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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영조 시대, 부패한 좌의정 세력은 금보다 더 가치있는 얼음의 독점판매를 꿈꾼다. 하지만 청렴결백한 우의정이 방해가 되자 그의 서자 이덕무(차태현)를 음모에 빠뜨려 역모죄로 잡아넣는다. 우의정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귀양길에 오르고 풀려난 덕무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책하며 좌의정을 응징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바로 좌의정의 아들이 관리하는 서빙고의 얼음을 훔쳐내는 것. 이 불가능한 도둑질을 위해 올곧은 성품 때문에 누명을 쓰고 귀양을 떠난 빙고별장 백동수(오지호)를 비롯해 돈줄 수균(성동일), 도굴 전문가 석창(고창석), 폭탄 제조 전문가 대현(신정근), 변장과 사기의 달인 재준(송종호), 마차꾼 철주(김길동), 잠수 전문가 수련(민효린) 등 조선 최고의 꾼들이 뭉친다.
착하고 안일하다. 아니면 관객을 순진하게 봤는지도 모르겠다. 기대해볼 만한 소재였고 믿음 가는 배우들도 즐비하건만 영화는 헐겁고 지루하기 그지없다. 사건의 원인, 인물의 사정, 풍자의 의미까지 있을 건 다 들어
서빙고의 얼음을 훔쳐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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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건 죽어도 상관없는, 딱 그만큼의 사랑 이야기다. 1973년의 마드리드, 당시는 분장을 하지 않고도 웃길 수 있는 코미디언이 등장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주인공 하비에르(카를로스 아레세스)가 이제 막 광대로 데뷔하려던 찰나이기도 했다.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슬픈 광대’다. 그의 몸엔 대대로 이어진 광대의 피가 흐르지만, 그건 애초 남을 웃길 수 있는 능력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얼굴도 모른 채 어린아이는 동심 없이 자랐으며, 광대였던 아버지는 1937년 내전 당시 목숨을 잃었다. 어른이 된 그의 얼굴엔 그래선지 슬픔이 배어 있다. 서커스 데뷔 첫날, 하비에르는 나탈리아(캐롤리나 방)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우스운 광대 세르지오(안토니오 데 라 토레)의 연인이다. 이렇게 시작된 세 남녀의 연애는 처음부터 무섭도록 섬뜩하게 진행된다. 한 여인을 둘러싼 두 남자의 투쟁, 그들이 그리는 바로크 스타일의 문양은 상상
그들의 예정된 운명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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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 제작 리얼라이즈 픽쳐스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예정 추석
잠룡들의 시대다. 더불어 TV드라마가 대통령을, 사극영화가 왕을 쫓는 이때, <광해, 왕이 된 남자> 또한 갖가지 흥미로운 대화를 낳을 법한 영화다. 이야기의 무대는 광해군이 즉위한 지 8년째가 된 1615년이다. 서자 출신인 광해는 자신을 해하려는 무리의 위협에 폭군이 돼버린다. 독살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그는 급기야 자신을 대신해 왕 노릇을 할 사람을 찾고, 기방에서 만담으로 인기를 끌던 하선이 발탁된다. 영화는 부패한 조정을 풍자하는 만담을 즐겨 하던 하선이 왕 행세를 하던 도중 부패한 관리들을 향해 진정한 왕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광해군과 하선, 1인2역을 하는 이병헌의 입에서 터져나올 거침없는 말들이 기대 요소다.
[Coming soon] 이병헌의 1인2역 <광해, 왕이 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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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액티브 스피커는 스피커에 앰프가 내장돼 있고, 패시브 스피커는 스피커에 앰프가 별도로 장착돼 있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앰프를 별도로 쓰는 패시브 스피커가 액티브 스피커보다 상대적으로 음질이 좋고, 비싸다. 하지만 액티브 스피커들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에디파이어 E30 같은 제품이 그렇다. 일단 쇠뿔을 통으로 뽑아버린 것 같은 외관부터 ‘난 그저 그런 PC방용 스피커가 아니야’라고 외치는 것 같다. 그 자체로 인테리어적 요소를 가지는 듬직한 외관은 그렇다치고, 음질은?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이다. ‘고급스럽다’는 표현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말이 없을 정도다. 클래식, 가요, 팝, 모든 장르에 어울린다. 작은 원룸에 가두기에는 좀 아깝지만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멋진 인테리어를 가진 상점에도 어울린다. www.edifier-international.com
[gadget] 그저 그런 PC방용 스피커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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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1.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 만족할 만한 깨끗한 음질.
2. 처음에는 살짝 무겁게 느껴지지만, 곧 알게 된다. 훨씬 안정감이 있다는 것을.
3. 24k로 도금된 플러그. 급할 때는 내다 팔 수 있을지도.
4. 방음 효과가 좋아 가끔 귀마개 대신 이용해도 괜찮다.
5. (파손이나 고의적 손상을 제외한) 2년 내 고장 시, 신제품 교환이라는 ‘쩌는’ AS.
6. 잘 엉키지 않는 선. 상당히 편리하다.
