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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시작한 뒤 처음 받는 상이라 주변 사람들이 나보다 더 좋아하더라.” 12월17일 서울독립영화제2010 폐막식에서 ‘독립스타상’을 수상한 <혜화, 동>의 배우 유다인의 소감이다. 가장 연기를 잘한 배우에게 주어지는 상이라 어깨에 힘 좀 들어갈 법도 한데, 유다인은 “영화를 다시 보니 잘한 것보다 못하고 아쉬운 게 먼저 보인다”는 자평으로 말을 아낀다. 다만, 무뚝뚝한 아버지가 수상 소식에 활짝 미소를 보인 일만큼은 기분이 좋다고 한다.
<혜화, 동>에서 유다인이 맡은 역할은 ‘혜화’로, 꺼내기가 쉽지 않은 과거를 안고 살아가는 20대 초반의 여성이다. 인물의 얼굴을 화면 가득히 담는, 클로즈업숏 촬영이 많은 <혜화, 동>에서 유다인의 얼굴은 곧 영화의 정서였다. 고등학생 때 사랑하는 남자(유연석)의 아이를 혼자서 낳게 된 가슴 아픈 사연도, 세월이 흘러 죽었다고 생각한 자신의 아이가 또 다른 가정에 입양됐다는 사실도, 오갈 데 없는 유기견을
[유다인] 독립영화 스타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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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각종 결산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참석했던 영화진흥위원회 주최의 좌담회 또한 2010년 한국영화산업을 결산하기 위한 자리였다. 투자, 배급, 제작, 극장, 부가시장 분야의 참석자들은 각 분야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가며 한해를 정리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기획·개발, 제작, 투자를 아우르는 ‘제작 환경’이었다. 2000년대 중·후반 영화 투자가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자본난이 본격화됐고 이에 따라 제작 환경이 대폭 악화됐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 제작비를 줄이기 위한 투자사의 압박 속에서 올해 (10억원 미만 영화를 제외한) 상업영화의 평균 순제작비는 마침내 20억원대까지 내려왔다. 이로써 제작비에 ‘거품’과 ‘누수’가 가득했던 과거에 비해 효율성이 커졌고 수익률 또한 약간 상승했지만, 이 과정에서 스탭을 비롯한 영화인들의 노동환경과 임금은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쟁점은 이러한 과도기적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였다. 투자
[에디토리얼] 안녕, 당신과 나의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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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훈련 강행 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세게 나가면 북한이 항상 꼬리를 내린다”고 강경대응을 자화자찬했다. 곧바로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에는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성탄트리가 불을 밝혔다.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선전활동을 중지하기로 한 남북 합의 뒤 7년 만이다. ‘심리모략전 조준격파’를 공언해온 북한을 자극하는 경거망동이다 싶지만, 이미 현병철 위원장이 버티는 북한인권위, 아니 국가인권위가 대북 전단 살포를 권고하고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한 마당에 특정 종교집단이 ‘이때다’ 뛰어든들 뭔 대수랴 싶은 생각도 들었다. 상시적 불안은 이렇게 사람을 자포자기하게 만든다. 동해에서는 일정을 앞당겨 함대기동훈련을 시작했다. 아, 리얼 버라이어티 막장이다.
북한이 꼬리를 내린 건지 감춘 건지 속단할 수 없다. 우리가 이번 긴장을 무사히 넘긴다면 ‘3대가 나라를 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분이 유독 비판에는 예민한 성정의 소유자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군 통수권자로서 우왕좌왕한다는 지적에 심
[오마이이슈] 서투른 도시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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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전선의 최전방, 애기봉 야구장입니다. 매년 성탄절을 맞이하여 열렸던 통일 기원 야구경기가 지난 7년 동안 트리 조명탑 사정으로 개최되지 못하다가 ‘복지구단’ 선언으로 주목받고 계신 MB구단주의 특별한 지시로 점등식을 갖고 다시 열리게 되었습니다. 아~ 긴장된 순간입니다. 관중들 역시 긴장하고 있습니다. 언제 북측에서 축포(!)를 조준사격할지 모르니 말입니다. 후덜덜. (…) 경기 시작 시간이 훨씬 지났습니다. 연평도에서 사격 혹은 타격 훈련까지 마친 남측의 ‘여의도 순복음스’ 선수들은 모두 경기장에 나와 3km 떨어진 곳을 연고로 하는 북측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명도 경기장에 보이지 않네요. 조명탑 전기료가 아깝네요.
