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액션장면은? <뚝방전설> 조범구 감독의 대답은 ‘퀵서비스’ 액션이다. <퀵>은 서울 도심 한복판을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퀵서비스 요원의 액션 소동극이다. 기수(이민기)는 한때 학원가를 주름잡는 폭주족이었으나 이제는 BMW 오토바이를 타고 물건을 배달하러 다닌다. 그는 폭주족 시절 단짝이었던 현직 아이돌 가수 아로미(강예원)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달리다 정체 모를 인물의 협박을 받는다. 미지의 인물이 지시하는 대로 배달을 돕지 않으면, 아로미가 쓴 헬멧이 폭발한다. 조범구 감독은 폭발로 아수라장이 된 서울의 모습과 그곳을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떠올리며 <폴리스 스토리>처럼 아슬아슬한 쾌감을 드러내고 싶다는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강남 테헤란로나 명동 한복판, 올림픽대로 등 서울을 상징하는 장소에서 펼쳐질 추격전이 관전 포인트다.
[Coming soon] 한국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액션 장면은?<퀵>
-
라디오에서 요즘 최고의 인기곡이라며 10cm의 <아메리카노>가 흘러나온다. 굳이 이들의 노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커피 한잔은 도시인들의 삶에 거의 필수적인 뭔가가 됐다. 언젠가부터 밥집보다 커피 전문점들이 더 많이 보일 정도니까. 하지만 새로운 커피 전문점이 생기는 속도와 비례해 불만도 그만큼 많아진다.
원두 한 봉지 가격은 얼마 하지도 않는다는데 굳이 별다방이나 콩다방에서 5천원을 주고 커피 한잔을 마시자면 5천원이 주는 사치스러움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가도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싶은 생각이 들어버리는 것이다. 편의점 아메리카노들은 그 인공적인 맛들에 고개를 돌리게 되고, 원두를 직접 볶자니 그건 너무 귀찮다.
비슷한 이유들로 캡슐커피머신의 구매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캡슐 하나에 600~800원가량만 들이면 크게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래 먹고 싶었던 아메리카노의 맛을 (그것도 아주 편하게) 그대로 느낄 수 있으니까.
최근 네스프레소
[Gadget] 바쁜 아침 30초의 여유
-
몇년 전 불었던 DSLR 열풍에 휩쓸려 고가의 DSLR을 샀던 이들 중 후회하고 있는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한명이다. 기왕 사는 거 좋다는 카메라 샀고, 렌즈도 여럿 구입했건만 실제로 사용하는 건 표준렌즈에 매뉴얼 버튼은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라면 차라리 광각과 줌 기능이 좋은 하이엔드 카메라를 사는 게 훨씬 편하고 이익이다. 후지필름 HS20EXR은 DSLR이 불필요했던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이 제품은 1600만 화소에 24mm 광각부터 시작해 30배 줌인 720mm까지 폭넓은 촬영 영역을 자랑한다. 이중 손떨림 보정 기능으로 30배 망원 촬영 시에도 흔들림에 대한 걱정이 없는 점이나 DSLR 같아 보이는 외관, ISO 12800이라는 고감도 촬영도 장점.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풀HD 동영상 촬영과 360도 모션 파노라마 기능. 특히 모션 파노라마 기능은 파티처럼 사람 많은 곳에서 쓰기에 정말 즐거운 기능. 우리,
[Gadget] DSLR이 불필요했다면
-
