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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수본'은 동료경찰이 살해된 후 구성된 특별수사본부 멤버들이 숨겨진 범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펼치는 액션 수사극으로 11월 24일 개봉한다.
[Cover Star] 특수본 ‘엄태웅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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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아주 세다. 어쩌면 황당하다. 정필원 작가의 네이버 웹툰 <지상 최악의 소년>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을 뽑는 대회에서 우승한 이현이라는 소년이 신에게 지구 멸망을 요구하면서 시작한다. 이현의 소원을 들은 신은 조금 망설인다. 인터넷 용어로만 인간과 대화를 하는 신은 잠시 ‘…’라는 텍스트를 보여주며 고민하더니 이내 ‘ㅇㅋ’라고 답한다. 단 조건이 있다. 지구 멸망까지 100일의 시간을 준다. 이현은 단 한번 자신의 소원을 번복할 수 있다. 신은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오덕희라는 불행 전문 만화가를 이현의 학교에 선생님으로 위장 취업시킨다. 그리고 그녀에게 뱀파이어, 악마, 천사, 마술사, 구미호 등 12사도와 함께 불행한 소년 이현을 행복하게 만들라고 명한다.
<지상 최악의 소년>은 우연히 버스를 타고 가던 작가가 문득 스스로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됐다. ‘나 지금 좀 불행한 것 같아, 지구상에서 불행한 정도로는 몇등일까, 누군가 1등이
나 지금 좀 불행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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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체험이란 아껴두었다가 이럴 때 쓰라고 나온 말이다. 스크롤을 내리며 재빨리 속독하는 웹툰의 세계, 웹툰작가 무적핑크는 그 단순한 손놀림에 제동을 건다. 동화를 향한 역설과 개그, 패러디로 점철된 <실질객관동화>(이하 <실객동>)는 단순히 보는 만화가 아닌, 체험하는 웹툰. 웹툰계의 3D블록버스터다. 못 믿겠다면 실제 바느질해서 만든 천으로 입체감을 살린 <마법의 양탄자>편을 보거나, 프로젝터로 쏜 그림을 다시 찍어 평평한 평면의 벽에서 귀신이 튀어나오는 효과를 준 <장화홍련전>편을 찾아보라. 깎아내린 사과 껍질이 컴퓨터 화면을 줄기차게 따라 내려오는 <백설공주>편이나 구름을 뚫고 올라가는 콩나무를 거꾸로 거슬러가는 <잭과 콩나무>편의 시도 정도는 <실객동>의 형식적 실험 단계로 보자면 초보 수준에 불과하다. 경찰의 날 관련 내용이라면 현상수배벽보 형식이 활용되며, EBS <지식채널 e>의 형식도
웹툰계의 3D블록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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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인 더 트랩>의 해설판도 있어요.” 네이버 웹툰에 <치즈 인 더 트랩>으로 데뷔한 순끼 작가의 말이다. 독자들이 스스로 해설판까지 양산해낼 정도로 <치즈 인 더 트랩>은 독특한 면모가 있는 로맨스물이다. 그저 달콤한 연애가 아닌 음침한 스릴러물의 냄새가 난다. 평범하지만 어딘가 답답해 보이고 어떤 때는 얄밉기도 한 경영학과 여대생 홍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치즈 인 더 트랩>은 꽃미남이고 부자에다가 공부도 잘하지만 비밀스러운 성격의 선배 유정과 홍설의 관계가 중심인 이야기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에서 과거의 홍설과 유정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다. 그런데 현재의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한다. 여기에 유정과 사연이 있는 인호, 홍설의 스토커 영곤 등 주변 인물들까지 더해지면서 <치즈 인 더 트랩>의 이야기는 점점 꼬여간다.
