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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임권택 감독을 만났다. <달빛 길어올리기>에 대해 질문해야 할 것들이 더 남았기 때문이다. <천년학>(2007) 이후 ‘101번째 영화’라는 깊은 울림에 답하는 <달빛 길어올리기>는 그 스스로 ‘신인감독의 심정으로 만든 영화’라고 말하는 작품이다. 100이라는 숫자를 채우고 난 다음 박중훈이라는 배우와 드디어 조우했고, 무엇보다 거장의 첫 번째 디지털영화라는 점에서도 질문하고 싶은 것들은 많다. 게다가 수많은 화려한 카메오들의 면면을 보자면 그 101번째라는 기념비를 축복하는 우정의 영화 같은 느낌도 든다. 영화 속 한지와도 같은 임권택 감독과의 만남은 지난 화요일(3월8일) 늦은 저녁 자택에서 이뤄졌다. 이미 시사회를 끝낸 다음날, 새로운 시도를 담아낸 자신의 새 작품에 쏟아진 호의적인 평가들에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씨네21>을 향해서도 “너무 밀어주기식으로 그러면 안되는 거 아뇨”라고 웃으며 그는 조용히 찻잔을 들고 정성껏 답을
‘천년 가는 영화’를 마음으로부터 길어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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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옛날에…”로 시작하는 동화들의 공통점은, 비현실과 상징으로 가득 찬 세계가 배경이 된다는 점과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교훈으로 끝맺는다는 점이다. 이야기에 늘 목이 마른 할리우드가, 마녀와 요정이 등장하고 왕자와 공주가 사랑하고 인어가 사람이 되는 이야기를 보고, 결말에 숨겨진 교훈보다는 환상적인 표면에 집중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최근 이 경향은 (동화가 원작은 아니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라푼젤> <마법사의 제자> 등 판타지 장르로 둔갑한 일련의 영화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첫편의 메가폰을 잡았던 캐서린 하드윅 감독의 신작 <레드 라이딩 후드>도 이 트렌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늑대를 늑대인간으로, 소녀를 로맨스가 가능한 성년의 여자로 변형시킨 이 영화는, <빨간 두건>이라는 잘 알려진 유럽의 전래 동화를 할리우드적 상상력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본 결과물이다.
영
성숙한 빨간 두건의 핏빛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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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스피치>는 과연 오스카 작품상을 받을 만한 영화인가. 불만 섞인 목소리가 없지는 않으나, 오스카가 다시 제 정체성을 찾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영국의 왕 조지 6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 <킹스 스피치>는 장애를 극복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자 두 남자의 신분을 넘어선 우정, 그리고 역경을 이겨낸 영웅의 이야기다. <킹스 스피치>의 작품상 수상이 못마땅한 이들도 영화가 전하는 감정의 깊이, 그리고 콜린 퍼스의 연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을 듯 보인다. 또한 오스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화라는 평가도 당연할 것이다. 영국에서 가장 많은 놀림을 당했던 왕자가, 가장 많은 존경을 받은 왕이 되기까지의 사연에는 웃음과 감동뿐만 아니라 지도자의 자질에 관한 질문까지 포함돼 있다.
<킹스 스피치>의 문을 여는 건 한대의 라디오 마이크다.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그의 풍채는 보는 이들을 압도할 만한 크기로 비친다. 가글, 입안 소독, 발음
장애를 극복한 한 남자의 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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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배우 소지섭과 한효주가 멜로영화 '오직 그대만'에 출연한다고 투자배급사 쇼박스㈜미디어플렉스가 15일 밝혔다.
어두운 과거 때문에 링에서 내려왔던 복서 철민(소지섭)이 시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정화(한효주)를 만나 운명적 사랑에 빠지고 목숨을 건 경기를 하는 이야기다.
'깃' '마법사들' 등을 연출한 송일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오직 그대만'은 이달 말 촬영에 들어가 올가을 개봉될 예정이다.
