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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의 데뷔작 <죽엄의 상자>(1955)가 발굴되어 첫 공개를 앞두고 있다. ‘전영객잔’이라는 지면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오는 6월4일과 9일 영상자료원에서 공개될 김기영의 초기 영화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미리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나름의 가치는 있지 않을까 한다. 김기영은 1950년대 미국공보원의 리버티 프로덕션에서 중·단편 영화를 찍으며 자신의 영화 인생을 시작했다. 프로파간다 성격이 강한 홍보성 영화이긴 했지만 그는 이들 영화에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죽엄의 상자>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이 작품 역시 미국공보원이 제작했다). 지금까지 그의 영화세계에서 <하녀> 이전의 시기는 침묵의 영역이었다. 1950년대 후반 그가 연출한 8편의 영화 중 남아 있던 작품은 <양산도>(1960)가 전부였지만 그마저도 김기영식의 기이한 상상력이 드러났다고 전해지는 엔딩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십대의 반항>(19
[전영객잔] 김기영 세계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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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 골딘의 유명한 ‘셀카’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왼쪽 1번 사진은 골딘과 남자친구 브라이언이 침대 위에서 다소 차갑게 있는 사진이네요. 2번 사진은 둘이 사랑을 하고 있는 사진이고요. 3번 사진은 일년 뒤의 사진인데, 브라이언에게 폭행을 당한 뒤의 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한장씩 떼어놓고 보면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세장을 모아놓고 보니 무언가 ‘지독한 관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을 봤을 때 제 질문은 이거였습니다. “왜 낸 골딘은 굳이 이 사진을 찍었을까? 그리고 굳이 왜 타인에게 보여줄까.”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이 사진들을 통해 무언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봅니다.
다른 작가들의 ‘셀카’를 몇장 더 봅시다. 신디 셔먼의 사진입니다. 4번 사진은 신디 셔먼의 평상시 모습인데 아주 미인이네요. 5번은 그녀의 또 다른 사진인데요. 아주 오싹할 정도로 기괴하게 연출을 했네요. 다음 6번은 앤디 워홀의 셀카입니다. 늘 하던 대로 팝 아트적
[영상공작소] 나를 향해 카메라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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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집계한 야구 관중 수는 592만명이었다. 올해는 600만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야구 열풍은 영화로 이어졌다.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가 이미 올해 초 개봉했고 한때 잘나가던 야구 스타였던 투수가 2군까지 떨어지며 성숙한다는 내용의 휴먼드라마인 김상진 감독의 <투혼>과 허영만의 <제7구단>을 원작으로 고릴라가 프로야구단에 들어간다는 황당한 소재를 다룬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도 제작 중이다. 여기에 박희곤 감독의 <퍼펙트 게임>이 가세했다. <퍼펙트 게임>은 야구영화 중에서도 경기 자체에 충실한 영화다. 1987년 5월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있었던 전설적인 경기인 롯데 자이언츠 투수 최동원과 해태 타이거즈 투수 선동열의 연장 15회 2 대 2 무승부 완투 대결을 기본 뼈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원년 OB 베어스의 팬이었고 영화를 준비하면서 기아와 롯데를 자연스럽게 응원
선동열 vs 최동원 세기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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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여름 방학과 휴가가 맞물리는 7-8월 극장가에 관객 1천만명을 동원할 대형 영화가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그간 1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한국영화와 외화를 포함해 '아바타'(1천335만명), '괴물'(1천301만명), '왕의 남자'(1천230만명), '태극기 휘날리며'(1천174만명), '해운대'(1천139만명), '실미도'(1천108만명) 등 6편뿐이다.국내를 대표하는 투자 배급사인 쇼박스와 CJ엔터테인먼트의 작품이 다음 달 21일 '천만 영화' 타이틀을 놓고 첫 대결을 펼친다.장훈 감독의 '고지전'과 조범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퀵'이다.'고지전'은 '영화는 영화다'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두 번째 작품 '의형제'로 546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충무로의 기대주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세 번째 장편영화다.휴전협상이 진행되는 중에도 고지를 탈환하려고 목숨을 건 전투를 해야 했던 남북한 병사들의 사연을 그렸다.순제작비만 100억원이 넘는 대작이다
<최대 성수기 여름, 천만 관객 영화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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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남자들의 연애담이다!” 미리 돌 맞을 각오를 다지기나 하듯, 전계수 감독이 작품의 취지에 대한 일단의 고백부터 하고 본다. <러브픽션>은 연애의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을 모두 보여주는, 이른바 보통 사람의 연애담이지만 이 보통 사람의 시각이 다름 아닌 ‘남자’에 의해서 재단된다는 차별점이 존재한다. 여자는 당연히 ‘남자’의 판타지가 만들어낸 어쩌면 오해로 가득 찬 이상생명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제대로 남성 중심적인, 감독의 말대로라면 ‘페미니즘에 입각해서 보자면 아주 괘씸한’ 작품이다. 내용으로나마 단서를 찾아보자면 이렇다. 잘 안 풀리는 소설가 주월(하정우)은 출판박람회 때 만난 영화수입사 직원 희진(공효진)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럴듯한 구애 과정이 진행된 뒤 둘은 수순처럼 연인이 되지만 남자의 마음은 여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요동치며 아주 주관적이고 때로 절대적이기까지 한 연애의 역사를 써내려간다. 결국 사랑스런 희진의 행동이 짜증으로, 의심으
젊은 베르테르의 ‘지랄’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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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에 한 말 그대로 복사하기 해도 될 판이다. (웃음)” 2009년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발레교습소>(2004) 이후 오랜만의 신작 계획을 야심차게 발표하고 인터뷰까지 끝낸 뒤 <화차>(가제)의 크랭크인은 투자난항을 겪으며 연기됐었다. 변영주 감독이 거듭된 출사표에 먼저 민망함을 표한다. 어쨌든 고난은 과거사, <화차>가 7월 크랭크인을 목표로 재정비됐다. 그 지난함 속에 10고의 시나리오가 나왔고, 덕분에 탄탄한 프리 프로덕션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변영주 감독에게 <화차>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프로젝트가 됐다.
