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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겨울, MBC 단막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방송됐다. 암선고로 죽음을 앞둔 나문희의 절절한 연기를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시청률 안 나오기로 유명한 노희경 작가가 당시 ‘제2의 김수현’이란 호칭으로 유명세를 탈 정도로 이 드라마가 가진 파장은 엄청났다. 노희경 작가의 녹록지 않은 삶의 대사들이 ‘엄마의 죽음’이라는 아킬레스건과 어우러져, 세상에서 가장 슬픈 드라마가 연출된 결과였다.
민규동 감독은 노희경 작가가 주었던 감동의 파이를 스크린에 다시 불러오려 한다. 가족들 부양에 바쁜 평범한 중년의 주부 인희(배종옥)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치매 걸린 시어머니(김지영)와 늘 피곤을 달고 사는 월급쟁이 의사 남편(김갑수),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큰딸(박하선), 여자친구가 전부인 철없는 막내아들(류덕환)이 그녀가 건사해야 하는 못 말리는 식구들이다. 유일한 남동생 근식(유준상)도 도움이 못 되긴 마찬가지다. 도박에 빠진 근식은 매일 아
담담하게 죽음에 맞서는 엄마라는 존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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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세상을 떠난다. 그는 20대에 이미 자신의 이름을 딴 유명 브랜드를 설립했고 여성 의상에 대한 혁신적인 디자인을 발표해 주목을 모았으며 47살에는 당시 생존하는 디자이너로는 최초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회고전을 헌사받았고 49살에는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이브 생 로랑은 단지 패션계의 스타였다기보다 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예술가였다. 그의 이름은 20세기의 작가나 미술가의 이름 옆에 놓인다. 그의 사망 당시 프랑스의 대통령과 유명 디자이너들과 카트린 드뇌브와 같은 유명 배우들이 영면에 든 그에게 애도를 표했다. 그중에서도 한 사람, 이브 생 로랑의 사업 동료이고 친구이며 50년간 연인이었던 피에르 베르제가 가장 깊은 애도를 표했다.
원래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의 제작 동기는 단지 이브 생 로랑과 피에르 베르제의 집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둘의 각별한 관계, 그리고
피에르 베르제가 말하는 그의 세월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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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선택을 앞둔 마이클(콜린 오도노휴)은 장의사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신학교에 입학한다. 자신의 믿음에 심한 회의를 느끼고 학교를 그만두려던 마이클은 스승의 추천으로 퇴마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바티칸으로 간다. 신과 악마의 존재에 회의적이던 마이클은 그곳에서 루카스 신부(앤서니 홉킨스)를 만나고, 그와 함께 퇴마 의식을 진행하면서 차츰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영화는 믿음이 약한 신부가 악마의 존재를 경험하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마이클의 트라우마와 기억의 문제를 계속 자극하고, 심리의 변화과정을 꿈과 환상을 통해 변주하며, 그러한 기억작업은 마이클의 내면에 있던 악마의 존재를 이끌어낸다.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 중 하나는 악마의 문제를 호명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영화에서 퇴마의 과정은 악마의 이름을 알아내는 과정이다. 악마는 이름을 말하는 순간 사라진다. 이것은 곧 악마가 “네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내재된 통제할 수 없음을 직시하라 <더 라이트: 악마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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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엽문(두우항)은 이복형인 엽천사(번소황)와 함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영춘권 고수로 이름난 진화순(홍금보)의 제자로 입문한다. 이후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홍콩으로 유학을 떠난 양벽(엽준)이라는 노인에게 기존의 영춘권을 실전에 적합하도록 변형한 형태의 특별한 무술을 전수받게 된다. 유학을 끝내고 돌아온 엽문은 영춘권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전통 영춘권만을 인정하는 협회와의 갈등이 심화된다. 그러던 중 일본은 대륙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고 그 과정에서 영춘권 협회장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범인으로 그와 대립관계에 있던 엽문이 지목된다.
무엇보다 견자단을 떠올리지 말자. 바다를 건너며 <엽문3>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원제가 <엽문전전>으로 엽문의 청년 시절을 그린 기존 <엽문> 시리즈의 프리퀄이자 사실상 별개의 영화다. 무엇보다 견자단 대신 두우항이 엽문을 연기하는데, 그는 <엽문2>에서 견자단과 대립하던 홍금보의 제자로 나온
견자단을 능가하기엔 역부족하다 <엽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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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우리 이웃의 범죄> 남기남씨, 억울한 일에 휘말리다 !