최근 고급 이어폰과 헤드폰 시장의 성장은 놀라울 지경이다.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이어폰이 속속 공개된다. 그건 사람들의 관심이 다시 한번 음질로 쏠리고 있다는 증거다. 192k MP3 파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320k 파일만 듣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 애플이 아이튠즈에 무손실 방식인 Wave 형식의 음원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비슷한 이치다. 고음질에 대한 수요와 함께 기기를 직접 만지지 않고 이어폰상에서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있는 리모컨 방식 역시 최근 발매되는 제품들에 두드러지게
[gadget] 음질과 편리함, 그리고 디자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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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동북 지역에는 주로 대가족이 많다. 조부모와 손자까지 3대가 함께 살고, 형제도 보통 서넛 정도다. 평일 오후 2시46분은, 그 지역 모든 가족이 흩어져 있던 시간이었다. 3·11 일본 동북부 대지진과 쓰나미는 그래서 그곳의 모든 이들에게 가족의 이산(離散)을 의미했다. <쓰나미의 아이들>은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모리 겐 기자가 동북부 대지진을 겪은 학생 10명의 글을 받은 뒤 그 아이들 가족의 사연을 취재한 논픽션이다.
여기까지 말하면 아마 이 책이 어떤 의미에서는 ‘뻔한’, 그러니까 재해지역 아이들의 순수한 눈으로 본 아픈 현실을 기록한 감동적인 이야기 모음이라고 생각하게 되겠지만,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모리 겐은 아이들의 가족을 취재했는데, 당연하게도 사건 당일의 이야기가 그 취재의 중심이긴 해도 ‘지금 일본의 가족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사람이 죽는다고 모든 감정이 사랑 일색이 되지는 않는다. 때로는 상대의 죽음 이후에야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그날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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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담한다. 당신이 애묘인이라면 <고양이들: 루이스 웨인의 웃기고 슬프고 이상한>(이하 <고양이들>)에 단박에 시선을 뺏기고 말 것이다. 이 책에는 한평생 오로지 고양이만을 그린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겸 화사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 그림 300여점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부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루이스 웨인은 의인화한 고양이 그림으로 영국에서 국민화가 칭호를 들으며 대단한 인기를 모았다. 그가 그린 고양이 그림은 그림엽서를 시작으로 잡지, 포장지, 달력, 책, 장난감, 비스킷 통, 가정용 자기까지 인쇄 가능한 거의 모든 물건에 박혔다. 웨인의 고양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보다 거의 한 세대 전에 나왔다. 말하자면 웨인은 본격적으로 고양이에게 손을 만들어준 최초의 인간이다. 웨인의 그림에서 고양이는 골프를 치고, 경마장에 가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연다. 소설 <타임머신>
[도서] 고양이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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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8월26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문의: seoulmoa.org
히든 트랙. 지금 서울시립미술관 1층과 로비에는 임옥상, 안규철, 황인기, 최진욱, 오형근 등 중견 작가 19명이 평소 숨겨두었던 의외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전시 참여 작가들의 평소 붓질이 아닌 다른 붓질을 통해 모처럼 경쾌한 리듬감을 내뿜는 작품들이다. 우리가 익히 알던 작가의 작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작업들이 자유롭게 펼쳐져 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김성원은 한국 미술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중견 작가들에게 지금까지 구축한 자신의 세계와는 별 상관없는 의외의 작품을 내놓아줄 것을 제안했다. 음악 앨범 어딘가에 포함되어 있지만 선곡 리스트에는 또렷하게 명기되지 않는 ‘히든 트랙’의 컨셉을 빌려와 작가들이 평소 잘 내놓지 않았던 무명 작업을 한데 모았다. 전시는 짧지만 즐겁고 자유로운 창작의 순간들을 느끼게 한다. JYP가 반복하여 말하는 ‘공기 반 소리 반’을 빌려보면, 묵직하고 촘촘하게 제
[전시] 중견 작가들의 숨겨놓은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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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13년 1월20일까지
장소: 백남준아트센터
문의: www.njpartcenter.kr
텔레비전 모니터 몇개로 연결된 로봇이 꽃으로 꾸민 자동차에 올라타 있다. 작가가 붙인 이름은 <마르코폴로>(1993). 또 다른 모니터 로봇은 천을 뒤집어쓰고는 낡은 자전거 위에 몸을 올린다. 백남준은 이를 <징기스칸의 복권>(1993)이라 불렀다. 자전거 뒤쪽에는 정보 수송과 관련된 기계들이 잔뜩 실려 있다. 고 백남준의 생일인 지난 7월20일 개막한 이 전시는 백남준이 꿈꾸었던 미래와 상상했던 과거가 한데 복잡한 회로도처럼 얽혀 있다. 작가의 일생이나 특정 시기의 작품이 아니라 백남준이 제시했던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는 데 포인트를 찍은 전시인 만큼 그가 몰두했던 포스트 휴먼, 사이버네틱 시공간, 오픈 엑세스, 로봇 등의 주제가 다채롭게 반영되어 있다. 특히 여러 개의 로봇이 한데 모인 ‘로봇 극장’ 섹션에 들어서면 찰리 채플린, 선덕여왕, 율곡이라 이름 붙
[전시] 백남준이 꿈꾼 미래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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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굳이 ≪Siamese Dream≫이나 ≪Mellon Collie≫와 비교하지는 않겠다. 그런 앨범은 음악가의 재능과 시기와 운 등 모든 것이 기막히게 맞물릴 때 만들어지는 법이니까. 이제 ‘호박들’에 열광하던 시기는 지나갔지만 빌리 코건은 이 복귀작에서 충분히 선전하고 있다. 가끔은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게도 한다. 비록 챔벌레인과 이하는 없지만, 새로운 이름들로 채워진 새로운 호박들도 새로운 기대를 품게 한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해탈한 인간이 된 것만 같다. 앨범 초반부의 몇곡을 제외하면 저돌성이 참 많이 죽었다. 덕분에 깊고 숙연한 흐름의 앨범이 나왔다. 빌리 코건의 목소리는 더는 신경질적이지 않고, 거창한 연주와 웅대한 편곡에 목말라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난 10여년간 겪어왔던 실패와 후회와 체념을 그대로 안고 가면서, 가장 오래 해왔고 가장 잘하는 것을 또 한다. 이제는 망설임 없이 안고 싶어진다.
