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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안나 카레니나>를 좋아한다. 과거에도 그랬겠지만 요즘 들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워싱턴 포스트>가 2007년 미국 작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안나 카레니나>가 1위였다. 2위는 <마담 보바리>, <롤리타>가 4위였다. 3위 역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라는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러시아 문학이 강세고 그중에서도 톨스토이가 단연 선두에 있다.
가장 최근에 나왔다고 볼 수 있는 문학동네판 세계문학전집은 <안나 카레니나>로 시리즈를 시작한다. 90년대에 발간을 시작한 민음사판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즉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시작하고 80년대의 학원사판은 셰익스피어 희곡집이 1권이었다.
오르한 파묵은 2009년 10월에 하버드대학의 노튼 강좌를 맡았다. T. S. 엘리엇,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이탈로 칼비노 등이 이 강좌를 거쳐간 선배들이다. 파묵은 첫 강의를 <안
[영하의 날씨] 그녀처럼 나도 매혹당하고 싶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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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로마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키가 크고 피부가 거무스름한 이탈리아 미남… 사기꾼이었다. 공항에서 사냥감을 물색하던 그는 내게 다가와 기차가 끊겼다며 괜히 밖에 나가서 바가지 쓰지 말고 자기 택시를 타라고 말했다. 내일이 노동절이어서 직원들이 일찍 퇴근했다는 것이었다. 아, 이탈리아는 휴일 전날부터 쉬는구나, 좋은 나라구나… 는 개뿔, 하마터면 설득당할 뻔했다. 와락 겁을 먹은 나는 처음으로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여행이 아닌 관광을 했다. 우디 앨런의 <로마 위드 러브>를 보며 떠올린 관광의 추억. 그래서 뽑아봤다. 영화 찍으랬더니 관광 다녀온 영화 다섯편이다.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만리장성, 대피라미드, 세렝게티
감독 61살, 주연배우 1번 70살, 주연배우 2번 70살. 세 노인네가 남의 돈으로 효도 관광을 떠난 김에 영화도 한편 찍었으니 바로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다. 죽음을 앞둔 노인
[김정원의 피카추] 염불보단 젯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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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로 추도사를 쓰고, 자서전을 쓰게 될 것이다. 신귀백 감독의 <미안해, 전해줘>와 이호재 감독의 <잉여인간들의 히치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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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로 넘어가는 자정. 우편으로 따로따로 날아온 영화 두편을 들고 TV 앞에 앉았다. 발송인은 양쪽 다 영화를 만든 감독님들이다. 언제 스크린에서 상영하게 될지 운명이 (아마도) 정해지지 않은 영화들. 얼마 전 인터뷰한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의 오멸 감독이 극장 개봉하지 않은 전작 <이어도>에 관해 들려준 말이 떠올랐다. “<이어도>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줘요. 그게 저한테는 개봉이에요.” 그래서일까? 개봉 날짜를 받아놓은 영화의 시사용 DVD를 볼 때보다 엄숙한 자세가 나왔다. 이 영화들에겐 지금 내 방이 개봉관이니까.
전주에서 날아온 신귀백 감독의 <미안해, 전해줘>는, 2004년 타계한 박배엽 시인을 추억하는 다큐멘터리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편지와 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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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현장이었습니다. 자동차 세대가 굉음을 내며 차례로 터널을 뚫고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두대의 대형 자동차 중간에 끼어 달리는 소형 자동차에는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이 장면이 스크린에 펼쳐질 때 우리는 가운데에 있는 저 소형차와 카메라 덕분에 두대의 대형 자동차가 서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감독은 여러 번 그 장면을 되풀이하며 고심을 거듭했는데 그때 그의 고민의 내용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았습니다. 쾌속의 운동감을 어떻게 더 상승시킬 것인가. 그게 그의 고민이었을 겁니다. 한 귀퉁이에 서서 그걸 지켜보다가 지금의 문제를 문득 떠올립니다. 저의 호기심은 그 감독의 고민과 정확히 반대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가 빠르기를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라면 저는 느려서 이상한 장면들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서로 무관해 보이지만 실상은 긴요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어느 두편의 영화의 두개의 장면, 한동안 잊고 지내던 그 문제에 관한 호기심이 문득 그때 다시
[신 전영객잔] 슬로모션, 넌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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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았을 때의 은교가 잊히지 않는다.” 소설에서 노시인 이적요는 그렇게 첫 문장만 따로 떼어 썼다. 그 ‘순간’은 영화에서도 결정적이다. 이름 모를 소녀가 잠시 쉬어가는 새처럼 이적요의 흔들의자 위에서 새근새근 눈을 붙이고 있는 그 찰나. 그 찰나를 어떤 언어로 붙잡을 수 있을까. “인생에 돌아오지 않는 어떤 순간이 찍힌 것 같다.” 정지우 감독의 그 말의 애틋한 기운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물한살 소녀 위로 가을 햇살과 나무 그림자가 덧없이 어른거렸다. 그 소녀의 한때를 놓칠세라 김태경 촬영감독도 카메라를 쉽사리 놓지 못했다고 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떠나게 만들어버리는 그 순백의 소녀를 2012년의 신인으로 꼽은 게 <씨네21>만이 아니었던 것도 당연하다.
