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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녀유혼> 리메이크작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장국영과 왕조현의 슬픈 사랑으로 기억되는 <천녀유혼>은 <영웅본색>이나 <천장지구>만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신조협려 2006>(TV)을 비롯해 <포비든 킹덤: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2008)를 통해 ‘여신’으로 떠올랐던 유역비가 왕조현이 연기한 섭소천으로 변신하고, 첸카이거의 <매란방>(2008)에서 여명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던 여소군이 장국영이 연기한 영채신을 맡는다. 거기에 오마가 연기했던 퇴마사의 비중이 늘어 고천락이 그를 맡아 중요한 변화의 축이 될 예정이다.
제작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과거 <황비홍> 시리즈를 촬영했으며, 최근 <명장>(2007), <8인: 최후의 결사단>(2008) 등을 촬영한 중화권 최고의 촬영감독 황악태가 참여했고, 무엇보다 <살파랑>(2005), <도화선>
[엽위신] 전설적 영화 리메이크, 부담보단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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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옹박:마지막미션> 무술인으로 이 정도 고통쯤이야...
[정훈이 만화] <옹박:마지막미션> 무술인으로 이 정도 고통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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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것이 필요했다. 절제하는 마음 같은 것은 고이 접어 책상 맨 아래 서랍에 넣어두고, 마냥 혈당수치를 높이고 싶은 마음. 요 몇달간 책과 뉴스를 보며 인류의 미래를 너무 고민했더니(내 미래가 더 큰일이다!) 머릿속에 ‘달달한 것’ 빼고는 아무 단어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여기서 잠깐. ‘달달한 연애담’이란 무엇인가. 사랑 이야기도 계절을 탄다. 예컨대 한스 에리히 노삭의 <늦어도 11월에는>은 비극적인 멜로드라마다. 치가 떨릴 정도로 아름답다! 비극이 사람 마음을 홀린다는 말을 알 수 있다. 낙엽지는 가을에(제목에 명기된 시기쯤 읽으면 된다) 어울리고, 사운드트랙으로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같은 곡이라도 들었다가는, 슬픔에 취해 다음날 숙취를 느끼기 십상이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혹은 누구 하나가 죽는 사랑에 대한 처연한 아름다움을 그리는 소설은 주로 명작으로 꼽히지만, 그와 반대로 주인공들이 알콩달콩 시시덕거리기 좋아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여친 미소’를 지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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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주인공이 멋있어 보일 때가 종종 있다. 특히 보이스 레코더는 주인공을 준비된 자세와 깊은 생각을 가진 인물로 그리는 데 일조하는 중요한 영화적 장치. 탐정 수사물에 주인공이 독백처럼 보이스 레코더에 대고 말을 하며 등장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실 영화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보이스 레코더는 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디지털 기기다. 저널리스트는 물론 학교, 혹은 메모가 생활화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필수품. 물론 최근 유행하는 스마트폰에도 녹음 기능이 있지만 전문적인 보이스 레코더와 비교할 것은 못된다. 삼성에서 새롭게 출시한 보이스레코더 VP2는 1.1인치 컬러 LCD를 가졌으며 11.9mm의 두께를 가진 슬림형 제품이다. 당연히 항상 휴대해야 하는 특성상 작은 크기는 기본 덕목. 우선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좌우에 2개씩 총 4개의 마이크가 장착되어 아주 공격적인 디자인을 완성하고 있다. 보이스 레코더라는 타이틀을 가진 제품답게 녹음 관련
