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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현모양처인데(그래, 왜, 뭐, 버럭), 그러려면 갖춰야 할 것들이 많다. 체력과 정신력은 스스로 어떻게 해볼 수 있으나(음… 가족까지도 어느 정도는) 그 밖의 것은 사회와 국가가 도와줄 게 좀 꽤 된다.
당장 시간. 여름휴가를 보자. 어린이집 방학은 2∼3주인데, 직장인 휴가는 길어야 일주일이다. 어쩌라고. 저녁이 있는 삶은 고사하고 주말이 있는 삶을 사는 노동자 아빠 엄마도 그리 많지 않다. 다음은 돈(으로 대표되는 사회 안전망). 집, 교육, 의료. 3대 인생의 납량 특집만 해결되거나 견딜 만한 무서움이라면…, 대한민국 평균 지덕체 수준은 급상승하고 ‘내 꿈이 이뤄지는’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왜. 그냥 대세에 묻어가면 되니까.
기계가 아닌 사람의 돈과 시간을 일차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은 노동이다. 하지만 노동자가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죽기살기로 싸워도 헛수고다. 행정도 법도 마비된 지 오래다. 디제이 정권 끄트머리 이후 ‘출신성분’에서나마 노동을
[김소희의 오마이이슈] 저녁이 있는 사람이 먼저 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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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파트 단지에는 꽤 편안한 산책길 놀잇길이 있다. 어느 날 상가쪽 풀숲에 자전거 높이만 한 펜스가 쳐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넘나들어 조경이 훼손된다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그렇게 결정했단다. 공사를 하던 인부들도 “당최 이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풀숲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던 길에 무지막지한 쇠 펜스가 줄줄이 쳐지니 흉물이 따로 없다. 대체 풀숲이 언제부터 감상용/보호용이었으며, 과연 그 펜스가 감상과 보호에 도움이 되는지 니가 와서 보세요 싶은 심정으로 몇몇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ㅈㄹ’했는데 놀라운 것은 다들 어떤 과정으로 이런 결정이 났고 공사가 강행됐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철지난 OTL 스티커라도 구해 붙이고 싶었다. 올드한 ‘조경관’ 때문인지 펜스 업자의 ‘로비력’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쇠 펜스가 조경을 망쳐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근거를 대지 않는 한 다시 뽑자고 아저씨, 아주머니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 아, 아파트에도 어른거리는 4대강의 그림자…
[김소희의 오마이이슈] 검사 받고 일해서 검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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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삼철이’ 중 한분이 아직도 대법원에 계신다(나머지 두분의 철이는 문화방송과 인권위원회에 계심). 그분과 그분의 동료들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적법 판결을 내렸다. 반대 의견을 낸 두분도 있었으나, 1, 2심 결과보다 더 범위를 넓혀 국방부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 헌법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법관에게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밝히고 있다. 드라마 <추적자>가 아니라도 사법권이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익히 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대법관 후보들의 면면을 보니, 어쩜 그리 하나같이 가진 자들을 옹호해왔는지 낯이 뜨겁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삼성중공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56억원으로 제한해 환경파괴 책임에 면죄부를 주고 주민 1인당 5만원꼴도 안되는 피해보상을 받게 한 분, 삼성특검이 기소한 이건희 회장에 대해 회사에 끼친 손해액을 지급했다는 가짜 자료를 반영해 죄를 탕감해주고 검찰
[김소희의 오마이이슈] 뻔뻔한 아이히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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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고학년 수준의 쉬운 언어를 구사하는 문 아저씨와 함축적 시어를 내놓은 손 아저씨 가운데 헷갈리는 중이다. 누굴 뽑냐고? 에이. (칼럼에서 특정 후보 편들기 있기 없기) 누가 더 잘생겼냐고? 여보세요. (물어보나마나…) 누가 더 좋은 말을 내놓는지 말이다. 말은 곧 생각이니까. 회자되는 정도로 치자면 ‘저녁이 있는 삶’이 현재로서는 윈. 오래 고민했고 잘 다듬은 티가 물씬 난다. 팍팍한 일상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울림이 있다. 정책을 담기에도 비전을 얹기에도 괜찮은 그릇이다. 이미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의 정책이 나왔는데, 저녁이 있는 학생, 저녁이 있는 엄마, 저녁이 있는 풍경 등등등 교육 복지 환경… 무한 증식이 가능하겠다. 캬. (놀이터 죽순이 딸아, 제발 저녁이 있는 어린이가 되어다오.)
