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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시리즈 <스타트렉>의 프리퀄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속편 <다크니스>(원제 <Star Trek Into Darkness>)가 2013년 5월 미국에서 개봉한다(국내에선 2013년 여름 개봉예정). J. J. 에이브럼스가 다시금 이 거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지휘봉을 잡았고, 커크 선장 역의 크리스 파인, 스팍 역의 재커리 퀸토 등이 엔터프라이즈호에 다시 승선했다. 영국 드라마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다크니스>의 악당으로 새로 합류했다. 12월4일 일본 도쿄의 기바극장에서 <다크니스>의 오프닝 9분 영상이 전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이어 한중일 기자들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장엔 감독 J. J. 에이브럼스, 프로듀서 브라이언 버크, 배우 크리스 파인과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참석했다. 감독과 두 배우는 한국 기자단과 짧은 인터뷰도 가졌다. 오프닝 영상과 이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
엄청나게 화끈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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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혼란스럽지 않았나.
=짐 스터지스_시나리오가 200페이지가 넘었으니까, 보통의 두배 분량이었다. 밤늦은 시간에 처음 읽었으니 헤맬 수밖에 없었다. 자려고 누웠는데도 계속 생각이 나 잠이 안 오더라. 결국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다시 집어들었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굉장한 게 숨겨져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배두나_내 상황은 더 심각했다. 감독님들 이름만 봐도 엄청난 작품일 것 같은데, 페이지마다 인물이 바뀌니까 짧은 영어 실력으로 이해가 잘 안됐다. 그래서 한국어 번역본으로 원작을 먼저 읽었고, 읽으면서 손미라는 캐릭터에게 완전히 매료당했다. 부끄럽지만, ‘이거 내가 잘할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디션 때도 책 속의 손미를 생각하며 연기했다. 사실은 13년 동안 한번도 오디션을 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조차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과 연기해본 경험은 어땠나.
=배두나_처음에는 정말 낯설
“미래지향적이고 모험적인 감독들과의 작업은 대단한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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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세 사람이 뭉치게 됐나.
=톰 티크베어_감독으로서 서로 사랑에 빠졌다고나 할까. 친구로 지낸 지는 오래됐지만, 감독이란 자기 세상에 갇혀 살기 쉬운 존재다보니 함께 일할 기회가 없으면 우정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공동작업을 결심하게 됐고, 일하면서 전보다 더 관계가 깊어졌다. 그전부터 예술이나 영화, 미디어를 이해하는 방식에 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도 했지만, 우리를 이어준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물론 원작에 대한 열정이었을 것이다.
-각기 다른 시대와 공간을 배경으로 한 6개의 이야기가 퍼즐처럼 엮여 있다. 각색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앤디 워쇼스키_생각보다 쉽더라. (웃음) 농담이고, 원작 자체가 워낙 구성이 뛰어나서 각 이야기의 내적 연관성을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영화화를 위해 초반에 소설의 내용을 해체한 다음 그것들을 다시 연결해나갔는데, 굉장히 흥미로웠다. 마치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각색, 촬영 때는 물론이고 편집 때도 그전에 보이지 않았던 접점이 계
“우리의 지난 영화들은 이 영화로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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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악의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국내 개봉 전 이미 해외 평단에 낙인찍힌 영화였다. 하지만 12월12일 공개된 영화는 변론의 기회를 얻을 만했다. 몇 가지 분명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6개의 이야기를 넘나들며 172분이라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다는 점에서, 워쇼스키 남매와 톰 티크베어의 협업은 얼친 도전으로 치부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건 1인3역 이상을 감당해낸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이튿날 아침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나타난 세 감독과 배두나, 짐 스터지스 두 배우 모두 언론의 평가와 무관하게 함께했던 4개월의 기억만으로도 흐뭇한 표정이었다.
