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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TV 역사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여전사 캐릭터를 모았다. <언더월드>의 셀린느와 <레지던트 이블>의 앨리스는 어디 있냐고? 그녀들은 라라 크로포트 뒤에 조심스레 세워두는 게 어떨까. 1위는 물론, 여러분이 생각했던 대로다.
1. 엘렌 리플리(시고니 위버)
<에이리언>(1979), <에이리언2>(1986), <에이리언3>(1992), <에이리언4>(1997)
이 리스트의 1위에 리플리를 제외하고 대체 누굴 올릴 수 있겠는가. 리들리 스콧의 1편에서 강인한 생존자에 가까웠던 리플리를 진정한 여전사로 만든 건 2편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이다. <7광구> 등 이후 거의 모든 여전사 장르영화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친 캐릭터.
2.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
<터미네이터>(1984), <터미네이터2>(1991)
강인한 여성에 대한 제임스 카메론의 페티시가 꽃을 피운 캐릭터(카메론은 해밀
리플리, 오 마이 캡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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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샐다나는 안젤리나 졸리에 이어 할리우드가 새롭게 발굴해낸 여전사형 배우다. 이미 <아바타>에서 판도라 행성을 솟구치며 인간에 대항한 바 있는 그녀는 <콜롬비아나>에서 거대한 바주카로 적의 진지를 기습하거나, 몸에 딱 붙는 검은 타이츠를 입고 감옥을 제집처럼 넘나들고, 오로지 주먹과 발로 남자를 격퇴한다. 조 샐다나에게 서면으로 여전사 연기의 즐거움에 대해 물었다.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예전부터 <니키타>와 <레옹>의 팬이어서 뤽 베송이 제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관심이 갔다. <글래디에이터>나 <맨 온 파이어>같이 자신의 모든 걸 잃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한 가지 다른 것은 이 영화가 여자의 시각을 가진 점이다. 전형적인 소재지만 매우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본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춤을 배운 것이 액션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나.
=어렸을 때 고전무용을 배웠고
바주카 쏠 때, 그 쾌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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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사 리스트는 오히려 무술을 바탕으로 한 아시아에서 막강하다. 원조라면 역시 호금전의 <대취협>(1965)에서 춤을 추는 듯한 우아한 몸놀림으로 신기의 칼솜씨를 뽐냈던 ‘금연자’ 정패패다. 리안이 <와호장룡>(2000)에 ‘푸른 여우’로 그녀를 캐스팅하며 오마주를 바친 것은 유명한 일. 이후 쇼브러더스는 수많은 여전사들을 양산했는데, 송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가문의 남자들이 모두 전사하자 과부가 된 집안 여자들이 양씨 가문을 위해 전쟁에 참여하는 <14인의 여걸>(1972)도 기억해둘 만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하리리는 <여살수>(1971)와 <수호전>(1972) 등으로 유명하며 능파는 바로 이한상의 <양산백과 축영태>(1962)에서 베이징 오페라의 전통에 따라 남자 역할인 양산백을 연기한 배우다.
