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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시즌에 특정한 노래나 영화, 혹은 책이 새삼스럽게 인기를 모으는 건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1년 중 단 하루라도, 다른 때 같았으면 유치하다고 웃어넘겼을 단어들이 갑자기 실감나게 피부에 와닿는 순간은, 이날 하루만이라도 핑계삼아 순해지고 착해지고 싶은 의지다. 사랑과 평화, 용서와 관용과 축복, 그런 단어들. 올해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의 개막작이었던 <크리스마스 스타!>는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한 안성맞춤 영화다.
연인 제니퍼(애슐리 젠슨)는 할리우드로 떠났다. 한때 연기자의 꿈을 불태우던 폴(마틴 프리먼)은 이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아무 의욕없는 삶을 살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너무너무 하기 싫은 학교 성탄극까지 연출해야 한다. 그러다가 별 의미없이 충동적으로 튀어나온 거짓말. 이 공연을 보러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온다는 폴의 거짓말이 온 마을에 퍼지면서 학교와 마을은 난리가 난다.
물론 크리스마스를 싫어할 수도 있다. 12월 내내 거리를 환하게 밝히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한 안성맞춤 영화 <크리스마스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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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역시 차태현이다. 기대 이상이 없는 반면 예상을 벗어나지도 않는다. 이 편안한 인상의 배우는 자신의 강점과 한계를 명확히 알고 있는 듯하다. 연기 변신에 대한 강박이 심한 한국영화계에서 ‘잘하고 싶은 것’ 대신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님에도 그는 관객이 예상하고 원하는 딱 그만큼을 틀림없이 제공한다. 덕분에 그가 출연한 영화에는 언제나 전작들의 그림자가 따라다녔다. 관객의 기대를 만족시키며 축적된 그의 변함없는 이미지는 이제 영화를 고르는 하나의 기호로 작동하는 중이다. <헬로우 고스트>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아니,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차태현’이란 배우가 축적해놓은 모든 장점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이 영화는 한국 코미디영화의 모범 답안과 공식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기댈 곳 하나 없는 고아로 성장한 상만(차태현)은 죽는 게 소원이다. 지긋지긋한 외로움을 끝내고 싶은 그는 약도 먹어보고
자살을 위한 귀신들의 소원 들어주기 <헬로우 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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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예술영화전용관 하이퍼텍나다(이하 나다)가 개관한 지 10주년을 맞아 잔치판이라도 벌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나다를 후원하고 있는 동숭아트센터의 김옥랑 대표와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영화사 진진의 김난숙 대표가 얼마 전 나다를 정리하려고 했다고 고백한다. ‘하이퍼텍나다’하면 대학로 문화의 최정점에 위치한 공간이라는 인상 때문이었을까. 단 한번도 나다가 없어질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두 대표의 고백을 들었을 때 혼란스러웠다. 하이퍼텍나다가 개관한 2000년부터 인연을 맺은 김옥랑, 김난숙 대표를 동숭아트센터에서 만나 ‘하이퍼텍나다의 10주년’에 관한 소회를 들었다.
-하이퍼텍나다가 올해로 10주년이다.
=김옥랑 지난 10년 동안 힘들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앞으로 나갈 일을 생각하면 막막한 기분이다. 그만큼 힘들다는 거다.
=김난숙 사실 얼마 전 극장 운영이 중단될 뻔했다. 김옥랑 대표께서 ‘10년 동안 하이퍼텍나다만의 독특한 지점을
[김옥랑, 김난숙] 예술영화관의 위기, 함께 극복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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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생인 마틴 랜도는 말 그대로 할리우드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 그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 <미션 임파서블>의 원작 TV시리즈인 <제5전선>(1966),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터커>(1988)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또렷이 드러냈다. 팀 버튼의 <에드 우드>(1994)는 꼭 언급해야 할 그의 출연작. 60살이 훌쩍 넘었을 때 출연한 이 영화에서 랜도는 왕년의 드라큘라 전문 배우 벨라 루고시를 연기한다. 영화 속 벨라 루고시는 약물중독에 빠진 기괴한 캐릭터. 기름한 얼굴에 큰 입을 가진 랜도의 드라큘라는 벨라 루고시의 드라큘라만큼이나 강렬하다. 노년의 로맨스영화 <러블리, 스틸>에선 순진한 랜도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고 순진무구하게 설레하는 랜도의 표정은 그의 나이를 무색게 한다. 20대 때 신문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한 적 있는 랜
[now & then] 마틴 랜도 Martin Land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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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말이죠. 대체 뭐가 그리 탐나서 자꾸 지구를 침공해대는 겁니까 당신들은.
=우리가 처음도 아닌데 왜 저를 걸고넘어지세요.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SF팬들도 조금 착각하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영화 역사적으로 봐도 지구를 전면적으로 공격하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사실 그리 많지 않아요. 어쩌다 하나씩 뚝 떨어져서 사냥이나 하다가는 영화는 있어도 말이죠.
