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장률 감독의 신작 <두만강>이 좀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애석한 일이다. 이 영화는 장률의 필모그래피에서 최고작일 뿐만 아니라 동시대 영화 가운데서도 걸작 수준에 올라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장률의 영화언어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스토리의 예정된 인과성을 비집고 삐죽삐죽 솟아나는 감정의 기세가 강렬해서 영화의 대단원에 이르면 거의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장률의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스타일은 늘 그렇듯이 담담한 외형을 지키지만 내적 리듬의 격렬함은 그 자신의 어느 영화보다 거세다.
<두만강>은 두만강 어귀에서 북조선을 마주하고 살아가는 중국의 어느 조선족 동포 마을이 배경이다. 가난하지만 평화로운 이 마을에 북조선 사람들이 강을 넘어 탈북해 들어온다. 북조선 탈북자들에게 처음엔 동포로서 호의적이었던 중국 조선족 마을 사람들은 탈북자들이 자신들의 먹을 것을 훔치고 이런저런 해코지를 본의 아니게 저지르자 이윽고 그들을
[김영진의 인디라마] 갈수록 깊어지는 그의 영화언어에 경배를
-
<심야의 FM>을 보며 어떤 기시감을 느꼈다. 이는 단지 이 영화가 <택시 드라이버> <퐁네프의 연인들> <볼륨을 높여라> 등을 인용하거나, 좀더 넓은 맥락에서 <하이눈> <폰 부스>(러닝타임과 스토리 시간을 일치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더 팬> <미저리>(광기어린 팬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히치콕의 죄의식 3부작인 <기차의 이방인> <로프> <나는 고백한다>(자신의 욕망을 다른 인물의 행동을 통해 돌려받는다는 점에서) 등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심야의 FM>이 내게 불러일으킨 기시감은 이 작품 이전에 개봉했던 일련의 스릴러영화들, 특히 <용서는 없다>와 <파괴된 사나이>(더 넓게는 <평행이론> <악마를 보았다>) 등의 잔영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심야의 FM>은 2010년
[전영객잔] 저 밖의 괴물이 바로 나 자신이다
-
눈이 크고 목이 짧으며 왜소한 체형을 지닌 인물들의 인상은 마치 아이와 같다. 그 눈짐작은 틀리지 않을 것인데,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은 결코 어른이 되지 못하는 아이들인 ‘키르도레’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칸나미가 도착한 비행 부대 부근은 대단히 고요하고 평화로워서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부대의 파일럿들은 휴게실에서 신문을 읽거나 맥주를 마시고 때로는 드라이브 인 식당에 가서 미트파이를 먹는다. 하지만 경고음이 울려 적기의 침입을 알리면 복고풍의 전투기를 타고 나가 공중전을 치른다.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전투장면을 게임 보듯 즐기며 전쟁을 판타지로 경험한다.
<스카이 크롤러>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가 <이노센스> 이후 4년 만에 완성한 SF애니메이션이다. 롱테이크와 우아한 리듬의 촬영, 실감나는 전투장면의 재현은 일본 애니메이션 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 작품이 일본 젊은 세대
[영화읽기] 그 애달픈 비관
-
#문자 한 통
눈을 뜨고 휴대폰을 여니 문자가 4개나 와 있었다. 웬일이지. 각각 다른 발신인이 보낸 같은 내용의 문자. ‘XX 모친 숙환으로 별세. XX병원 장례식장 31호. 발인 수요일.’ 여자는 바로 여기저기에 문자를 보냈다. ‘몇시에 갈 거야’, ‘누구랑 갈 거니’. 리서치 결과 이미 출발한 사람도 있고 조금 늦게 가는 사람도 있다. 그쪽에 붙어야겠군. ‘출발할 때쯤 연락 줘’라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여자는 재빠르게 준비를 시작했다. 재빠르게 샤워, 재빠르게 물기를 닦으며 재빠르게 옷장에서 검은 긴팔 원피스를 꺼냈다. 재빠르게 옷을 훑고는, 흠 다릴 필요는 없겠군. 이건 여자가 가지고 있는 옷 중 가장 장례식에 잘 어울리는 옷이다. 사실 유일하게 어울리는 옷이다. 여자의 옷장에는 딱 두 종류의 옷밖에 없다. 하나는 말도 안되는 무대복. 앞이 팼거나, 또는 끈(?)뿐이거나, 뒤판이 없거나, 앞면이 전부 반짝이거나, 총천연색이거나, 이중 여러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거나…. 그외에
[오지은의 ‘요즘 가끔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 단편소설: 장례식장에 간 날
-
-
10월22일
고등학교 3년 내내 편지를 주고받았던 중학교 동창 Y가 실로 오랜만에 전시회를 하는데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 시사와 겹쳐버렸다. 그림은 볼 수 있겠으나 친구와 만나지는 못하게 됐다. 어젯밤만 해도 트위터 이웃에게는 침실 전구를 갈다 깨뜨렸네, 소슬바람이 창가에 불어오네 시시콜콜 늘어놓았던 내가 오랜 벗에겐 이 모양이다. 따로 예를 찾아 눈 부릅뜰 것도 없이 내가 바로 세태(世態)다. 그러니까 오늘날 사람들은 직접 살은 맞대지 않은 채 ‘연결’되기를 바라고 클럽의 멤버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가 잘 모르는 이를 선호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나를 떠나거나 상처줄 수 없으니까. 지금 세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말은 “당신에게 반대한다”, “나랑 싸우자”가 아니라 차단(block), 혹은 절연(disconnect) 같은 단어들이다. <소셜 네트워크>의 주인공인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는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낯선 이에게 드러내고 싶은 욕망
