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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요정(놈, gnome) 석상이 살아 움직인다. <노미오와 줄리엣>은 제목처럼 <로미오와 줄리엣>의 요정 버전 3D애니메이션이다. 파란 요정은 몬테규, 빨간 요정은 캐플릿 가문의 정원에 산다. 정원이 맞닿은 두 집은 베로나 거리에 있다. 파란 요정 노미오(제임스 맥어보이/이준)와 빨간 요정 줄리엣(에밀리 블런트/지연)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런 와중에 캐플릿가의 악당 티볼트(제이슨 스타뎀)가 잔디깎이 기계를 타고 다니며 몬테규가의 요정을 괴롭힌다. 이를 목격한 노미오는 티볼트와 얽히고 티볼트는 사고를 당해 산산조각나버린다. 이때부터 두 가문은 일대 정원 전쟁을 벌인다.
<노미오와 줄리엣>이 승부를 거는 지점은 귀여운 요정 캐릭터다. 파란 모자와 빨간 모자를 쓴 3등신 캐릭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할 만큼 귀엽다. 특히 영화는 석상이라는 재료의 특징을 잘 묘사한다. 요정들이 걸을 때는 쨍강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죽을 땐 아예
이준, 지연, 정주리의 꽤 좋은 연기와 함께한 <노미오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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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시얼샤 로넌)는 열여섯살 살인무기 소녀다. 새로운가? 글쎄. 이미 우리는 뤽 베송의 <니키타>(1990)와 <킥애스: 영웅의 탄생>을 경험한 바 있다. 오히려 <한나>에서 주목해야 할 건 소녀 여전사라는 소재가 아니라 조 라이트라는 이름이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의 서정적인 연출가가 어떻게 액션영화를 주조했을까 하는 궁금증 말이다.
열여섯살 소녀 한나는 전직 CIA 첩보원 아버지인 에릭 헬러(에릭 바나)와 함께 핀란드의 숲에서 살아왔다. 매일매일 고된 훈련을 통해 그녀는 외국어와 정보를 자유롭게 다룰 줄 알고 홀로 거대한 순록을 잡는 병기로 길러졌다. 그녀의 목표는 엄마를 살해하고 자신을 쫓는 마리사 위글러(케이트 블란쳇)를 죽이는 것이다. 일부러 CIA에 잡힌 한나는 임무에 실패하고, 도망간 아버지를 베를린에서 다시 만나기 위해 모로코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신인 세스 록헤드의 각본을 영국 첩보물 시리즈 <스
세상과 처음 마주한 소녀의 시선을 섬세하게 묘사하다 <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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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봉계신문’의 취재기자 종호(박원상)는 자신의 일에 별 애착이 없는 남자다. 그러던 중 특종 고발기사 하나로 겨우 체면치레를 한다. 학교 선생이자 그런 남편을 한심하게 여기는 아내 미라(전미선)는 학교에서 촌지사건에 얽히는데, 그 사건은 바로 고발기사의 피해자인 개장수 아내가 계획한 복수였다. 게다가 노처녀 편집장(황석정)은 기자들을 매일 달달 볶고, 종호의 후배 민기(윤희석)는 정체불명의 소녀 윤미(윤승아)에게 마음을 빼앗기며, 옆집 여자 혜경(윤세아)은 종호에게 야릇한 눈빛을 보낸다. 그렇게 봉계마을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다.