2013년 봄, 스튜디오에 들어선 배우 김고은은 어딘지 달라 보였다. 우리는 얄궂게도 아직 이적요의 처녀를 바랐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땐 그냥 은교로 살았다”면, 요즘은 ‘복순
[김고은] 은교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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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강우규 열사였다. 일제 요인 암살을 시도했던 독립운동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암살에 실패했던 강우규 열사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요인 암살에 ‘성공’한 안중근, 윤봉길 의사만큼 사람들이 기억해주지 않았다. 그런 세상을 보며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고 그래서 강우규 열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강우규 열사 기획안은 다큐프라임 공모에서 채택되지 못했다.
이후 기획방향을 수정해서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는 컨셉으로 다시 기획안을 제출했다. 강우규 열사와 결은 조금 다르지만 독립유공자 후손들 역시 사람들의 기억에서 소외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기획안이 공모에서 채택이 되었고, 본격적으로 다양한 후손들에 대한 자료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반민특위 후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특히 후손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꽤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 PD 입장에서 가장 먼저 귀에 들어왔다.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럴 경우엔 제
[김진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주객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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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장준환 감독의 10년 만의 복귀작 <화이>를 제작하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의 일을 챙기랴, 애니메이션 합작을 위해 미국과 한국을 수시로 오가랴, 이창동 감독의 신작을 준비하랴.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그가 일을 하나 더 벌였다. 4월6일 고양어울림영화관에서 열린 영화나눔협동조합(cinecoop, 이하 협동조합) 발기인 총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오래전부터 대안 경제와 그것과 관련한 활동에 관심을 가져온 까닭에 협동조합은 그에게 어색한 일은 아니다. 최근 제협 역시 협동조합 모델을 통해 영화제작과 배급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협동조합은 어떤 그림일까. 제협이 대기업 투자배급사의 제작 시스템과 다른 협동조합 같은 새로운 산업 시스템을 모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나눔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바쁜 와중에 자리 하나를 더 맡게 되어 부담스러운
[이준동] 탁상공론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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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를 ‘거의’ 하지 않게 되고 결국 ‘아예’ 하지 않게 되는 데는 두번의 선거면 족했다. 지난해 총선이 전자, 대선이 후자였다. 트위터를 하면서 평소 오프라인으로 어울리지 않던 사람들을 팔로윙하게 되었다고 생각한 게 큰 착각임을 새삼, 그러나 절실히 깨달아서다. 트위터로 말을 트게 된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내가 안정감을 느끼는 유형의 사람들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렸던 것뿐이었다. 얼굴을 몰라도 성향은 비슷한 사람들 속에서 그 의견이 정말 세상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일. 1분도 쉬지 않고 세상의 흐름에 발맞추며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트위터 이용자들의 흔한 착각. <의도적 눈감기>에는 이런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비유가 등장한다. “나이가 들수록 같은 경험, 같은 친구, 같은 생각들이 더 많이 축적되고 강물은 더 빠르고 더 거침없이 흐르게 된다. 저항은 점점 더 줄어든다. 저항이 없을 때는 쉽고 편안하고 확신이 선다. 그러나 동시에 강바닥의 옆면, 즉 강둑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차라리 모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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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3분의 1가량이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쓰였다. <로미오와 줄리엣> <오셀로>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그의 이 ‘이탈리아 희곡’들을 두고 오랜 세월 비평가들은 작가가 이탈리아에 가보지도 않고 책상 앞에 앉아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단언한다. 셰익스피어 연구가였던 리처드 폴 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이탈리아 장소들을 찾아내고 그 의미를 해석해 들려준다.
