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언론 시사회 직전 민규동 감독을 만났다. 그는 호들갑을 떨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이제 막 영화가 공개되기 직전의 흥분 상태에 놓인 감독답지 않게 시종일관 또렷하고 편안했다. 그는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개인적인 이유에서부터 앞으로 남은 장기적인 관심사까지 말했다.
-이 영화를 하게 된 특별히 개인적인 계기들이 몇 가지 있다고 들었다.
=언젠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었다.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인 줄 알았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런 문장들이 나를 크게 건드리는 게 있었다. 그즈음에 친구가 췌장암 선고를 받기도 했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남의 이야기로 들을 때는 진부했는데 가깝게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니 현실적으로 믿기지 않았다. 그 친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일들이 옛날에 놓쳤던 사람들까지 떠올리게 했다. 첫 영화를 찍을 때 외할
실컷 울고 용서받고 싶었다
-
15년 전에 드라마로 방영된 다음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던 노희경 원작의 단막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드라마에서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드라마와 영화 사이의 차이 그리고 영화가 새로 추구한 점들을 살피며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말해본다. 감독의 인터뷰도 함께 실었다.
한편의 드라마가, 그것도 단지 이틀 동안 방영된 네 시간짜리 단막극 한편이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고 희귀하다. 1996년에 MBC 창사 특집극으로 방영됐던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본 사람과 보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서 오랫동안 얘기되어왔다. 본 사람은 눈물의 수기를 고백하는 마음으로, 보지 못한 사람은 못 봤어도 그 눈물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서로 말이 통했다. 훗날 극본을 쓴 노희경은 유명 극본가가 되었고 마니아층을 둔 지 오래됐다. 그가 초기에 썼던 이 드라마는 다시 연극
한 떨기 야생화의 마지막 생
-
연기할 때 부자연스러운 화장은 굉장히 싫어
고현정_가만. 너의 멜로영화를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네.
이미연_멜로 하고 싶어. 그런데 이제 내가 멜로드라마를 하려면 벗는 연기를 한다거나 대중이 보기에 좀 새로운 면모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이 될 때도 있어. 그런데 난 노출 연기 자체가 편하진 않아. 사실 지난 작품을 다시 보면 난 약간 후회가 될 정도로 메이크업이나 의상에 설정이 없어. 연기할 때 속눈썹 붙이거나 부자연스럽게 진한 입술화장을 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거든. 처음에는 이번에는 달리 가보자고 설정했다가도, 좋은 연기가 있고 그 다음에 헤어, 의상, 메이크업이 있는 거라는 생각에 결국은 또 편안한 스타일로 가게 돼. 이렇게 입으면 아주 예쁘다는 걸 알아도 화보촬영도 아닌데 동작이 불편해서 연기에 거슬리는 걸 못 참는 거지. 그런 내가 과연 노출연기가 편할 수 있을까? 배우로서 부족한 면일 수도 있지. 아무튼 최근에 접해본 시나리오는 멜로드라마보다 주
영화현장은 내겐 행복이지만 절실한 장소야 (2)
-
영화 '써니'는 학창시절을 함께한 칠공주 '써니'가 25년 만에 다시 모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되찾는 유쾌한 감동을 그린 이야기이다. 전작 '과속 스캔들'을 연출한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심은경, 강소라, 김민영, 박진주, 남보라, 김보미, 민효린 등이 출연한다.
5월4일 개봉.
[써니]강형철 감독, "‘과속 스캔들’ 잘돼 흥행 부담 없었다"
-
-
고현정_1990년에 동국대학교에 함께 입학했을 때 이미연은 최고의 스타였고 옆에 갈 수 없는 존재였어. 아직 기억나는데, 신입생 환영회에서 무대에 한명씩 올라가 선배들이 던지는 혹독한 질문을 견뎌야 하는 순서가 있었잖아? “<빙점>의 여주인공 이미연!” 하고 호명돼서 네가 올라갔는데 선배들 중 아무도 선뜻 공격하지 못하고 한참 바라만 보고 있었어. 질색하는 표현인 건 알지만, 그때 너 정말 굉장히 아름다웠어. 나 역시 미스코리아가 된 다음 입학했지만 내 존재는 아무도 모를 때고 난 대중이 배우 보는 마음으로 동기인 너를 봤지. 미스롯데에 당선되고 <하이틴> 잡지에 나오는 걸 보면서 “최수지 이후 이렇게 예쁜 사람이 또 있나!” 하고 있다가 학교에 와서 직접 만난 거야. 본인은 몰랐을지 몰라도, 네가 움직이면 동국대 전체가 술렁이고….