=어머나. 그런가요? 하긴 옆동네 행성에서 지구를 침공했다가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딱 세번 들어봤네요. 한번은 컴퓨터 바이러스 때문에 실패하고, 또 한번은 감기 바이러스 때문에 실패하고, 또 한번은 뭐래더라, 알고 보니 지구의 ‘물’이라는 액체가 치명적인 독인 줄 모르고 실패했다던가…. 바보 같은 놈들. 하여간 그 행성 놈들은 말만 번지르르하고 평소에도 제대로 하는 게 없었죠.
-그러게나 말입니다. 제대로 연구조사 좀 진득하게 한 뒤에 침공하든가 말이지.
=그래서 우리는 다른 방법을 택했습니다. 섬광으로 인간들을 다
[김도훈의 가상인터뷰] 월세도 못받는 지구 침공의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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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시내 중심에서 지하철을 타고 불과 대여섯 정거장만 더 가서 내리면 별세상이 펼쳐진다. 동방의 어느 도시에 온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히잡을 쓴 치렁치렁한 차림의 아낙네들. 콧수염을 한 아랍, 터키계 남자들이 거리를 가득 채운다. 아랍 과자점과 야채가게의 간판의 글씨는 터키어나 아랍어다. 이곳은 바로 노이쾰른. 독일 이주민 통합 논쟁의 진원지다. 전체인구 30만명 중 이주민이 12만명으로 이주민 비율이 3분의 1을 넘어섰다. 베를린 지역 중 저소득층 인구와 이주민 비율, 범죄율이 높아 문제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독일은 이주민 통합 논쟁이 뜨겁다. 지난 9월 베를린 시정부 재정부담당관이자 전 독일 연방은행의 이사장 틸로 자라친이 쓴 <독일은 자멸하고 있다>라는 책으로 불붙기 시작한 이 논쟁은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최근 앙겔라 메르켈 총리(기민련)는 “다문화는 실패했다”고 선언하며 이주민 문제에 대해 불편한 정서를 드러낸 보수층 표심을 얻으려 안간힘을 쓰고
[베를린] 다문화의 다이내믹함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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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제 심사위원직은 상당히 꺼리는 편이고 최고 영화 선정 투표 같은 데는 섣불리 참여하지 않는다. 심사위원직을 맡지 않는 이유는 다른 심사위원들이 대개 영화의 영화적 질은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혹은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그들의 결정이 갖는 역사적 중요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최고 영화 선정 투표에 끼지 않는 이유는 투표하는 사람들의 게으름과 상상력 부족으로 언제나 같은 감독들의, 이미 잘 알려진 영화들만 선정 목록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두 가지 일을 주로 하며 경력을 쌓아온 내 동료들에겐 미안하지만, 왜 이런 일을 굳이 한단 말인가? 그러나 최근, 나는 슈팅 스타 2011의 심사위원도 하고 타이베이 금마장영화제의 중국어 최고 영화 100편 선정 투표에도 참여했다. 양쪽 다 흥미진진한 경험이었다.
슈팅 스타는 함부르크에 자리잡은 유럽영화진흥협회(EFP)가 주관하고 매년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진행하는 연례행사로, “미래의 스타”로 꼽힌 열명의 배우가 언론과 대중에게
[외신기자클럽] 놀랍도다, 풍요로운 중국영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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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만화] <투어리스트> 부산 기차여행을 결심한 남기남씨
[정훈이만화] <투어리스트> 부산 기차여행을 결심한 남기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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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연말 극장가에 작지만 내실 있는 영화들을 소개하는 기획전들이 이어진다.영화사 진진은 오는 23일부터 1월12일까지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 행사를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나다에서 연다.올해 개봉한 영화 중 화제작을 비롯해 지난 10년간 개봉된 영화 중 주목할 만한 영화 등 모두 29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올 개봉작 중에서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엉클분미'와 각본상 수상작 '시'를 비롯해 '하하하' '옥희의 영화' '대부 ⅠㆍⅡ' '시리어스 맨' '예언자' 등 19편이 포함됐다.하이퍼텍나다 개관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간 개봉한 영화 중 각계 인사들이 추천하는 추천작 10편도 함께 볼 수 있다. 코언 형제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 등이 포함됐다.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오는 28일부터 내년 1월12일까지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한겨울의 클래식'전을 연다.에른스트 루비치의 '모