서울시장배 전국 초등학교 축구 리그 경기를 보시겠습니다. 서울유스팀과 경기유스팀의 대결입니다. 서울유스팀은 구단주 오세훈 시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유력한 우승 후보입니다. 경기도 유스팀도 이에 못지않습니다. 2011년부터는 유스팀 선수들이 친
[신두영의 시사중계석] 자연산 활어로 체력보충하는 안상수 선수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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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눈을 감으면, 나우시카처럼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를 완성시키는 음악가 히사이시 조가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지난 11월부터 시작된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2011년 1월18일부터 19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나우시카처럼 눈을 감고 바람 계곡의 선율을 느껴보자.
2.해돋이는 이곳에서
한국에서 가장 멋진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은 동해다. 특히 강릉에서는 경포호, 정동진, 주문진, 안목, 모산봉, 남항진 등 6곳에서 해돋이 행사를 개최한다. 애인없는 남자들도 함께 모여 소원을 말해봐. 소녀시대 같은 애인이 생긴다는 보장은 없다만.
3.디터 람스의 디자인 10계명
산업디자인계의 전설인 독일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디자인을 소개하는 <Less and More-디터 람스의 디자인 10계명> 전시회가 12월17일부터 대림미술관에서 시작됐다. 람스가 지난 40여년간 디자인한 400점의 끝내주는 물건들을 만날 수 있다.
4.마음은
[must10] 눈을 감으면, 나우시카처럼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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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장관의 12월은 상당히 바쁜 편이다. 지난 12월8일에는 2010 세계태권도한마당 개막식, 9일에는 ‘예술가의 집’ 개관식, 14일에는 홍천 육군 3기갑여단 방문, 15일에는 국립나주박물관 기공식, 같은 날 저녁에는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활동 방문이 이어졌다. 세밑을 보내는 장관의 스케줄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으로도 보이지만, 영화인과의 잦은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눈에 띈다. 유인촌 장관은 지난 12월21일, 영화인과의 간담회를 마련했다. 김태균, 양윤호, 김용화 감독, 이태헌 오퍼스픽쳐스 대표, 김수진 비단길 대표, 고윤희 작가, 박현철 촬영감독 등 15명의 영화인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유인촌 장관은 “2011년 1월 한달 동안은 영화계의 현안을 알아보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고 공언했다. “당분간은 다른 건 안 하고 영화만 붙들고 가볼까 합니다. 현장을 찾아가 스탭들을 직접 만나서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보고 스탭 인건비, 투자환경
[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장관님, 남은 임기가 얼마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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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 0…. “0석.” 판매완료의 순간. 그 순간을 영화제 기간 동안 수차례 겪으면서도 매번 0이라는 숫자의 짜릿함과 우리 영화제가 선정한 작품에 대한 뿌듯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줬다. 한 작품이 2번 연속 매진을 기록하는가 하면 동시간대의 두 작품이 함께 매진되기도 했다. 그런 순간마다 “네가 고생이 많다”며 기분 좋은 쓰다듬을 받는 듯했다. 내가 그 티켓을 다 사들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기분 좋은 판매완료의 순간이 또 있었으니 바로 이번 영화제 기념품 중에서 가장 야심차게 준비한 ‘라이터’의 판매완료 순간이다. 라이터에 예쁜 옷을 입히기 위한 계획이 세워졌고 그 옷을 재단하는 역할이 하필이면 내게 주어졌다. 왜 1박2일이나 걸렸는지 아직도 의문스러운 그 일이 이번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나의 다크서클을 깊게 드리우게 한 일 중 하나였다. 당당한 포스로 부스에 모습을 드러낸 라이터는 그의 미친 존재감으로 결국 부스에 모습을 드러낸 지 이틀 만에 품절이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감추
[충무로 신세대 팔팔통신] 판매완료, 짜릿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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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앞두고 독립영화 제작사, 배급사들이 2011년 상반기 개봉예정작을 내놓았다. 인디스토리는 1월에 유준석 감독의 <귀신소리찾기>를 시작으로 2월에 서울독립영화제2010에서 3관왕을 차지한 민용근 감독의 <혜화, 동>, 3월에 장률 감독의 신작 <두만강>, 4월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인권프로젝트 <시선 너머>, 5월에 노홍진 감독의 <개같은 인생>을 차례로 선보인다.