새 권력의 바짓가랑이라도 잡듯이 헌 권력이 부잡을 떤다. 여야 합의로 무산된 인천공항 지분매각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멀쩡히 경영 잘해 돈 잘 벌고 있는 공항을 놓
[김소희의 오마이이슈] 정신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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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년 만의 가뭄으로 산천초목이 타들어가는 나라의 대통령이 40년 만의 가뭄으로 일부 지역에 비상사태까지 선포된 나라에 가서 “우린 가뭄 극복 잘한다”고 자랑하는 걸 어떻게 봐야 할까. 글로벌하게 한마디로, 아 유 크레이지?
그분이 나라 밖에서 ‘자랑질’하는 와중에도 전국의 논밭은 쩍쩍 갈라진다. 어지간한 물길은 바닥을 보이고 작황은 비상이다. 양파가 포도알 크기이고 마늘은 손톱만 하고 감자는 아기주먹 굵기다. 도시 가로수도 시름시름(나처럼 나무 기운 많은 인간들도 덩달아 비실비실), 이상고온까지 가세하니 보이는 모든 게 말라붙었다. 4대강 공사 주변 일부 논밭은 시름이 더 깊다. 경운기로 손쉽게 퍼올려 쓰던 강물이 “뻔히 보고도 쓰지 못해 환장할 지경”인 그림의 떡이 됐다. 접근하기 어려워지고 강둑 경사가 심해져 어지간한 장비로는 물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탓이다.
정부는 대형 보 16개로 확보한 물을 농경지에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홍보에 나섰는데…, 대체 어디? 본류에 물그릇
[김소희의 오마이이슈] 내란수괴 vs 내핍수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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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결과 발표는 한마디로 ‘우리 무능했어요2’이다. 일심으로 충성을 받던 VIP는 충성만 받고 보고는 안 받았다는 것이고, 청와대에서 입막음용으로 나온 돈의 출처도 돌아가신 장인이 주셨다거나(그것도 관봉으로!), 십시일반 모은 돈이란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청와대의 지시로 불법사찰의 증거(하드디스크)를 인멸했다고 총리실 중앙징계위에서 밝힌 게 지난해 1월인데(이미 다른 깃털들과 함께 법적 처벌까지 받은 상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현 법무장관은 이 사실을 모르고 계셨고 올 3월 장 전 주무관이 언론에 폭로하고 나서야 알았단다. 장관이 서면으로 그렇다고 하니 그런 거란다. 1차 수사의 은폐/축소에 이어 이번 2차 수사는 좀더 다양하게 은폐/축소됐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겠다. 발표 내용도 노골적이다. 언제 어떻게 무엇을 사찰했는지는 없고 왜 불법이 아닌지만 구구절절이다. 왜 사찰 내용이 없냐면 “지원관실 팀원들이 모른다더라”다. 이쯤되면 거의 ‘우리 계속
[김소희의 오마이이슈] 검찰 리얼토크 ‘우리 무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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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게 나을 뻔했어, 라는 말을 해본 사람이라면 ‘자기 생각의 자유’를 의심할 정도겠다. 이분, 해맑으신 건가 다크하신 건가. 당내 민주주의를 무시한 이유로 사퇴 압력을 받는 통합진보당 두 의원에 대해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선 안된다”고 하셨다. 의도적인 덧씌우기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잘 모르시는 거 같다. 후자일 가능성이 많다. 온 국민이 다 아는 연합뉴스 파업 사실조차 모르고 계셨던 분 아닌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새누리당 대표는 대북 정책 견해를 밝힌 총리 출신의 제1야당 대표 후보에게 국회의원 자격심사를 해야 한다고 하고, 새터민에게 술주정한 국회의원에게 공개 전향을 요구하는 논평까지 나왔다. 따를 종자를 굳이 써야 한다면 ‘종북’이 아니라 ‘종박’이 더 심란하다. 종북은 실체가 없지만 종박은 이렇게 엄연하잖아. 이런 무리에서 우두머리가 기본 ‘팩트’에 약하다는 것은 심각한 왜곡과 과장을 불러일으킨다.
