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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두 남자가 길고양이들을 만났고, 이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자 소박한 인연이 시작되었다. <고양이춤>은 CF감독 윤기형과 시인이자 여행가인 이용한이 담담하고도 다정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 인연의 기록이다. 이용한 시인의 에세이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에 실렸던 사진들과 윤기형 감독이 찍은 영상이 번갈아 이어지는 가운데, 화면 위에는 길고양이들의 희로애락이 경쾌하게 펼쳐진다. 스틸과 영상의 두축은 마치 공을 토스라도 하듯이, 서로 주거니받거니 만나고 교차하면서 이야기의 동력을 만들어간다. 여기에 애니메이션과 CF 영상, 사람들의 인터뷰가 간간이 끼어들어 영화의 호흡을 조절하며 재미를 더하고 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두 인물의 내레이션은 인간 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이 작품의 근본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최대한 고양이를 중심에 두려고 하는 배려를 보인다.
<고양이춤>은 제작진이 애정 어린 노력을 가지고 포착한 각별하고 사랑스러운 장면들로 촘촘히
일상의 친근함 속에서 묵묵히 우리의 무지를 일깨운다 <고양이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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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줄의 여자 셋이 호스트바 안으로 들어선다. ‘짐승돌’을 벤치마킹한 듯한 스물 남짓의 소년 혹은 청년들이 가죽 바지와 망사 스웨터 차림으로 신음이 빽빽이 들어간 음악에 맞춰 몸을 놀리고 있다. 막 중년의 대열에 들어선 여자들은 마음속으로만 쾌락의 비명을 지르며 룸으로 불러들일 상대를 점찍는다. 그중 한 여자가 한 남자의 등장에 당황한다. ‘내 우상이가 왜 여기에?’ 격정적인 밤에 이르기 위해 낮 동안의 심심한 일상을 쌓아나가는 영화 <사물의 비밀>은 마흔살 유부녀 여교수가 갓 스물이 된 대학생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혼외정사를 경험한 기혼여성의 성의식 변화’를 연구하는 여교수 혜정(장서희)은 전공도 무관한 우상(정석원)을 조수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연하남과의 불륜을 경험한 한 유부녀를 인터뷰하면서 우상을 탐하기 시작한다.
연하남과의 불륜은 이미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골 때리는 로맨틱코미디나 질척한 신파로 요리됐던 닳고 닳은 소재다. <사물의 비밀>은
연하남과 불륜, 사물이 탄로할 그들의 비밀 <사물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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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부야 인근의 러브 모텔 거리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얼핏 보면 마네킹이지만 한 여자의 사체는 두개의 자아가 분리된 듯 절단되어 붉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 마네킹과 교복을 입고 있는 두개의 마네킹에 조립되어 있다. 여자의 얼굴은 찾을 수 없으며 대신 벽에 ‘성’(城)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성(成)이라는 단어는 카프카의 소설 <성>까지 확대되며 영화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장면이 바뀌면 마치 없어진 얼굴을 찾으려는 듯 수많은 얼굴 사진들이 펄럭이는 가운데 카메라는 이즈미(가구라자카 메구미)의 사진으로 들어간다. 이즈미는 저명한 소설가의 평범한 아내다. 하지만 그녀의 일상은 단순한 일상의 평범함을 넘어선다. 남편은 정확하게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오후 9시 정각에 집에 들어온다. 집 안을 지배하는 것은 9시를 향해서 돌진하는 시계 소리와 이즈미가 준비하는 차 따르는 소리, 그리고 강박적으로 정확하게 정렬된 신발이다. 이즈미는 몇분 전부터 문 앞에 서서 남편을
신체의 파멸 이후에 남는 존재의 공허함 <길티 오브 로맨스: 욕정의 미스터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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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비바 비앙카)는 상류층만 상대해온 고급 콜걸이다. 그녀는 오늘밤을 마지막으로 오랜 콜걸 생활을 정리하고 파리로 떠나려 한다. 그런데 마지막 고객에게 함께 가기로 했던 동료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 곤란해하던 그녀 앞에 때마침 가출한 십대 소녀 쉐이(한나 맹간 로렌스)가 나타난다. 무작정 도시로 올라와 돈도 떨어지고 텃세 탓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던 쉐이에게 홀리는 하룻밤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그날 밤 고객이었던 마약상 윌리의 살해 현장을 목격하게 된 두 여자는 살인범과 원치 않은 추격전을 벌인다. 마지막 비상구를 찾아 긴 밤을 헤매는 홀리와 쉐이는 과연 도시의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전형적인 소재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에로티시즘과 스릴러의 결합이 그다지 이채롭지 않음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매력이 사라지진 않는다. <뷰티풀 엑스>의 문제는 관객의 기대를 배신하는 장르적 외피에 있다. 이 영화는 ‘섹슈얼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충분
미흡한 에로티시즘과 긴장감 없는 드라마 <뷰티풀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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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푸치니(리카르도 조슈아 모레티)가 그의 뮤즈와 나눈 비밀스럽고 열정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푸치니와 주변 여성들이 등장하는 건 맞지만 ‘슈만과 클라라’ 혹은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 같은 관계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영화의 모티브는 1910년 발표된 푸치니의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와 ‘도리아 만프레디’ 사건의 연관성이다. <서부의 아가씨>가 작곡될 무렵, 푸치니의 하녀 도리아(타니아 스퀼라리오)가 자살하고 그녀의 가족은 푸치니의 아내(지오바나 다디)를 무고죄로 고소한다. 남편과의 관계를 의심한 푸치니의 아내가 하녀를 학대해서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당대의 유명 작곡가였던 푸치니는 거액의 위자료를 주고 사건을 종결짓는다. 이 일로 인해 <서부의 아가씨>의 여주인공이 도리아를 모델로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감독은 오랜 세월 취재와 고증을 통해 다른 가설을 제시한다.
