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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기 초, 힐데가르트(바바라 수코바)는 8살에 수도원에 맡겨진다. 몸이 약했던 그녀는 자연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환영을 볼 수 있었다. 수녀원의 원장 유타의 보살핌 아래 과학, 예술, 의학, 문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접한 그녀는 30년 뒤 유타가 죽자 후임 원장이 된다. 하늘의 비전을 듣게 된 힐데가르트는 고심 끝에 그 사실을 알리게 되고 이단으로 몰릴 위기를 극복하고 하늘의 비전을 보는 자로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 뒤 힐데가르트는 그녀의 명성에 힘입어 귀족과 왕들에게 많은 기부를 받아 그녀의 독립을 원하지 않는 수도원과 맞서 싸우고 마침내 루페르츠베르크에 최초의 수녀원을 만든다.
<위대한 계시>는 힐데가르트 수녀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그녀의 이름을 딴 독일의 제약회사가 있고 독일 주화에도 그녀의 모습이 새겨져 있듯이 그녀가 후세에 미친 영향은 크다. 그녀가 창작한 도덕극과 노래, 비전에 대해 집필한 책, 그녀가 연구한 식물과 광물을
힐데가르트 수녀의 강인한 의지와 신념 <위대한 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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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번째 크리스마스 무비가 찾아왔다. <아더 크리스마스>는 누구나 어린 시절 한번쯤은 해봤을 질문, ‘산타 할아버지는 어떻게 하룻밤 만에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실까’에 대한 영국식 대답이다.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산타 가문은 세월에 따라 그에 걸맞은 모습으로 크리스마스를 지켜왔다. 오늘날 제20대 산타클로스는 도시를 뒤덮을 만큼 거대한 우주선 썰매 ‘S-1’을 타고 2억명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준다. 정확히는 나이 든 아빠 산타(짐 브로드벤트) 대신 첫째아들 스티브(휴 로리)가 160만 엘프 군단을 이끌고 이 특별한 미션을 수행한다. 하지만 올해는 선물 하나가 미처 배송되지 못한 사고가 일어나고 만다. 20억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사고라며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아버지와 형 대신 애물단지 둘째아들 아더(제임스 맥어보이)가 나섰다. 아더는 눈, 사슴 알레르기에 고소공포증까지, 산타에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아이들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만은 누구보다 최고다.
3D 애니메이션으로 즐기는 재치있는 대사와 슬랩스틱 <아더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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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새들 노는데 잡새가 왜 날아드는 거냐고!” 마약 관련 사건으로 보이는 경찰 살해사건에 투입된 성범(엄태웅)은 특별수사본부에 새로 들어온 범죄분석박사 김호룡(주원)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런 성범이니 살해현장에서 발견된 마약은 수사의 방향을 뒤틀기 위한 술수일 뿐이라는 호룡의 주장을 받아들일 리 없다. 맨 먼저 용의선상에 오른 이는 현직 경찰 박경식(김정태). 경찰은 병력을 대거 동원하지만 박경식을 검거하는 데 번번이 실패하고, 호룡은 박경식의 도주를 돕는 이가 특별수사본부 박인무(성동일) 팀장일 것이라고 의심한다. 성범 역시 박인무가 박경식과의 관계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피붙이처럼 여겼던 박인무가 신의를 저버렸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특수본>은 미스터리한 사건 안에 숨겨진 경찰 비리를 다루는 범죄영화다. 살해당한 이도 경찰이고, 용의자도 경찰이다. 용의자를 뒤쫓는 경찰 역시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기보다 서둘러 사건을 덮으려 한다. 버디무비라고 미리
선악 대립은 분명하지만 지나치게 단순하다 <특수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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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는 <피나>를 찍을 당시 “3D 촬영으로 극장 맨 앞줄에서 관람하는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담겠다”고 말했다. <모차르트 락 오페라>는 공연예술을 스크린으로 옮길 때, 3D가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라비앙 로즈>의 올리비에 다한 감독이 연출한 것으로도 유명한 <모차르트 락 오페라>는 모차르트의 생애를 록, 팝, 재즈 등 다양한 음악과 춤으로 풀어놓은 프랑스의 대작 뮤지컬이다. 영화는 모차르트(미켈란젤로 로콩테)가 어머니와 함께 만하임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모차르트는 그곳에서 만난 베버가의 알로이지아(멜리사 마르스)와 사랑에 빠지나 그녀에게 배신당한다. <모차르트 락 오페라>는 3D를 통해 공연예술의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배우들의 노래와 춤 말고도 18세기의 화려한 의상과 무대 세트까지 꼼꼼히 살필 수 있다는 것도 큰 묘미다. 알
악동 혹은 자유의 상징으로 재탄생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 락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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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는 실력파 시네필을 위한 자리다. 당신이 이번 상영작 중 정전도 모두 섭렵했고 그 대안적 목록까지 눈여겨보았으며 영화계의 친구들이 소개하는 작품과 초장편의 대작들까지 다 보았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제 당신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건 여기 소개된 ‘국내 최초 상영작들’이다. 영화의 전당 시네마 운영팀에 따르면 이번 개관 기념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국내 최초 상영작은 25편이나 된다. 이것만으로도 웬만한 상영회를 한번 더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름과 제목으로만 알고 지냈던 바로 그 영화들! 10편을 골랐다.