“사랑”은 그들의 힘. 세 감독은 연신 사랑의 위대함을 역설하며, 6개의 이야기를 통해 인종, 성별, 시대 등의 경계를 무너뜨리려 한 자신들의 시도를 강조했다. 노예제가 잔존했던 19세기에 흑인 노예와 우정을 맺은 백인 사업가 이야기, 1930년대 맘속에 금기된 사랑을 품은 채
사랑으로 완성한 6개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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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앱스토어 선정 "2012년을 빛낸 최고작"중 하나.
- 올해에 성장과 혁신을 주도하여 트렌드를 앞서간 앱으로 인정 받아.
지난 12월 14일 애플 앱스토어에서 발표한 "2012년을 빛낸 최고작"들 중 <씨네21> 디지털 매거진이 "최고의 뉴스 가판대 APPS"로 선정 되었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올해의 인기 출시작과 업계의 트렌드를 이끌어간 앱들을 선정하여 아이튠즈 스토어에 발표를 하였는데, 이중 씨네21은 아이패드 부문 "최고의 뉴스 가판대 APPS"중 하나로 선정이 되었다.
<씨네21> 디지털 매거진은 기존 오프라인 주간지인 ‘씨네21’에서 그 동안 제공되어 온 국내 최고의 영화 정보와 더불어 태블릿PC에서만 독점 제공되는 콘텐츠 및 인쇄지면에서는 싣지 못했던 스타들의 사진, 영화 트레일러 및 스타의 생생한 인터뷰 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및 다양한 WEB/SNS 등 다양한 인터랙티브 요소를 활용하여 이용자로 하여금 영화의 다양한 모습을
<씨네21> 애플 앱스토어 2012년 "최고의 뉴스 가판대 APPS”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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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의 투쟁을 멈추지 않는 이들과 함께.” 영화 <두 개의 문> 마지막 화면에는 이런 문구가 뜬다. 최근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받은 것처럼 <두 개의 문>을 보는 것,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미 정치적인 행위다. 서둘러 파묻힌 ‘진실’에 접근하는 영화란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입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두 개의 문>이 법정 진술, 관계자 증언, 영상자료와 재연까지 동원해 입체적이고 꼼꼼하게, 또 냉정하게 그 일을 재구성하는 이유다.
그런데 음악은 다르다. 다큐멘터리 음악이 흔히 관습적으로 안주하는 것과 달리 여기서는 적극적인 리듬의 변화와 신시사이저 효과가 팽팽한 긴장을 만든다. 몇편의 독립단편영화 음악을 비롯해 <방귀대장 뿡뿡이>와 <뽀롱뽀롱 뽀로로> 같은 EBS 프로그램 음악으로 알려진 최의경의 메인 테마는 차츰 긴박해지면서 사람들을 감각의 구석으로 몰아간다.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무언가, 실체라고 해도 좋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음악의 정치적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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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처지에선 묵묵히 노력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노력할수록, 반짝이는 것을 꿈꿀수록 보잘것없는 처지가 도드라지는 세상이라면, 그렇다면 그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 자신을 바꿔 보이겠다며 인생의 목표를 수정한 여자가 있다. “나도 너처럼 남자 잘 잡아서 청담동 들어갈 거야. 천원, 이천원에 벌벌 떨지 않으면서 가족들에게 사람노릇하면서 그렇게 살 거야. 나도 너처럼.” 청담동 디자이너를 꿈꾸던 한세경(문근영)은 그녀와 다른 가치관으로 경멸해왔던 예고 동창 서윤주(소이현)에게 ‘청담동 며느리’가 되는 노하우를 전해 받는다. 그리고 자신을 청담동 부유한 이들이 사는 곳으로 데려다줄 ‘시계토끼’ 타미홍(김지석)을 따라 파티에 참석한다. 세경은 렌털 숍의 명품으로 치장하고 열심히 공부한 매너와 화술로 이목을 끄는 것에 성공하지만, 타미홍이 그녀에게 스폰서를 연결하자 모욕감에 물을 끼얹는다. 그리고 그가 되돌려준 간장을 뒤집어쓴 채 파티장을 빠져나와 눈물을 흘린다. 추위, 초라한
[유선주의 TVIEW] 어쩜 좋을까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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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9년 루이 다게르가 최초의 사진인 <다게로타이프>를 대중에게 공개한다. 그 이듬해에 또 다른 선구자인 이폴리트 바야르는 익사한 사내의 시체를 찍은 사진을 발표한다. 그 사내는 바야르 자신이었다. 바야르는 다게르와 비슷한 시기에, 하지만 다게르와 다른 방식으로 사진을 발명했다. 하지만 학술원 회원인 아라고로부터 발표를 늦춰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것을 들어주었다가 다게르에게 선수를 빼앗겨버렸다. 아라고는 다게르와 절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바야르는 자신을 익사한 시체로 연출한 사진을 찍은 뒤 그 뒷면에 이렇게 적었다.
