란스러운 경험을 통해 거절하기 힘든 매력을 제공한다. 영화가 공개된 직후 쏟아진 많은 질문들 가운데 흥미를 끄는 주제는 놀란의 명철한 내러티브 조직이다. 복수의 서사 라인이 연결과 결렬을 통해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스토리를 형성하는 다중 내러티브의 정점에 서 있다는 점에서 <인셉션>은 21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내러티브의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정신분석학 교과서를 보는 듯한 꿈의 전경화, 추출과 기입이라는 실존주의적 테마, 실제와 가상의 벽이 무화된 세계에 대한 포스트모던적 통찰, 심지어 꿈과 영화의 유사성으로 설명될 수 있는 메타 시네마적인 함의는 이 글의 관심사가 아니다. 이 글은 90년대 초반 쿠엔틴 타란티노에 의해 본격화되었으며, 이후 새로운 내러티브 형식에 대한 나름의 해찰을 보였던 일련의 감독들에 의해 부단
[전영객잔] 뇌의 구조를 체험하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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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크 / 유니버설뮤직 발매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크리스 브라운 이후? 마땅한 답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팀버레이크는 드문드문 앨범을 내놓는 게으른 천재의 지위에 올랐다. 크리스 브라운은 여자친구 리한나를 폭행한 뒤 잠정 잠적했다. 기회를 틈타 많은 솔로 힙합 아티스트들이 튀어나왔으나 아직까지 팀버레이크와 브라운의 지위를 넘볼 만한 친구는 없다. 흠. ‘없다’는 건 어쩌면 드레이크가 등장하기 전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캐나다 출신 드레이크의 첫 앨범 ≪Thank Me Later≫는 지난 7월3일자 빌보드 앨범차트 1위로 데뷔했다. 선배들이 그랬듯이 드레이크는 이 데뷔앨범에서 힙합과 팝의 건실한 결합을 보여준다. 첫 싱글로 커트된 <Find Your Love>를 듣는 순간 딱 알 수 있다. 힙합의 비트와 팝의 멜로디를 신시사이저와 오토튠이 휘감고 거기에 드레이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토핑처럼 얹힌다. 그런 걸 제일 잘하는 남자는 카니예 웨스트 아니냐고? 맞다. 이 곡의
[추천음반] ≪Thank Me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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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애: Back To The Dance≫/ UV / 소니뮤직 발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김수미 간장게장급 홈쇼핑 포스로 찾아들었다가 일단 눈물나게 웃었다. 두번 들었을 땐 듀스, 솔리드, 룰라 등 90년대 그룹을 찾아냈고, 이는 SNL이 배출한 론리 아일랜드에 대한 개콘의 대답이라 생각했다. 세번 들으니 찌질하기 짝이 없는 가사가 견디기 힘들어졌지만 그게 유세윤 유머의 지속성임을 인정하고 명곡을 꼽기 시작했다. 애절한 메인 멜로디와 촉새 같은 추임새가 제대로 붙은 <Game>을 지금까지 반복재생하고 있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
어쨌든 UV의 핵심은 ‘웃기는’ 뮤직비디오와 가사다. 하지만 음악에만 집중할 때 90년대 댄스가요의 감수성이 소환된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빈티지하게 조율된 촌스러운 미디는 서태지와 아이들, 룰라, 듀스, R.ef까지 불러온다. 90년대 히트곡 패러디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진지해서 무시 못할 사회
[hot tracks] 유세윤의 재치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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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이상 중국과 인도 작가들의 회화 작품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미디어아트는? <부유하는 시간의 무게전>에서는 부상하는 신흥 미술 강국 인도와 중국의 미디어아트 작가 일곱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홍콩 무협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왕지엔웨이의 작품, 퍼포먼스와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소니아 쿠라나의 작품, 회화적인 느낌을 주는 랑비르 칼러카의 작품 등을 통해 미디어아트의 다양한 경향을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제목의 ‘부유하는 시간’이란 서구적 사고의 저변에 깔린 연속적인 시간의 반대 개념이라고. 아시아발 미디어아트에서 두드러지는 모호하고 불명확한 시공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전시] <부유하는 시간의 무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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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1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출연 박준규, 서범석, 오정해, 이현경 등 │02-323-0109
“사실 처음부터 남편을 웬수라고 부르진 않았어요. 자기야, 허니, 반쪽 그랬는데 살다보니 호칭부터 바뀌더라고요. 인간아~ 웬수야~로.” 너무나 많이 듣던 말 아닌가. 연극 <여보, 고마워>에 나오는 대사이기도 하다.