[정훈이 만화] <우리 이웃의 범죄> 남기남씨, 억울한 일에 휘말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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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서울페스티벌 2011> / 5월5일~10일 / 여의도 한강공원, 서울광장 등 / 02-3290-7165
여의도 벚꽃놀이로 봄기운 좀 충전했나. 5월엔 온몸으로 봄을 만끽해보자. 서울시의 대표 문화행사 ‘하이서울페스티벌 2011’이 5월5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 장소도 찾아가기 쉬운 여의도한강공원,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청계천광장 등지다. 게다가 무료. 세계 11개국 41개 공연단체가 300여회의 넌버벌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개막일 한강공원에서는 시민 50여명이 30m 상공에서 인간그물을 연출해 서울의 밤을 수놓는다. 도심 곳곳에서는 플래시몹, 설치미술전, 거리극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 실내공연 사전예약은 20일부터 홈페이지(www.hiseoulfest.org)에서 가능하다. 야외공연이나 전시는 별도 예약 없이 현장에서 바로 관람할 수 있다.
<아트캐슬전> / 4월15일∼5월29일 / 문정동 가든파이브 / 02-2157-8777
쇼핑몰이 예술의
[아트인서울] 하이서울페스티벌 2011 / 아트캐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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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웹진 ‘보다’ 편집장 ★★★☆
지난해 5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저녁, 아이들≫이라는 동요 음반을 무료로 공개했었다. 그 때문일까? 네 번째 정규 앨범 ≪Ciaosmos≫도 어른들을 위한 동요 앨범처럼 들린다. 소박하고 따뜻하고 순수하게 들리는 노래들 사이에 아기자기한 사운드의 실험도 놓치지 않았다. 봄날은 왔다.
최민우 음악웹진 [weiv] 편집장 ★★★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신보는 이리저리 변조된 일렉트로닉 노이즈와 낭창낭창한 포크팝을 결합하고 있다. 본인들은 의미있을지 몰라도 듣는 입장에서는 심심할 수 있는 시도다. 신보가 이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몇몇 곡들은 패치파일이 필요해 보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밴드의 오랜 팬들은 이 기차여행 같은 음반에서 즐거운 순간들을 많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등장하던 시기에는 평자가 더 좋아할 음악이라 생각했는데, 차곡차곡 앨범 이력이 쌓여가는 것을
[hot tracks] 봄날, 어른들을 위한 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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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4일까지 / 충무아트홀 대극장 / 출연 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차지연, 최현주, 옥주현 등 / 02-6391-6333
‘선물할게 끔찍한 지옥 너희들에게. 어서 와 기다릴게 지옥의 문앞에서~.’ 복수의 화신,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돌아왔다. 지난해 초연보다 업그레이드한 모습이다. 우선 충무아트홀 대극장으로 옮긴 무대는 제 옷을 찾아 입은 느낌이다. 3배나 커진 극장은 영상과 세트, 조명의 효과를 높여 스펙터클한 무대를 만들어낸다. 초연 당시 가장 많이 지적받은 2막의 급작스러운 마무리도 일부 보완했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확실히 통하는 구석이 많다. <몬테크리스토>의 넘버는 그의 또 다른 작품인 <지킬앤하이드>만큼 강렬하다. 에드몬드가 지옥에서 살아돌아와 복수심을 토해내는 1부 마지막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은 가슴 벅차게 폭발적이다. 그 밖에 메르세데스와 에드몬드의 듀엣곡 <언제나 그대 곁에>, 해적선 여선장의 <
[공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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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누가 있는 것 같다. 언젠가부터 냉장고 속의 음식이 약간씩 축나고 있다. 남은 주스 양을 재봤다. 8cm가 남아 있다. 아침에 나갈 때는 15cm였는데…. 누군가가 마셨다. 그런데 난 혼자 산다. 언젠가는 생선이 감쪽같이 사라진 적도 있었다. ‘언제나 당신과 함께하는’이라는 냉장고 회사의 홍보문구조차 불길한 징조로 느껴진다. <나가사키>는 이런 불안을 느끼는 한 남자의 시선에서 출발한다. 결국 남자는 웹캠을 설치하고 회사에서 집을 감시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부엌을 찍는 웹캠에 한 여자가 찍힌다. 그는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집에 가달라고 말한다. 56살인 그와 비슷한 또래인 듯한 여자를 보며, 그는 늑대가 자신을 점찍었다는 걸 모른 채 서 있는 숲속 빈터의 사슴을 떠올린다. 이내 약간 후회스러운 마음이 든다. 도망가라고 여자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녀는 그를 해치지도 엄청난 도둑질을 하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경찰이 도착하고, 여자는 미닫이 옷장 속에 숨어 있다 발견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어느 도시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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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소비하면 우리는 행복할까?>는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이 광적인 소비 양상을 보이는 몇 가지 유형을 나열해 보여준다. 다른 말로 하면, “더 많이 소비하는 일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가” 하는 다소 철학적일 수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아쉬움을 줄 수 있고, 반면 타인의 소비욕구를 자극해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용한 몇 가지 마케팅 도구를 제공할 수도 있다. 더 많이 소비해야 행복해지는 게 아니고, 당신을 행복하게 할 소비의 유형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기도 하다.