-
지난 10월17일 하노이에서 개막한 제1회 베트남국제영화제가 10월22일 막을 내렸다. 베트남국제영화제는 베트남의 민간 미디어 회사인 베트남미디어의 응유엔 빅헨 부사장의 오랜 집념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녀는 한국의 TV드라마를 수입하여 베트남에 한류 붐을 일으킨 당사자이며, 자국영화의 수출과 합작 등 세계무대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그녀가 베트남국제영화제의 창설을 꿈꾸기 시작한 것은 5년여부터다. 8500만명의 인구에도 자국영화가 연간 12편여밖에 만들어지지 않는 현실을 늘 안타까워하던 그녀는 국제영화제의 창설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약 100만달러에 달하는 전체 예산은 대부분 베트남 정부 문화체육관광부가 부담하였고, 영화제의 실질적 운영은 베트남미디어의 스탭들이 주도하였다. 심지어 개·폐막 공연 연출을 빅헨 부사장의 남편이자 감독인 응유엔 판쿠앙빈이 맡기도 하였다(판쿠앙빈의 신작 <떠도는 삶>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초
[김지석의 시네마나우] ‘동남아영화의 중심’을 꿈꾸다
-
<형사 Duelist>에서 자객 ‘슬픈눈’(강동원)은 “내 이름은, 내 이름은…”이라는 문장을 끝내 맺지 않았다. 그래도 화가 치밀진 않았다. 강동원이라는 비밀. 그는 비밀과 어울리는 배우다. 유리창의 빗물처럼, 섬세하지만 느긋하게 흘러내리는 선으로 이뤄진 그의 외양은, 담백한 음색의 우직한 말투와 기이한 불협화음을 낸다. 누군가의 깊은 계략으로 합성된 존재 같다. 요괴인간이라는 말도 떠오른다. <초능력자>의 강동원에게도 이름이 없다. 그냥 ‘초인’이다. 주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의지를 훔쳐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힘이 그가 가진 능력이다. 초인의 염동력은 눈빛으로 표현된다. “그럼 이번엔 ‘못된눈’?” 씩 웃으며 강동원이 말한다. <초능력자>의 초인은 슈퍼히어로라기보다 돌연변이다. 세상을 위해 능력을 발휘할 의사는 고사하고 자기를 밀어낸 세상과 관련을 맺으려는 의지가 없다. 그렇다고 거창한 악행을 기획하지도 않는다. 그는 인간을 멸시하며 나름의 방식
[강동원] 1%의 어떤 것
-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KBS 2TV가 8일 첫선을 보이는 월화드라마 '매리는 외박 중'(극본 인은아, 연출 홍석구.김영균)은 이중 가상결혼을 소재로 한다. 이중 결혼에다 가상이란 단서까지 붙었으니 파격의 정도가 세다.그러나 드라마는 청춘남녀가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사랑이 싹트는 로맨틱 코미디의 구조를 따른다. 그 과정에서 이중 결혼생활을 통해 결혼과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다.3일 오후 임피리얼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홍석구 PD는 "로맨틱 코미디지만 대단히 현실적이기도 하다"며 "상황의 아이러니를 통해 코미디를 추구하고 인물들의 진실을 찾아내려 한다"고 말했다.'매리는 외박 중'은 2004년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끈 만화 '풀하우스'의 원작자 원수연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배우 문근영이 주인공 매리 역을 맡아 귀엽고 발랄한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매리는 속칭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등록금을 못내 대학교를 휴학하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이중 결혼생활>
-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배우 한채영(30)이 중국 영화 '빅딜'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고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가 3일 밝혔다.
'빅딜'은 창업 전선에 뛰어든 젊은이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발랄하게 그리는 작품으로, 남자 주인공은 대만판 '꽃보다 남자'에 출연한 남정용이 맡았다.
소속사는 "'빅딜'은 중국 전역 30개 성과 300개 시 800여개 관에서 동시 상영될 예정이며 홍콩, 마카오, 대만, 일본 등 아시아와 미주 지역에서도 상영될 빅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한채영은 드라마 '쾌걸춘향'으로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pretty@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한채영, 中 영화 '빅딜' 주연
-
(도쿄=연합뉴스) 이태문 통신원 = '발라드의 왕자' 성시경이 2년 만에 일본에서 단독 콘서트를 꾸민다.