줄거리
인상파 회화같은 부드러운 화면과 매력적인 음악 <푸치니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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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최고의 상류층들이 살고 있는 ‘타워’의 지배인 조시(벤 스틸러)와 동료들은 힘들게 일해서 모은 돈과 연금을 타워의 펜트하우스에 살고 있는 억만장자 미스터 쇼에 맡기고 투자한다. 하지만 미스터 쇼는 사기와 횡령으로 돈을 날리고, 가택연금에 처하게 된다. 미스터 쇼의 사기와 거짓을 알게 된 조시는 미스터 쇼를 찾아가 분풀이를 하지만 그 일로 오히려 고소를 당한다. 미스터 쇼의 집에 2천만달러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안 조시는 떼인 돈을 되찾기로 결심하고, 2천만달러를 훔치기 위해 팀을 만든다.
얼핏 보면 <오션스 일레븐>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들이 아파트에 침입하는 장면을 보면 <오션스 일레븐>과는 정반대로 완전히 아마추어 도둑이라는 느낌이 물씬 난다”는 감독의 말처럼 그들은 절도 전문가하고는 거리가 멀다. 조시와 동네에서 자주 마주친 덕분에 팀에 합류하게 되는 유일한 범죄 유경험자인 슬라이드(에디 머피)를 제외하곤 그들은 일하고 있는 타워의 속사정만 훤히
가난한 약자들을 통해 보여주는 피상적인 대리만족 <타워 하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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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액션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드라이브>는 올해 칸영화제 최대의 이변이자 주목의 대상이었다. 점점 상업화되어가는 칸의 분위기를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지만 직접 영화를 목격한다면 이같은 걱정은 어느 정도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드라이브>가 선보인 영상은 만족스럽다. 잘 마감된 복고풍의 화면과 정서, 독특하고 정교한 카메라 앵글, 묵직하고 만족스러운 전자음은 물론 여러 이질적 요소들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관객에게 최면을 건다. 무엇보다도 처음부터 끝까지 ‘멋’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낮에는 스턴트맨과 자동차 정비소 직원, 밤에는 범죄집단의 도주를 돕는 운전을 하는 드라이버(라이언 고슬링). 이름조차 불리지 않는 무미건조한 그의 삶에 어느 날 아이린(캐리 멀리건)이 찾아왔다. 옆집에 사는 아이린과 교감하며 따스함을 느끼던 것도 잠시, 감옥에 가 있던 아이린의 남편이 돌아오며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멋'을 포기하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의 액션 영화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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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벌판 한가운데 낡은 집이 하나 서 있다.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보이스 오버가 흐르자 문을 열고 하나둘씩 사람들이 나와 그 스토리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스타 영화감독 모재원(이환)과 제작자다. 재원은 통속극의 진부한 레퍼토리를 읊어대면서도 그것을 ‘리얼리티’라 주장하며 으스댄다. 잠시 뒤, 화면은 재원과 그의 보조작가 이수연(김수현)이 갈등하고 있는 또 다른 리얼리티로 옮아간다. 신춘문예 출신의 서른살 수연은 요양원에 입원한 아버지와 고등학생 남동생을 둔 가장이다. 그녀는 깊이있는 작품을 쓰고 싶지만 생계를 위해 적성에도 맞지 않는 감독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다. 재원은 수연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이를 위악적으로 발산하며 그녀를 괴롭힌다. 갈등이 고조되자 수연은 잠시 휴가를 얻고, 그 하루 동안 그녀는 고달픈 현실에 거듭 주저앉고 만다.
<캐릭터>는 수연과 재원이 함께 만들고 있는 영화의 내용과 이들 두 사람의 실제 삶을 나란히 놓으며 대
감독이 스스로에게 주는 위로이자 다짐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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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이란다.