블로그에서 조회수를 보장하는 포스팅 중 하나는 새로 생긴 맛집이나 요즘 뜨는 여행지를 경험하고 쓰는 ‘후기’다. 이 책의 구분대로 말하자면 이런 소비유형은 ‘소잿거리’를 사는 것이다. 도심에 새로 문을 연 고급호텔에 투숙해보기, 줄 서는 일본 음식점에서 식사하기 등. 단순히 비싼 게 문제가 아니다. 화제가 될 만한 것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앞서, 공들여 소비한다. 취미
[도서]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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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누구세요?
=저 말입니까? 그건 관객 여러분과 기자님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 누군지 속시원하게 말씀 좀 해보세요. 영화를 보고나니 한 가지는 분명합디다. 천사 아니면 악마라는 거죠. 세상의 종말을 미리 알려주질 않나, 주인공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도 미리 예상하질 않나. 이런 건 그냥 사기꾼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거든요.
=기자님이 천사라고 하면 천사고, 악마라고 하면 악마겠죠 뭐. 단, 제 미모에 반해서 전화하셨다간 호통을 들을 겁니다.
-뭥미, 하나님의 세상에선 그런 유머도 먹히나봐요?
=크르릉.
-올드독(이라고 쓰고 늙은 개라고 읽는다)소리내지 마시고요. 하긴 천사랑 악마랑 다를 게 뭐가 있나 싶긴 합니다. 원래 대악마 루시퍼도 천사의 일족이었잖아요. 둘 다 날개가 달려서 징그럽긴 매 한가지고요.
=기자님이 그러니까 구원을 못 받는 거예요.
-구원이고 자시고, 전 라파엘로 그림도 프란시스 베이컨처럼 무서
[김도훈의 가상인터뷰] “짐승 같은 인간들아. 지구는 끝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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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국 단 한번도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지 못했다. 단 한편의 영화로 영화사에 지워지지 않을 족적을 남기며 거장의 반열에 드는 이도 있지만, 적어도 시드니 루멧은 아니다. 33살에 <12명의 성난 사람들>(1957)로 화려하게 데뷔한 이래 25편에 이르는 작품을 남겼지만 100대 영화에 뽑힌 것은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네트워크>(1976)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드니 루멧만큼 거장이란 칭호가 어울리는 감독도 드물 것이다. 무려 4차례나 감독상 후보에 올랐지만 번번이 고배를 안겨준 아카데미가 2005년 그에게 선사한 평생공로상이 진정 빛났던 까닭은 그것이 단지 81살의 영화계 원로에게 형식적으로 바치는 빛바랜 영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2년 뒤 루멧은 무시무시한 완성도로 미국의 비극을 포착해낸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2007)를 선보인다. 데뷔부터 마지막 작품이 된 이 영화까지 무려 50년의 세월을 격하여,
[추모] 반세기, 당신의 이야기에 흥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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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너무 사람 많아, 홍대 사람 많아, 신촌은 뭔가 부족해.” 가슴 뭉클한 대사, 화려한 세트와 로케이션, 그리고 UV와 박진영의 절묘한 호흡이 찬란한 불빛과 함께 어우러진 <이태원 프리덤> 뮤직비디오를 보고 젊음이 가득한 세상으로 떠난 사람들이 많으리라. 이 걸작 뮤직비디오의 뒤에는 유일한 감독이 있다. 유세윤의 오랜 단짝이자 Mnet PD로서 <UV신드롬>을 함께했으며 UV의 <쿨하지 못해 미안해>와 <집행유애> 뮤직비디오까지 연출한 숨은 인물이 바로 그다. 그들과 함께 ‘안전지대’라는 공동창작집단을 이끌며 장차 장편 기획까지 꿈꾸고 있는 그를 만났다.
-<이태원 프리덤>은 세트 제작부터 로케이션 촬영, 그리고 박진영 캐스팅까지 대단한 야심이 돋보인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작품인가.
=박진영 형은 전에 JYP 소속 래퍼 산이의 <러브식> 연출을 하면서 알게 됐다. 그때 인연으로 UV랑 진영 형이랑 술을 마시는
[Cine talk] 내가 유치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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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일곱살이던 그때, 나는 보잉 747기 좌석에 앉아 있었다”로 시작하여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로 끝나는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의 베스트셀러 <상실의 시대>는 세계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청춘의 한 시절을 극도로 아름답게 묘파하며 전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작품의 영화화를 계속 거부했고, 마침내 20여년이 지난 뒤에야 타국의 감독 트란 안 훙의 끈질긴 요청에 두손을 들었다. 트란 안 훙은 마쓰야마 겐이치와 기쿠치 린코를 캐스팅하여 <상실의 시대>를 완성했고, 너무 유명한 원작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늘 그러하듯 찬반양론에 휩싸였다. 지난 3월28일 트란 안 훙과 가졌던 화상 인터뷰를 전한다.
-<상실의 시대>를 읽은 건 언제였나.
=1994년 프랑스어로 번역된 <상실의 시대>를 처음 읽었다. 책을 막 읽었을 때의 신선한 느낌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싶었고, 그때부터 영화화에 대한 생각을 했기 때문에
[Cine talk] 사랑을 상실하고 우린 어떻게 슬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