조그만 봉계마을을 중심으로 모든 것은 얽혀 있다. 미라의 친구이기도 한 편집장은 종호를 오래도록 흠모해왔으며, 민기는 미라의 동생이기도 하며, 혜경 또한 남편이 누구인지 나중에 가서야 밝혀진다. 그렇게 아옹다옹 옥신각신 한 다리 걸러 모두 얽혀 있는 이 협소한 관계가 웃음을 자아낸다. 비밀인 것도 없고 비밀이 아닌 것도 없는 마을이다. 한편,
바람 잘 날 없는 봉계마을의 소박한 일상 <수상한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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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샬롯 갱스부르)와 남편(윌렘 데포)이 섹스하고 있다. 어린 아들은 창가에서 쏟아지는 눈을 구경하다 추락해 죽는다. 남편은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에덴’이라 불리는 숲속 낡은 별장으로 함께 요양을 떠난다. 아내는 점점 더 미쳐가다가 결국 남편의 다리에 구멍을 뚫고, 성기를 짓이기고,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잘라낸다. 만약 이 이야기를 연출한 사람이 일라이 로스였다면 영화는 고문 포르노 장르로 훌륭하게 귀속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안티크라이스트>는 라스 폰 트리에 영화다. 그렇다면 이건 고문 포르노가 아닌가? 아니, 맞다. 다만‘예술적’ 고문 포르노라고 해두자.
라스 폰 트리에가 <안티크라이스트>에서 들려주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어둠속의 댄서> <도그빌> 같은 전작과 다를 바 없다. 이 무시무시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파멸시키거나 주변을 파멸시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폰 트리에는 여성혐오의 역사를 여성혐오적인 필치
스스로 파멸시키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 <안티크라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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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살이 하염없이 내리쬐고 벚꽃까지 날리는 어느 한적한 동네. 이곳으로 이사 온 여대생 카에(사와지리 에리카)는 먼저 살던 사람이 놓고 간 한권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일기를 쓴 이는 초등학교 교사인 이부키(다케우치 유코)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카에는 이부키가 남긴 기록을 통해 훌륭한 선생님이 되고자 했던 그녀의 다짐과 교육관, 그리고 그녀의 사랑을 엿본다. 한편, 카에는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만년필 가게에 손님으로 찾아온 남자 류(이세야 유스케)를 알게 된다. 류에 대한 카에의 설렘은 일기 속 이부키의 사랑과 묘하게 닮은 방향으로 진행된다.
<클로즈드 노트>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연출한 유키사다 이사오의 2007년작이다. <세상의 중심에서…>가 80년대 일본 풍경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면 <클로즈드 노트>는 2000년대 이후 한국 관객이 즐겨본 일본영화와 소설에 대한 향수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4월
우연히 발견된 일기장 속의 첫사랑과 마주치다 <클로즈드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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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황당한 외계인:폴> 개념 좀 탑재하시구요 ~!
[정훈이 만화] <황당한 외계인:폴> 개념 좀 탑재하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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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30일, 김의석 영진위 위원장 직무대리가 영화진흥위원회의 새 수장으로 정식 취임했다. 영화계는 현 정부에서 세 번째로 임명장을 받은 그를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임기를 채우지 못했던 두 전임 위원장이 대학교수 출신이었다면, 김의석 위원장은 <결혼이야기> <청풍명월>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 출신인 만큼 지난 4기 영진위가 소홀했던 영화계와의 소통관계를 다시 정상화시킬 것이란 기대다. 또한 정치적 공방과 심사과정에서 빚어진 논란으로 긴급기자회견을 거듭했던 때와 달리, 영진위의 항로를 안정화해줄 것이란 예감도 있다. 무엇보다 지난 3년간 표류해온 영진위의 영화진흥정책을 정상화시킬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하지만 한 개인에 대한 기대가 그가 놓인 상황에 대한 우려까지 뛰어넘는 건 아니다. 지난 영진위에서 목격한 것은 전임 위원장들의 실책뿐만이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기침에 몸살을 앓는 영진위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영진위의 바깥에서 볼 때
[김의석] 이젠 영화계와 소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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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레이싱이 아니다. 마치 지구가 무너지는 재난으로부터의 탈출 여정이기도 하다.
영화 <2012>에서 존 쿠색이 엄청난 지각구조를 뚫고 비행장으로 향하는, 엄청나고 믿기 힘든 액션이 바로 <모토스톰3>의 주제다. <모토스톰>의 첫 번째 시리즈에서 그랬듯이 아무 생각없이 본능에 의지해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 바로 <모토스톰>. 모터사이클이든 자동차든 원하는 차종에 험난한 장애물을 지나쳐 질주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이다. <모토스톰>의 특성상 다소 사실적인 레이싱 게임과는 차별이 있다.