“당신이 여기서 보는 시체는 무슈 바야르, 즉 당신이 보는 사진을 발명한 이의 시체입니다. 내가 아는 한 이 불굴의 실험자는 약 3년 동안 발견에 몰두해왔습니다. 정부는 오직 다게르에게만 너무 관대했고 바야르를 위해서는 해줄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이 불쌍한 사람은 스스로 물에 몸을 던졌지요. 오, 인간 삶의 알 수 없
[진중권의 미학에세이] 익사한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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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들이 있다. 혈혈단신으로 버려진 한 사람이 거친 세상을 뚫고 나가는 이야기만 읽으면, 나는 울컥한다. 아버지나 어머니나 가족 누군가를 찾으러 떠났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신나게 노는 이야기를 읽으면, 흐뭇해진다. 각지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버리고 정의를 위해 뭉치는 이야기를 읽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런 이야기들을 읽고 나면 묵직한 무언가가 나를 내리누르는 걸 느낀다. 아, 이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구나. 이것이 인간들의 이야기구나. 이를테면 이야기를 통해 중력을 느끼는 것이다. 이야기가 있어서 저기 하늘 위보다 이 땅이 좋은 것이다. 저 세상에도 이야기가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일까.
이야기만 그런 게 아니라 유독 마음을 움직이는 소리도 있다. 이상하게 첼로 소리만 들으면 마음이 바닥에 찰싹 달라붙는다. 생각이 공상의 날개를 달고 하늘을 떠다니다가도, 다른 차원이나 우주에 가 있다가도, 첼로 소리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존재의 중력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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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간 영화와 관련된 글을 써왔다. 영화비평을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그건 영화 분야 전문가들의 몫이다. 더구나 나 자신도 분야는 다르지만 창작을 하는 입장에서 비평을 할 이유가 없다. 다만 직업적인 이유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건축물이나 장소에 대해서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보고 그들이 영화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 내용을 이야기하듯 풀어 써온 것뿐이다.
그러나 나의 글쓰기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영화인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게다가 나 스스로도 남의 분야를 기웃거린 지 좀 오래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글이 내가 영화와 관련해서 쓰는 마지막 글이고, 그래서 이 순간을 위해 아껴둔 어떤 영화 이야기를 하려 한다. 그것은 <러브 액츄얼리>다.
