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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전국의 100여개가 넘는 영상 관련 학과 중 어디에 자신의 미래를 걸어야 할 것인가. 이 한 가지 질문을 두고 전국에서 영화인, 연극인, 방송인 등을 꿈꾸는 학생들이 모두 치열하게 고민 중일 것이다. 하지만 원서마감 전 모든 학교를 관해 알아보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그래서 <씨네21>이 대신해 영상 관련 학과가 설치된 대학 20여곳을 둘러봤다. 우선 관련 학과들을 분야별로 나누어 소개한다. 영화영상학과, 연기학과, 방송연예과, 기타학과의 전반적인 경향을 먼저 파악한 뒤 관심이 가는 학교들을 더 자세하게 훑어보면 좋겠다. 더불어 교수진들에게 면접과 실기고사의 필승전략을 물었고, 졸업생들에게 입시 노하우도 전해 들었다. 특별전형과 편입에 관한 정보도 실었다. 부디 성공을 빈다.
미래의 영화인, 방송인, 연극인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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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서칭 포 슈가맨> 희망 혹은 희망고문
[올드독의 영화노트] <서칭 포 슈가맨> 희망 혹은 희망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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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소년>은 싫어하기가 쉽지 않은 영화다. 영상은 아름답고 리듬은 유려하며 대사는 생생하고 연기는 사랑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선의를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는 착한 영화다. 그러나 전적으로 동의하기가 어려운 영화이기도 하다. 나는 언제나 울 준비가 돼 있는 관객이고 때로는 울기 위해서 심야영화관 제일 구석 자리에 앉기도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는 눈물을 흘리는 데 실패했다. 이 영화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데 성공한 많은 관객의 여운을 깨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내가 동의할 수 없었던 대목들을 적어보는 일이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보려 한다. (조금도 애정을 느낄 수 없는 텍스트였다면, 대체로 그래왔듯이, 아무것도 쓰지 않는 편을 택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주요 인물 세 사람 중에서 누구에게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세 가지 측면에서 읽을 수 있는 영화처럼 보인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철수(송중기)에 대해서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타자, 낭만적 사랑, 그리고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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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6년'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조직폭력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현직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 단죄를 위한 작전을 펼치는 액션 복수극으로 오는 11월 29일 개봉 예정이다.
[영상인터뷰] ‘26년’ 진구, 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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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인 정호(이동규)는 집필을 위해 어린 시절 자신이 살던 시골집으로 내려와 있다.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동네 풍경을 담던 그는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사촌누나에 관한 비극적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우연히 캠퍼스에서 대학교수인 아내 지수(김진선)를 기다리다 첫사랑 사촌누나와 닮은 여대생 혜인(한하유)을 만난다. 정호는 혜인에게 자신의 소설 속 인물이 되어줄 것을 청한다. 혜인은 정호가 건넨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소설가의 첫사랑이 되어 정호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정호는 그녀에게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날 정호의 아내 지수는 자신의 집에 젊은 여대생이 들락거리는 것을 목격한다. 남편과 혜인의 관계를 의심하게 된 지수는 질투를 넘어 집착에 가까운 행동들을 보이고, 세 사람의 갈등은 점점 고조된다.
제목을 끝까지 잘 기억해야 한다. <롤플레이> 속 인물들은 모두 ‘역할놀이’를 하고 있다. 관객에게 첫 번째로 제시되는 건 혜인이 정호의 소
그들의 ‘역할놀이’ <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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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 대학가. 경민(김정학)은 운동에 관심없는 공부벌레다. 군부독재를 반대하기 위해 거리에 나가 화염병을 던지고, 경찰들과 숨바꼭질을 하며 학교생활의 대부분을 보내던 사회주의 정책연구 동아리는 그에게 확실히 낯선 곳이었다. 그 동아리에 가입한 그는 수정(안미나)에게 첫눈에 반한다. 어느 날, 사복 경찰의 동아리방 급습에 미처 피하지 못한 그는 구속된 뒤 강제로 입대한다. 그리고 수정은 동아리 회장 용호(정욱)와 사귀게 된다. 제대한 뒤 경민은 주체사상파로 노선을 선회해 통일운동에 깊숙이 관여하고, 용호는 그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스러워한다. 그러나 경민, 용호, 수정 세 사람은 정부 몰래 방북하면서 다시 달라진다. 북한의 실정을 두눈으로 확인하면서 경민은 “주체사상은 이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남한으로 되돌아갈 것을 선택하고, 용호와 수정은 북한에 남아 혁명을 완수하기로 한다.