순끼 작가는 <치즈 인 더 트랩>을 고등학생 때 처음 구상했다고 한다. 데뷔를 위해
둘만 아는 그 느낌,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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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목요웹툰 <목욕의 신>의 독자 댓글은 ‘ㅋ’로 시작해 ‘ㅋ’로 끝난다. 누군가는 성의없는 댓글이라며 토를 달지도 모르겠지만 이 웹툰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포털 사이트에 로그인해 ‘ㅋ’의 행렬에 동참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거다. 그도 그럴 것이, 말끔하게 생긴 성인 남자들이 팬티 한장만 걸친 채 서로의 때를 1mm라도 더 밀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웃음을 참아낼 재간이 없다. <목욕의 신>은 최고급 목욕탕인 금자탕에서 일하는 목욕관리사(속칭 ‘때밀이’)들의 이야기다.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은 요원하고 학자금 대출빚을 못 갚아 대부업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허세’가 주인공이다. 허세는 대부업자를 피해 들어간 목욕탕에서 우연히 한 노인의 등을 밀어주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노인은 목욕업계의 대부이자 금자탕의 회장님이었다. 허세의 때밀이 솜씨에서 우주의 평온함을 느낀 회장님은 허세의 빚을 다 갚아주겠노라며 금자탕의 목욕관리사로 일할 것을
아놔, 이 폭풍유머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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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의 작가 안노 히데아키의 부인 안노 모요코는 오타쿠 남편과의 삶을 한권의 만화로 정리했다. 매 순간 함께 지내다보니 어느새 중증 오타쿠 남편의 삶에 동화되고 말았던 한 신혼부부의 비운의 스토리!(물론 그녀 역시 초보 오타쿠) 웹툰작가 난다의 <어쿠스틱 라이프>엔 오타쿠 남편을 샅샅이 고발한 안노 모요코의 문제적 옴니버스 만화 <감독 부적격>의 희한한 라이프 스타일이 살포시 배어나온다. 결혼 4년차,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웹툰작가 난다는 게임 개발자이자 게임 오덕인 남편 한군을 가차없이 해부한다. 게임이 곧 삶인 남편이 일으키는 해괴한 증상. 예를 들면 데이트하면서 <파이널 판타지>의 역사를 읊느라 바쁘다거나, 사랑을 담보로 ‘10분만 함께 플레이하자’고 구걸한다거나, 스페셜 한정판 게임 예약 구매에 혼신의 힘을 쏟는 자가 그녀의 남편이다. 그러니까 <어쿠스틱 라이프> 소재의 절반은 이렇게도 시시콜콜하고 잡다하며 하릴없는
별일아닌 별일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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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이 되면 포털 사이트 검색어 랭킹 상위권에서 이 웹툰의 이름을 언제나 찾아볼 수 있다. 주동근 작가의 좀비호러 웹툰 <지금 우리학교는>이다. 장르의 특성상 등장인물들의 신체가 손상되고 피가 사방에 흩뿌려지는 잔인한 장면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에 이 웹툰은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가 배경인데다 매회 ‘떡밥’을 던지는 흥미진진한 줄거리 덕분에 <지금 우리학교는>을 보고 싶은 학생 네티즌은 주동근 작가의 만화를 스크랩하는 블로거들을 찾아나선다. 새 에피소드가 올라올 때마다 ‘지금 우리학교는’이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이유다. 결국 잔인한 장면을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가감없이 볼 청소년들을 우려해 주동근 작가는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지금 우리학교는>의 모자이크판을 연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금 우리학교는>의 ‘19금 수위’는 결정적으로 주동근 작가의 작품을 더 많은 독자들이 감상할 수
방통위 제재라는 이름의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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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간 웹툰은 TV와 영화를 움직이는 콘텐츠가 되었다. 강풀과 윤태호가 그 흐름을 주도한 1세대였다면 지금의 웹툰은 다른 형태로 버전업되고 있다. 여타 다른 장르로의 활용도를 위한 웹툰이 아닌 웹툰 자체로 홀로서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인기웹툰의 판권은 여전히 제작자들이 눈여겨보는 대상이지만 웹툰은 판권의 향방에 기대지 않고 그 자체로 독특한 이야기, 다양한 장르를 생산해내고 있다. 우리가 만난 여섯명의 웹툰작가는 각자 뚜렷한 특성으로 진화하는 웹툰의 현재를 보여주는 예다. 코믹물 <목욕의 신>의 작가 하일권, 판타지물 <지상 최악의 소년>의 정필원, 생활 코믹물 <어쿠스틱 라이프>의 난다, 멜로물 <치즈 인 더 트랩>의 순끼, 패러디물 <실질관객동화>의 무적핑크, 좀비호러물 <지금 우리학교는>의 주동근 작가가 그들이다. 작품의 특성과 웹툰작가로서의 생활, 그 모든 것을 낱낱이 해부한다.
