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과에 가다. 진료실의 액정TV는 7년째 24시간 뉴스채널에 고정돼 있다.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세계에 만연한 재앙과 분쟁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곧 닥칠 치료의 통증쯤은 티끌만도 못하다는 기분이 든다.
※<네버 렛미고>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3월19일
정처없이 흘러다니는 우리의 시선은 아름다움과 마주치면 정박한다. 아름다운 사물, 아름다운 사람은 그에게 닿기까지 소요된 모든 응시를 표류로 만들어버린다. 애초부터 그를 보기 위해 두눈이 존재하기라도 한 것처럼. 루키노 비스콘티의 <베니스의 죽음>에서 주인공 구스타프 폰 아셴바흐(더크 보가드)의 눈은 꽃다운 소년 타치오(비요른 안드레센)를 부단히 뒤따른다. 패닝(panning: 고정된 카메라의 가로 방향 움직임)의 끝은 언제나 타치오로 정해져 있다. 확고한 표적을 향해 헤엄쳐가는 아셴바흐의 시선 앞에는 지중해 풍광도 산마르코 광장의 전망도 거추장스런 암초에 불과하다. 늙은 사내의 주책이 민망하다고? 영화의 교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아무리 애를 써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
확실히 전작들에 비하면 결말이 던져주는 묵직함이 덜하다. 감정의 파고를 표면에 드러내지 않고 차분한 시선으로 설득력있게 잡아내는 솜씨는 여전하지만, <밀리언 달러 베이비>나 <그랜 토리노>처럼 응축시켜 폭발시키지 않는다. 보기에 따라선 심심하고 밋밋할 수도 있는 엔딩. <히어애프터>의 어딘지 비어 있고 밀도 낮은 이야기는 잔잔한 가운데 늘 일렁거리는 에너지를 빡빡할 만큼 채워두었던 전작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단지 호흡을 고르는 거장의 조용한 한 걸음이라 위안 삼아도 좋고, 전혀 수정하지 않았다는 피터 모건(<더 퀸>과 <프로스트 vs 닉슨>의 작가) 각본의 영향 탓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저 고용감독의 위치에 충실했을 뿐이라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래기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참으로 단단하다. 특유의 안정감있는 연출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가 단순히 고통의 극복, 죽음을 통한 삶의 긍정,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영화읽기] 죽음은 삶을 발견한다
-
<웨이 백>은 하나의 도전으로 보인다. 사선을 넘나드는 강제노동수용소 수형자들의 생사를 건 탈출이라는 다분히 관습적인 장르 서사를 기저에 깔고 있는 <웨이 백>은 탈주 장르 특유의 드라마틱한 여정을 앞머리에 내세우지 않는다. 피터 위어는 거대한 허전함을 느끼게 하는 절제를 통해 폭력의 역사 뒤로 밀려난 존재의 비의를 매우 예외적인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무려 7년의 시간을 보낸 노장의 컴백작이 동유럽의 불우한 과거사를 배경에 깐 스펙터클 서사시라는 것도 의외지만 그의 기개가 시간의 풍파에 마모되지 않았다는 것이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웨이 백>을 통해 위어는 단지 데이비드 린풍의 서사극적인 유장함을 재연하고 싶었던 것일까.
<웨이 백>에서 피터 위어의 야심은 아득한 고비사막의 광활함만큼이나 장대하다. 호주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맛보았던 감독의 신작이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내셔널 지오
[전영객잔] 탈주의 끝에서 무엇을 보았나?
-
(도쿄=연합뉴스) 이태문 통신원 = "죽을 힘을 다해 윤희를 연기하다 보니 나 자신도 많이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도전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인기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당찬 남장여자 김윤희를 열연해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박민영이 27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일본 매스컴과 릴레이 인터뷰를 소화하며 작품의 매력을 알렸다.이번 인터뷰는 일본 타이틀 '도키메키☆성균관 스캔들'(공식사이트 tokimeki-t.jp)로 4월20일부터 쓰타야(TSUTAYA) 에서 DVD대여 개시와 이틀 뒤인 22일 DVD박스 발매를 기념해 마련된 것으로, 테레비도쿄를 비롯해 '여성자신'과 '한류피아' 등 15개 매체가 참여해 차세대 한류 여배우 박민영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이 자리에서 박민영은 "시대를 건강하게 바꾸려고 하는 맑은 정신은 언제나 존재했는데, 이 드라마는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하는 왕과 청춘들의 이야기다"며 "여자이기 때문에
<박민영 "윤희 연기로 성숙..도전에 의미">
-
-
(도쿄=연합뉴스) 이태문 통신원 = "시놉시스를 보니까 비중이 적어 처음에는 속상했는데, 그래서 오히려 치열하게 연구했고 존재감 있게 보이고 싶었습니다."인기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여림 구용하를 열연해 큰 인기를 얻은 배우 송중기가 27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일본 매스컴과 릴레이 인터뷰를 소화하며 작품의 매력을 알렸다.이번 인터뷰는 일본 타이틀 '도키메키☆성균관 스캔들'(공식사이트 tokimeki-t.jp)로 4월20일부터 쓰타야(TSUTAYA) 에서 DVD대여 개시와 이틀 뒤인 22일 DVD박스 발매를 기념해 마련된 것으로, 테레비도쿄를 비롯해 '여성자신'과 '한류피아' 등 15개 매체가 참여해 한류스타 송중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송중기는 먼저 구용하에 대해 "무조건 화려해야 했다. 의상이 다양하고, 화려하고 얼굴이 예쁜 것도 전부 콤플렉스를 숨기고 싶은 용하의 내적 심리 표현의 도구였다. 화려하게 표현하려고 평소에 안 끼는 반지
<송중기 "치열한 연구로 용하 존재감 표현">
-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배우 김민준이 5월11일 시작되는 KBS 2TV 로맨틱 코미디 '식모들'에 출연한다.