[디지털] 작지만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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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한 경찰들의 플래시라이트 ‘맥라이트’를 떠올려보자. 물론 ‘캐리 앤 모스’의 공중 뛰어 발차기에 모두 날아가버렸지만 그래도 플래시라이트의 대명사는 맥라이트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LED 라이트가 득세하고 다양한 브랜드의 플래시라이트가 등장하면서 맥라이트의 명성은 예전 같지 않았다. 물론 맥라이트에서도 절치부심하고 있었다. 맥라이트 LED 라인업을 갖추었고 기존 맥라이트에 사용할 수 있는 LED 교환 전구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시장성을 지키기엔 최근 플래시라이트의 조류와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맥라이트의 상징성이라 할 수 있는 D사이즈 배터리가 들어가는 두꺼운 몸체는 실용성 면에서 한계가 있었다(6D-CELL 모델의 그 거대한 몸체를 생각해보라). 특히 소형에 성능 뛰어난 플래시라이트군이 집약된 고급형 플래시라이트 시장에서 맥라이트는 거의 퇴출당하는 듯한 분위기. 물론 맥라이트가 쉽게 주저앉을 브랜드는 아니었다. 새롭게
[디지털] 스마트한 플래시라이트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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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마쓰 다카코는 언제나 대학 신입생이다. 한국 관객에게 그녀를 알린 <4월 이야기>에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생머리의 소녀는 발목까지 닿는 긴 치마를 펄럭이며 하얀색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를 누볐다. 그래서 <4월 이야기>는 처음으로 집을 떠난 여성의 호기심과 설렘을 포착한 작품인 동시에 복학생 남자 선배들의 판타지에 가까운 영화였다. <4월 이야기> 이후 마쓰 다카코 대신, 아오이 유우나 미야자키 아오이 등 일본의 또 다른 여배우들을 마음에 담았던 관객이라면, <고백>의 그녀가 낯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딸을 죽인 살인범들을 응징하려는 어느 여교사의 복수극을 그리는 이 영화에서 그녀의 눈가는 다크서클로 뒤덮여 있다. 장장 30분에 이르는 오프닝 동안 마쓰 다카코는 생기없는 표정과 감정이 사라진 말투로 자신의 슬픔과 분노를 털어놓는다. <고백>은 이야기가 다루는 소재뿐만 아니라, 어떤 배우가 젊은 시절 선사했던 추억
[마츠 다카코] 풋풋했던 여대생에서 창백한 복수의 여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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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못하는데 노래는 제대로 하겠나.”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미 시스터즈 데뷔에 대한 관계자들의 우려는 이런 것이었다고 하는데, 과거 장기하와 얼굴들의 백댄서 시절부터 독립한 지금까지 이들의 지향은 유머라 일러주는 언급이다. 그녀들은 그렇게 말이나 노래가 아니라 단순하고도 진지한 퍼포먼스로 무대를 연출했던 이색 캐릭터였고, 장기하와 ‘합의이혼’ 뒤 본격적으로 입을 열긴 했으나 무언가 감추고 있던 대단한 실력자는 아니었음이 마침내 판명됐다. 전설을 운운하는 제목부터 이른바 ‘허세 쩌는’ 데뷔 앨범은 노래방에서 마이크 잡고 노래하듯 성급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일에 집중하고, 밴드와 프로듀스 이력이 있는 기량의 연주자와 전문가를 ‘반주자’로 만들어버린다. ‘고고’나 ‘그룹사운드’ 같은 오래된 개념들을 소환하는 미미들의 사운드는 먼 옛날 신중현이 펄 시스터즈를 통해 이룬 꿈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미미들이 복원한 과거는 엄격하거나 무겁지 않다. 김창완, 크라잉넛, 서울전자음악단 같은
[추천음반] ≪미안하지만… 이건 전설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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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웹진 ‘보다’ 편집장 ★★★
“나쁘지 않다”란 말은 말 그대로 나쁘지 않은 평가지만 그 대상이 더 스트록스일 때는 좀 다르다.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데뷔 앨범 ≪Is This It?≫과 끊임없이 비교되고 그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더 스트록스라면 말이다. ≪Is This It?≫의 업보는 이번 새 앨범에서도 계속된다. 나쁘진 않지만(혹은 괜찮지만), ≪Is This It?≫보다는 못하다.