2008년 7월 입대해 지난 5월 전역한 성시경은 오는 12월 9~10일 이틀간 도쿄의 분카무라 오차드홀에서, 그리고 12일에는 오사카의 NHK오사카홀에서 '성시경 2010 콘서트 인 재팬-Sing'을 열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기쁨과 감사를 전달한다.
성시경은 2008년 2월 도쿄와 오사카에서 열린 입대 전 마지막 일본 공연에서 5천여 명의 팬들과 재회를 약속한 바 있다.
gounworld@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성시경, 2년 만에 日서 단독콘서트
-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차가운 매력을 보여줬던 배우 문근영이 발랄하고 순수한 본연의 캐릭터로 안방극장에 돌아온다.문근영은 KBS 2TV의 새 월화드라마 '매리는 외박 중'에서 두 번의 결혼을 감행하는 주인공 위매리를 연기한다.매리는 속칭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등록금을 마련못해 대학교를 휴학하고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도 삶의 희망을 잃지 않는다. 낙천적이고 밝은 캐릭터란 점에서 전작 '신데렐라 언니'의 냉정하고 이기적인 은조와 대조된다.그러나 문근영은 3일 오후 임피리얼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예전의 이미지로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그는 "많은 분들이 '다시 귀엽고 깜찍한 걸 하네'라고 보실 수도 있지만 그런 의도는 없다"며 "이번 역할도 은조처럼 제 연기의 폭을 넓히는 캐릭터"라고 강조했다."'신데렐라 언니'의 은조도 제가 기존에 갖고 있
<문근영 "예전 이미지로 돌아왔다 생각 안해">
-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문근영씨가 캐스팅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만세를 불렀어요. 너무 좋았죠."장근석이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 이어 다시 한번 뮤지션 역할에 도전한다.장근석은 KBS 2TV의 새 월화드라마 '매리는 외박 중'에서 홍대 인디밴드 보컬 무결 역을 맡아 매리 역의 문근영과 호흡을 맞춘다.3일 오후 임피리얼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장근석은 상대역 문근영에 대한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그는 "예전부터 내 나이대 배우와 같이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문근영이란 배우의 성장과정이 저와 비슷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겠다 싶어서 근영씨라면 얘기가 통할 거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근영씨도 저처럼 항상 막내였고 어려운 선배들과 함께 일해서 하고 싶었던 걸 못했던 적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처음 만나기 전에는 오만가지 얘기를 다 생각했는데 처음 만나니 막상 어색해서 얘기를 못 하겠더라고요. 회식하고 다시
<장근석 "문근영 캐스팅에 만세 불렀다">
-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134만 명이 참여한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 우승자인 허각(25)은 얼굴에 홍조를 띄고 있었다. 3일 오전 연합뉴스를 방문한 그는 언론사 방문이 처음이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몇개월 전까지 환풍기 수리를 했다던 그였기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쇄도하는 인터뷰와 방송 및 공연 등의 스케줄이 힘에 부쳤던듯 보였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우승하고 10여 일이 지났는데 하루 2-3시간 잔 것 같아요. 스케줄이 밤 9-10시에 끝나면 인천 집으로 귀가했고 새벽에 끝나면 엠넷이 마련해준 숙소에서 눈을 붙였어요."그러나 그는 이제 일련의 환경에 몸을 적응시켜야 한다. 그는 4일 첫 음반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가수로서 첫발을 내딛는다.15일 오프라인에서도 발매될 이 음반에는 조영수가 작곡한 '언제나'를 타이틀곡으로 '하늘을 달리다' '행복한 나를' '마이 하트(My Heart)' 등 '슈퍼스타K 2' 때 부
<허각 "빨리 가수의 세계 겪어보고 싶다">
-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부터 제가 김윤희 역을 할 거 같았어요. 경쟁률도 높았고, 당시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음에도 왠지 이 역할만큼은 제가 꼭 할 것 같았습니다."갓, 도포를 벗어던지고 미니스커트에 긴 웨이브 머리를 늘어뜨린 박민영(24)이 화면 밖으로 걸어나왔다.화제의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전날 끝낸 그를 3일 만났다."종방연이 오늘 새벽 5시까지 이어졌고, 마지막회가 방송된 어제도 저녁 6시까지 촬영을 했던 터라 그냥 잠시 쉬는 느낌이에요. 내일 다시 촬영장에 나가야할 것 같아요.(웃음)"지난 5개월간 남장여자 김윤희로 살아온 그는 '성균관 스캔들'의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1년여 빠져있던 슬럼프에서 보기좋게 빠져나와 새로운 각오로 새 출발선상에 서게됐다."박민영을 김윤희에 대입해 말하자면 이제 막 성균관에 입학해 신방례를 마친 것 같아요. 향후 졸업할 때까지 어떻게 잘 버티냐가 이제 숙제죠.
<박민영 "연기포기 생각할 때 김윤희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