스크롤 중독 웹툰 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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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등이 떠오르는 폭력성
유럽적인 분위기로 만든 할리우드 장르영화를 어떤 예술적 눈속임수에 불과하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사실 할리우드는 영화의 공장으로 팔려온 유럽 감독들의 위대한 전통 위에서 세워진 세계다. F. W. 무르나우와 프리츠 랑, 장 르누아르, 그리고 앨프리드 히치콕. 동시에 할리우드 장르의 전통은 유럽으로 건너가서 누벨바그와 장 피에르 멜빌을 창조했다. 미국과 유럽 사이에는 언제나 일종의 영화적 근친혼이 존재했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은 자신의 영화가 두 대륙의 혼합이라고 스스로 일컫는다. “나는 유러피언이다. 아주 오래된 유럽 동화의 공식을 이용해서 미국의 현대적 신화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 그렇다면 당연히 스토리텔링과 스타일 역시 그 모든 것의 혼합이 될 수밖에 없다.” <드라이브>를 보고 있노라면 박찬욱과 김지운의 할리우드 진출작들이 어떤 결과물을 내놓게 될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도 있다. 박찬욱은 자신만의 감각을 할리우드의 오랜 호
하이브리드 레이스가 시작됐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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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드라이브>는 그냥 카체이스 액션영화가 아니다. 간단하게 설명해볼까? <사무라이>의 알랭 들롱과 <블리트>의 스티브 매퀸을 반쯤 섞어놓은 듯한 남자가 반젤리스풍의 음악이 흐르는 <블레이드 러너> 스타일의 LA에서 <펄프 픽션>의 악당들에 <올드보이>식의 광폭한 폭력으로 맞서는 유럽 예술영화와 80년대 비디오용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사생아. 그게 말이 되냐고?
신작 영화의 반응을 가장 노골적으로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는 시사회가 끝난 직후의 화장실이다. 묵은 배설의 환희 때문인지 사람들의 입에서는 영화를 다시 곱씹어 음미하기 전에야 튀어나올 수 있을 법한 직설적인 평가가 쏟아져나온다. <드라이브>의 일반 시사회가 끝난 화장실에서는 두 남자가 변기 앞에서 작은 설전을 펼치고 있었다. 한 남자가 말했다. “개폼이네.” 남자의 친구가 대답했다. “개폼이긴 한데 그냥 개폼은 아니
하이브리드 레이스가 시작됐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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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사건 없이 조용한, 악당도 없이 그저 어떻게든 살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완득이>는 ‘착한 영화’다. 학교가 배경이지만 교육문제만 다루지도 않고 외국인 노동자가 등장하지만 관습적인 인권영화도 아니다. 그런데 이 모두를 다 아우른다. 사려 깊고 따뜻하고 문득 심심한데, 스마트폰 한대도 등장하지 않는 21세기 한국의 이면을 깨알 같은 유머와 장르적 관습으로 묶는다. 이때 음악은 오직 그 정서적 설득을 겨냥한다. <박하사탕> <파이란> <호우시절>의 이재진 음악감독이다.
