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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어느 늦은 겨울밤, 작업실에서 몇몇 친구와 함께 옹기종기 담요를 둘러쓰고 비디오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복사에 복사를 거듭한 듯 거친 화질과 음질을 구현하는 영화 한편이 시작됐다. 제목은 <시계태엽 오렌지>.
난 당시 건축과 3학년 학생이었다. 뭔가 세상은 건축을 중심으로 흘러간다고 믿었던, 혹은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시기다. 당연히 영화를 보는 시선도 그랬다. 영화의 얼개와 건축의 프로세스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고, 영화 속 공간이 설계 작업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훌륭한 영화도 언어의 장벽을 넘지는 못했다. 자막이 없었기에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고, 늦은 시각의 압박까지 겹치는 바람에 나는 초반부터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환청처럼 빗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다 문득 나는 눈을 번쩍 떴다. 갑자기 정신을 확 들게 했던 것은 바로 이 고급주택의 장면이었다. 마치 처참한 강간신을 적나라하게 보이고자 설계한 것
잠이 확 깨는 ‘화면발’의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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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를 설계할 건축학도 아리아드네를 처음으로 데려간 꿈속 공간은, 말 그대로 현실이 아닌 꿈속, 즉 가상공간이라는 기대답게 중력을 무시한 엄청난 도시로 표현된다. 아리아드네에게 설명하는 ‘펜로즈의 계단’뿐만 아니라 ‘킥’, ‘토뎀’, ‘투영체’와 같은 용어까지, 아니 ‘미로’라는 단어까지, 이 영화는 여태껏 상상하지 못했던 가상공간적 볼거리로 기대감까지 갖게 한다. 그러나 총상당한 피셔를 위해 다시 한번 꿈의 아래 레벨로 간 곳, 바로 코브가 부인 멜과 함께 50년 동안 만들었다는 도시는 사람이 배제된 적막감으로 사이버 이미지를 만들 뿐이다.
사실 도입부에서 그려진 꿈이라는 가상공간은 전제된 상상력답게 그 가능성만을 제시했을 뿐이다. 현실보다 오히려 더 현실적이 되어버린 설원 요새까지의 가상공간은 언뜻 사이-파이(Sci-Fi)영화에서 흔히 봐왔던 무중력을 호텔 복도에 펼쳐 놓았을 뿐이고 사이토를 구해와야 할 림보와 같은 매력적인 공간표현마저 너무도 평이하게 그려졌으니 말이다.
사이버 스페이스의 진화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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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랜 기억 속의 첫 <샤이닝>은 굉장히 어두운 영화였다. 몇 차례의 비디오 카피의 결과물이 낡은 프로젝터의 뿌연 조도를 통해 영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호텔 오버룩의 엘리베이터에서 쏟아져나오는 피가 복도를 가득 채우는 장면은 정말 어둡고 검게 느껴졌다. 잭이 도끼를 들고 아들 대니를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쫓아가는 미로공원의 장면은 너무 어두워 스테디캠의 존재감만 겨우 느낄 수 있는 새까만 장면이었다. 그 이후 다시 보게 된 좋은 화질의 <샤이닝>은 시각적으로 그리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오버룩 호텔의 곳곳은 귀신이 나타날 때도 일상적이고 사실적인 조명 아래서 플랫하고 일상적인 모습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밝은 조도의 영화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에게 <샤이닝>은 아주 어두운 공간감을 보여준 영화라고 기억된다. <샤이닝>은 요즘의 공포영화들이 과도한 어둠을 통해 표피적인 어둠을 추구하는 데 비해, 어떤 외부의 소음도 차단된 적막의 고립
텅빈 호텔이 토해내는 지독한 고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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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산수는 회화사에서 주로 간송학파를 중심으로 널리 회자되어 온 것이지만, 진경건축이나 진경영화라는 단어는 생소하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실제 컨텍스트를 창작의 배경으로 삼는 태도를 가리키는 데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는 듯하다. 그런데 과연 여기서 진경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지도 않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는 것을 우리 시대의 대표적 진경 창작인인 봉준호 감독이 <마더>에서 또 보여줬다.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도시라면 으레 있을 법한 산비탈의 한 동네. 감독의 전작인 <플란다스의 개>에서의 아파트처럼 하나도 특이할 것 없는 장소다. 하지만 장소와 스토리가 갖는 관계의 수상한 점성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높아만 간다. 도준 엄마에게 진태가 한 말, “동네가 이상해. 꼭 연극 무대 같아”는 그 끈끈함에 대한 결정적 표현이다. 그리고 사건의 단서 또한 좁은 골목길에서 불편하게 붙어 있는 건물간의 교차하는 시선 속에 존재한다. 결국 그 이야기는,
모든 동네에는 전설이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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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2회를 맞이했다. 11월11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영화를 통해 건축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국내외 현대 건축의 흐름을 소개하고자 마련됐다. 건축은 사회와 역사, 문화와 자연, 그리고 인간을 하나로 어우르는 매개로 존재한다. <씨네21>은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제시한 건축과 스크린의 상관관계를 영화 속 공간과 캐릭터로 규정해 보았다. 영화라는 허구의 세계. 스크린 속 공간은 이 가상의 세계를 현실화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편이다. 공간을 분석하는 순간, 캐릭터는 프레임 안에서 실제의 인물로 둔갑한다. 영화 속, 인물이 존재하는 각각의 점들을 연결하는 순간, 그를 규정할 이유가 생기는 것은 물론, 그의 행동, 그의 사정을 모두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거대한 도시도, 거리의 풍경도, 건축물도, 또 가상으로 만든 미래의 모습도 모두 영화 속 공간에 봉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크린 속에 구현된 공간에 관한 좋은 예는 무엇일