앞서 성유리와 정겨운이 캐스팅된 '식모들'에서 김민준은 할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그림 덕에 부유하게 살지만 순수함과 밝은 심성을 잃지 않는 캐릭터다.
MBC '친구' 이후 2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김민준은 28일 "모처럼 밝고 유쾌한 캐릭터로 컴백하게 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김민준, KBS '식모들' 출연
-
<천녀유혼> 리메이크작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장국영과 왕조현의 슬픈 사랑으로 기억되는 <천녀유혼>은 <영웅본색>이나 <천장지구>만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신조협려 2006>(TV)을 비롯해 <포비든 킹덤: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2008)를 통해 ‘여신’으로 떠올랐던 유역비가 왕조현이 연기한 섭소천으로 변신하고, 첸카이거의 <매란방>(2008)에서 여명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던 여소군이 장국영이 연기한 영채신을 맡는다. 거기에 오마가 연기했던 퇴마사의 비중이 늘어 고천락이 그를 맡아 중요한 변화의 축이 될 예정이다.
제작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과거 <황비홍> 시리즈를 촬영했으며, 최근 <명장>(2007), <8인: 최후의 결사단>(2008) 등을 촬영한 중화권 최고의 촬영감독 황악태가 참여했고, 무엇보다 <살파랑>(2005), <도화선>
[엽위신] 전설적 영화 리메이크, 부담보단 영광이다
-
[정훈이 만화] <옹박:마지막미션> 무술인으로 이 정도 고통쯤이야...
[정훈이 만화] <옹박:마지막미션> 무술인으로 이 정도 고통쯤이야...
-
달달한 것이 필요했다. 절제하는 마음 같은 것은 고이 접어 책상 맨 아래 서랍에 넣어두고, 마냥 혈당수치를 높이고 싶은 마음. 요 몇달간 책과 뉴스를 보며 인류의 미래를 너무 고민했더니(내 미래가 더 큰일이다!) 머릿속에 ‘달달한 것’ 빼고는 아무 단어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여기서 잠깐. ‘달달한 연애담’이란 무엇인가. 사랑 이야기도 계절을 탄다. 예컨대 한스 에리히 노삭의 <늦어도 11월에는>은 비극적인 멜로드라마다. 치가 떨릴 정도로 아름답다! 비극이 사람 마음을 홀린다는 말을 알 수 있다. 낙엽지는 가을에(제목에 명기된 시기쯤 읽으면 된다) 어울리고, 사운드트랙으로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같은 곡이라도 들었다가는, 슬픔에 취해 다음날 숙취를 느끼기 십상이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혹은 누구 하나가 죽는 사랑에 대한 처연한 아름다움을 그리는 소설은 주로 명작으로 꼽히지만, 그와 반대로 주인공들이 알콩달콩 시시덕거리기 좋아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여친 미소’를 지어보아요
-
영화에서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주인공이 멋있어 보일 때가 종종 있다. 특히 보이스 레코더는 주인공을 준비된 자세와 깊은 생각을 가진 인물로 그리는 데 일조하는 중요한 영화적 장치. 탐정 수사물에 주인공이 독백처럼 보이스 레코더에 대고 말을 하며 등장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실 영화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보이스 레코더는 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디지털 기기다. 저널리스트는 물론 학교, 혹은 메모가 생활화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필수품. 물론 최근 유행하는 스마트폰에도 녹음 기능이 있지만 전문적인 보이스 레코더와 비교할 것은 못된다. 삼성에서 새롭게 출시한 보이스레코더 VP2는 1.1인치 컬러 LCD를 가졌으며 11.9mm의 두께를 가진 슬림형 제품이다. 당연히 항상 휴대해야 하는 특성상 작은 크기는 기본 덕목. 우선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좌우에 2개씩 총 4개의 마이크가 장착되어 아주 공격적인 디자인을 완성하고 있다. 보이스 레코더라는 타이틀을 가진 제품답게 녹음 관련
[디지털] 작지만 강하다