주로 피아노, 멜로디언, 스틸 기타가 사용된 소리는 낭만적이고 귀여운 인상을 남긴다. 최근 인디신의 경향과도 유사한데 신시사이저와 전기기타가 만드는 속도감도 긴박함보단 발랄함에 가깝다. 이 악기들은 ‘웬일인지 인간적으로 들리는 사운드’를 만든다. 대물림되는 가난과 갑갑한 현실을 비극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완득이>에 어울린다. 엔딩 타이틀곡 <Now I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밝은 소리로 현실을 속닥속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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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동네에 가는 걸 즐기는 편이다. 주변 친구들은 여행가는 걸 좋아하는 거냐고 묻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행도 아니고, 그렇다고 산책이라 하기엔 또 거창한 그 무엇이다. 새로운 동네를 굳이 찾아가서 새로운 가게라든가 혹은 나만 아는 장소를 찾는 일에 나름대로 희열을 느낀다. 이사를 가도 일주일은 동네를 서성이며 나만의 공간을 찾는 데 열을 올리기도 했다. 커피가게가 있을 것 같지 않은 동네에서 우연히 커피가게라도 찾으면 한동안 그곳만 가기도 하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스스로 단골이라고 칭하며 앞으로 그곳만 가겠다고 다짐도 한다. 물론 이사가면 거의 가진 않지만. 그래서 굳이 여행을 가더라도 여행객이 가지 않는 동네를 주로 돌아다니는 편이다.
3년 전 일본 여행(사진)을 다녀온 적이 있다. 여행이라고 해서 다녀왔는데 내가 간 곳은 동네만 간 것 같다. 일본 동네 이곳저곳을 돌다가 절대 가게라곤 보이지 않는 곳을 헤매다가 짠! 하고 무엇을 파는지도 알 수 없는 가게가 나타나기도 했다
[타인의 취향] 동네 탐색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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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평점은 일반인 평점보다 낮은 게 보통이다. 한데 <LA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USA 투데이> <버라이어티> <보스턴 글로브> 등이 모두 만점을 준 TV시리즈가 있다. 2011년 1월과 10월 미국의 공영방송채널인 <PBS>의 ‘마스터피스’ 프로그램을 통해 시즌1, 2를 방영한 <다운턴 애비>가 그 주인공이다. <다운턴 애비>는 2011년 에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조연상, 감독상, 촬영상, 각본상까지 모두 5개 부문을 수상했고, 2011년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은 드라마로 기네스북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실 <다운턴 애비>의 고향은 영국이다. 코너명에 버젓이 ‘미드’라고 써놓고 영드를 소개하는 이유는, 최근 미드의 재미와 만듦새가 조금 주춤하기도 하고, 내 입장에서는 미드나 영드나 똑같이 외화일 뿐이라서 굳이 국적을 구분해 재미있는 시리즈를 소개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기
[안현진의 미드 앤 더 피플] 감탄할 만한 완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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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꼭 그렇지만도 않지만 이십대 초반의 나는 상당히 엄격하고 보수적인 관객이었다. 특히 연기자는 다른 것보다 일단 연기를 잘해야 좋은 배우라 할 수 있고 가수는 얼굴이 잘생겨야… 아, 이게 아니지. 어쨌든 배우에게 ‘꽃미남’이니 ‘패셔니스타’니 하는 호들갑스런 수식어를 붙여 띄우는 매스미디어의 행태에 코웃음을 칠 만큼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차가운 도시 여대생이었단 얘기다. 그러니 ‘강동원’이라는 꽃미남 모델이 ‘귀여니’ 원작의 영화 <늑대의 유혹> 주연을 맡았다며 같이 보러 가자는 친구의 말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패션에 문외한이라 모델 중에 제일 잘생기고 잘나간다는 강동원이 누군지 잘 모르기도 했지만 귀여니라니, 귀여니라니! 당시 “ㅎㅓ걱… ㄸl용… ㅇ_ㅇ…”이나 “꺄악!!!!!!>_<!!!!!!!!!!몰라 난 몰라 >_<” 따위 한글 파괴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금의 현실을 한탄해 마지않던 나에게 그 이름은 한국 문학계
[최지은의 TVIEW] 선입견을 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