프레임 안에서 탄생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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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김병규 기자 = KBS이사회가 수신료를 월 2천500원에서 3천500원으로 1천 원 인상하는 안을 의결하면서 이제 수신료는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 심의를 남겨두게 됐다.KBS는 22일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수신료를 통해 연평균 2천92억 원의 추가 수입을 얻게 된다고 소개하고 "건전한 재정을 확보해 공영성을 강화하고 디지털 전환 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이번 인상안은 현재 40% 안팎인 광고 비중을 그대로 둠으로써 경기 회복과 KBS의 광고 영업에 따라 이 분야 수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특히 KBS가 올 상반기 1천억 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상안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수도 있다.이에 대해 KBS는 "통상 하반기에 예산 집행이 집중되는 구조라 상반기 흑자만으로 1년 손익을 판단할 수 없으며, 디지털 전환 작업에 5천500억 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소
KBS 수신료인상에 디지털전환 ‘주력’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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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가수 조성모가 탤런트 출신 구민지와 결혼한다고 23일 밝혔다.두 사람은 오는 27일 오후 6시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3년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조성모 측은 "두 사람은 최근 양가 상견례를 마치고 차분히 결혼 준비를 했다"며 "결혼식은 양가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치러진다"고 말했다.조성모는 구민지와 2007년부터 교제를 시작해 3년간 사귀면서 주위의 부러움을 샀던 것으로 전해졌다.1998년 '투 헤븐(To Heaven)'으로 데뷔한 조성모는 지금껏 1천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며 정상급 가수로 활동했다.예비 신부인 구민지는 탤런트로 한때 광고 모델로 활동했으나 연기 활동을 접고 의류디자인을 공부해왔다. 결혼 후에는 내조에 전념할 것으로 알려졌다.조성모는 아내를 위해 직접 작사한 '온리 유(Only you)'를 26일 발표하고 결혼식에서 이를 선보인다.mimi@yna.co.kr(끝)<연합뉴스
조성모, 27일 탤런트 출신 구민지와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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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장면마다 협력하려는 자세에 매료됐어요. 장동건 씨로부터 상대방을 배려하고 인내하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다음에도 장동건 씨와 작품을 해봤으면 좋겠네요."할리우드 여배우 케이트 보즈워스는 22일 영화 '워리어스 웨이'의 언론시사회가 끝나고 나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즈워스는 영화 홍보차 3박4일 일정으로 21일 내한했다. 영화는 12월 2일 개봉한다.보즈워스는 슈퍼맨 리턴즈'(2006)에서 주인공 클라크가 사랑하는 여인 로이스 레인 역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워리어스 웨이'에서는 장동건의 상대역인 말괄량이 마을처녀 린 역을 소화했다.'워리어스 웨이'는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제작자 배리 오스본이 제작하고 '샤인'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제프리 러쉬 등이 출연한 영화다. 제작비만 5천200만달러가 들었다.압도할 만한 무력으로 최고의 전사가 된 남자(장동건)는 직업(살수)에 회의를 느
“장동건 연기 시샘날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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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아시아계 힙합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가 마카오에서 열리는 '2010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이하 MAMA)에 참석한다.엠넷은 22일 "파 이스트 무브먼트가 28일 마카오에서 열리는 MAMA에 참석한다"며 "파 이스트 무브먼트 외에 일본의 퍼퓸, 케미스트리, 중국의 장걸, 아이미 등 글로벌 스타들이 만드는 공연을 다양하게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파 이스트 무브먼트는 재미교포 출신인 제이 스플리프(정재원), 프로그레스(노지환)를 주축으로 멤버 4명 모두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이뤄진 힙합그룹으로 싱글 '라이크 어 지 식스'(Like A G6)가 지난달 22일과 29일 2주 연속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했다.okko@yna.co.kr(끝)<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