이미연_얘 또, 오버한다. 그 정도는 아니었어. (웃음) 고등학생 때부터 활동하느라 힘들어서 대학만 가면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영화현장은 내겐 행복이지만 절실한 장소야 (1)
-
기자라서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반면 기자이기에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종류의 인터뷰가 있다. 16년간 매주 영화잡지를 만들며 배우를 만났으나 언제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고 이제야 고백하련다. 김지하 시인의 시구를 막무가내로 인용하자면 “밤새워 물어뜯어도 닿지 않는 마지막 살의 그리움”이라고나 할까? 우상인 동시에 무당인, 지긋지긋하게 예민한 동시에 폭력적으로 대담한 이 희귀한 ‘종족’에게, 특별한 예술가들에게 우리는 번번이 이족의 언어로 눈치없이 말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능하다면 아바타의 몸이라도 빌려입고 배우들의 나라에 잠입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고육지책을 냈다. 우리가 배우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직업상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배우에게 기자가 되어달라고 매달려보자. 조심스레 인터뷰어의 자리에 청한 배우 가운데 고현정이 “오케이!”를 외쳤다. 그녀가 제일 먼저 만나고 싶어 한 배우는 이미연이었다. 소식을 전해들은 이미연은 예정된 다른 스케줄을 앞으
고현정, 이미연을 만나러 가다
-
회고전 및 특별전으로 집중 조명되는 포르투갈영화, 필리핀영화, 멕시코영화를 마주한다.
<향기어린 악몽> Perfumed Nightmare
포커스 키들랏 타히믹 회고전 / 1977년 / 93분 / 필리핀 / 키들랏 타히믹
키드랏 타히믹은 필리핀의 독립영화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다큐멘터리 <향기어린 악몽>은 그의 데뷔작으로 자본주의의 유입과 문명의 파괴를 비롯한 제3세계의 문제를 실험적인 방식으로 제기하고 있다. 젊은 시절의 타히믹은 영화에서 지프니(지프를 개조해 만든 당시 필리핀의 대중교통수단) 운전사로 나온다. 매일 아침 미국에서 송출된 라디오를 듣고, 미국의 달 착륙에 열광하던 그는 로켓 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베르너 폰 브라운의 팬클럽을 조직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염원하던 미국에 갈 수 있게 된 그는 여행 도중 파리와 독일에 머무른다. 그의 눈에 비친 서구는 공사 중이다. 파리의 옛 구역들은 관료적 통제와 자본주의의 폭격으로 파괴되어가는 중
향기어린 악몽 / 골리앗의 여름 / 포르투갈식 이별
-
재미와 감동을 그대 품 안에!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 여기 모였다.
<일루셔니스트> The Illusionist
애니페스트 / 2010년 / 80분 / 프랑스 / 실뱅 쇼메
<윌로씨의 휴가>(1953)나 <플레이타임>(1967)을 본 관객이라면 잊을 수 없는 영화사의 아이콘, 윌로씨를 기억할 것이다. 키가 크고 트렌치코트를 즐겨 입는, 의도치 않게 주변에 온갖 소동을 불러오던 소심하고 착한 남자. 윌로씨를 창조했으며 직접 연기까지 한 이는 감독 겸 배우 자크 타티다. 타티가 마지막 영화로 만들고 싶어 했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1982년 사망했고, 2010년 실뱅 쇼메가 연출을 맡았다. 텔레비전과 영화와 록스타에 밀려 점점 설 곳을 잃어가던 나이든 마법사 타티셰프가 스코틀랜드에 흘러들어온다. 투명한 색조는 스코틀랜드의 청명한 공기를 손에 잡힐 듯 시각화하며, 빠르게 변하는 세계와 불화하며 알코올중독과 고독에 지쳐가는 서커스 단원
일루셔니스트 / 네가 원한다면 / 고교 졸업반 / 내일의 죠
-
날선 시각으로 벼려낸 한국 현대사의 풍경을 조망한다. 한국영화, 여전히 팔팔하다.
<미국의 바람과 불> An Escalator in World Order
국제경쟁 / 2011년 / 118분 / 김경만 / 한국
미국은 한국에 어떤 존재인가. <미국의 바람과 불>은 이 질문에 대해 영상의 재구성으로 쓴 대답이다. 한국의 근대 풍경을 담은 초기의 기록영화와 <대한뉴스>, 국정홍보영화, TV 뉴스릴을 재편집한 영화는 한마디의 내레이션 없이 한국의 근·현대사를 정리해낸다. 먼저 눈에 띄는 건 권력의 자리에 오른 뒤 꼬박꼬박 미국 대통령과 만남을 갖는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다.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부터 “사대주의를 배척하자”고 했던 박정희를 거쳐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그들은 모두 당시의 미국 대통령을 만나거나 미국 의회를 찾아 연설했고, 그때마다 미국은 그들의 권력을 허락했으며 국민도 열광했다. 이런 역사의 진행과정에서 본다면 미국 건국 200주년
미국의 바람과 불 / 사랑할 수 없는 시간
-
2010년 한해 동안 칸, 베니스, 선댄스, 아카데미 등에서 화제를 집중시켰던 신작들의 성찬이 펼쳐진다.