나에게 이 영화는 궁극적인 동네 이야기로 다가온다. ‘동네’라는 말은 ‘골짜기’라는 의미의 한자인 ‘동’(洞)자에 우리말인 ‘네’가 붙은 것이다. 산꼭대기에도 마을이 있는 서구와 달리 3부
[architecture+] 궁극적인 동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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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이란 무섭다. 언제부터 그녀를 멜로의 여왕으로 생각하게 된 걸까. 하얗게 빛나는 피부, 긴 생머리, 사슴 같은 눈망울을 마주하는 순간 으레 그럴 거라고 짐작해버린 건지도 모른다. 청초함에 관한 한 한효주의 외모는 ‘압도적’이다. 하지만 그녀의 경력을 찬찬히 훑어보면 의외로, 아니 당연히 폭넓은 스펙트럼을 발견할 수 있다. “친근한 이미지 덕분이 아닐까 싶다. 다가가기 쉽고 편안한 매력? 뚜렷하게 예쁘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우니까”라는 그녀의 겸손이 괜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똑같은 로맨틱코미디라도 한번도 똑같은 캐릭터를 반복한적 없는 그녀에게 연기 변신은 의도나 강박이 아닌 그저 자연스런 호흡이며 거스르지 않고 자신에게 솔직했던 결과다. “이렇게 해야지 하고 일부러 선택하는 건 아니다. ‘연기 변신을 할 거야!’라기보다는 그때그때 마음 가는 역할을 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면 달라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거고. 그래도 이제까지 연기했던 역할들이 한번도 비슷하다고
[한효주] 자체발광 청순발랄 순수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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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만 콕콕 찍어 말하는 모범생. 고수가 딱 그랬다. 그의 얘기엔 틀린 말이 하나 없었다. 진실되지 않다는 인상을 주진 않았다. 오히려 그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엔 한참 뜸을 들인 뒤 “죄송하지만 거기에 대해선 생각을 못해봤습니다”라고 정중하게 그러나 정직하게 대답을 피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을까 싶은 반듯함은 애써 만들어낸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의 연기에도 억지스러운 면이 없다. 고수는 파격적인 변신을 섣불리 시도한 적이 별로 없는 배우다. <썸>으로 시작해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 <초능력자> <고지전>을 거치면서 고수는 조금씩 전진해왔다. 그것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과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 결과다.
<반창꼬>의 강일이란 인물도 그렇게 만났다. “지금까지 장르적 성향이 짙은 작품들을 했는데 일상의 모습들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어요. <반창꼬>를 찍으면
[고수] 꾸밈없는 반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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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선녀가 나란히 마주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저녁밥 먹는 시간이 애매해 스튜디오에서 사진촬영 전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 거다. <반창꼬>의 강일(고수)과 미수(한효주) 커플이었다면 이렇게 조용히 밥만 먹진 않았을 텐데. 영화에서도 두 사람이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이 있다. 미수는 강일에게 점수를 따볼 심산으로 정성껏 싸온 도시락을 자신만만하게 내민다. 강일은 꿈쩍도 않고 식판에 담긴 자신의 밥을 입안에 떠넣는다. 끈질기게 미수가 도시락을 내밀자 강일은 도시락을 쓰레기통으로 골인시켜버린다. 강일과 미수의 성격을 정확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반창꼬>는 사별의 아픔을 간직한 남자와 그 남자의 도움이 절실한 여자의 이야기다. 한편으론 까칠한 것도 고수이기에 용서가 되고, 물불 안 가리고 막 들이대는 것도 한효주니까 용서가 되는 영화다. 그만큼 <반창꼬>에선 두 배우의 매력이 돋보인다. <반창꼬>를 통해 일상의 연기에 도전한 고수와 궁극의 상큼함을
[반창꼬] 멜로드라마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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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디추운 날들, 해지는 먼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른 사람이 있다. 아름다웠던 아나운서 정은임. 헤아려보니 그녀가 뜻밖의 교통사고로 지상을 떠난 지 8년이 지났다. 한번 만나본 적도 없는 정은임 아나운서를 나는 왜 이렇게 살갑고도 애틋하게 기억하는가. 그 새벽의 목소리 때문이다.
2003년 10월의 어느 새벽. 신문과 방송을 통틀어 소위 ‘메이저 언론’에서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 한 노동자의 죽음. 129일간의 크레인 고공농성 중 목숨을 끊은 김주익 한진중공업 전 노조위원장에 대해 그녀는 자신이 맡고 있던 라디오 프로그램의 오프닝에서 이렇게 전했다. “새벽 세시, 고공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일을 고공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겠다고요.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
[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제 목소리 들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