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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일본 장르소설 출판계의 연대기가 작성된다면, 2012년은 이렇게 기억될 것이다. ‘마쓰모토 세이초, 한국 진출 원년의 해.’ 마쓰모토 세이초는 일본 스릴러·미스터리 소설의 입문자라면 반드시 넘어야 할 큰 산이다. 트릭과 반전 같은 기교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현실과 맞닿은 범죄의 사회적 동기를 좇는, 이른바 ‘사회파 추리소설’의 토대를 세운 이가 바로 그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아이들’이라 불리는 작가들이 지금 한국 장르팬들을 열광케 하는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모리무라 세이치 등이다. 마흔한살에 데뷔해 40여년간 1천여편의 저서를 ‘쏟아’냈고, 일본 평단으로 하여금 ‘세이초 이전, 세이초 이후’라는 수식어를 만들게 한 이 괴물 작가가 어떤 연유에서인지 한국에선 그의 ‘아이들’보다 뒤늦게 조명되는 감이 있다. <점과 선> <모래그릇> 같은 그의 대표작이 단발적으로 국내에 소개되었고 2009년부터는 미야베 미유키가 엮은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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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문제가 조용히 덮일 위기의 땅에서 <차일드 44>를 읽는다는 것은 스릴보다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1950년대 스탈 린 치하의 소비에트 연방은 범죄 없는 땅이다. 모든 사람이 감시 당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을 고발해야 충성심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미심쩍은 죽음은 수시로 발생하지만 그것은 다 그럴 만한 일이거나 혹은 사고일 뿐. 국가안보부 MGB(비 밀경찰 KGB의 전신) 소속인 레오는 살해 의혹이 있는 부하의 아들이 죽은 사건을 깊게 파헤치는 대신 반역자로 낙인찍힌 인물을 끝까지 추적해서 잡아오는, 능력을 인정받은 요원이다. 어느날 그는 아내를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차일드 44>는 악명 높은 우크라이나 대기근으로부터 시작해 52명의 여자와 아이를 살해한 구소련의 연쇄살인범을 모티브로 삼았다. 범죄를 부정하는 믿음을 앞장서 실천하던 주인공이 어떻게 체제에 반하는 연쇄살인 수사에 앞장서는가 하는 과정이 실제 범인의 정체만큼 소름돋
끝날 때까지 책을 덮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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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휴가철 독서로 E. M.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을 권했더니 “전망 좋은 방에서 읽으면 좋겠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글쎄, 전망 좋은 방에서는 전망을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을 것이다. 다만, 휴가철에 당신이 읽을 만한 책 목록을 필요로 한다면 (내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장시간의 기차나 비행기 여행을 무료하지 않게 해줄 ‘잘 읽히는’ 책, 휴가 중에 책 한두권을 시원하게 끝냈다는 만족감, 예기치 않게 쏟아지는 비를 긋기 위해 갑자기 수중에 떨어진 자투리 시간의 벗이 될 책들이 좋지 않을까. 그래서 준비했다. <씨네21>이 권하는 여름의 독서, 미스터리와 SF소설들(가능한 한 1년 이내에 출간된 신간들 중에 선정했다).
올여름 휴가 당신은 어떤 책을 챙기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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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 개의 달'은 아침이 오지 않는 밤, 죽은 자들이 깨어나는 집을 배경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채 때어나게 된 세 남녀의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
[영상인터뷰] ‘두 개의 달’ 박한별 김지석 박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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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가 악마라고?
<산타를 보내드립니다> Rare Exports: A Christmas Tale
얄마리 헬렌더 /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 2010년 / 80분 /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산타클로스를 공포의 대상으로 만든 영화들은 사실 그리 드물지 않다. 최근 개봉한 네덜란드영화 <세인트>나 2005년작 <산타즈 슬레이>를 한번 떠올려보라. <산타를 보내드립니다>가 다른 ‘산타 공포영화’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산타클로스의 본고장인 핀란드산 영화라는 사실일 거다. 일단의 미국인들이 핀란드와 러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시골마을에서 뭔가를 발굴하는 중이다. 시골 소년 피에타리는 그들이 발굴하려는 대상이 오래전에 땅속에 묻힌 산타클로스이며, 신화 속의 산타클로스는 코카콜라 광고의 성인이 아니라 좀비 같은 엘프들을 이끌고 아이들을 고문하는 악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2010년 핀란드 최고 흥행작인 <산타를 보내드립니다>는 피와 고어
비명 지를 준비 되셨나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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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과 열광의 주간이 찾아왔다.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7월19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발빠른 부천 마니아라면 이미 예매전쟁에 돌입했을 테지만 분명히 놓치고 지나친 영화가 있을 거다. <씨네21>이 꼼꼼하게 미리 챙겨보고 그중에서 25편의 강력 추천작을 건져냈다. 후회없는 선택을 위한 총력 가이드!