<파수꾼>이 기폭제였다. 27살의 배우 이제훈은 자신에게 등 돌린 친구 때문에 상처입고 결국 죽음을 택하는 19살 ‘기태’로 자신을 알렸다. 이미 한참 전에 통과한 10대의 기억을 불러오는 과정. 교복 입은 이제훈은, 소년의 천진함에서부터 상처로 생긴 내면의 미세한 균열, 이후 서서히 파괴해가는 ‘기태’의 변화 모두를 발산했다. 한 지점에 머물지 않는 캐릭터 기태는 이제훈이라는 낯선 배우를 각인시킬 절묘한 기회였다. 조인성이 가질 법한 고운 남성성에서부터 엄태웅의 거친 순박함까지 남자배우로서 이제훈이 가진 마스크의 스펙트럼은 넓었다. 또래의 일상적인 면모에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박해일의 연기를, 학교 짱으로 군림하는 기태의 모습은 투박하지만 계산되지 않는 류승범의 연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물론, 기존 충무로 배우들의 조각맞춤만으로 이제훈을 설명하는 건 무리다. 익숙한 연상을 뛰어넘어 그는 온전히 ‘이제훈만의 기태’로 수렴됐다. <파수꾼>은 1만8천명의 선택을
[이제훈] 틀에 갇히지 않은 다양성
-
-
800번을 기념하는 <씨네21> 표지. 당장이라도 떠오르는 톱배우의 얼굴 대신, <씨네21>은 이제 막 이름을 알린 세명의 배우를 찾아냈다. <파수꾼>에서 소년의 천진함과 광기를 동시에 보여준 이제훈,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 고현정과 대적했던 어린 ‘덕만 공주’ 남지현, 그리고 <아저씨>로 스타덤에 오른 김새론이 그들이다. 물론 단순히 지금까지 그들이 보여준 성과만으로 그들을 평가하고 싶진 않았다. 이제훈은 올여름 개봉할 장훈 감독의 블록버스터 <고지전>의 촬영을 막 끝냈고, 남지현은 이정향 감독의 신작 <오늘>에서 송혜교와 호흡을 맞췄다. 마침 김새론은 <나는 아빠다> 개봉 이후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의 폭발적인 연기로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었다. 어느 하나 완성되지 않은 진행형의 배우, 쓰여진 작품 수보다 채워야 할 것들이 더 많은 배우가 그들이었다. 아직 어리지만,
[이제훈, 남지현, 김새론] 충무로 차세대 대물들
-
오는 9월5일과 20일, 대만에서 한편의 영화가 1, 2부로 나뉘어 개봉한다. 웨이더솅의 <시디그 베일>이 그것이다. 이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좀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대만 영화산업의 명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총제작비 6억위안(약 200억원)은 역대 대만영화 제작비 중 최고다. 이 작품의 흥행 결과에 따라 대만 영화산업이 부활할지, 계속 침체의 길을 걸을지 판가름날 것이라는 것이 대만 현지 분위기다.
<시디그 베일>은 웨이더솅의 드림 프로젝트다. 그리고 그의 이 드림 프로젝트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웨이더솅은 에드워드 양의 조감독 출신이다. 1999년 <칠월천>으로 데뷔했으나 빛을 보지 못한 채 10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8년 <제7봉>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흥행수입이 무려 5억위안이었다. 이는 대만영화사를 통틀어 <타이타닉>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김지석의 시네마나우] 대만영화의 갈림길
-
“네 나라 사람과 대제사장들이 너를 내게 넘겼으니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빌라도가 가로되 “그러면 네가 왕이 아니냐?”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네 말과 같이 내가 왕이니라. 내가 이를 위하여 났으며, 이를 위하여 세상에 왔나니, 곧 진리에 대하여 증거하려 함이로다”. (…) 빌라도가 가로되 “진리가 무엇이냐?”(요한복음 18:33-38)
신약성서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빌라도가 예수와 대면하는 장면이리라. 심문의 마지막에 빌라도가 던진 질문은 사뭇 냉소적이다. “진리가 무엇이냐?” (Quid est veritas?) 예수는 이 물음에 답하지 않았지만, 어느 호사가가 철자의 순서를 바꾸는 파자(anagram)를 이용해 물음 속에서 답변을 끌어냈다. “앞에 서 있는 바로 그 사람이다.”(Est vir qui adest). 예수, 그 사람이 바로 진리다.
