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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넘도록 우승자가 없었던 퀴즈쇼의 누적상금은 133억5천만원이다. “어떤 천재나 또라이도” 이 퀴즈쇼의 마지막 30번째 문제를 맞히지 못했다. <퀴즈왕>은 우연히 이 인생 역전의 정답을 알게 된 사람들의 소동극이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30번째 문제의 정답을 알게 됐을까. 극중 퀴즈쇼의 프로그램 제목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만, 사실 <퀴즈왕>의 소동은 하나가 아니다. 이들이 한날한시에 모여 문제의 정답을 알게 된 그날의 사연. <퀴즈왕>의 웃음과 연출자인 장진의 묘미는 퀴즈쇼보다 이 또 다른 소동에서 더 크게 드러난다.
강변북로 한복판에서 4중 연쇄충돌사고가 일어난다. 선두로 달리던 차에 한 여자가 뛰어들었다. 앞차에 의해 ‘토스’된 여자는 뒤차로 패스됐고, 여기서 받아친 여자를 세 번째 차는 피했는데, 네 번째 차는 땅에 떨어진 그녀를 밟고 세 번째 차의 후미를 들이받았다. 차에 타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새벽의 용산경찰서 교통과에 모인다.
장진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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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CGV에서 영화 <그랑프리>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그랑프리'는 사고로 말을 잃고 좌절에 빠진 기수 서주희(김태희 분)가 새로운 경주마 탐라와 자신을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 이우석(양동근)과 함께 여기수 최초 그랑프리 우승에 도전하는 내용을 그린 드라마로 2010년 9월16일 개봉 예정이다.
[그랑프리]김태희, 피서객 앞에서 키스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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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니엘과 이민정. 누군가는 이들의 이름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냉철 지훈과 <그대 웃어요>의 발랄 정인을 먼저 기억해낼 것이다. 배우가 하나의 고정된 캐릭터로 각인되는 건 공중파에서 사랑받은 방송 프로그램들의 잘 알려진 업보니까. <시라노; 연애조작단>(이하 <시라노>)은 그래서 신기하다. 이 영화를 보며 최다니엘과 이민정에게서 지훈과 정인의 그림자를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여자 하나 제대로 유혹하지 못해 연애조작단을 찾은 어리버리한 남자와 사랑에 크게 덴 뒤 얼굴에 그늘을 드리운 여자 캐릭터는 최다니엘과 이민정을 세상에 알린 그 이미지와 정확히 반대 지점에 자리한다. “배우로서 같은 곳에 머무르는 게 가장 두렵다”는 두 TV스타에게 스크린은 기회의 대륙으로 비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민정이 <시라노>를 택한 이유는 “이 영화가 내 운명”이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다 읽었을 때 그냥 재밌다
[최다니엘, 이민정] 캐릭터 ‘완벽 변신’ 작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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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묵혀둔 시나리오 <대행업>을 토대로 만들었다.
=<코르셋>과 같이 당선됐던 대종상 시나리오 공모 당선작이었다. 그때만 해도 연애편지 쓰던 시절이었으니 지금과는 연애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연애 대행업을 하는 에이전시 있다, 그 대표의 첫사랑이었던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의뢰를 해온다라는 설정만 살렸다. 그리고 나머지 부품은 모두 요즘에 맞게 바꾸었다.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연애가 모티브다. 결국 연애 잘 못하는 남자라는 점에서 전작의 연장선에 있는 인물이다.
=난 내가 시라노의 영향을 받은지도 몰랐다. 예전에 배창호 감독님을 뵀는데, 그때 감독님이 <대행업> 시나리오를 봤다며, 시라노 스토리와 비슷하다고 하시더라. 그때 시라노의 영향을 깨달았다. 그러다 2년 전 명필름과 다시 각색을 하면서 아예 시라노를 전면에 밝히고 가자고 했다. <광식이 동생 광태>의 광식이는 명백히 <기쁜 우리 젊은날>의 안성기 선배 오마주였는
[김현석] 지난 날의 과오를 영화 통해 고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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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충무로에 로맨틱코미디가 멸종 장르가 되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드는 참이었다. 때마침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오랜만에 로맨틱코미디를 표방하고 나섰다. ‘당신의 연애를 코치해드립니다’라는 다소 낯간지러운 문구가 거슬리지만, 감독의 이름을 확인한다면 재고할 여지는 충분하다. 김현석 감독은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을 시작으로 <YMCA야구단> <광식이 동생 광태>와 <스카우트>를 연출한 전적이 있다. 야구를 말할 때도 연애를 논하던 작가다. 한마디로 연애영화에 이만한 고수가 없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김현석 감독이 그간 유지, 보수해온 멜로영화의 궤적을 새삼 확인하는 절차이자, 위험수위에 도달한 충무로 멜로 장르에 대한 예의와도 같은 영화다.
출발선에서 점검해 보자면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일단 멜로의 감정을 확 제거한 뒤 말문을 연다. 감정이 움직여야 하는 사랑도 치밀한 계산과 과학적인 접근이 있
충무로 멜로 장르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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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원작과의 승부라는 점에서 부담이 클 것 같다.