[김소희의 오마이이슈] 종북치고 장구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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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와인을 마신다. 좋아하지 않아서다. 그래야 좀 적게 마시니까. 나날이 알코올 민감도가 높아지는 내 몸이 나는 나쁘지 않다. 살살 달래며 잘 살고 있다. 만성두드러기를 달래려 항히스타민제를 주기적으로 복용하거나 발톱무좀을 잡으려고 수개월간 새 발톱 만들어내는 약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럴 나이가 된 것이다. 필요한 만큼 벌고 버는(주는) 만큼 일하는 ‘노동권’이 대단히 행운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나이이기도 하다.
<시사IN>의 19대 국회의원 전수조사 결과 민주통합당 기대주로 첫손에 꼽힌 은수미 의원의 ‘노동 민감도’ 발언(“노동권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사회, 내 권리만이 아니라 타인과 전체의 권리에 대해서도…”)을 보면서, 이런 이들이 정치의 전면에 나선 ‘시대’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노맹 활동가로, 고문 피해/수감자로, 국책기관 연구자로, 정치인들의 ‘과외 선생’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자리가 바뀌었지만 스무살 이후 은 언니의 화두는 ‘노동’이었다.
[김소희의 오마이이슈] 시대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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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와 21세기의 차이는, 뜬금없지만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극단적으로 ‘청년 시절’의 범위가 달라진 데 있지 않을까. 적어도 20세기 말엔 스무살만 넘으면 어른 대접을 받았고 서른살이 넘으면 ‘늙은이’ 취급을 당했다. 그런데 21세기에 20대는 10대의 연장처럼 보이고 외려 서른은 넘어야 ‘어른’ 인증을 받는다. 영화든 드라마든 로맨스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삼십대로 바뀌었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게 좋고 나쁜 건 아닐 것이다. 그 이유가 좀 궁금할 뿐이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오래 살게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도 뭔가 잘 안 풀리는 건 마찬가지잖아?
<내가 고백을 하면…>의 남녀 주인공들이 집을 바꾸는 설정은 <로맨틱 홀리데이>와 비슷하지만(이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맥락이나 과정은 전혀 다르다. 삼십대의 연애를 다룬 이 영화에 깔리는 정서는 (내가 볼 땐) 불안이다. 대충 서른이 넘었지만 일도, 삶도 제대로 굴러가는 느낌이 없다는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혼자보다 둘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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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가을, <뉴욕타임스>는 새로 시작하는 TV시리즈들을 일괄적으로 훑는 지면에 ‘버자이너의 시즌’(Season of Vagina)이라고 표제를 달았다. <뉴걸>의 리즈 메리웨더, <업 올 나이트>의 에밀리 스파이비, <서버가토리>의 에밀리 카프넥, <두 여자의 위험한 동거>의 나나치카 칸, <휘트니>와 <투 브로크 걸스>의 휘트니 커밍스까지 새 TV시리즈의 크리에이터 중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높다는 걸 그렇게 표현한 거다. 이 다섯편의 공통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는데, 다섯편 모두 시트콤이며 20~30대 젊은 여성 관객층을 겨냥한다는 것까지 같았다. 게다가 언급된 모든 시리즈가 2012년에 시즌2로 돌아오면서 2011년은 미국 TV에 신세대 여성파워를 알리는 분수령이 되었다. 이중 유일하게 자신의 쇼에서 타이틀롤까지 책임지는 휘트니 커밍스는 티나 페이, 에이미 폴러의 뒤를 잇는 코미디언 출신의 여성 크
[안현진의 미드 크리에이터 열전] 웃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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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로 드라마를 읽어보자. 10% 미만의 낮은 시청률에서 점점 치고 올라가 20% 중반을 넘긴 경우는 대개 극본이 탄탄한 복수극이 입소문을 탄 경우다. 시청률이 낮아도 구매력있는 시청층이 확보된 경우는 그들을 겨냥한 광고들이 쏠쏠하게 붙기도 한다. 대박을 친 주말극의 후속 작품은 관성으로 채널을 고정하던 시청층의 덕을 보기도 하고, 처음 시청률에서 반 토막이 난 경우는 드라마가 산으로 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30%, 드물게 40% 고지가 눈앞인 드라마는 분당 시청률이 높거나 화제가 된 장면이 반복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추국을 받는 한가인, 인두가 코앞에 놓인 한가인, 곤장을 맞는 한가인, 오랏줄에 묶인 한가인… 등등. 그리고 시청률이 검증된 공식들은 이후 드라마들에 영향을 끼치며 짧은 주기의 트렌드를 만든다. 시청률 외에 제작비나 PPL, 해외 판권 수익 등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제작환경의 규모 역시 드라마에 영향을 끼치는 강력한 변수다.