혁명의 기운이 들끓던 시대의 분위기 속에서 경민과 용호 그리고 수정 세
혁명의 기운이 들끓던 시대 <네모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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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제이크 질렌홀)과 자발라(마이클 페나)는 LA의 경찰이고 둘은 파트너다. 영화가 시작하면 카메라는 차의 앞 유리창에 고정된 채 브라이언과 자발라가 차로 용의자를 추적하는 과정을 쭉 보여준다. 그러면서 브라이언의 내레이션이 들린다. “난 널 체포하러 왔다. 네가 어긴 법은 내가 만든 게 아니다. 난 배지와 총을 든 운명의 사신이다. 하지만 배지 뒤엔 너와 같은 심장이 있다. 피 흘리고 생각하며 사랑한다. 또한 죽을 수도 있다. 나는 일개 개인이지만 같은 일을 하는 형제자매가 수천명에 달한다. 우린 서로를 지켜준다. 우리는 경찰이다.” 언급한 내레이션은 영화 전체의 내용과 특성을 요약하며 암시한다. <엔드 오브 왓치>는 경찰영화지만 경찰이 어떤 큰 사건을 맡아 두뇌 싸움을 하면서 살인자를 쫓고 사건을 풀어가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경찰이지만 피 흘리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동료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의 삶과 그 모습이다. 영화는 특
경찰인 인간의 삶 <엔드 오브 왓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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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요하네스 자일러)는 학자다. 법학, 의학, 철학에 능통하고 해부학에까지 도전해 보지만 실은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다. 그는 가난하고 배가 고프다. 아버지에게 찾아가보지만 돈을 구할 길이 마땅치 않다. 악마라고 소문난 마을의 전당포 주인 뮐러(안톤 아다신스키)를 찾아가보아도 뾰족한 수가 없다. 어쨌거나 파우스트와 뮐러는 함께 마을을 어슬렁거리는데 그때 빨래터에서 아름다운 처녀 마가레테를 만나게 된다. 파우스트는 한눈에 그녀에게 빠진다. 하지만 그와 그녀는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고 그걸 어쩌지 못하는 파우스트는 답답한 마음에 전당포 주인 뮐러와 계약 하나를 맺는다. 당신에게 영혼을 줄 테니 나에게 마가레테와 하룻밤을 보낼 수 있게 해달라. 파우스트는 뮐러와 그렇게 계약하고 만다.
영화 <파우스트>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을 보아도 알 수 있듯 원작과는 판이한 내용이다. 감독 알렉산더 소쿠
권력 4부작의 대미 <파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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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가인 클레이(데니스 퀘이드)는 신작을 소개하는 낭독회를 갖는다. 작품 속 주인공은 로리(브래들리 쿠퍼)다. 로리는 작가를 꿈꾸지만 그가 쓰는 소설은 출판사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 로리는 사랑하는 연인 도라(조 샐다나)와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지속적인 생활고에 시달리고 결국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작가의 꿈을 키워나간다. 도라와 파리로 신혼여행을 간 로리는 골동품 가게에서 낡은 서류가방을 사게 되고 가방 속에 있던 소설을 발견하게 된다. 그 소설에 매혹된 로리는 고민하지만 결국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출판한다. 책은 대박이 나고 로리는 단숨에 유명 작가가 된다. 스타가 된 로리에게 소설의 원작자인 노인(제레미 아이언스)이 찾아온다. 노인은 로리에게 젊은 시절 불같이 타올랐던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목 자체가 이야기인 것처럼 영화는 이야기되는 내용만큼 이야기 자체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화두들을 영화의 중심 소재로 삼는다. 영화 속 이야기의 내용은 누구나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더 스토리: 세상에 숨겨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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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엘리사(제니퍼 로렌스)는 이혼한 엄마와 함께 교외로 이사 온다. 바로 건너편 집에서는 어린 딸이 부모를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었고, 그곳에는 이제 유일한 생존자인 아들 라이언(맥스 티에리엇)이 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집값이 떨어진다며 라이언을 배척하고, 사람들의 행동에 염증을 느끼던 엘리사는 우연히 라이언을 만나 그의 따스한 심성에 마음을 연다. 그러나 라이언에게는 미처 엘리사에게 밝히지 못한 큰 비밀이 있었고, 두 사람의 관계는 거듭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헤이츠>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히치콕풍 스릴러의 틴에이지 로맨스 버전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엘리사와 라이언은 둘 사이를 반대하는 엘리사의 엄마와 위선적인 이웃 사람들에 맞서고, 이 구도는 일련의 반전을 거치며 변화를 맞는다. <헤이츠>는 복잡한 트릭이 등장하는 스릴러영화가 아니다. 공포와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갈등은 고지식하리만치 단순하며, 장르영화팬들이 친숙하게 느낄 만한 클리셰도
히치콕풍 스릴러의 틴에이지 로맨스 <헤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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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때 부모를 잃고 입양된 마린(마리 디나노드)은 언니 리사(멜라니 로랑)와 사랑스런 조카 레오와 함께 불만없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린은 자신이 일하는 서점으로 찾아온 알렉스(데니스 메노쳇)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불만을 품은 리사는 알렉스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마린은 진정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잠시 알렉스를 멀리하려고도 해보지만 결국 그를 거부할 수 없음을 깨닫는 마린. 그러나 얼마 뒤 마린은 퇴근길에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그녀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린다.