=<무적자>가 100억원대의 액션 블록버스터처럼 비쳐지는 게 가장 부담스럽다. 사실상 그 정도 규모가 투여된 작품도 아니고 액션적인 부분보다 드라마를 강조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배우의 무게감이 있다보니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영웅본색>도 지금에 와서 보자면 사실상 큰 액션신은 세 군데 정도고 전체적으로 보자면 빈틈도 많은 작품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거의 판타지처럼 각자의 가슴속에 남게 된 것 같다. 물론 나 역시 <영웅본색>의 팬이었으니 그걸 부정하는 건 아니고, 그렇게 가지게 된 기대로 인해 관객의 감상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해서다. 나는 김지운 감독과 달리 생계형 영화감독이라(웃음) 그 정도 규모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다. 거대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기대보다 탈북자의 이야기라는 드라마에 집중해줬으면 한다.
-그런 비교와 승부라는 점에서 배우들도 비슷한 중압감을 느끼리라
[송해성] 이건 정말 멜로, 남자들의 멜로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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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자>가 추석에 개봉하는 한국영화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건 분명한 사실. 과거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추억하는 성인 관객에게 ‘<영웅본색>의 리메이크’라는 수사는 어쩔 수 없이 강한 흡입력을 뿜어낸다. 물론 그것이 우려와 불안을 동시에 자아내게도 하지만 어쨌건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욕구를 견뎌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 관람 체험이 원작에 대한 애정을 더욱 강화시키건, 우리 배우에 대한 매력을 새로이 끌어내는 것이 되건, 원작의 존재 자체가 강력한 흥행 포인트가 되는 건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때맞춰 오우삼 감독이 방한해 함께했다는 사실 또한 올드팬의 향수를 자극한다.
<무적자>는 기본적으로 <영웅본색>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르되,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갈등하게 된 원작과 달리 두 형제의 애증을 탈북자의 그것으로 대체했다. 형이 어머니와 동생을 남겨두고 떠나버린 것. 혁(주진모)이 북한에 가족을 남기고 탈북한 뒤 동생 철(김강
형제의 침묵 뜨거운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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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고백 하나. <그랑프리>의 양동근을 만나러 간다니 누군가가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일렀다. 간결한 대답, 무뚝뚝한 표정, 예상지 못한 반응으로 기자들을 굴복시키는 배우라 했다. 그 말을 듣고 예전 인터뷰 자료를 찾아보니 과연 그랬다. 양동근은 “네”, “아니오”, “생각 안 나는데”, “시나리오대로 했어요”로 이어지는, 기자들에겐 악몽 같을 마의 4종 답변을 몰고 다니는 배우였다. 그러나 실제로 만난 양동근은 짐작과 달랐다. 대답은 담백했으나 짧지 않았고, 표정은 무덤덤했으나 종종 웃음도 보였다. 스스로도 “변했다”고 했다. “군대에선 육하원칙에 따라 정확하게 보고를 해야 해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습니다, 라고 말해야 하죠. 거기에 적응하다 보니 (군대에 복무했던) 2년간 많이 바뀌었어요. 이젠 한 마디 할 거, 두 마디 하려고 노력하고.”
바뀐 건 그뿐만이 아닌 듯하다. <그랑프리>는 양동근이 “영화는 함께 만들어가는
[양동근] 내가 누구? 랩하는 군필 목장집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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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파이터>나 <홀리데이>같이 선이 굵은 액션영화를 주로 연출했다. 멜로감성의 영화 연출은 다소 의외다.
=행복한 가족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던 차였다. 최근 한국영화가 센 영화 위주인 점도 있고, 개인적으로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아이리스>까지 하고 보니 좀 행복한 기운이 필요하다 싶더라. 때마침 이정학 PD가 ‘제주도 출신이니 한번 해보자’고 권유하더라. 시나리오에 아예 ‘Be Happy’라고 쓰고 시작했다. 나중에 보니 스탭들도 동근이도 다 따라 써놨더라. (웃음)
-여기수의 성장과 사랑이라니, 자칫 진부해지기 쉬운 구성이다.
=초반에 나 역시 그 점이 불안했다. 태희 역시 그런 불안을 이야기하더라. 내 성향이 워낙 익스트림한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답답한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조금 찍고 보니 가능하겠더라. 이번엔 관객이 보기에 편한 영화를 찍자는 것이 최대의 목표였다. <아이리스>를 연출하면서 연출자의 욕심이 아니라, 대중
[양윤호] 사탕키스 뛰어넘는 서커스키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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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에 무리수인 동물영화에 대한 염려는 틀리지 않았다. 국내 최초를 표방했던 경주영화 <각설탕>(2006)은 제법 야심찬 기획 의도에도 불구하고 관객 150만 동원이라는 저조한 실적에 그쳐야 했다. <괴물>과 맞붙은 대진운을 탓하기에 앞서 제작진은 동물영화가 빠질 수 있는 함정에 주목했다. <그랑프리>는 <각설탕>으로부터 4년 뒤, 다시 일어선 일종의 절치부심 후속작이다. <각설탕>의 기획과 제작을 담당한 이정학 PD가 또다시 기획했고, 그간 드라마 <아이리스>로 대중의 요구를 확인한 양윤호 감독이 <가면> 이후 연출한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각설탕>이 대중과 만나지 못했던 바로 그 지점. <그랑프리>는 바로 <각설탕>이 이루지 못한 흥행이라는 과제를 바통으로 이어받아 출발한다.