[도서]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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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배수아, 등단 20주년 그리고 2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폐관을 앞둔 서울의 유일무이한 오디오 극장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는 스물아홉살의 김아야미를 내세워 기억과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권말에는 소설가 김사과의 <꿈, 기록>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 김사과가 쓴 <꿈, 기록>은 ‘한국어 산문 문학이 주는 최상의 엔터테인먼트’라고 이 책을 권하는 추천사이자 ‘지연과 반복과 몰입이 가져다주는 쾌락’이라는 감탄어린 리뷰.
[도서] 기억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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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세 번째 책이 나왔다. 복잡한 현대예술사를 총체적으로 정리하면서,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과 철학 개념을 풀이하고 있다. <씨네21>에 연재되었던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를 읽었다면 더 잘 읽힐 책. 전후 예술계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주요 비평가들의 평론을 중심으로 난해한 현대미술 작품의 바탕에 깔린 사유를 명료하게 드러냄으로써 현대예술의 지형도를 한눈에 파악하도록 돕는다.
[도서] 현대예술의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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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진짜 취향은 ‘남보다 나은 것이 아니라 누가 뭐라 하든 나에게 좋은 것’을 의미한다.”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는 단호한 김경의 이러한 말에 동의한다면 좋아할 책이고 동의하는 대신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운운하며 토를 단다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을 책이다. 하지만 취향을 떠나 손에 잡으면 글에 쏙 빨려들게 만드는 맛이 있다.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는 <뷰티풀 몬스터>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의 저자이자 전직 패션지 피처에디터이며 몇주 전까지 <씨네21>의 ‘쏘왓’ 지면에 칼럼을 연재한 김경의 새 산문집이다. 여러 시기에 걸쳐 쓴 글을 새로 손보아 실었다는데, 모두 한달 전에 쓴 글처럼 가깝게 읽힌다. 사랑, 패션, 라이프스타일, 사람, 사회라는 다섯 가지 큰 주제 아래 글이 묶여 있지만 모두 취향이라는 하나의 ‘깔대기’에 대한 글이다. 그리고 그 차이에 대해 쿨한
[도서] 사랑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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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 중 하나인 <피노키오>. 하지만 많은 동화들이 그렇듯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원작과는 사뭇 다른 버전이다. 피노키오 탄생 130주년을 기념하여 이탈리아의 장인들이 모여 만든 <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은 1880년 카를로 콜로디가 쓴 원작 <피노키오의 모험>을 130년 만에 되살려냈다. 사람 흉내만 내는 목각인형이 아니라 진짜 피노키오를 만들어낸 엔조 달로 감독에게 그 비밀을 물었다.
-디즈니 버전의 <피노키오>와 당신 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나는 과거의 그 어떤 다른 버전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원작에서 출발했다. 관객은 원작이 원래 갖고 있던 몇몇 요소를 처음으로 발견할 것이다. 예를 들면 투스카니의 멋진 풍경이나 파란 머리 요정(원작에서 이 요정은 성인 여성이 아니라 소녀였다) 같은. 이 영화의 배경인 투스카니 지역은 실제 카를로 콜로디(<피노키오의 모험> 원작
[flash on] 수제명품 목각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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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위드 러브>의 콜걸 안나(페넬로페 크루즈)는 호텔방을 잘못 찾아들어가서 만난 남자 안토니오(알레산드로 티베리)와 신혼부부 행세를 시작한다. 안토니오의 친척 어르신들은 ‘어디서 저런 여자를 데려왔을까?’라는 표정을 짓지만, 안나는 주변의 시선이 어떻건 간에 당당하고 쾌활하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의 기술’을 안토니오에게 가르쳐준다. 그저 흔한 콜걸의 에피소드지만, 페넬로페 크루즈의 존재감은 우디 앨런이 상상하는 ‘로마 드림’의 한 조각을 멋지게 맞춘다. 영국 출신을 제외한(아니, 그를 포함하더라도) 유럽 여배우의 활약상을 살펴볼 때, 과연 페넬로페 크루즈만 한 이가 있을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유럽 아트필름을 자유로이 오가는 가장 발랄하고 아름다운 아마조네스와의 만남.
<로마 위드 러브>를 <로마의 휴일>(1953)의 이상한 변형이라고 본다면, 페넬로페 크루즈는 바로 오드리 헵번이다. 실제로 페넬로페 크루즈는 종종 오드리 헵번과 닮았다는 얘
[페넬로페 크루즈] 눈부신 지중해 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