최민우 음악웹진 [weiv] 편집장 ★★★
더 스트록스의 신보에서 관심이 가는 부분은 이들이 2001년 데뷔작 ≪Is This It?≫ 시절의 활력을 되찾았느냐 하는 것이다. 첫 싱글 <Under Cover Of Darkness>가 바람몰이를 잘해서 기대를 했지만 공개된 전체 결과물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한때 트렌드를 선도했던 밴드의 근작으로서는 실망스럽고, 전작 ≪First Impressions Of Earth≫보다 약간 나은 정도다.
[hot tracks] 데뷔작의 활력은 영영 이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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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좋다' 일곱번째-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4월17일까지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 출연 정성화, 최재웅, 김승대, 박은태 / 02-764-8760
빨간 립스틱에 마스카라까지 바른 남자, 그 옆에 심각한 표정을 짓는 한 남자. 둘의 틈새 사이로 쓰인 ‘치명적인 사랑’이란 문구. 포스터만 보면 <거미여인의 키스>는 동성애를 다룬 연극이다? 무대는 군부독재하인 1970년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감방. 어린 남자와 사랑한 죄로 잡힌 몰리나, 사회주의 혁명을 부르짖다 갇힌 혁명가 발렌틴. 두 남자가 같은 감방에 수감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작품은 라틴아메리카문학의 문제작으로 꼽히는 마누엘 푸익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같은 제목의 영화와 뮤지컬로도 제작돼 아카데미상과 토니상을 수상했다.
원작이 감방에 갇힌 두 사람 삶을 통해 독재의 힘이랄까, 전혀 이질적인 두 사람 모두를 파멸시키는 과정에 초점을 두었다면 연극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애에 더
[공연] 당신의 마음을 움직일 한 남자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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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しね)! 증오심에서 터져나온 저주, 혹은 생각없이 내뱉는 욕이거나 낙서에 불과한 이 단어가 영화 <고백>의 공기다. 살해당한 딸의 어머니가 벌이는 복수극인 동시에 자의식에 빠져 허우적대는 10대 소년, 소녀들의 비극을 그린 영화는 측정 불가능한 살인의 무게를 탐구한다. 장난으로 던진 한마디가 사람을 죽이는가 하면 진심어린 증오가 대수롭지 않게 사라져버린다. 복수를 당하는 방식은 같지만, 이 또한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고백>은 가벼운 살인과 무거운 복수, 그리고 이 광경을 바라보는 이들의 가벼운 태도와 무거운 시선을 연쇄적으로 충돌시키며 지옥도를 연출하는 영화다.
그날은 어느 중학교의 종업식이 있던 날이다. 1학년 B반 담임인 유코(마쓰 다카코)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생들에게 우유를 나눠준 뒤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이유, 그녀가 사랑했던 한 남자, 에이즈 보균자 판명을 받은 그와의 이별, 그가 남긴 딸 마나미
소름끼치도록 해맑은 표정에 대한 무거운 복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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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감정만큼 대중적이면서도 위험한 유머 소재가 있을까. 지역감정은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누구나 웃을 수 있는 유머가 되지만 실패하면 무엇보다 지루하고 기분 나쁜 유머가 된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감정을 주요 소재로 삼는 <위험한 상견례>는 태생부터 이러한 우려를 안고 출발한다. 우연히 펜팔을 하게 된 현준(송새벽)과 다홍(이시영)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알고 보니 현준은 전라도, 다홍은 경상도 출신이다. 그들에겐 배우자가 ‘전라도만 아니면’ ‘경상도만 아니면’ 된다는 완고한 아버지들이 있다. 연인들은 아버지를 설득하기보다는 차라리 표준말을 쓰며 거짓 출신을 내세우는 게 낫다고 믿는다. 결국 현준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상도에 있는 다홍의 집에서 그녀의 가족들과 ‘위험한 상견례’를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지역감정을 얘기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한 관객도 있을 것이다. 과연 2011년의 관객이 사랑에 빠진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를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바라볼
등장인물들 모두 '확실하게' 웃겨주는 <위험한 상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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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그레그(벤 스틸러)가 팸(테리 폴로)과 결혼한 지 어언 10년. 이제는 귀여운 쌍둥이까지 생긴 어엿한 아빠가 됐다. 쓸데없이 의심 많은 전직 CIA 출신 장인 잭(로버트 드 니로)은 건강이 악화되면서 그레그에게 가문의 가장 자리를 물려줄 때가 왔음을 직감하고, 그레그에게 ‘갓퍼커’가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무리하던 그레그는 결국 재정난에 빠지고, 미모의 제약회사 영업사원 앤디(제시카 알바)와 함께 발기부전 치료제 ‘오래지탱’의 홍보 아르바이트에 나선다. 그 모습을 오해한 잭은 잘생기고 돈까지 많은 딸의 전남친 케빈(오언 윌슨)을 새로운 사위로 점찍는다.