<버라이어티> Variety
감독 앙드레 뒤퐁 | 1925년 | 72분 | 35mm | 흑백 | 독일 | 15세 관람가 | 무성영화
앙드레 뒤퐁의 명작 <버라이어티>는 다양한 장르영화의 기원을 발견할 수 있는 샘물 같은 영화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버라이어티’하다. 서커스 공중곡예사들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스펙터클한 공중그네 장면은 물론 인물 개
당신이 ‘최초’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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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제의 목록을 보면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인간의 조건> <영화사>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천국의 문> <십계> <아라비아의 로렌스>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 등 장르와 감독을 넘나드는 상영시간 200분 이상의 초장편영화가 13편이나 된다. 게다가 모두 영화사의 진귀한 걸작들이다. 용기있는 프로그래밍이고, 우리에겐 그만큼이나 흔치 않은 기회다. 그중에서도 대표작 다섯편을 골랐다.
무성영화 시기의 대작부터 말하는 게 좋겠다. 이 <뱀파이어>는 칼 드레이어가 아니라 루이 푀이야드의 <뱀파이어>다. 정확히 말하면 뱀파이어가 아니라 뱀파이어라는 이름의 갱단을 주인공으로 한 범죄영화다. 일찍이 알랭 레네와 조르주 프랑주는 푀이야드에게 “환상적 사실주의의 선구자”라는 칭송을 바쳤다. 푀이야드는 초현실주의 그룹과 미학적으로 공유하는 동
엉덩이의 아픔까지 달래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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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떤 영화로 인생을 채우고 있을까. 영화의 전당 개관을 맞이하여 영화인들에게 백지 위임장이 발행됐다. 알찬 영화들이 담겨져 돌아왔다. 배우 고현정·이나영·이선균, 감독 이창동·봉준호, 제작자 심재명, 미술감독 류성희,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영화기자 김혜리,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등 10명의 영화인이 각각 그들만의 주제 아래 그들이 사랑한 5편의 영화를 선정했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분야를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5인의 목록에 관해 알아보자.
배우 이나영은 우리에게 ‘낯설고 아름다운’이라는 주제의 선물을 보내왔다.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오리지널 버전 <렛미인>(2008)을 추천한 그녀의 선택은 아름다움과 신비를 함께 품은 그녀를 닮았다. 스웨덴의 시린 겨울을 배경으로 바늘처럼 꼭꼭 찌르며 감성을 자극하는 이 영화는 이제껏 만나본 적 없는 형식의 뱀파이어영화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아름답다. 생경함과 아름다움은 결코 충돌의 대상이 아
그들 각자의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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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전당 시네마 운영팀이 선정한 영화사 100편의 걸작선이 여기 있다. 100편의 목록에는 1902년의 <달세계여행>에서 1997년 <영화사>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정전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독특한 점이 있다. 거장의 작품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수작 혹은 비서구권의 걸작들이 여기엔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이것은 기존의 영화사 100편이 아니다. 능동적인 ‘대안의 영화사 100편’의 명단이다. 그중에서도 연대별로 10편을 추렸다. 이 작품들의 국내 상영이 드물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뒤바리 부인> Madame DuBarry
감독 에른스트 루비치 | 1919년 | 85분 | 35mm | 흑백 | 독일 | 15세 관람가 | 무성영화
에른스트 루비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흥행작. 이 작품으로 루비치는 “비극의 마스터”, “영화의 라인하르트”, “유럽의 그리피스”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프랑스의 왕 루이 15세의 정부로
저평가된 수작, 비서구권 걸작 총망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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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올해는 부산에 한번 더 가야 할 것 같다. 부산영화제도 끝났는데 무슨 소리냐고 물으실 분들을 위해 말씀드려야겠다. 11월10부터 12월31일까지 열리는 ‘영화의 전당 개관 기념 영화제’가 무려 220여편의 영화를 상영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작품들인데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단일 영화제 초유의 규모이자 내실있는 프로그램이 돋보인다. 영화의 전당 시네마운영팀은 우선 100편의 영화사 걸작을 뽑았다. 공인된 걸작과 대안의 걸작이 여기 가득하다. 배우, 감독 등 10명의 영화계 명사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작품들의 목록을 적어 보냈다.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에픽과 애니메이션의 파라다이스가 펼쳐지는가 하면 21세기의 주옥같은 명작들도 상영된다. 한편 한국영화 연구자들이 한국영화의 미지의 보석을 소개하고, 관객은 자신들만의 작품을 선정하며 칸 비평가 주간 50년간의 대표작들도 온다. 물론 부대행사도 풍부하다. 앞선 10명의 영화계 명사들이 관객과 함께하는 대화 자리가 있을 예정이고,