<연말연시 작지만 알찬 영화 기획전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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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절친한 두 가수인 강수지와 원미연이 합동 콘서트를 개최한다.이들은 오는 21-23일 대학로에 위치한 문화공간 '이다'에서 '사랑의 듀엣 콘서트-연탄과 쿠키'라는 타이틀로 무대에 오른다.두 사람은 관객 1명당 연탄 1장을 구매해 연탄은행에 기부하고, 직접 만든 쿠키를 관객에게 판매한 수익금도 같은 곳에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연탄과 쿠키'라는 공연 부제를 붙였다.강수지는 연탄 기부에 대해 "최근 몇몇 사회봉사단체들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이웃돕기 운동이 위축됐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불우한 이웃의 따뜻한 겨울나기에 도움이 되고자 1천장의 연탄 기부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2000년 부산 공연 이후 오랜만에 함께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이번 무대에 연탄은행 봉사자들도 초대한다. 관람료 5만원, ☎ 02-762-0010.mimi@yna.co.kr(끝)<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강수지ㆍ원미연 합동 공연..'연탄과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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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현빈이 SBS TV 주말극 '시크릿 가든'의 OST 중 백지영이 불러 인기를 얻고 있는 '그남자'를 직접 부른다.'시크릿 가든'의 OST 제작사 어치브그룹디엔은 20일 '시크릿가든' OST 파트4에 현빈이 부른 '그남자'를 비롯해 윤상현이 부른 '히어 아이 엠(Here I am)', 가수 요아리의 '나타나' 여자버전, 가수 정하윤의 '유 아 마이 에브리씽(You are my everything)'이 수록된다고 밝혔다.제작사는 "드라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현빈이 바쁜 촬영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OST에 참여하게 됐다"며 "현빈의 OST 참여로 '시크릿 가든' OST의 흥행에 가속도와 무게감이 더해지게 됐다"고 기대했다.'시크릿 가든'의 인기에 힙입어 백지영이 부른 '그남자' '그여자'와 김범수의 '나타나', 포맨 신용재의 '이유' 등 드라마의 OST들이 각종 음원 차트를 장악하고 있다.pretty@yna.co.kr(
현빈, SBS '시크릿 가든'서 '그남자'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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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무시무시하다. 추격 장면을 위해 차량 50대를 동원했다. 그중 20대는 완파됐다. 13대의 카메라는 다양한 앵글로 배우와 차량의 움직임을 담았다. 나홍진 감독의 두 번째 영화 '황해'(黃海) 이야기다.황해는 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다. 관객 500만명을 동원한데다 국내 영화에 스릴러 열풍을 몰고 온 '추격자'의 세 주역이 함께 뭉쳤기 때문이다.김윤석, 하정우라는 걸출한 배우와 함께 젊고 패기만만한 나홍진 감독은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2시간 36분에 이르는 대작을 만들어냈다.과연 '추격자'의 감독다웠다. 지루하지 않은 드라마,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배우들의 연기는 '황해'를 손색없는 상업영화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선뜻 엄지까지 올라가지는 않는다. 왜일까?아내를 남한에 보내기 위해 거액의 빚을 진 구남(하정우). 남한에 가 송금을 하기로 한 아내는 감감무소식이고, 택시 운전으로는 6만 위안을 갚을
<새영화> 볼거리 풍부한 '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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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배우 김주혁의 매니저 이름은 김광태다. 즉각적으로 김주혁이 주인공을 맡은 영화 제목이 떠오른다. <광식이 동생 광태>. 김현석 감독이 매니저 김광태의 이름에서 제목을 떠올린 건 아니다(광태는 <YMCA야구단>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류광태’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배우 김주혁과 그의 매니저 김광태가 더욱 인연이라 할 만하다. 김광태 매니저는 김주혁을 비롯해 유준상, 김태희, 문근영, 김강우, 신세경 등 수많은 배우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 나무엑터스의 팀장으로, 2005년부터 지금까지 5년 동안 김주혁의 파트너로 활동했다. 매니저 생활을 한 지 10년이 되는 내년으로부터 한달 앞둔 그는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매니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중학교 시절 친구가 고 장진영씨의 매니저였다. 25살 때인가, 제대하자마자 그 친구의 소개로 당시 대형 매니지먼트사였던 ‘싸이클론’에 입사했다. 친구가 둥글둥글한 내 성격을 눈여겨본 것 같다.
[프로페셔널] 뭐니뭐니해도 성실성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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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드라마 <매직키드마수리> 출연 당시 또래 사이에서 엄청난 스타였다.
=연기가 너무 좋은데, 마냥 편하게 생각하다보니 그냥 습관적으로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열세살 때 처음 그런 생각을 했고, 열다섯살 때 연기를 쉬기로 결정했다. 그전엔 몰랐던 사소한 일상을 맘껏 즐겼다. 앞으로 연기하는 데 필요한 보물을 많이 축적해놓은 기분이다.
-<살인의 추억> 엔딩신에서 송강호와 대화하는 소녀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봉준호 감독님이 촬영분을 보여주시면서 “말할 때 눈썹 움직이지 말아봐”라고 하시는데, 깜짝 놀랐다. 나한테 그런 버릇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고, 누구도 그걸 지적해준 사람이 없었다. 원래 엔딩신은 지금 엔딩신과 달랐다. 봉 감독님이 현장에서 송강호 선배와 함께 계속 상의하더니 결국 송강호 선배가 카메라를 쳐다보는 걸로 바꿨다. 그 장면을 카메라 뒤에 서서 지켜봤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배우의 전부가 아니구나, 이렇게 소통하면서
[who are you] 정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