가족의 과장된 캐리커처를 웃음 도구로 사용하는 이 시리즈에서 스토리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건 너무 당연하고, 쉽다. 하지만 2001년에 처음 등장한 <미트 페어런츠>는 3편에 이르기까지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거듭 결합하며 나름의 안정적인 구도를 완성했다. 무엇보다 영화의 핵심은 로버트 드
"절 지켜보는 아버님을 지켜보겠어요". <미트 페어런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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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소도시 폰티풀. DJ 매지(스티븐 맥허티)는 마을의 온갖 소식을 전하며 무료한 생방송을 진행한다. 그런데 수상한 제보가 하나씩 들어온다. 알코올 중독자와 경찰의 대치, 병원을 둘러싼 폭동, 그리고 주민들 사이의 집단살인까지. 이어 알 수 없는 주파수를 통해 이상한 메시지가 들어온다. “안전을 위해서는 가족조차 피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특정한 단어를 발설하지 마세요. 프랑스어로 말하세요.” 공포에 떨던 PD 시드니(리사 홀)와 기술 담당자 로렐-앤(조지나 라일리)은 자신들에게도 죽음의 위협이 닥쳤음을 깨닫는다.
<폰티풀>은 극소수의 등장인물만으로, 라디오 방송국에서 거의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채 영리하게 진행되는 좀비스릴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 작은 시골 마을이 돌연 좀비와 집단살인의 장으로 뒤바뀔 때의 충격이, 비주얼이 아닌 DJ의 당황한 목소리로만 전달될 때 상상력은 더욱 크게 발휘된다. 한치의 오차없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인과관계라든가 불필요한
'알지못함'에서 비롯된 충격적 공포에 사로잡힌 목소리 <폰티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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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싱>은 전설적인 실제 실종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다. 1585년 5월23일. 영국 식민지인 로어노크섬에서 115명의 정착민이 마치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사라졌다. 단서는 나무에 새겨진 ‘크로아톤’(Croaton)이라는 의미없는 단어. <베니싱>에서도 사람들은 ‘크로아톤’이라는 단어를 남기고 사라진다. 인류는 갑자기 초자연적 힘에 의해 옷만 남기고 증발해버린다. 살아남은 TV 리포터 루크(헤이든 크리스텐슨)는 ‘어둠’이 원흉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가발전으로 빛을 내는 7번가의 술집에 몸을 피한다. 그리고 영사기사 폴(존 레귀자모), 물리치료사 로즈마리(탠디 뉴튼), 바텐더의 아들인 제임스(제이콥 라티모어)가 모여든다. 어둠이 조여오자 루크는 다른 도시로 탈출을 꾀한다.
<베니싱>은 단순히 재난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재난의 원인을 캐나가는 추리스릴러라는 점에서 <해프닝>과 <노잉> <미스트>를 잇는 21세기
해답은 실종, 공포와는 무관한 '어둠' <베니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