독립다큐멘터리 전문배급사 시네마 달은 1월에 정호현 감독의 <쿠바의 연인>을 비롯해 3월에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을 다룬 김성균감독의 <꿈의 공장>, 5월에 서울독립영화제2010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태일 감독의 <오월愛>를 개봉한다.
한편, 키노아이는 3월에 양영희 감독의 <디어평양2: 선화, 또 하나의 나>(가제)와 양영철 감독의 <수상한 이웃들>, 4월에 김영진 감독의 <꿍따
<오월愛> <혜화, 동>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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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의 말버릇 중 하나는 가까운 대상을 3인칭화하는 거다. 친형을 그 형이라 표현하고, 자신의 출연작을 꼭 남의 영화처럼 말한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4살배기 아들 칭찬도 웬만해선 하지 않는, 객관적인 사람이다. 배 아파 낳은 건 아니지만 수개월 고생하며 찍은 영화를 냉정히 평가하는 모습은 마치 배우가 아닌 연출가 같다. 길게 늘어지는 에피소드가 편집에서 잘리자 “난 잘릴 줄 알았다”고 말하고, 초반에 힘이 달리는 코미디에 대해서는 “관객이 초반 10분 정도 적응하기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길게 적응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해 영화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차기작 <챔프>에 대해선 “전형적인 상업영화”라 말하길 서슴지 않는다. 차태현은 의외로 주관이 뚜렷하지만 감정은 에둘러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차태현은 조금씩 제 영역을 확보해갔다. 흥행에선 계속해서 쓴맛을 봤지만 1년에서 1년 반마다 꾸준히 작품에 출연했다. 시나리오도
[차태현] 아낌없이 주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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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0일
경험있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은연중에 깨닫는 사실. 배우에게 있어 외모의 매력은 균형 잡힌 아름다움이 아니라 아름다운 불균형에서 나온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려고 애쓴다면 조형적 불완전함을 변명 따위 첨부되지 않은 자족적 아름다움으로 느끼도록 하는 막무가내의 설득력이야말로 비범한 배우의 요건이다. 현실적으로는 그 역도 성립한다. 우연히도 표준형 미모를 타고난 배우라면 그 안에 잠재된 균열과 일그러짐을 노출하는 순간 몇배나 아름다워진다. 단, 많은 미남 배우들이 누아르와 갱스터 장르의 작품을 선택하며 기대하는 바와 달리 일부러 거칠게 꾸민 분장이나 ‘망가지는’ 캐릭터는 대다수의 경우 이와 같은 도약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어이없지만, 결국 우리가 희구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움이다. 고작? 송강호 배우가 선배 문성근의 말을 인용했던 인터뷰가 기억난다. “조직에서 교육받고,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이 잃어버린 얼굴이 있다. 배우의 일은 그 잃어버린 얼굴들을 찾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전전긍긍, <도약선생>의 마지막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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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가 유럽에 비해 이른바 비주류권 영화의 환경이 미흡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교육, 제작, 배급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그러하다. 다큐멘터리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아시아에서는 1989년에 출범한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일본) 정도가 아시아의 다큐멘터리를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다큐멘터리영화제였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아시아에서 다큐멘터리의 환경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각종 다양한 미디어 창구의 확산이 그 첫 번째 요인이기는 하지만, 다큐멘터리와 관련된 인적 자원이 늘어난 때문이기도 하다.