kimy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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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ㆍ한효주, 멜로영화 '오직 그대만'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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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킹스 스피치'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콜린 퍼스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스토커'에 출연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과 미국 일간 LA타임스 등이 보도했다.데일리 메일과 LA타임스 14일자 인터넷판은 퍼스가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니콜 키드먼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출연했던 미아 와시코우스카 등과 함께 박찬욱 감독의 미스터리물 '스토커'에 함께 출연한다고 전했다.'스토커'는 아버지의 사망 이후 갑작스럽게 나타난 삼촌과 맞닥뜨리게 된 소녀 인디아와 인디아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퍼스는 베일에 가린 삼촌 역을 맡았고 인디아의 어머니와 인디아 역으로는 각각 키드먼과 와시코우스카가 나온다. 미국 인기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연 웬트워스 밀러가 시나리오를 썼다.영화는 올 여름께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LA 타임스는 전했다.buff27@yna.co.kr(끝)<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콜린 퍼스, 박찬욱 감독 신작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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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코리아 디지털사업본부(Warner Bros. Digital Distribution)는 전세계 6조 5천억원 흥행 수익을 만들어 낸 판타지 영화의 최강자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을 3월 15일에 한국에서 가장 먼저 VOD(Video On Demand,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안방극장에서 만나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VOD 서비스에는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헤이맨과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의 인터뷰 영상(9분50초), 영국 출신의 실제 쌍둥이 형제로서 해리포터의 둘도 없는 친구인 위즐리 형제에 관한 특별 영상(3분36초), 볼트모어를 대적 할 유일한 해리포터를 위해 죽음을 맞이한 도비라는 캐릭터에 대한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왓슨 등 주요 출연진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인터뷰 영상, 소품제작을 담당한 삐에르 보하나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소품과 관련된 이야기(5분20초), 이번 작품에 새로이 등장한 캐릭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 3월 15일, 한국에서 가장 먼저 VOD 서비스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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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최양일은 피끓는 남자다. <피와 뼈>(2004)와 <수>(2006)는, 이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변한 게 없다는 선지처럼 질퍽질퍽한 증거였다. 그런데 3월17일 개봉하는 <카무이 외전>(カムイ外伝)은 거대 제작사 쇼치쿠가 참여한 만화 원작의 블록버스터 닌자활극이다. 닌자들이 CG의 도움을 받아 계곡을 튀어오르고 CG 바다 위에서는 CG로 만든 상어들이 득시글거린다. 최양일은 타협했는가? 대답부터 내놓자면, 아니다. 시라토 산페이가 60년대 내놓은 <카무이전>과 <카무이 외전>은 특유의 유물론적인 사관으로 인해 전공투 세대의 바이블처럼 여겨졌던 만화다. <허리케인 조>를 읽은 60년대 일본 젊은이들이 “하얗게 불태웠어”라는 야부키 조의 마지막 대사를 읽고 눈물을 흘리며 권력에 반기를 들었던 것처럼 그들은 <카무이전>에서 에도시대의 권력과 투쟁하던 천민계급을 자신들과 동일시했다. 이쯤 되
[최양일] 피 끓는 60년대의 공기를 전하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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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을 위한 맞춤형 남자. 미스터 다아시의 신화는 없다. <킹스 스피치>의 ‘조지 6세’는 왕이 될 만한 자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겁 많고 소심하며 말더듬이 증상까지 있는 나약한 한 인간. 왕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연기하면서 콜린 퍼스는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자신의 연기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는다.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올 오스카 남우주연상은 아카데미 점치기의 주요 안건이 아니었다. <킹스 스피치>에서 말더듬이 왕 ‘조지 6세’를 연기한 콜린 퍼스는 응당 수상자로 분류됐다. 지난해 <싱글맨>의 ‘동성애자 교수 해리’가 수상 문턱에서 제프 브리지스(<크레이지 하트>)에게 자리를 내줬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영국 왕 조지 6세라는 역할의 영향이 컸다. 2차대전의 포화 속에서도 영국 국민을 독려했던 강단있는 지도자는, 영국 국민에겐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로 여전히 현재하는 그들의 역사였다. “이제 우린 배우가 되었다!
[콜린 퍼스] 차도남 이미지는 No 괴짜 캐릭터는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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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의 인기가 시들해진 요즘, TV에선 권투경기 한번 보는 것이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게임의 세계에선 가슴 뜨거운 남자들의 대화가 현재 진행형이다. 사용자의 게임패드를 뜨겁게 달구었던 <파이트나이트 라운드2>의 후속작, <파이트나이트 챔피온>이 등장했다.
잘나가던 권투선수 안드레 비숍이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들어간 것이 시작이다. 교도소에서의 피튀기는 잔혹한 맨손 격투, 교도소에서 살아남아 출소 뒤 아마추어 경기부터 챔피언에 이르기까지 <파이트나이트 챔피온>은 언디스퓨티드를 시작으로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거쳐 <록키>로 마감하는 인생역전 피눈물나는 권투 스토리다.
이미 전작에서 명성을 떨쳤던 사실적인 그래픽은 더욱 디테일하고 좀더 쉬운 조작감으로 해서 게임 플레이는 쉬워졌다. 다만 난이도는 조금 보강된 편. 전작까지 없었던 스토리 모드는 단순한 권투 게임을 성장형 시뮬레이션 게임의 경지까지 올려놨다.
[디지털] 알리, 타이슨 한판 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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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는 좋은 제품이다. 하드웨어의 완성도나 경쟁기종이 따라오지 못하는 OS의 우수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런 아이패드도 문제는 있었다. 한손으로 들고 사용해야 하는 사용성을 갖추었지만 무겁다는 것. 멀티태스킹이나 아이튠즈의 구속성과 같은 원론적인 문제도 있지만 핵심은 항상 무게였다. 아이패드는 좋은 제품이지만 아이패드만으로 채워질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사실 아이패드2가 등장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뉴스는 ‘이제 애플의 재기넘치는 제품은 나오지 않는 건가?’ 이런 체념의 와중에 스티브 잡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척했고 병색이 완연했다. 그래도 그의 청바지와 스웨터, 자신감 넘치는 키노트는 그대로였다. 아이패드2의 등장이었다.