<여보, 고마워>는 6년째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전업주부 남편 준수(서범석)가 위암 선고를 받은 뒤 남겨진 슈퍼맘 아내(이현경)와 딸(주지원)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이야기다. 너무나 뻔하다고? 맞다. 뻔한 소재에 뻔한 방식으로 웃음과 눈물을 뽑아낸다. 그러나 무대의 힘과 배우들의 연기는 ‘뻔함’을 ‘친숙함’으로 전달한다. 여기에는 영화와 뮤지컬로도 제작된 <친정엄마>의 고혜정 작가의 원작 에세이의 공이 크다. 작가 특유의 수다떨듯 풀어나가는 대사가 공감대를 형성한다. 극은 준수의 생사를 관객의 몫으로 남기며 말한다. ‘있을 때
[연극] <여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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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인간>
8월29일까지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출연 : 전병욱, 이화룡, 손희승, 김채린 │ 02-747-2070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그 추악한 사람들 중 하나는 아니겠죠?” “우리는 소비자를 위해 실험을 합니다. 당신들이 어떻게 호랑이를 조련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요? 불에 달군 쇠로 호랑이 다리를 지진다는 거 알고 있어요.” “처음에만 그러는 거야. 당신네가 하는 실험과는 전혀 다른 거야.”
영문도 모른 채 유리 감옥에 갇힌 남녀는 보자마자 으르렁댄다. 격하게 싸울 땐 전기충격이 오고, 접촉하면 음식이 나오고, 매트리스도 선물(?)로 제공된다. 그러다 남녀는 깨닫는다. 자신들이 지구의 멸망으로 살아남은 유일한 생명체이며 외계 생물에 의해 포획돼 사육되고 있다는 사실을. 남자인 라울(이화룡)은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는 과학자, 여자인 사만타(김채린)는 호랑이 조련사다. 남녀는 급기야 인류에 대한 모의재판을 벌인다. 무죄면 ‘교미’를 해 종족을 보존
[연극] 인간들아 너희의 죄를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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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동굴 탐험에 나섰던 여성 여섯 명이 실종됐다가 그 중 한 명인 세라(슈아나 맥도널드)만 살아 돌아온다.마을 보안관은 비밀리에 구조대를 조직,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세라를 이끌고 실종자 수색에 나선다.구조대는 '금지구역'이라는 신호를 무시한 채 동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괴생명체가 나타나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디센트:파트 2'는 2005년 영국독립영화제 최고 연출상과 편집상을 받은 '디센트'의 후속편이다. '디센트'란 지하라는 뜻이다.전편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세라가 구조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문제의 동굴로 들어가서 벌어지는 '잔혹한' 이야기를 담았다.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괴생물체와의 사투는 공포 장르의 흔한 소재로,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하지만 존 해리스 감독은 이 같은 보편적인 형식에다가 고막을 할퀴는 음악과 화려한 편집 기술을 가미해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돌무더기에 갇힌 구조대원의 답답한 움직임
[새영화] '디센트:파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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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김주혁, 정려원 주연의 영화 '적과의 동침'이 경남 함양에서 최근 촬영에 들어갔다고 이 영화의 배급사 쇼박스㈜미디어플렉스가 27일 밝혔다.
'적과의 동침'은 한국 전쟁이 발발한 1950년대 산골마을 주민과 퇴각을 앞둔 북한군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다룬 영화다.
'킹콩을 들다'로 장편 데뷔한 박건용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주혁은 북한군 장교 역을 맡았고 정려원은 시골처녀로 분해 김주혁과 호흡을 맞춘다.
이밖에 유해진, 김상호, 변희봉, 양정아 등이 출연한다.
영화는 올 하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다.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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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적과의 동침' 크랭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