최
[MUSIC] 망설임 없이 듣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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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영화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이미지들이 진짜로 ‘진짜’인지 진짜로 ‘가짜’인지를 구분하는 게 무의미해졌다. 다큐멘터리는 잘 짜인 재밌는 이야기를 고민하고, 픽션영화의 감독들은 얼마나 자신들이 열심히 ‘발품’팔아 시나리오를 완성했는지를, 그렇지 않으면 누구의 어떤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지를 내세우니 말이다. 전자의 ‘진정성’이 줄어들었다고, 혹은 후자의 ‘상상력’이 약해졌다고 비판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여기/저기, 나/너, 사실/허구를 까칠하게 따져 무엇하나, 이리저리 섞어서 적당히 볶다보면 새로운 맛의 퓨전요리가 나오게 마련 아닌가. 알레산드로 코모딘 감독의 <자코모의 여름>이 7월 초에 프랑스에서 개봉해 현재까지 꾸준히 입소문을 타며 관객몰이를 하는 이유는, 올해 유난히 흐리고 우중충한 파리의 여름에 화사한 이탈리아의 하늘을 선사했기 때문만은 분명히 아니다. 이 영화의 매력은 바로 이도저도 아닌 ‘모호함’에서 비롯된다.
코모딘 감독의 첫 장편인 <자코
[파리] 진짜?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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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면 소변을 끓여 폭탄을 만드는데 이게 가능할까요?
A. ‘쓰레기장에서 폭발사고’, ‘재래식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폭발’이라는 뉴스를 보면 가스를 품은 대변이나 방귀 등으로 폭탄을 만드는 게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소변의 성분을 따져보자니 소변으로 폭탄을 만드는 게 영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군요. 소변에는 폭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주요 물질이기도 한 질산이 다량 포함되어 있거든요. 문제는 소변을 어떻게 폭탄으로 만드냐에 달려 있겠죠. 일단 영화에선 소변을 재래식 화장실에서 채취해 끓여 가루로 만들고 이를 여러 번의 공정을 통해 폭탄으로 만드는데요. 이게 정말 가능한 건지 산업용 다이너마이트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K기업에 문의해 보았으나 “장난전화 하지 마세요”라는 냉랭한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사제폭탄을 만드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니 이런 민감한 반응…. 장난전화 아닌데…. 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안전을 위해서 폭탄을
[cinepedia]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면 소변을 끓여 폭탄을 만드는데 이게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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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나 카일씨 반갑습니다. 오늘은 코스튬이 조금 독특하시네요.
=아, 이거 프라다예요. 고담시에 평화가 찾아오고 나니 별로 할 일도 없고, 그래서 잡지사에 취직했어요. 악마 같은 에디터는 프라다를 입어야 한다기에 한벌 뽑았죠.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 글쎄요. 무엇보다도 셀리나 카일씨가 잡지사 에디터라니, 그게 좀 놀랍네요. 예상 밖이기도 하고.
=호호호, 제가 주로 쓰는 기사는 이런 거예요. ‘남친의 100일 기념 선물, 진짜 다이아인지 모조 다이아인지 구분하는 법’, ‘클럽에서 만난 포르셰남의 차, 자기 차인지 아빠 차인지 구분하는 법’ 혹은 ‘고담 최고의 억만장자 마음 훔치는 방법’.
-전문 분야를 적절하게 응용한 기사들이군요. 멋집니다, 셀리나 카일양. 아니, 캣우먼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아유, 캣우먼은 무슨. 영화에서도 캣우먼이라는 대사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걸요.
-그래도 코스튬에 귀가 달렸던데요.
=그건 귀가 아니라 도둑질용 고글이죠. 크리스토퍼 놀란의
[김도훈의 가상인터뷰] 명품 코스튬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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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아이스 에이지4: 대륙 이동설 3D> 우린 다 수도권이다~
[정훈이 만화] <아이스 에이지4: 대륙 이동설 3D> 우린 다 수도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