‘진리’에 대한 두 관념의 충돌
예수와 빌라도의 만남
[진중권의 아이콘] 개시(開示)로서의 진리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지면을 빌려 현대영화의 스토리텔링에 닥친 의미심장한 변화에 대해 말해왔다. ‘21세기 영화의 한 경향’이라고까지 부를 수 있는 복합 내레이션의 부상은 주류 할리우드영화와 인디, 작가영화, 예술영화를 망라하는 동시대 영화미학의 국제적 트렌드로 여겨질 정도이다. 영화학자와 평론가, 시네필, 일반 관객에 이르기까지 영화보기 취향에 새로운 개량을 야기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복합 내러티브로부터 대안적 이야기의 가능성을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나카시마 데쓰야의 <고백>은 이같은 이야기의 혁명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관철되고 있는가를 입증하는 하나의 사례로 보인다. 무신경한 10대 살인자들에게 딸을 잃은 여교사 유코(마쓰 다카코)의 상상을 초월하는 복수극이라는 표면의 서사를 넘어 <고백>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복잡다단한 네트워크로 얽혀 있는 현대적 관계의 양상을 복합적 서사의 구축으로 형상화하려는 내레이션 전략이다
[전영객잔] 넘침은 모자람만 못한 법
-
정유정 작가의 이름을 처음 접한 건, 어느 영화인의 트위터에서였다. 그는 정 작가의 신작 <7년의 밤>을 영화로 보고 싶다고 했다. 그 이후로도 정유정 작가의 이름을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자주 만났다. 영화감독, 배우, 프로듀서 따질 것 없이 모두가 <7년의 밤>의 매혹을 이야기했다. 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시각적으로 가장 예민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이토록 사로잡았는지 궁금했다. 소설을 읽고 나서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
무엇보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인물의 매력이 굉장했다. 독자로 하여금 댐 수문을 열어 마을 전체를 수몰시키고 자기 아내와 어린 여자아이를 잔인하게 죽인 주인공 살인마를 동정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게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7년의 밤>으로 그걸 가능케 한 정유정 작가는 2007년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신예 작가다. 장르적인 색채가 짙으면서도 일반 독자들의 시선까지
[정유정] 인간은 누구나 무언가를 위해 별짓을 다한다
-
<스콧 필그림> Scott Pilgrim vs. the World (2010)
감독 에드거 라이트
상영시간 112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D 5.1
자막 영어/한글 / 출시사 (주)유이케이
화질 ★★★☆ / 음질 ★★★★ / 부록 ★★★☆
스콧 필그림은 인디 펑크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는 평범한 청년이다. 얼마 전 실연을 겪은 그는 17살의 중국계 소녀를 새 여자친구로 맞이한다. 친구들이 숙덕대든 말든 두 사람은 학교 주변과 오락실을 전전하며 예쁜 관계를 키워나간다. 깜찍한 소녀가 영화의 여주인공이냐고? 아니, 조금만 기다려보라니깐. 필그림이 꿈에서 본 여자가 눈앞에 번쩍 나타난 거다. 그녀, 라모나 플라워즈는 그의 이상형이다. 파티에서 다시 조우한 플라워즈에게 보기 좋게 차인 날, 그는 수상한 편지를 받는다. ‘생사결’(Duel to the Death)을 강조한 편지는 며칠 뒤 현실의 악몽이 된다. 플라워즈의 ‘사악한 전 애인 일곱으로 구성된
[DVD] 판타스틱 영상백서
-
고전을 영화로 만들려는 시도는 독약을 마시는 거나 다름없다. 차라리 셰익스피어라면 괜찮다. 디카프리오가 출연하는 MTV 스타일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에단 호크 주연의 <햄릿>도 우리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작가의 이름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하나의 텍스트인 덕이다. 그런데 그게 다른 작가의 고전을 각색하는 데도 똑같이 적용될까?