그런데 만약 이 모든 숫자들을 장악
[유선주의 TVIEW] 낚여줄게 파닥파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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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소쿠로프의 <파우스트>를 보았다. 리뷰 때문에 스크리너로 미리 보았지만 영상을 스크린으로 확인하고 싶어 극장으로 향했다. 스크린으로 대하면서 ‘소쿠로프가 대결의 대상으로 삼은 인물은 요한 볼프강 괴테가 아닌 F. W. 무르나우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므로 소쿠로프의 <파우스트>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 무르나우의 <파우스트>를 꼭 찾아볼 일이다. 80여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두 완벽주의자가 창조한 두편의 <파우스트>는 용과 호랑이의 묵직한 싸움을 연상시킨다. 소쿠로프의 <파우스트>는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시선으로 시작해 거꾸로 지상에서 하늘로 멀어지는 시선으로 끝난다. 앞의 시선이 메피스토의 것이라면 뒤는 신의 것이리라. 이 장면은 무르나우 버전에서 파우스트가 메피스토의 망토에 올라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비행하며 바라보는 세상의 풍경과 연결해 읽을 만하다. 소쿠로프의 <파우스트>는 현실을 빚어
[이용철의 아주 사적인 클래식] 무르나우의 <파우스트>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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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포맷, 예리한 윤곽, 강렬한 색채로 현실보다 더 강력한 현실을 제시하는 구르스키의 사진은 우리를 당혹시킨다. 너무나 사실적(=사진적)이면서 동시에 너무나 허구적(=회화적)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도 엇갈린다. “이것은 진짜 세계다. 내 모든 사진에서 이 점이 내게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말하기를, “결국 우리는 그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게 뭘 보여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요점은 그것이 그림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구르스키의 말은 모순되는 게 아니다. 돌이켜보건대 사진은 등장 초기부터 ‘예술이냐, 기술이냐’의 정체성 혼란에 빠져 있었다. 사진을 처음 본 사람들은 이 새로운 이미지를 자신들에게 익숙한 매체, 즉 회화의 문법으로 파악하려 했다. 그 결과 초창기 사진은 고전회화를 모방하여 인위적으로 세팅된 배경에서 모델이 연출하는 약속된 포즈를 담곤 했다. 이를 ‘픽토리얼리즘’(pictorealism)이라 부른다.
하지만 사진은 곧 자신의 매체성을 의식하게 된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컴퓨터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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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시간은 언제쯤 찾아오는 것일까? 하던 일을 재빨리 마무리 짓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된다. 아, 생각보다 간단하군요. 그럼요, 간단하고 말고요. 참, 말이 쉽다. 한가한 시간은 쉽게 찾아오는 법이 없다. 하던 일이 끝날 때쯤이면 숨어 있던 일이 모습을 드러낸다. 두더지들처럼, 아무리 뿅망치를 내리쳐도 끊임없이 올라온다.
일의 진공 상태, 아무런 할 일이 없는 순간이 불현듯 찾아오면 다른 사람들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 내 경우엔 자주 바뀌는데, 한때는 컴퓨터 게임을 했다. 장대한 서사가 있는 게임은 좋아하지 않았고, 야구나 축구나 테니스, 총격이나 격투기 게임처럼 짧은 시간 안에 승부가 결정나는 종류를 좋아했다. 대여섯 시간 동안 격렬하게 게임을 하고 나면 온몸이 녹초가 되고 눈알이 빠질 듯 아프고 어깨가 쑤셔온다. 한번은 닌텐도 <슈퍼마리오> 게임을 3일 동안 쉬지 않고 한 적이 있는데, 얻은 것은 게임의 완전공략과 손가락의 순발력과 허무함이요, 잃은 것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노래가 만들고 싶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