유려한 속도감의 카체이싱
<모터웨이> Motorway
소이청 / 홍콩, 중국 / 2012년 / 89분 / 부천 초이스
두기봉의 스타일로 카체이싱을 연출한다면? 두기봉사단의 수제자인 소이청의 <모터웨이>는 이 상상하기 힘든 화두를 극적으로 풀어낸다. 주인공은 경찰 교통과에 소속된 아상(여문락)이다. 그는 일반차량으로 위장한 경찰차를 운전하면서 과속 운전자와 차량으로 도주하는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일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아상은 과속 운전자를 검거하는데, 그는 경찰서에 들어가 갇혀 있던 범죄자를 탈옥시킨다. <모터웨이>의 카체이싱이
비명 지를 준비 되셨나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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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잠을 설칠 정도로 뭔가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나. 언젠가는 나이키 운동화가 너무나 갖고 싶었다. 언젠가는 정말로 전학을 가는 게 싫었다. 언젠가는 그 여자애가 말이라도 걸어주길 간절히 바랐다. 언젠가는 매일 저녁 ‘아빠’가 술을 그만 마시길 바랐다. 그런데 소원이란 이뤄질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자애가 활짝 웃으며 말을 걸었을 때엔 놀라 도망쳤다. 바람과는 상관없이 아버지는 매일 술을 마셨다.
아이들은 각자의 소원을 품고 두개의 신칸센이 교차하는 ‘기적의 장소’를 찾아간다. 화산 폭발마냥 시끄러운 순간에 아이들은 저마다의 엄청난 소원을 외친다. 그때 흐르는 음악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잘 알려진 쿠루리다. 이 소박하고 따뜻한 멜로디는 종종 지나간 시절의 한때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좋다. 주제곡 <기적>의 “아무도 몰래 피어난 꽃, 내년에 또 만나자”라는 별거 없는 가사도 좋다. 아이들의 소원이 이뤄졌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남의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너희들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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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6계단을 온몸으로 굴러떨어진 저는 일주일 남은 임용고시도 치르지 못하고 꼬리뼈와 손목 골절로 두달간 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그동안 그 남자가 저를 치료해줬어요. 그 사람이 의사였거든요. 깁스를 풀던 날 청혼을 받았고요. 한달 뒤에 그 사람과 결혼해요.” 버스에 앉아 자신이 보낸 라디오 사연을 청취하며 신혼살림 리스트에서 전기압력밥솥 항목을 지우는 행복한 예비신부 길다란(이민정). 저 사연이 밥솥을 타게 된 이유는 나열된 사건 사이의 비어 있는 인과관계가 청취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운명론이나 의사와 환자간의 불타는 로맨스를 떠올릴 수도, 누구는 조건 차이나는 결혼을 빈정거릴 수도 있겠지. 어쨌거나 꼬리뼈에 손목 골절이면 움직일 수조차 없었을 텐데…. 좋아하는 여자와 이런 짓 저런 짓도 해보지 않은 채 깁스 푸는 날 청혼하는 남자라니. 암만 다정해도 심란한 생각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사랑을 의심하면 결혼을 망칠까 겁먹었던 다란은 “내가 다란씨 인생 책임져
[유선주의 TVIEW] 속이 뭐가 됐든 공유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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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은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 ‘길’을 빌려 자신이 사랑하는 황금시대가 ‘1920년대의 파리’라고 말한다. 영화를 보다 영화의 황금시대는 언제였을까, 생각해보았다. 유럽영화쪽에 비중을 두는 사람은 1920, 30년대의 어느 지점을 꼽을 테고, 할리우드영화를 우위에 둔다면 1930, 40년대의 어느 해를 기억할 것이다. 나는 딱히 어느 시기라고 주장하지 못하겠다. 부족한 내 눈에 1950년대 이전 작품은 모두 황금시대의 유산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신 언제쯤 그 시대가 막을 내렸는지는 알 것 같다. 1950년대 중반 즈음이 아닐까 싶다. 한 예로, 1954년 칸영화제에 초대받은 사람들의 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길이 따라간 파티의 주인공인) 장 콕토가 심사위원장이었고 아벨 강스, 에드워드 G. 로빈슨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장편경쟁부문에서는 존 포드, 앨프리드 히치콕, 앙리 조르주 클루조, 자크 타티,
[이용철의 아주 사적인 클래식] 그리고 영화의 황금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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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잘린 미시마 유키오의 신체는 ‘아세팔’을 연상시킨다. ‘아세팔’은 ‘머리 없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아케팔로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조르주 바타유가 결성한 비밀결사의 이름이자, 이 단체에서 발행한 잡지의 이름이기도 하다. 앙드레 마송이 만든 잡지의 표지에는 머리가 잘린 사내가 그려져 있다. 사내는 왼손에는 칼을, 오른손에는 심장을 든 채 서 있다. 사내의 배는 해부된 시체처럼 내장을 드러내 보인다.