아이패드2는 딱 ‘2’의 공식에 들어맞는 제품은 아니다. 외형의 분위기는 아이패드 그대로. 일단 스펙을 보자. CPU는 (당연히) A5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도입했다. 듀얼코어의 사용으로 멀티태스킹, 1080p의
[디지털] 아이폰4보다 얇고 아이패드보다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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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 더 시티>의 첫 번째 극장판에서 가장 재미있던 순간 중 하나는 (물론 이 영화에 진짜 재미있는 순간이란 게 있기나 한가는 둘째치고) 사만사가 ‘80년대 히트곡’ CD를 들고 와 캐리의 아파트에서 틀어젖히는 장면이었다.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네 아줌마들의 레트로 음악 취향에 눈물을 흘리며 ‘내 청춘도 돌려다오’ 동의한 분들이 계신다면, ≪리멤버(REMEMBER) 1980~2010≫은 당신을 위한 컴필레이션이다. 유니버설뮤직이 보유한 팝 히트곡을 연도별로 모은 이 시리즈는 모두 10개의 CD에 담긴 80년대 컴필레이션을 시작으로, 90년대는 3월10일, 2000년대는 5월 중 발매된다. 2000년대를 벌써 회고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만 80년대와 90년대는 근사하다. 90년대 시리즈의 진수는 역시 그런지다. 사운드 가든의 >Black Hole Sun> 과 위저의 >Buddy Holly> 를 거쳐, 카운팅 크로즈의 >Breakin’ A
[추천음반] ≪리멤버(REMEMBER) 198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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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웹진 ‘보다’ 편집장 ★★★
이 앨범이 ≪Kid A≫를 대신해 2000년에 발표됐다면 더 많은 얘기가 됐겠지만 이미 11년이 지나버렸다. ≪Kid A≫ 이후 11년 동안 라디오헤드(와 톰 요크)는 몇장의 앨범을 더 냈고, 그래서 이 앨범은 더이상 특별하게 들리지 않는다. 톰 요크의 솔로 2집처럼 들리는 이 앨범에 특별히 더 할 얘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난한, 그리고 새롭지 않은 소품 모음집.
최민우 음악웹진 [weiv] 편집장 ★★★
급작스럽게 발매된 이 신보는 ≪Amnesiac≫ 이후 밴드의 작업을 톰 요크의 솔로 프로젝트였던 ≪The Eraser≫처럼 소화한 음반 같다. ‘밴드’ 음악이라기보다는 최면적인 루프와 앰비언트 사운드를 내세운 전자음악에 더 가깝다. 인상적인 순간들이 있지만 이것이 우리가 ‘라디오헤드’에게서 원했던 음악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고, 긴장감도 떨어진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아케이드 파이어와 카니예는 사운드의 층을 두
[hot tracks] 라디오헤드의 그림자가 만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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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9일까지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출연 브래드 리틀, 김준수, 정상윤, 윤공주, 전동석, 이해리, 홍륜희, 김태훈 등 / 02-501-7888
가수 조성모의 <아시나요>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7초간의 장면. 한국 병사와 베트남 소녀의 애절한 눈빛에서 뮤지컬 <천국의 눈물>은 탄생했다. 3년여의 제작기간과 1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브로드웨이 무대를 겨냥한 대작이다.
작품의 중심은 프랭크 와일드 혼의 파워풀한 음악. 1부 마지막, 하얀 안개가 나선형으로 소용돌이치는 블랙홀 속으로 준을 포함한 병사들이 빨려들어간다. “들리나요 사랑하는 내 마음, 아주 멀리 있다 해도 그대 곁에 있다는 것을 믿어요.” 사랑하는 여인 린을 남겨두고 전쟁터로 떠나는 준의 사랑의 맹세 <들리나요>(Can you hear me?) 노래장면. <지킬앤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에 이은 또 하나의 히트 넘버가 탄생했다. 이 장면은 뮤지컬 <
[공연] <천국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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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이 출판사별로 새로이 간행된 덕분에 기억 속에 잠자고 있던 좋은 책을 다시 읽게 되곤 한다. 이번주에는 그렇게 읽은 책이 <아Q정전>이었다. <아Q정전>은 알려진 바대로 아Q와 그가 살아가는 사회(신해혁명 전후의 중국)를 그린 소설인데, 다시 읽고 보니 예전에는 단순한 기인 열전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즈음 어딘가에 <폭풍의 언덕>과 <백치> <키다리 아저씨> <올훼스의 창>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죄와 벌>과 함께 범벅이 되어 있던 <아Q정전>은 어딘가 ‘어둠의 광시곡’ 같은 분위기의 사운드트랙을 등에 업고 펄 벅 여사의 대륙풍 서사와 비슷하지만 좀더 궁상맞은 분위기의 무엇이었는데, 다시 읽고 보니 완전히 다른 소설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아Q라는 이가 주인공인데 사실 아Q의 정확한 이름이 무엇인지는 ‘정전’(正傳)을 기록하겠다고 나선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이 남자를 다시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