다시 부산으로 시네마 천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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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머니볼> 잘 만든 영화는 현실을 적절히 비유한다
[헌즈 다이어리] <머니볼> 잘 만든 영화는 현실을 적절히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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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의 ‘1번 배우’ 소준문이 감독으로 돌아왔다. 한 게이 커플이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비디오카메라로 서로의 모습을 기록하는 내용의 퀴어영화 <REC>를 들고서다. 이 영화는 욕실에서 성기를 고스란히 노출한 게이 커플이 서로의 몸을 어루만지는 ‘파격’으로 시작해 이별을 마주한 그들이 진짜 속마음을 카메라 앞에 토해내는 ‘신파’로 끝난다. 서로의 몸을 탐닉하는 동성애자 연인으로부터 육체를 넘어서는 감정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소준문 감독이 <REC>를 통해 ‘일반’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종로의 기적> 이후 어떻게 지냈나.
=이혁상 감독이 “<종로의 기적>은 <REC>의 긴 예고편이었다”고 말한다. 그 정도로 <종로의 기적>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다큐에 출연할 당시 <REC>를 찍고 있었는데, 우리 영화가 노출신도 많고 과연 한국사회에서 용납될
[Cinetalk] 노출은 사랑의 몸짓이자 표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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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과 두만강이 흐른다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 량강도. 그곳에 사는 북한 어린이들에겐 크리스마스도 산타도 없다. 달걀을 최고의 선물로 여기던 아이들은 어느 날, 남한에서 날아온 애드벌룬에 담긴 로봇을 줍게 된다.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일으킨 소동을 담은 영화 <량강도 아이들>은 새터민이자 영화감독, 뮤지컬 제작자, 연출가로 활동하는 정성산 감독의 작품이다. 탈북자 감독이란 꼬리표에 넌덜머리가 났으면서도 첫 영화로 북한 어린이의 이야기를 만든 그는 “달걀 하나로 정을 주고받는, 이데올로기를 떠나 그저 순수한 동심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량강도 아이들>은 투자문제로 촬영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만들어낸 영화다. 그렇게 만든 영화를 7년 만에 개봉하는 지금, 정성산 감독은 지난 세월이 결코 아깝지 않았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7년 만이다. 드디어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다른 감독도 마찬가지겠지만 영화는 자식 같다. 7년 동안 여기
[Cinetalk] 탈북한 감독 아닌 흥행감독으로 불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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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어떡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성 팬들의 마음.
금방이라도 안길 것 같은 눈으로 그의 모습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주시한다. 이런 ‘왕’ 팬들이 있어 우리의 스타들은 더욱 빛이 난다. 별 중의 별 브래드 피트를 기다리는 팬들의 마음은 흡사 지고지순한 춘향의 마음만큼이나 애절했다.
[cineview] ‘깔때기’ 브래드 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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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김성수 감독의 추천으로 <씨네21> ‘감독 9인이 추천하는 숨은 실력파 배우 9인’ 기사에 등장한 바 있더라.
=인터뷰하면 완전 뜨는 줄 알았다. (웃음) 기사가 나오자마자 출연 제의가 서너편 들어와서 기대가 컸는데 당시 영화계 상황이 안 좋아서 다 엎어졌다. 그때부터 마음을 비우는 걸 배웠다.
-최근 KBS <드라마 스페셜>과 <공주의 남자>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중요한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는 <특수본>이 처음이다. 게다가 <특수본>의 악역은 이름있는 조연배우 사이에서 코미디를 홀로 담당하는 돋보이는 캐릭터 아닌가.
=황병국 감독님은 <부당거래>에서 동료 배우로 만났다. 준비하던 영화 하나가 잘 안돼서 지난해 12월31일에 혼자 제주 올레길을 갔는데 감독님이 전화로 4∼5회차 정도 나오는 작은 역할을 하나 해달라더라. 그런데 내 역할이 결국 20회차까지 늘어났다. 엄태웅 형은 내가 감독님 라인이라서 일
[who are you] 이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