이후 그 계보는 호금전의 <영춘각의 풍파>(1973)와 <충렬도>(1977)에서 주연을 맡고 &l
금연자, 예스마담, 붉은 모란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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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계의 흐름에 뒤처져 있던 할리우드의 여전사가 결정적인 변화를 맞이한 건 단 한명의 스타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젤리나 졸리 말이다. 물론 90년대에도 지나 데이비스(<컷스로트 아일랜드> <롱키스 굿나잇>)라는 출중한 액션 스타가 있었다. 하지만 지나 데이비스와 안젤리나 졸리의 차이점은 박스오피스에서의 파워다. 안젤리나 졸리는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그녀의 이름만을 믿고 수천만달러짜리 액션영화의 제작을 밀어붙일 만큼 돈이 되는, 아마도 할리우드 역사상 첫 번째 여전사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 캐릭터를 액션 히어로로 내세운 대자본 블록버스터는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다(지나 데이비스의 영화들이 박스오피스에서 격정적으로 침몰한 탓도 조금은 있을 것이다). 졸리의 <툼레이더>는 이 같은 편견을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게다가 안젤리나 졸리의 여전사들은 90년대 여전사들을 뛰어넘는다. 그녀는 예전의 남자 액션 히어로들이 그랬듯이 자신의 육체적 강인함
21세기 여전사 블록버스터 시대 - <툼레이더> 이후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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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성을 입지 않고 여성의 몸으로 전쟁을 시작한 현대적 여전사의 시작은 오히려 할리우드가 아니라 TV계에서 찾아왔다. 바로 조스 웨든의 기념비적인 시리즈 <버피와 뱀파이어>와 뉴질랜드와 미국의 합작 시리즈 <여전사 제나>였다. 틴에이저물과 뱀파이어 장르의 전통을 거의 여성주의적인 시각으로 펼쳐낸 <버피와 뱀파이어>의 버피는 1998년 워싱턴의 정치잡지 <조지>가 ‘당대의 정치계를 이끄는 가장 멋진 20명의 여자’라는 기사에서 (공화당 밥 돌 상원의원의 부인이자 자신도 상원의원이 된) 엘리자베스 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무시무시한 시청률을 올린 <여전사 제나>는 당대의 10대 소녀들에게 여전사 캐릭터가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사이콜로지 투데이>의 마이클 벤추라는 90년대 쏟아져 나온 여전사 TV시리즈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런 시리즈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지옥이고, 인간은 끊임
90년대 여전사 TV시리즈 시대 - 여성의 몸을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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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진정한 여전사의 등장은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1979)과 존 카사베츠의 <글로리아>(1980)부터다. 사실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에서 리플리는 여전사라기보다는 강인한 생존자에 가까웠다. 그녀가 여전사의 지위를 획득한 것은 7년 뒤에 제작된 제임스 카메론의 <에이리언2>(1986)다. 그렇다면 존 카사베츠의 <글로리아>에 첫 번째 현대적인 여전사 영화의 지위를 부여하는 게 마땅할지도 모른다. 이 냉혹한 갱스터영화에서 지나 롤랜즈는 이웃집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마피아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여자를 연기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갱스터 장르에서 여자는 담배를 근사하게 피우는 팜므파탈에 만족해야만 했다. <글로리아>는 모든 걸 바꿔놓았다. 여자도 총을 들 수 있고 남자들의 도움 없이 남자와 대결할 수도 있다. 이 당연한 사실을 할리우드는 <글로리아>에서 거의 처음으로 발견한 셈이다.
이후 여전사
80년대 할리우드 여전사 시대 - 여성성을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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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여전사를 사랑하는가. 만약 당신이 남자아이들에게 놀림 받는 소녀라면 <버피와 뱀파이어>를 보며 뱀파이어 같은 남자들을 때려잡는 권법 소녀가 되길 꿈꿀 것이다. 당신이 성차별적인 직장 상사들에게 시달리는 여자라면 탕비실의 과도를 들고 <킬 빌>의 브라이드처럼 상사들의 멱을 따는 상상을 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당신이 남자라면?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의 안젤리나 졸리 같은 아내를 만나 호위호식하는 삶을 그리거나, <여전사 제나> 속 헐벗은 여신들에게 둘러싸여 엉덩이를 걷어차이는 상상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체 이 강인한 여자들은 언제부터 스크린에 등장해 우리의 혼을 빼놓기 시작한 걸까.
2011년 여름은 또 다른 여전사의 계절로 기억되리라. 여름 내내 우리가 목도한 건 여자들의 액션이었다. <7광구>의 하지원은 맨손으로 괴물과 맞서고, <한나>의 시얼샤 로넌은 여린 손으로 남자들의 목
센 척, 코스튬 따윈 필요없어 우린 전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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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필만 빛난다?