겨울의 시작을 절기로 알았다.
그런데 계절은 아직도 가을에 머물고 있다.
사람들이 넘친다.
각자의 삶을 준비하는 그들이 분주하다.
그들 모두가 숨죽이듯 순간 멈춘다.
계절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아쉬움에 붙잡기도 하지만 또 다른 새로움에 흥분도 한다.
우린 그렇게 따스함에 안주하고 신선함에 희망을 본다.
자연은 이렇게 잠시 잠깐 시간을 세워 위로를 준다.
[cineview] 자연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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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추련씨가 11월8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신동일 감독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남겼습니다. “<겨울여자>의 김추련 배우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고교 시절 재개봉관에 잠입해서 보던…. 그분의 자살은 지난해 곽지균 감독의 그것과 연결된다. 시장 논리에 의해 퇴출된 이들. 그리고 오늘 접한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18번째 죽음. 결국 투쟁해야 한다. 함께.” @biashin
육상효 감독에게 김추련이라는 배우는 “영화배우가 꽃미남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가르쳐준 분”이라고 합니다. “지방도시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김추련 선생님은 당대의 모든 여배우와 러브신을 하던 꿈같은 남자였다. 곽지균 감독님 일도 그렇고, 성공과 쇠락이 다른 분야보다 훨씬 극명하게 대비되는 영화업계에는 사회적인 안전망이 더욱 절실하다.” @yswilder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김추련씨와의 추억을 회상했습니다. “김추련 선생님은 정말 섬세하고 다정한 분이셨습니다. 손수 본인 CD를 부쳐주시고, 세밀한
[트위터 뉴스] "김추련 선생님은 정말 섬세하고 다정한 분이셨습니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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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 모두가 힘든 준비를 해왔겠지만 배우를 꿈꾸며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에겐 수능시험을 끝낸 지금 이 순간이 더 떨리고 고된 여정의 시작이다. 수능시험이 끝난 직후부터 연극영화과를 준비해온 학생들은 실기시험 준비에 매진한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옳은 건지 혜안은 없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학원에 가서 연기지도를 받지만 그것마저 실기시험에 붙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가장 부담되는 것은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실기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능과 실기시험 대비를 병행하며 착실히 준비해온 학생일지라도 마지막 관문인 실기시험 앞에서는 지레 겁을 먹기도 한다. 이런저런 개인적 어려움과 학교별로 제각각 원하는 인재상이 다른 상황에서 과연 학생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은 것일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가 가고자 하는 학교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내게 주어진 환경
[탑패스] 이제 실기시험을 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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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제조업 중심의 기업경영에서 그 범위를 확대하여 서비스·문화·감성을 중시하는 관광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발전 가능한 미래 산업인 동시에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동력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에 동국대 전산원 관광경영학과는 '관광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가치아래 따뜻한 성품과 건전한 정신, 체계적인 전문지식을 갖춘 진정한 서비스산업의 관광전문가를 양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 관광경영학과는 관광을 통해 세상을 보는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서비스 교육을 통한 서비스 마인드 고취와 다양한 이론을 접함으로써 마케팅적 사고와 태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강점을 갖고 있으며 영어, 일본어, 중국어 교육을 병행함으로써 글로벌 리더로써의 자신의 능력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관광경영학과는 위의 목표를 향해 함께 발전해 나가기 위해 다음과 같은 교육과정을 갖추고 있다. 첫째, 흥미로운 교과과정을 다수 개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행사경영
[동국대 전산원 관광경영학과] 진정한 서비스산업의 글로벌 리더! 바로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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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신들의 전쟁> 너는 커서 위대한 전사가 될 거야.
[헌즈 다이어리] <신들의 전쟁> 너는 커서 위대한 전사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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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광주 감독의 장편 데뷔작 <캐릭터>는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상투성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감독과 시나리오작가 그리고 그들이 만드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캐릭터>의 고민은 곧바로 손광주 감독 개인의 고민으로 이어진다. 리얼리티라는 해방구를 찾지만 전형적인 캐릭터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한계를 그려내며 과연 손광주 감독은 색다른 리얼리티를 찾았을까. 손광주 감독은 한사코 “<캐릭터>는 내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그녀의 영화에는 진정한 ‘리얼리티’에 대한 감독의 속 깊은 질문들이 묻어난다.
-영화 <캐릭터>는 캐릭터 구상에 대한 이야기다. 감독 개인의 경험이 많이 반영되었을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이 자전적인 이야기냐 아니냐를 물어보시는데, 아니다. 극중의 수연처럼 아버지가 아프지도 않고 형제끼리 사이도 좋다. (웃음) 이 영화는 누구나 영화를 만들 당시에 힘들었던 점들의 자화상
[Cinetalk] 리얼리티인 척하는 것들을 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