중심축은 <각설탕>과 마찬가지로 여자 기수다. 그러나 말과 인간의 교감이 주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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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혈투라 말했고, 누구는 풍성하다고 치하했다. 황금연휴를 맞아 추석 극장가를 점령한 한국영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김태희와 양동근이 펼치는 로맨틱 멜로 <그랑프리>를 비롯해 <영웅본색>의 리메이크 버전을 표방한 송해성 감독의 <무적자>, 멜로 인증 감독 김현석 감독의 집결판 <시라노; 연애조작단>, 설경구, 이정진의 액션 승부 <해결사>, 장진 감독의 재기가 빛나는 코믹드라마 <퀴즈왕>이 동시 개봉한다. 추석연휴, 다른 생각 말고 극장만 찾아도 될 화려한 구성이다. 격돌의 한가운데, 충무로인들은 지금 영화의 운명을 점치느라 바쁘다. <씨네21>이 9월9일 개봉을 앞두고 전열을 마친 다섯편의 영화를 미리 공개한다. 영화 리뷰와 감독, 배우 인터뷰, 영화의 팁까지 한꺼번에 알차게 모았다.
추석 흥행 그랑프리를 잡을 무적자가 누군지 아는 퀴즈왕 또는 해결사는 누구시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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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이탈리아영화제, 이탈리아영화감독열전, 이탈리아영화목록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제2회 뉴이탈리아영화예술제’의 흔적을 남기는 수단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화제라는 일회성 행사가 끝나면 버려지는 카달록이 아니라, 이탈리아영화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가지고 소장할 수 있는 책으로 기획되었다. 이 책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 영화세계를 일차적으로 글과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훗날 멋지게 성장할 ‘뉴이탈리아영화제’에서 이탈리아 영화를 필름으로 만나보길 희망하는 독자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책의 제 1부는 뉴이탈리아영화예술제의 프로그램을 글로서 만나볼 수 있으며, 제 2부는 이탈리아영화감독 열전으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로베르토 베니니의 글과 엮은이가 연구하면서 정리하고 있는 루키노비스콘티 감독의 자료 가운데 초기영화시절부분과 비스콘티의 글이 번역되어 있다. 제 3부 이탈리아영화목록 부분은 2000년도 이전 영화들의 시놉시스와 크레딧을 정리하였다.
[도서] 영화로 떠나는 시네마 천국 - 이탈리아 영화로 향하는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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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자>의 주연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날, 맏형 주진모가 막내 조한선에게 장난을 쳤다. 조한선은 인터뷰 이틀 뒤 훈련소에 입소했다. 서른에 뒤늦게 군에 입대하게 됐지만 그는 의외로 담담해 보였다. “당연히 가야 하는 건데 조금 늦어졌을 뿐이다. 영화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가게 돼 미안하다”는 말이 고작이었다.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거나 쓸데없는 걱정에 사로잡히거나 하지 않았다. 다만, 이제 5개월이 다 돼가는 딸아이, “불안하게 점점 나를 닮아가는” 딸만큼은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고 했다.
조한선은 입대 전 마지막 작품으로 <무적자>를 택했다. <무적자> 이전까지 8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악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연기하는 <무적자>의 정태민은 원작 <영웅본색>에서 이자웅이 연기한 아성 캐릭터를 변주한 인물. 태민은 무기밀매조직의 보스인 혁(주진모)과 그와 쌍포로 활약하는 영춘(송승헌) 밑에서 일하던 일개 조직원이었
[조한선] 숨겨진 또 다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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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우에게 <무적자>는 열탕과 냉탕을 오가는 작업이었다. 주연배우가 전부 남자인 까닭에 카메라 뒤에서는 그 어떤 현장보다 동료 배우들과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었다. 반면 슛 들어가면 그 누구보다 외로운 남자가 되어야 했다. 그가 연기한 김철은 삶의 주요 순간마다 홀로 넘어서는 남자다. 북에서 어머니를 여읜 뒤 혈혈단신으로 탈북했고, 이후 형사가 되어 아무 연고도 없는 남한사회에서 처절하게 살아남으려고 한다. ‘이 모든 게 다 친형 김혁(주진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형이 자신과 어머니를 남겨두고 탈북하지 않았더라면, 범죄 세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더라면, 출소 뒤 옛 동료였던 영춘(송승헌)과 태민(조한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김철은 형을 멀리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강우의 눈에 들어온 건 겉으로 드러나는 김철의 강한 면모였다. “이 사람이 어쩌다가 마음의 벽을 닫고 거세게 행동하는 것일까. 늘 혼자였기 때문이다. 사실 내면은 여리지만 생존을 위해 강하게 행동할 수밖에
[김강우] 냉정과 열정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