1989년 인권과 환경 보전의 일환으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시작한 인도의 매직 랜턴 파운데이션은 2004년부터 특정 주제의 다큐멘터리영화제를 기획, 운영하고 있다. 2004년과 2005년에는 인도 뭄바이와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서 ‘다른 세계는 숨쉬고 있다’(Other worlds are breathing) 란 주제의 다큐멘터리영화제를 개최하였고, 2
[김지석의 시네마나우] 아시아, 다큐의 신대륙으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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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이후 포토저널리즘에는 피사체에 냉정하게 거리를 취하는 사진들이 나타난다. 피사체에 대해 판단을 중지하는 바람에 의미가 흩어져 쓸모없어진 이 사진들은 저널리즘의 밖으로 나와 '예술'이 된다. 데드팬 역시 세계에 대해 정치적, 도덕적 입장을 취하는 게 난폭하게, 구차하게, 혹은 역겹게 느껴지는 시대의 사진적 증언이리라.
몇년 전 천안의 한 갤러리에서 접한 토마스 루프의 초상사진들. 짓궂게 표현하자면, 일반인의 여권 사진을 대형포맷으로 확대해 미술관 벽에 걸어 놓은 모양이었다. 인물들의 무표정한 얼굴도 차가웠지만, 애초에 대형포맷으로 찍은 사진이라 너무 날카롭고 선명한 나머지 보는 이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듯했다. 이 독특한 효과, 그 극도의 썰렁함을 '데드팬'(dead pan)이라 부른다는 것, 그리고 이게 그만의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데드팬'은 오늘날 출판이나 전시의 맥락에서 수용되는 사진의 주도적 양식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수사법으로
[진중권의 아이콘] 스산함의 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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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 운행이 중단된다. 복선전철이 생기면서 사라질 노선 수요에 맞춘 운행 계통의 합리적인 변화. 하지만 그 구간에 사연이 있는 지인 몇은 아쉬운 감정을 토로한다. 웬만하면 마실보다는 방 안 가부좌를 선호하던 나로서는- 대학생 때 그 흔한 강촌 MT도 사절했었다- 딱히 얽힌 추억이 없는데도 덩달아 아쉽다. 요새 들어서 슬슬 역마 기질이 생기기 시작, 이제 조금씩 작은 여행의 묘미를 알아갈 참인데 열차계의 성문기본이 없어지다니…. 비유하자면 고전영화 나들이에 늦은 취미를 들이자마자 시네마테크 예산 끊어지는 꼴이랄까.
복고 비유가 나온 김에 통일호를 타던 추억으로 타임 워프(애매한 시차를 체감시켜드리기 위해 서론은 길어진다). EBS가 KBS 제3TV이던 초등학교 시절, 극장관람은 수년에 한번 있는 이벤트, 심야의 TV영화는 교육상 금물, 게다가 딴 집보다 늦게까지 흑백 브라운관을 고수한 탓에 스머프가 파란 인종임을 친구의 색연필 케이스를 보고 알 정도, 따라서 천연색을 온전히 인지
[윤성호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외할머니,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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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KBS 2TV '도망자'의 외주제작사가 배우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아 말썽이 되고 있다.22일 KBS와 연예계에 따르면 '도망자'의 외주제작사 도망자에스원문전사는 비, 이나영, 이정진, 윤진서 등 배우들에게 출연료를 많게는 단 한 회도 지급하지 않았다.이에 이나영의 소속사 키이스트는 이달 초 서울중앙지법에 도망자에스원문전사를 상대로 출연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키이스트는 "이나영 씨는 '도망자'의 출연료를 단 1회분도 받지 못했다. 그간 제작사가 수차례 지급을 약속했지만 종영된 후까지도 지급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KBS 관계자는 "제작사는 당초 예상보다 수익이 빨리 들어오지 않아 일부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했고, 돈이 들어오면 일단 조단역부터 먼저 출연료를 지급하다보니 주로 주연급들이 출연료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이어 "제작사에서는 조만간 해외에서 큰 계약이 성사될 예
'도망자' 외주제작사, 출연료 미지급 말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