파이스트 무브먼트, ‘MAMA’ 무대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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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김장훈과 싸이의 합동 공연인 '완타치 2010'이 국내 최대 티켓예매 사이트에서 콘서트 예매 순위 1위를 휩쓸었다.다음 달 23-26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총 6회에 걸쳐 5만5천석 규모로 열리는 '김장훈 싸이의 완타치 2010'은 티켓예매 오픈 3주 만인 22일 인터파크 '콘서트 랭킹'의 일간ㆍ주간ㆍ월간ㆍ연간 예매순위 1위를 싹쓸이했다.두 가수의 소속사는 "지난해 12월 3만2천석이 팔려나간 '완타치' 서울 공연이 인터파크 창사 이래 단일 공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번엔 이 수치를 가뿐히 갱신했다"며 "이미 3만5천석은 팔려나갔고 이달 말 매진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이처럼 빠른 예매율은 김장훈의 연출력과 두 사람의 팀워크가 관객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두 사람은 '완타치'란 타이틀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총 18개 도시를 돌며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지난 5월
김장훈, 싸이 ‘완타치’ 콘서트 예매순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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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J, 美 쇼케이스 종료..내년 초 음반발매27-28일 올림픽주경기장서 10만명 규모 공연(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동방신기 세 멤버로 구성된 그룹 JYJ(재중, 유천, 준수)가 미국 3개 도시 쇼케이스를 마쳤다. 동원 관중은 2만명에 달한다.JYJ는 현지시간 12일 뉴욕, 14일 라스베이거스, 1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글로벌 데뷔 음반 '더 비기닝(The Beginning)' 발매를 알리는 무대를 선보였다.국내에서 지난 10월 발매된 이 음반은 미국에서는 아이튠즈를 통해 지난 18일 음원이 공개됐으며 내년 초 그린 데이, 린킨 파크 등이 소속된 미국 음반사 '워너 브라더스 레코즈'를 통해 발매될 예정이다.당초 이번 미국 쇼케이스 투어는 유료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JYJ가 미국 공연 비자를 받지 못한 까닭에 무료로 열렸다.JYJ의 에이전트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22일 "미국에서 공연을 거듭할수록 팬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음반에 프로듀서로 참
JYJ, 美 쇼케이스 종료..내년 초 음반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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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멤버 류화영을 영입해 7인조로 재편한 여성그룹 티아라가 오는 29일 두번째 미니음반을 발표한다.음반에는 이-트라이브, 신사동호랭이, 최규성 등의 유명 작곡가들이 참여했다.티아라는 신보 발매 전인 23일 엠넷닷컴과 곰TV를 통해 두번째 미니음반의 타이틀곡 두곡 중 한곡인 '왜 이러니'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한다.김도훈과 이상호가 공동 작곡한 '왜 이러니'는 화려한 일렉트릭 기타와 중독성 있는 베이스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경쾌한 복고풍의 팝 댄스곡이다.소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는 22일 "류화영은 혼성그룹 남녀공학 멤버인 류효영과 쌍둥이 자매"라고 소개한 뒤 "인디언 콘셉트의 중세풍 이미지로 변신한 티아라가 다음 달 3일 KBS 2TV '뮤직뱅크'를 통해 첫 무대를 선보인다"고 말했다.mimi@yna.co.kr(끝)<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저작권자(c)연합뉴스.
7인조 변신 티아라, 29일 새 음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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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만화] <초능력자> 시간을 멈추는 초능력을 갖게 된 남기남씨
[정훈이만화] <초능력자> 시간을 멈추는 초능력을 갖게 된 남기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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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제작환경에선 개인적인 영화를 만드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진다. 장르영화의 장점이라면 장르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가 진짜 말하고 싶었던 내용을 밀반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웃음) 나는 <렛미인>의 스웨덴 원작 소설과 영화 모두를 보면서 뱀파이어 이야기 안에 담긴 청소년기의 고통과 보편적인 고독을 느꼈다. 나는 <렛미인>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었다.”(맷 리브스) 제작 당시부터 찬반양론을 일으켰던 할리우드 버전 <렛미인>이 드디어 공개됐다. <클로버필드>로 호러스릴러의 총아가 된 맷 리브스가 과연 이 시적이고 내밀한 뱀파이어 성장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영화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맷 리브스는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원작과 무척 닮은 듯하지만 많이 다르기도 한 할리우드 <렛미인>의 주요 특징들을 살펴본다.
리메이크의 운명은 언제나 잔인하다. 특히 할리우드에서 거대 예산으로 빅스타를 고용하여 만든 리메이
레이건 시대 미국의 서늘한 공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