엄청난 높이에서 차량이 떨어져도 문제없으며 엄청난 속도로 벽을 들이받아도 튕겨나갈 뿐이다. 물론 지각변동으로 땅이 꺼지고 고층건물이 무너지는 상태에서 현실성을 기대한다는 말 자체가 난센스다. 하지만 호쾌하다. 재미있다. 아드레날린이 치솟을 정도의 긴장감을 순간 느낄 수 있으며 박진감있게 묘사되는 다양한 구조물과 차량의 움직임은 잠시도 눈을 떼기
[디지털] <2012> 재난시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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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태블릿PC 시장은 각박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것은 아이패드와 갤럭시탭의 양강 구도로 굳어진 시장 상황 때문이다. 물론 중소 태블릿PC가 분발하고 있지만 시장 규모로는 아이패드와 갤럭시탭을 제외한 나머지는 매우 어려운 상황. 이런 상황을 두고 혹자는 국내 태블릿PC 시장의 가능성조차 희미하게 보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드디어 출시되었다. 태블릿PC 전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허니콤과 그것을 세계 최초로 탑재한 태블릿PC, 모토로라 줌이다.
허니콤(안드로이드3.0)은 멀티태스킹, 풀 브라우징, 홈스크린 커스터마이징 같은 기존 안드로이드2.0 기능을 모두 지원하는 태블릿PC 전용의 새로운 운영체제, 태블릿을 위한 맞춤기능과 구글 모바일 이노베이션을 지원하고 있다. 모토로라 줌이 기대되는 것은 새로운 운영체제 허니콤을 채택한 것과 2GHZ 성능을 가진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체감으로 느끼는 속도는 알 수 없지만 풀HD 동영상의 안정적인 재생, 멀티태스
[디지털] 기업 메일, 플래시, TV연결도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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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여배우라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 몇 가지가 있다. 물론 ‘여배우 십계명’ 같은 것이 서류로 만들어진 적은 없다만, 그래도 몇 가지 금기를 늘어놔보자. 첫째, 오스카 수상작이 될 법한 진지한 영화와 싸구려 액션, 코미디를 동시에 촬영하지 말라. <몬스터 볼>로 오스카를 받은 해 본드걸이 된 할리 베리, 오스카와 골든라즈베리를 같은 해 수상한 샌드라 불럭을 생각해보시라. 둘째, 남편이 연출한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다. <컷스로트 아일랜드>로 함께 지옥에 떨어진 뒤 결국 이혼과 경력의 부침을 겪었던 지나 데이비스를 한번 떠올려보시라. 사랑에 빠지면 원래 금인지 똥인지 구분하기 힘든 법이다. 셋째, 그리고 궁극적으로, 라스 폰 트리에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다.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를 정치적으로 깐깐하게, 공정한 여성주의자의 입장에서 정리해보자. <어둠 속의 댄서>는 눈이 점점 멀어가는데다 저지르지 않은 죄 때문에 교수형 당하는 여자 이야기다. &
[샬롯 갱스부르] 비틀거리며 나아가는 롤러코스터의 삶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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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홍보 마케팅업체 ‘퍼스트 룩’에서 경력(1년 이상) 및 신입사원 모집. 4월17일까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1stlook@1stlook.co.kr로 제출.
◆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 2기 ‘모모 큐레이터’ 모집. 4월17일까지. 자세한 내용은 www.cineart.co.kr 참조.