아세팔, 무기물로 돌아가려는 죽음의 충동
마송의 그림은 다소 섬뜩한 방식으로 다빈치가 그린 <비트루비우스의 인간>을 반복하고 있다. <비트루비우스의 인간>은 완전한 도형(원과 정사각형) 안에 담긴 완벽한 인체비례로 르네상스의 인간적 이상을 표현한다. 방향은 뒤집혔지만 ‘아세팔’ 역시 바타유 그룹의 욕망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비트루비우스의 인간>이 신적 완성을 향해 상승하는 에로스의 충동을 대표한다면, ‘아세팔’은 죽어서 무기물로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에로티즘의 성(聖)과 속(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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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여행을 준비할 때 제일 먼저 아이팟 한가득 음악을 챙긴다. 라디오헤드도 있어야겠고,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도 빼놓을 수 없고, 벤 폴즈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낯선 도시로의 여행이라면 재즈나 클래식을 들어야겠지, 라고 수선을 떨다가 결국엔 가요를 가장 많이 채워간다. 낯선 곳에서 오랜 시간 지내다보면 한국말이 그리워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는 건데 (이보게, 자네 여행은 대부분 일주일 이내가 아니던가!) 가장 큰 문제는 여행 가서는 아이팟을 거의 꺼내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비행기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다가 극심한 두통이 온 이후로는- 이게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다- 절대 하늘 위에서 음악을 듣지 않는다. 외국의 도시를 다닐 때에는 눈과 귀와 코를 모두 열어두어야 하기 때문에, 낯선 도시의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을 시간이 없다.
여행 중 아주 짧은 순간 음악을 듣게 된다.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한 다음 여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다른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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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신문에서 중국집 ‘철가방’을 한국의 대표적인 디자인으로 언급한 걸 본 적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화교들이 운영하던 중국집을 중심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 배달용 통은 모양새가 투박했지만 가볍고 위생적이었고, 그 덕분에 이후 전국 중국집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세상이 살 만해지니 이런 고물들도 다 대접을 받는구나 싶으면서도, 삶에 치여 그동안 잊고 살았던 30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그 시절, 나는 서울 변두리의 중국집에서 일하고 있었다.
서울로 올라온 지 2년 정도 지났을까?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형편에 겨우 중학교를 마치고 소작농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짓다가 이렇게는 도저히 못 살겠다는 생각에 새벽 기차를 타고 무작정 상경했었다. 하지만 머리에 든 것도 없고 손에 밴 기술도 없이 맨 몸뚱이 하나로 서울에서 버티는 건 쉽지 않았다. 그저 세끼 고봉밥 먹여주고 비 새지 않는 골방에 잠만 재워주면 무조건 오케이하고 달려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서러
[design+] 철가방과 포니 블루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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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용산에서는 제11회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열렸다. 900여편의 작품이 출품되었고 예심을 거쳐 60여편의 작품이 다섯개의 장르로 나뉘어 본선에서 상영되었다. 나는 이 영화제에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하였고 대상과 각 장르의 최우수 작품상, 그리고 심사위원 특별상 등을 선별하였다. 올해 본선에서 상영된 작품 중에는 학교폭력 문제와 영화에 관한 영화가 두드러지게 많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는 사실 장·단편, 상업·독립영화를 가릴 것 없이 지난 몇년간 꾸준히 한국영화의 주요한 테마로 자리잡아왔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이 테마에 대한 단편영화인의 고민이 더욱 확대되고 다양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학교폭력 문제는 관계의 비정함과 집단적 죄책감을 고발하는 사회파 영화 계열로 수렴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올해는 코미디, 멜로, 호러, 판타지, 뮤지컬, 히어로물 등 다양한 장르적 특성을 살린 영화 충동으로 확장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영화에 관한 영화들이 많아졌
[SO WHAT] 불안은 희망을 증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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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학살에 관한 클로드 란츠만의 기념비적 다큐멘터리 <쇼아>가 개봉했을 때 이 영화에 가차없는 비난을 던진 건 장 뤽 고다르였다. “이 영화는 보여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 고다르는 그렇게 비난했다. 고다르에게는 한 가지 확신이 있었다. 학살이 이뤄졌던 가스실의 바로 그 순간의 현장이 독일군의 영화 카메라에 찍혔으며 그것이 세상 어딘가의 기록보관소에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아우슈비츠의 기록물이라고 자처하는 <쇼아>가 그 이미지들을 보여주지도 않고 찾으려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다르는 힐난했다. 고다르는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쇼아> 옹호론자 마르그리트 뒤라스와의 논쟁도 불사했다. 훗날 한 평자는 그것이 경험적인 검토와 무관하게 그의 유죄의식에서 기인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세기의 매체인 영화가 20세기의 가장 끔찍한 역사적 사건을 기록해내지 못했으므로, 혹은 기록했다 하더라도 사실상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그에
[신 전영객잔] <두 개의 문>은 어떻게 빨간 잉크가 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