1995년 / <젊은이의 양지>
방송사에 견학 왔다 해도 의심받지 않을 만한 앳된 외모의 청년이 KBS에 출근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1995년 처음으로 열린 KBS 슈퍼탤런트 공채에서 은상을 수상한 신인배우 차태현이다.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서 전도연에게 애틋한 마음을 품은 부잣집 도련님으로 잠시 등장한 그는, “나이가 너무 어려 보인다”는 지적에 드라마 중도 하차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배우로서의 당찬 포부를 밝혔지만, 아직까진 KBS 효과담당자였던 아버지와 애니메이션 <영심이>의 ‘영심이’(성우)였던 어머니를 뒀다는 가족 프로필이 더 주목 받았던 시절.
2. 코믹 콤비 출동!
1999년 / <해바라기>
“수염이라도 길러야 하는 건가 진지하게 고민했다.” 지금은 미덕으로 칭송 받는 ‘동안’은 10년 전만 해도 신인배우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 <젊은이의 양지> 이후
[차태현] 차태현을 울리고 웃긴 일곱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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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연기가 그냥 묻어나요, 저도 나이를 먹었나봐요
요즘 제가 이런저런 방송 프로그램에 자주 모습을 비치는 건, 9월8일 개봉하는 영화 <챔프> 때문이에요. <각설탕>의 마지막 장면에 스치듯 등장하는 ‘우박이’를 기억하시나요? 이환경 감독의 첫 영화 <각설탕>이 천둥이의 영화였다면, 차기작 <챔프>는 우박이의 영화죠. 저는 한때 유망한 기수였으나 우박이와 한날 한시에 교통사고를 당해 아내를 잃고 시력도 점차 잃어가는 이승호를 연기합니다. 우박이는 절름발이 말이라는 장애를 딛고 부산 최고의 경주마로 명성을 떨쳤던 ‘루나’를 모델로 삼았어요. 우리는 각자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내고 최고의 기수와 경주마가 되기 위해 함께 달려요. 이 여정에는 제가 끔찍하게 사랑하는 딸 예승이(김수정)와 우리를 믿고 지지해주는 윤 조교사(유오성)님이 함께하죠.
처음엔 <챔프>의 시나리오가 제게 왔다는 게 신기했어요. 말을 타본 적도 없고 승마장은커녕
[차태현] 이 배우의 인생 공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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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는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었다. 이웃집 오빠 같은 수더분함으로, 대학 동기 같은 친근함으로, 한 여자만 바라보는 천진한 이미지로. 배우 차태현이 연기자로서의 행보를 시작한 지도 벌써 16년이 지났다.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피터팬 같은 이미지로 남을 거라 생각했는데, <챔프>를 통해 지켜본 그는 이제 온갖 역경을 딛고 사랑하는 딸을 위해 질주하는 ‘아버지’ 기수의 역할도 무리없이 소화해낸다. 국민적으로 사랑받는 연기자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이 배우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차태현에게 묻고, 그가 답했다. <과속스캔들>의 라디오 DJ 남현수가 그랬듯,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풀어놓는 차태현의 연기와 인생 공식을 들어보시라.
지난 주말, 모두들 TV는 잘 보셨나요? <런닝맨>(8월21일 방영)에서 제 옷차림이 좀 괴상하긴 했죠. 치렁치렁한 롱스커트에 밀짚모자를 쓰고, 짙은 아이라인까지…. 그렇게 튀
[차태현] 이 배우의 인생 공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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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의 문화유산 중 상당수가 유일한 창작자의 손에서 나왔다면 아마 깜짝 놀라고 말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시공을 초월해 다채로운 양식을 쏟아낸 그 위대한 예술가의 이름은 ‘어나니머스’(무명씨). 15세기 전후 완성된 시각 이미지를 주로 모아놓은 박물관들의 소장품 중 다수는 바로 이 신원미상 무명씨의 작품. 세계 도처에 미공개된 예술품까지 죄다 꼽으면 인류 문화유산 거의 전부는 무명씨의 노고에 의존하리! 미술, 음악, 문학 전 분야에서 무명씨의 활약상은 고르게 관찰된다. 하지만 이 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를 기리는 예술의 전당이 별도로 존재하진 않는다. 무명씨란 시공 속에 산재된 이름없는 예술 창작자의 노고를 기리는 부득이한 오마주의 표지인 것.