이야기의 골격은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원작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교코’라는 한 여성의 갑작스러운 실종. 미궁에 빠진 그녀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도중 베일에 싸인 그녀의 비밀이 드러난다. 사채빚 때문에 빚쟁이들에게 몰린 교코는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뒤 ‘쇼코’라는 여성으로 신분을 위장하며 살게 되고 결국 파
그리고 그녀는 괴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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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비딕' 언론시사회 현장.
영화 '모비딕'은 의문의 교각 폭발사고를 둘러싸고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사회부 기자와 내부 고발자, 그리고 사건을 조작하려는 그림자 조직의 거대한 진실게임을 담은 영화로 오는 6월 9일 개봉한다.
[모비딕] 황정민, ‘사회부 기자와 형사, 비슷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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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 해외 거대 기업의 지원을 받은 한국 연구소가 바닷속 심해 기지에 타임머신을 개발한다….’ 자, 이건 김현석 감독의 새 프로젝트의 서문이다. 짧은 시놉시스의 전개를 더 밀어붙여보면 이렇다. 자금압박에 시달리던 박사는 회사쪽에 실적을 보여주고자 시운전을 한다. 테스트 단계라 제약도 많다. 규칙에 따라 오전 11시에 출발, 15분간 머물다 다시 돌아온 지구. 문제는 타임머신에 탑승한 나머지 구성원의 생사가 불분명하다는 거다. 박사는 이제 CCTV의 기록을 토대로 과거의 재조합에 나선다. 그가 본 광경은 끔찍하도록 무서운 인간의 욕망과 불신이다. 다시 꼼꼼히 들여다봐도 좀체 멜로가 들어갈 틈이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로맨틱 코미디 전문 감독 김현석 감독이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만들 것 같은 장르에 손을 댔다. 이른바 SF. “아닌 게 아니라 <7광구>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 기존 작품들과 다른 걸 해보려 하던 차였고, 이왕 할 거
타임머신 15분 사라진 자들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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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감독의 알파벳 애호는 여전하다. M에 이어 이번에는 K다. 김(Kim)씨 혹은 Korea의 K. <미스터 K>는 그처럼 흔한 성씨를 지닌 평범한 한국 남자를 첩보원으로 내세운 액션영화다. 이명세 감독이 준비단계에서 밝힌 이야기의 얼개는 무척 단순하다. “미스터 K가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 거지 뭐.” 현재로서는 흥미가 당기는 부분은 이야기보다 캐릭터다. 극중 미스터 K는 첩보원으로서의 협상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아내에게만큼은 일언반구도 못하는 남자다. 즉 <미스터 K>의 한줄 시놉시스는 ‘공처가 첩보원의 글로벌한 활약상’ 정도가 될 것이다.