<선물 가게를 지나는 출구> Exit Through the Gift Shop
시네마스케이프 / 2010년 / 86분 / 영국 / 뱅크시
열정은 감염되는 법이다. 1990년대 프랑스에서 미국 LA로 이민온 빈티지숍 운영자 티에리 구에타에겐 병적인 습관이 있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그의 손에는 항상 비디오카메라가 쥐어져 있었고 그 어떤 사소한 일상도 카메라 렌즈를 비껴가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촌이 파리에서 스트리트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모습을 처음 찍게 된 티에리는, 곧장 도시 곳곳의 벽면에 자신의 인장 그래피티를 표시한 죄로 경찰이라는 공적 세력에 늘 쫓겨 살아야 하는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들과 함께할 땐 나도 유령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위험을 사랑한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런던에서 처음 출몰하여 순식간에 전세계인들
선물 가게를 지나는 출구 / 빛을 향한 노스탤지어 / 이센션 킬링 外
-
영화적 재미는 스토리의 기승전결과 화려한 출연진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역사의 흔적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추상적 에세이와 극사실주의적인 공포영화는 관습적 영화보기에 도전장을 던진다.
<나인 뮤즈> The Nine Muses
영화보다 낯선 / 2010년 / 92분 / 영국 / 존 아캄프라
“백색 영국을 지키자.” 스프레이로 휘갈긴 잔혹한 문구를 바라보는 흑인 사내의 얼굴은 불안에 차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아프리카, 아시아, 캐리비안 제도에서 밀려들어온 이민자들은 자신들 본래의 역사를 버린 채 익숙하지 않은 영국식 삶의 방식을 체현하도록 강요받았다. 존 아캄프라는 1952년부터 1981년까지 이르는 이주민들의 역사에 관해 영국의 각종 영상물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푸티지들을 재구성하며 또 다른 역사 쓰기에 도전한다. 존 아캄프라가 지난 20여년 동안 염원했던 이 ‘다른 역사 이야기’는, 우리가 ‘정설’로 배우거나 기억하는 추상적인 역사가 얼마나 편협한가를
나인 뮤즈 / 우린 우리다 / 서구의 몰락에 대한 연구
-
4월28일부터 5월6일까지 시간을 비워두시라. 올해로 12주년을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언제나처럼 영화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 있는 다양한 지평선의 걸작들을 풍성하게 마련했다. 여기 신중하게 선택된 20편의 추천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장 뤽 고다르의 <필름 소셜리즘>, 벨라 타르의 <창백한 말>, 그리고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아스가르 파르허디의 <씨민과 나데르, 별거>는 프리뷰 DVD가 늦게 도착하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이번 기사에서 빠졌다. 이 세편의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내내 만나게 될 <씨네21 데일리>를 통해 소개할 것을 약속드린다.
<카를로스> An Escalator in World Order
불면의 밤 / 2010년 / 330분 / 프랑스, 독일 /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20세기 최고(혹은 최악)의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자칼’. 쿠바와 소련, 요르단에서 게릴라 훈련을 받았고 미국으로 대표되
맛고향에 영화 향기가 풀풀
-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최근 소녀시대가 한 행사장에서 공연하던 중 남성 관객이 무대에 난입, 태연을 끌고가려다 제지당하는 소동이 벌어졌다.인터넷에는 곧바로 10여일 전 휘성이 대전에서 열린 한 공개 방송에서 술 취한 남성으로부터 습격당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이 남성은 노래하는 휘성에게 일명 '날라차기'를 했으나 휘성은 몸을 피했고 소동은 그 선에서 마무리됐다.이들 '사건'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가수들의 안전문제가 도마위에 올랐지만 정작 가요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는 분위기다.많은 음반기획사 매니저들은 21일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행사 무대에서는 경호원 등 안전 요원들이 드물어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며 "가수들에게 위험천만한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사각지대"라고 했다.가요계는 기획사 차원에서 경호원을 고용하거나, 출연 계약서에 안전 조항을 넣는 등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입
<가수들 행사무대는 '안전 사각지대'>
-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영화제작자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질서를 왜곡하고 있다며 CJ CGV 등 대형 멀티플렉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대기업 중심의 영화계에 판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을 끈다.영화사 '봄'을 비롯한 23개 영화제작사는 무단으로 무료초대권을 발급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CJ CGV, 롯데쇼핑 주식회사 등 주요 4대 멀티플렉스를 상대로 최근 소송을 제기했다.이들은 소장에서 "CGV 등은 제작자 및 투자자들과 상의 없이 개점초대권, 마일리지초대권, 영화상품권 등의 명목으로 부금이 정산되지 않는 무료초대권을 남발해 손해를 입혔다"며 "그로 인한 피해금 32억4천만원을 보상하라"고 주장했다.부금이란 상영관이 영화요금 중 약정 부율에 따라 배급업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말한다. 국내영화에 대해서는 배급사와 상영관이 5:5, 외국영화는 서울 6:4, 지방 5:5의 비율로 분배한다.무료초대권 부문은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
<영화제작자, 멀티플렉스에 '시장왜곡' 소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