“누구나 어릴 땐 꿈이 있다. 어릴 적 꿈과 현실은 다르다. 그래도 잘 지낸다. 하루하루 우린 살아간다. 서로 의지하면서.” <마린>은 지금 이 순간 내 옆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온기를 기억하도록 만드는 영화다. 프랑스의 떠오르는 여배우 멜라니 로랑은 직접 시나리오를 쓴 이 영화에서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 <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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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런던,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한 인재인 로라(데미 무어)는 거대 기업인 ‘런던 다이아몬드’에서 일하고 있다.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면서 열심히 일하지만 그녀는 여자라는 이유로 매번 임원 승진에서 탈락한다. 회사의 청소부 홉스(마이클 케인)는 청소를 하다가 로라가 곧 해고당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로라에게 회사의 다이아몬드를 같이 털자고 제안한다. 로라는 이직을 알아보지만 이직은 쉽지 않고 결국 회장의 파티에 가서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곧바로 회사에는 CCTV가 설치된다. 다리가 불편한 홉스가 금고로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CCTV가 허점을 보이는 60초 내외. 로라는 걱정하지만 홉스는 할 수 있다며 거사를 단행한다.
영화는 적절한 긴장과 서스펜스를 유지하지만 치밀한 계획과 두뇌 싸움을 통해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통쾌한 복수극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구조 속에서의 여성의 위치와 인간
그녀의 성공 스토리 <플로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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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소녀들>은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전작인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다. 이는 단순히 두 작품을 관통하는 일관된 특성들, 두 여성이 극의 중심을 이루는 것과 공간 속에 시간과 감정의 밀도를 쌓아올리는 연출방식 때문만은 아니다. 전작이 1987년 당시 동구권의 억압적 시대 공기를 두 여성의 분투를 통해 잡아냈다면, 이번 영화 역시 2005년 루마니아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건과 이를 다룬 논픽션을 토대로 종교적인 신념이 개인에게 억압을 가하는 과정을 그리며 정치적인 함의를 드러낸다.
알리나(크리스티나 플루터)는 수녀가 된 친구 보이치타(코스미나 스트라탄)를 데려가기 위해 고향 루마니아로 돌아온다.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두 사람은 서로에게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수도원에 머물게 된 알리나는 엄격한 규율에 반발하며 번번이 갈등을 일으키고, 수도원 사람들은 그녀의 돌발행동에 불안을 느낀다. 어느 날 알리나에게 발작이 일어나고, 신부와
맹목적인 신념과 사랑 <신의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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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한국영화 관객이 1억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20만 관객이 극장을 찾았고, 1천만명이 넘는 흥행 영화가 두편이나 개봉했다. <피에타>가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고, 독립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이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 영화계가 제작과 흥행 면에서 어느 때보다 활발한 시점에서 <영화판>은 한국 영화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시작부터 논점이 확실하다. <영화판>은 ‘영화계’라는 격식있는 언어 대신 ‘영화판’이라는 비속어를 들고나온다. 산업적으로 모양새를 갖춘 한국 영화시장에서 영화인들을 향해 ‘영화판’이라고 쓴다는 건 분명 실례가 되는 용어다. 그러니 겉으로 보이는 지금의 한국 영화계의 이면에 숨어 있는 비합리적인 모순을 지적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더군다나 한국영화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는 출연자들이 ‘판’이란 용어를 거침없이 쓸 수 있을 만큼 한국 영화계에 깊숙이 몸담은 영화인들이란 점도 주목해야
한국 영화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영화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