◆서울시오페라단 2011년 성악가 선발 오디션. 4월22일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응시자격 성악 전공자(4년제 음악대학 성악과 졸업 이상, 국적 불문). 오디션 곡목은 오페라 아리아 2곡(각기 다른 작품 및 상이한 언어, 반주자는 대동해야 하며 곡목 변경 불가). 지원자는 4월15일 오후 5시까지 응시원서(www.sejongpac.or.kr, 사진부착)·최종학력증명서·자기소개서를 우편·방문·이메일(operadan@hanmail.net) 접수(02-399-1783~6).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자원활동가(4월27일까지), 경쟁부문 출품작(5월2일까지) 공모. 홈페이지(w
[소식] 제9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스탭 모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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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팜므파탈로 불리는 여배우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에 어울리는 여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로렌 바콜을 제외하자면 팜므파탈로 불릴 만한 배우는, 오로지 샬롯 램플링이다. 영화광들이라면 레이먼드 챈들러 원작의 <안녕 내 사랑>(1975)에서 로버트 미첨의 포스에 조금도 눌리지 않았던 팜므파탈과 <엔젤하트>(1987)에서 미키 루크와 대적하던 주술 전문가를 기억할 것이다. 그녀는 남자를 유혹하는 대신 파멸시키며, 우리를 유혹했다. 물론 팜므파탈도 나이가 든다. 예순이 넘은 샬롯 램플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녀는 너그러운 아줌마로 늙는 것을 거부하고 여전히 원숙한 팜므파탈로 남아 있다. <스위밍 풀>(2003)의 신경질적인 여인과 <바빌론 AD>(2008)의 악마 같은 기업가를 떠올려보시라. <네버 렛미고>에서 램플링은 복제인간들을 교육하는 기숙사 학교의 교장을 연기한다. 그녀는 인자한 교장인가? 아니면 아이들의 인권
[now & then] 샬롯 램플링 Charlotte Ramp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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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간들에게 쫓기시느라 바쁘신 가운데 이렇게 시간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어이 반가워. 괜찮아, 외계인들이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그런데 담배 있나? 돗대면 더 좋고.
-아이구 담배로 링도 잘 만드시네요. 대단하십니다. 암튼 폴씨처럼 거의 인간이나 다름없이 적응하고 사는 분들이 이런 고통을 겪는 거 보면 다른 외계인들은 얼마나 더 힘들지 짐작이 갑니다.
=하긴 뭐 나는 초등학교까지 마쳤으니까. 소풍 때는 내가 사회도 도맡았고 참 잘나갔어. 애들 숙제도 거의 내가 다 해줬지. 후각이 별로 발달하지 않았으니까 우리 반뿐만 아니고 전교생 채변봉투 수거까지 내가 다 했지. 모자라면 내 걸로 좀 채워주고 말이야. 그러다 나중에 반장선거에도 나갔는데 외계인은 안된대. 내가 공부도 제일 잘하고 말도 제일 잘하는데 반장까지 시키긴 좀 그렇다 뭐 그런 논리지. 부모님이 안 계셔서 촌지 갖다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몇몇 선생들한테 미움도 많이 받았고 말이야. 그때부터 좀 삐딱해졌는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외계인도 지구에 적응하면 지구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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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자가 본 한국영화’ 같은 주제로 신문사나 잡지사로부터 청탁을 받으면 항상 잠깐 망설이게 된다. 정말 ‘외부’의 시선을 원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10여년 넘게 나는 한국영화계에서 여러 일을 해왔다. 그러는 동안 극장에서 개봉하는 한국영화는 거의 다 보았다. 그 결과 고향인 미국의 영화계보다 한국영화계 사정에 더 빠삭하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 내가 ‘내부’의 시선을 대표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 칼럼의 다른 저자들인 데릭 엘리, 아드리앙 공보, 스티븐 크레민은 모두 아시아에서 한동안 살며 그 문화를 배웠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외부자와 내부자 ‘사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이’의 공간은 때로는 괴롭기도 하지만 무척 흥미롭다. ‘사이’에 위치한 비평가와 기자들은 외부자도 아니고 내부자도 아닌 다른 특정 관점을 갖게 된다. 그러나 때로 사람들은 이런 ‘사이’의 관점에 대해 오해하기도 한다.
다른 문화권의 영화를 볼 때 누구나 여러
[외신기자클럽] 한국영화계의 흥미로운 얘깃거리였길 <최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