훌륭한 예외는 제인 오스틴이다. 오스틴의 현대화 열풍은 조 라이트의 <오만과 편견>으로 정점에 올랐다. 브론테 자매의 팬들이라면 질투에 불타올랐을 것이다. <폭풍의 언덕>과 <제인 에어> 역시 수없이 영화화됐으나 오스틴처럼 훌륭하게 현대적으로 되살아난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어쩔 도리 없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이 결혼 비용까지 꼼꼼하게 따질 만큼 현대적인 남녀상열지사를 다룬다면, 브론테 자매의 소설은 더 격정적이고 파괴적인 남녀파열지사를 다룬다. 이걸 어떻게 현대적으로 각색하냐고
성공적으로 각색된 '캐리 후쿠나가'의 당찬 소녀 <제인 에어>
-
20대를 거쳐오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를 한번쯤 들춰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상실의 시대>에 묘사되는 청춘의 혼란에는 어떤 보편성이 깔려 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가 사랑하지 않는가, 이 세계는 나와 어울리는가 그렇지 않은가. 1969년, 와타나베(마쓰야마 겐이치)는 자살한 옛 친구 기즈키의 애인 나오코(기쿠치 린코)와 재회한다. 와타나베는 나오코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나오코는 기즈키를 잃은 상처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 무렵 발랄한 동급생 미도리(미즈하라 키코)가 와타나베에게 호감을 표하며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영화 <상실의 시대>에서 가장 아쉬운 지점은, 청춘들이 겪는 고통을 표현하는 방식이 단적으로 육체적인 접촉으로만 한정된다는 것이다. 기즈키와는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던(“한번도 젖지 않았던”) 섹스가 와타나베와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사실에 나오코가 되풀이 절망하는 점, 와타나베가 나오코의 요양소를 찾을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가 사랑하지 않는가 <상실의 시대>
-
스스로 자신을 바보라 칭하는 사람치고 훌륭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고 전태일 열사, 고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고 김수환 추기경까지. 그들은 자신을 바보라 불렀다. <바보야>는 가톨릭 종교지도자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善終) 2주기를 기념해 제작된 추모 전기다큐멘터리다. 2009년 2월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식은 유언에 따라 다른 사제들과 똑같은 절차로 진행되었다. 추기경은 소박한 장례식을 원했지만 끊이지 않는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마지막 5일째 되던 날 뒤늦게 명동성당에 도착한 한 아주머니는 추모 시간이 끝나는 바람에 추기경을 뵙지 못했다. 그녀는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며 눈물을 훔친다. <바보야>의 내레이션을 맡은 안성기는 차분한 목소리로 묻는다. “왜 사람들은 추기경의 죽음을 그토록 슬퍼했을까.” <바보야>는 김수환 추기경의 일생을 돌아보며 이 물음에 답을 한다.
KBS <인간극장> 등 TV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강성옥 감독은
"왜 사람들은 추기경의 죽음을 그토록 슬퍼했을까." <바보야>
-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한국 애니메이션 2편이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의 경쟁부문에 나란히 진출했다.18일 영화제 홈페이지에 따르면 박은영 감독 등 4명이 연출한 '집'과 안재훈 감독의 '소중한 날의 꿈'이 모두 9편이 겨루는 이 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 진출했다.이 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 애니메이션 2편이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경쟁부문에 2편 이상을 진출시킨 국가는 한국을 포함, 애니메이션 강국 일본과 주최국 프랑스뿐이다.'집'은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장편연구과정 3기 작품으로, 철거를 앞둔 상가주택에서 젊은 여성이 집의 신령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고 '소중한 날의 꿈'은 청소년기의 가슴 설레는 첫 사랑과 꿈을 섬세하게 그린 애니메이션이다.안시국제애니매이션영화제는 매월 6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안시에서 열리는 영화제로, 애니메이션 분야의 '칸 영화제'로 불린다. 올해 영화제는 6월6-11일 열린다.buff27@yna.co.kr(끝)<연
'집' '소중한..', 안시애니영화제 경쟁진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