<미스터 K>의 시작은 제작자인 윤제균 감독이었다. <해운대>와 <7광구> <퀵> 등 할리우드 장르의 한국적 이식을 계획해온 그가 <미스터 K>에 앞서 자문한 질문은 “왜 우리나라에는 007 시리즈 같은 영화가 없을까?”였다. 단지 매력적인 첩보원을 주인공
인정사정 볼 것 없는 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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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시네마서비스의 김기덕’이라 불렸는데 어쩌다 올림픽 감독이 됐나 몰라. (웃음)” 장규성 감독이 <이장과 군수>(2007) 이후 4년 만에 다섯 번째 영화 <도깨비>를 들고 찾아온다. <재밌는 영화>(2002)로 데뷔한 이래 <선생 김봉두>(2003), <여선생 vs 여제자>(2004) 등 부지런히 영화를 만들며 ‘장규성표 코미디’라는 인장까지 남겨온 그였기에 그 ‘귀환’이 더없이 반갑다. 하지만 그는 “아무 일 없이 쉬는 것처럼 보였어도 3년 동안 <도깨비>에만 매달려 있었다”고 말한다.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도깨비>는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도깨비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어느 마을에 한 주인공이 흘러 들어간다. 그는 그런 존재는 전혀 믿지 않는 사람일뿐더러 가족의 소중함 따위는 모르는 매정한 사람이다. 그러다 실제 도깨비불을 목격하면서 서서히 마을 분위기에 젖어들게 되는데, 그 마을의
웰컴 투 도깨비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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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5일 수요일, 서대문의 한 레지던스 호텔에서 <특수본: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 촬영이 한창이다. 최근 주연배우 엄태웅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선배 성동일과의 장난스런 키스신 등 현장 사진을 종종 올리면서 화제가 된 영화다. <특수본>은 의문의 경찰살해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담당할 특별수사본부가 마련되면서 상이한 성격의 두 형사, 김성범(엄태웅)과 김호룡(주원)이 그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은 범죄액션영화다. 성범이 다년간 쌓은 현장 경험과 동물적 직감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베테랑 형사라면 FBI에 연수를 다녀온 범죄심리학 박사 호룡은 귀국 뒤 자원하여 특수본에 참여한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성격으로 인해 사사건건 갈등을 빚지만 사건을 파헤칠수록 배후에 있는 거대 권력과 마주하게 되고, 결국 선머슴 같은 열혈 여형사 정영순(이태임)과 함께 제2의 특수본을 만들어 수사를 해나가게 된다.
<특수본>은 70%가량 촬영이 진행
정의를 위한 두 남자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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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2일 오후 6시경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러 대의 촬영 차량 속에서 단박에 눈길을 끈 승합차가 있다. 노란색 봉고차에는 “Mr. Children”이라고 쓰여 있다. 2007년 <바르게 살자>로 데뷔한 라희찬 감독이 연출하는 <Mr. 아이돌>에서 남자 아이돌 그룹으로 등장하는 미스터 칠드런이 타고 다니는 소품용 차량이다. 주차장 곳곳에는 700여명의 보조출연자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있다. 이성진 PD의 말에 따르면 이들 보조출연자들 가운데는 미스터 칠드런의 지오 역을 맡은 2PM 출신 재범의 팬들과 미스터 칠드런의 메인 보컬인 유진을 연기하는 지현우의 팬도 많이 섞여 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친 보조출연자들은 공연장 입구 한쪽 벽을 배경으로 팔을 벌리고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은 CG팀에서 2천석 규모의 객석을 가득 메우기 위해 관객을 합성할 때 필요한 소스로 사용된다.
‘퇴물’ 아이돌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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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년간 한국영화계의 경향을 규정짓는 키워드는 다소 뻔해 보였다. 남성 스릴러와 코미디. 흥행작이 선도하는 트렌드를 간과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어딘가 심심해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촬영 중인 영화들, 이제 막 크랭크업을 준비하는 영화들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일단 다양하다. “왜 우리나라에는 007 시리즈 같은 영화가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이명세 감독의 <미스터 K>, 김현석 감독이 도전하는 의외의 SF <AM 11>, 변영주 감독이 오래도록 숙성시킨 미야베 미유키 원작의 <화차>(가제), ‘코미디 하나 하셔야죠’라는 세간의 질문에 <도깨비>라는 가족판타지영화를 준비 중인 장규성 감독, 여타의 남성 스릴러액션 장르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그 특유의 인간미를 담아낼 황병국 감독의 <특수본: 특별수사본부>, 하정우와 공효진이 코믹 연애의 종결자로 나설 전계수 감독의 <러브픽션>, 아이돌 세계를 독
뜨거운 여름에도 카메라는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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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명성을 지닌 배우의 동생으로 산다는 것. 행운이기도 하고 비극이기도 하다. 맏이의 명성에 짓눌려 기를 못 펴고 성장했던 수많은 아역배우들을 한번 떠올려보시라. 물론 이건 엘르 패닝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소리다. 다코타 패닝의 4살 어린 여동생인 엘르 패닝은 지난해 소피아 코폴라의 <섬웨어>를 통해 언니의 그림자를 완전히 집어던졌다. 게다가 엘르 패닝은 언니보다 자라는 속도도 빨라서 13살의 나이에 이미 170cm를 훌쩍 넘겼다. “생각보다 너무 커서 놀랐다”며 인사를 건네자 그녀는 즐겁게 답했다. “<슈퍼 에이트> 찍을 때보다 7cm나 더 컸다. 이젠 언니보다 더 크다. 너무 빨리 커서 무릎이 아프다!”
-이번 싱가포르 정킷은 혼자 온 건가? 아니면 가족이 함께 왔나.
=할머니와 함께 왔다. 할머니는 나를 담당하고, 엄마는 언니를 담당하며 촬영장과 홍보 행사를 함께한다. 우리 자매가 같은 기간에 동시에 활동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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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포스터처럼 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