-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한 경찰들의 플래시라이트 ‘맥라이트’를 떠올려보자. 물론 ‘캐리 앤 모스’의 공중 뛰어 발차기에 모두 날아가버렸지만 그래도 플래시라이트의 대명사는 맥라이트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LED 라이트가 득세하고 다양한 브랜드의 플래시라이트가 등장하면서 맥라이트의 명성은 예전 같지 않았다. 물론 맥라이트에서도 절치부심하고 있었다. 맥라이트 LED 라인업을 갖추었고 기존 맥라이트에 사용할 수 있는 LED 교환 전구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시장성을 지키기엔 최근 플래시라이트의 조류와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맥라이트의 상징성이라 할 수 있는 D사이즈 배터리가 들어가는 두꺼운 몸체는 실용성 면에서 한계가 있었다(6D-CELL 모델의 그 거대한 몸체를 생각해보라). 특히 소형에 성능 뛰어난 플래시라이트군이 집약된 고급형 플래시라이트 시장에서 맥라이트는 거의 퇴출당하는 듯한 분위기. 물론 맥라이트가 쉽게 주저앉을 브랜드는 아니었다. 새롭게
[디지털] 스마트한 플래시라이트의 등장
-
기억 속의 마쓰 다카코는 언제나 대학 신입생이다. 한국 관객에게 그녀를 알린 <4월 이야기>에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생머리의 소녀는 발목까지 닿는 긴 치마를 펄럭이며 하얀색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를 누볐다. 그래서 <4월 이야기>는 처음으로 집을 떠난 여성의 호기심과 설렘을 포착한 작품인 동시에 복학생 남자 선배들의 판타지에 가까운 영화였다. <4월 이야기> 이후 마쓰 다카코 대신, 아오이 유우나 미야자키 아오이 등 일본의 또 다른 여배우들을 마음에 담았던 관객이라면, <고백>의 그녀가 낯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딸을 죽인 살인범들을 응징하려는 어느 여교사의 복수극을 그리는 이 영화에서 그녀의 눈가는 다크서클로 뒤덮여 있다. 장장 30분에 이르는 오프닝 동안 마쓰 다카코는 생기없는 표정과 감정이 사라진 말투로 자신의 슬픔과 분노를 털어놓는다. <고백>은 이야기가 다루는 소재뿐만 아니라, 어떤 배우가 젊은 시절 선사했던 추억
[마츠 다카코] 풋풋했던 여대생에서 창백한 복수의 여신까지
-
“말도 못하는데 노래는 제대로 하겠나.”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미 시스터즈 데뷔에 대한 관계자들의 우려는 이런 것이었다고 하는데, 과거 장기하와 얼굴들의 백댄서 시절부터 독립한 지금까지 이들의 지향은 유머라 일러주는 언급이다. 그녀들은 그렇게 말이나 노래가 아니라 단순하고도 진지한 퍼포먼스로 무대를 연출했던 이색 캐릭터였고, 장기하와 ‘합의이혼’ 뒤 본격적으로 입을 열긴 했으나 무언가 감추고 있던 대단한 실력자는 아니었음이 마침내 판명됐다. 전설을 운운하는 제목부터 이른바 ‘허세 쩌는’ 데뷔 앨범은 노래방에서 마이크 잡고 노래하듯 성급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일에 집중하고, 밴드와 프로듀스 이력이 있는 기량의 연주자와 전문가를 ‘반주자’로 만들어버린다. ‘고고’나 ‘그룹사운드’ 같은 오래된 개념들을 소환하는 미미들의 사운드는 먼 옛날 신중현이 펄 시스터즈를 통해 이룬 꿈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미미들이 복원한 과거는 엄격하거나 무겁지 않다. 김창완, 크라잉넛, 서울전자음악단 같은
[추천음반] ≪미안하지만… 이건 전설이 될 거야≫
-
김학선 웹진 ‘보다’ 편집장 ★★★
“나쁘지 않다”란 말은 말 그대로 나쁘지 않은 평가지만 그 대상이 더 스트록스일 때는 좀 다르다.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데뷔 앨범 ≪Is This It?≫과 끊임없이 비교되고 그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더 스트록스라면 말이다. ≪Is This It?≫의 업보는 이번 새 앨범에서도 계속된다. 나쁘진 않지만(혹은 괜찮지만), ≪Is This It?≫보다는 못하다.
최민우 음악웹진 [weiv] 편집장 ★★★
더 스트록스의 신보에서 관심이 가는 부분은 이들이 2001년 데뷔작 ≪Is This It?≫ 시절의 활력을 되찾았느냐 하는 것이다. 첫 싱글 <Under Cover Of Darkness>가 바람몰이를 잘해서 기대를 했지만 공개된 전체 결과물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한때 트렌드를 선도했던 밴드의 근작으로서는 실망스럽고, 전작 ≪First Impressions Of Earth≫보다 약간 나은 정도다.
[hot tracks] 데뷔작의 활력은 영영 이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