무명씨의 공로가 지대하지만, 독창적 스타일을 연달아 내놓은 무명씨가 많은 것 같진 않다. 만일 그랬다면 그에겐 어떤 ‘이름’이 붙었을 거다. 통상 무명씨는 거장의 스타일을 표절하는 아류거나 미숙한 기량에서 출발하기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위대한 예술가, 어나니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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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얼굴은 제각각이다. 내게 그건 ‘진짜 가죽 소파’다. 너무 갖고 싶다. 그런데 나이 먹을수록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요컨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 말이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어떻게? 너른 집을 갖고 싶다. 어떻게? 지금의 한국사회는 이에 대한 답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해서 문제다. <세 얼간이>는 교과서적인 답이라도 내놓는다. ‘레이스’를 멈추고 순수한 청춘의 엑스터시를 찾아라! <바보선언>이나 <고래사냥>처럼, 젊은이는 멍청하고 무모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성공은 단지 그 결과일 뿐.
한데 국내 상영 버전은 불완전하다. 란초(아미르 칸)에게 ‘훅 간’ 피아(카리나 카푸르)가 공상에 빠지는 뮤지컬이 ‘한국 정서’ 때문에 편집된 것이다. 스윙을 기반으로 혼성 보컬의 조화가 돋보이는 <Zoobi Doobi>가 흐르는, 성적 에너지와 활력이 철철 넘치는 장면이다. 물론 보기에 따라 전체 맥락에서 불필요하게 여겨질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쓸데없는’ 장면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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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 사는 옆집 여자의 샤워하는 광경을 훔쳐보고 그러는 건 당연히 아니다. 어디까지나 나의 훔쳐보기는 소소하다(고 믿고 싶다). 매주 회의 시간 때 마주보고 앉는 김도훈 기자가 무슨 낙서를 하는지, 종종 옆에 앉는 이영진 기자가 무슨 메모를 하는지를 엿보는 게 참 재미있다. 무슨 낙서냐고? 뭐, 별건 없더라. 김도훈 기자는 A4 용지 맨 위에서 맨 아래까지 동그라미만 잔뜩 그리고, 이영진 기자는 영화 제목만 여러 번 끼적인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는 남들이 읽는 신문이나 잡지도 종종 엿본다. 가끔 <씨네21>을 읽는 승객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그때는 무슨 기사를 읽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식당이나 술집에서 다른 테이블은 뭘 시켰는지 살펴본 뒤 맛있게 보이는 요리를 따라 시키기도 하고. 이 밖에도 길거리를 걷다가 예쁜 여자… 음. 뭐, 어쨌거나 제 몸 하나 제대로 처신 못하는 주제에 남 일에는 어찌나 관심이 많은지. 좋게 포장하면 호기심이 많고
[타인의 취향] 훔쳐보기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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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승부욕이 제로에 가깝다. 누가 슈퍼에 다녀올 것이냐 따위로 가위바위보를 할 때조차 차라리 자진해서 다녀오고 말 정도로, 이기거나 져야 하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당연히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 경기에도 관심이 없다. 주위에서 프로야구에 그렇게 열을 올려도, 하다못해 한일전이 열리는 날도 어느 한쪽 이기라고 응원하는 일 자체에 영 미적지근하다. 생각해보면 아이돌 팬이었던 시절에도 우리 ‘오빠’ 1위 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도 대세와는 영 거리가 멀었던 것 역시 경쟁구도에 몰입하지 못해서였던 것 같다. 주말마다 사람들을 미친 듯한 열기 속에 몰아넣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조차 며칠이 지난 뒤에야 느릿느릿 찾아본 뒤 ‘듣던 대로 무대가 좋구나’ 하는 감상 정도를 느낄 뿐, 누군가의 합격과 탈락 여부는 나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서바이벌 중의 서바이벌, 100만명이 훌쩍 넘는 참가자 중 우승자를 가리
[최지은의 TVIEW] 인간이 이토록 사랑스럽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