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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신의 소녀들>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기
[올드독의 영화노트] <신의 소녀들>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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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시작되는데 꼭 로맨스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조그만 여관에서 야간당번으로 일하고 있는 돔(도미니크 아벨)에게 어느 날 저녁 피오나(피오나 고든)라는 낯선 여인이 찾아온다. 맨발에다 차림새도 엉망인 여인은 여관에 들어서자마자 대뜸 자신이 요정이며, 돔의 소원을 세 가지 들어주겠노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희한한 방식으로 ‘들이대는’ 피오나를 본체만체하는 돔이지만, 다음날 아침 그토록 원하던 파란 스쿠터가 여관 현관에 놓여 있는 것을 보자 약간은 허술하고 멍한 이 남자는 정말로 그녀가 ‘요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남녀는 곧장, 사랑에 빠진다.
웃음과 울음이 교차하는 희비극 스타일에 무용과 마임을 곁들인 기묘한 연기방식으로 주목을 받아왔던 도미니크 아벨, 피오나 고든, 브루노 로미 트리오가 2011년작 <페어리>로 다시 뭉쳤다. 전작 <빙산>(2005)과 <룸바>(2008)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인정받은 이들은 프랑스 코미디영화
소박한 진솔함 <페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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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5: 가문의 귀환>(이하 <가문의 귀환>)은 <가문의 영광>의 주역 쓰리J 가문의 10년 뒤 이야기를 그렸다. 교통사고로 막내딸 인경을 잃은 쓰리J 가문은 조직폭력배 생활을 청산하고 장삼건설을 차린다. 하지만 장남 인태(유동근) 대신 사위 대서(정준호)가 사장 자리를 꿰찬 데 불만을 품은 인태, 석태(성동일), 경태(박상욱) 삼형제는 대서가 회사의 주식을 사모은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서로부터 회사를 지키기 위한 모략을 꾸민다. 한편 대서는 무료급식 봉사를 하다가 만난 복지재단의 간사 효정(김민정)과 사랑의 감정을 키우기 시작한다.
<가문의 귀환>의 가장 큰 관건은 이 작품이 얼마나 새로운 웃음을 줄 수 있느냐이다. 속편을 4편이나 만든 코미디 프랜차이즈물이 겪어야 할 당연한 고비다. <가문의 위기> <가문의 부활> <가문의 수난>이 백호파라는 새로운 조직폭력배 가문을 내세워 웃음에 대한 돌파구를
쓰리J 가문의 10년 뒤 <가문의 영광5: 가문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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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 열풍’은 애니메이션계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는 오락실에 줄지어 있던 8비트 게임기 앞에서 ‘insert coin’이라는 반짝이는 문구에 매혹당해본 적 있는 사람들에겐 (역시나)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다고쳐 펠릭스> 게임의 악당으로 등장하는 랄프는 게임 탄생 30주년 기념 파티에서 게임 속 캐릭터들 모두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나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랄프는 이제 자신도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영웅’이 되리라 결심하고 자신이 속한 게임을 빠져나와 <슈가 러시>라는 레이싱 게임의 세계로 뛰어든다. 한편 랄프가 떠나는 바람에 <다고쳐 펠릭스> 게임이 폐기처분될 위기에 놓이자 게임의 주인공 펠릭스는 랄프를 데려오기 위해 <슈가 러시>를 찾아온다. 랄프는 <슈가 러시>에서 소녀 바넬로피를 만나고, 이들의 정신없는 모험이 펼쳐진다.
오락실의 8비트 게임기 <주먹왕 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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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발레계의 모차르트’란 별명을 얻은 발란신은 자신이 안무한 <호두까기 인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이야기는 매우 쉬운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그의 분석은 맞아떨어졌다. 러시아 초연에 실패한 공연은 그의 안무를 통해서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영화 <호두까기 인형 3D> 역시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호프만 원작의 <호두까기 인형과 쥐의 왕>(1816)을 비롯해 알렉상드르 뒤마의 플롯에서 이야기는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원작에 비해 이야기의 초반 전개에 공을 들이지 않은 탓에 영화의 집중도가 떨어진다. 예컨대 호두까기 인형의 턱이 부러지는 사건과 쥐마왕의 존재에 대한 언급이 원작보다 임팩트가 낮다. 대신 영화는 쥐마왕과의 결투장면을 보강하는 식으로 나름의 강약조절을 한다.
크리스마스이브의 밤, 열아홉살의 메리(엘르 패닝)와 남동생 맥스는 부모 없이 성탄절 장식으로 치장된 집에 덩그러니 남아
인형왕국 여행 <호두까기 인형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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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의 이야기는 시작부를 제외한 거의 모두가 한 아파트 안에서 진행된다. 은퇴한 음악교수 안느(에마뉘엘 리바)와 조르주(장 루이 트랭티냥)는 이제 80대의 노부부가 되었는데, 그에 걸맞게 느리지만 우아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중 안느에게 갑자기 마비증세가 생기면서 부부의 삶은 흔들린다. 수술 뒤 반신불수가 된 안느를 조르주는 헌신적으로 돌보지만 그 역시 위태로워 보이긴 마찬가지다. <하얀리본>으로 2009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마하엘 하네케의 신작으로, 이번 영화 역시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를 낚아채며 ‘2012년 하반기의 최고 기대작’으로 언급되었던 작품이다. 역시 명불허전이다. 하네케 특유의 잔혹성을 제외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움과 냉철함을 무기로 관객을 장악한다. 감독은 자신과 30년간 함께한 아내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설명하는데, 사랑의 정서뿐 아니라 특유의 우아함이 영화에 배어 있다.
한마디로 <
사랑과 죽음을 뛰어넘는 <아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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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강일(고수)은 3년 전 아내의 죽음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강일이 다른 사람을 구조하던 도중 만삭이던 강일의 아내는 비명 속에 죽어갔다. 시간이 흘렀지만 강일의 죄책감은 조금도 줄지 않는다. 흉부외과 의사인 미수(한효주)는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돌려보냈다가 의료사고에 휘말린다. 미수는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병원에서 환자의 남편이 휘두른 칼에 맞은 강일에게 맞고소를 제안한다. 그러나 강일은 미수를 양아치 취급하고 돌아선다. 어떻게든 강일의 마음을 되돌려야 하는 미수는 급기야 강일이 일하는 119 구조대 의용대원으로 지원한다.
전반부는 영락없는 로맨틱코미디다. 미수가 벌이는 갖가지 소동들은 <엽기적인 그녀>의 만행 못지않다. 미수는 강일의 관심을 끌기 위해 대교 위 난간에 올라 자살 시위를 벌이고, 술에 취해 경찰서에서 난입(?)해 주먹까지 휘두른다. 헤헤거리면서 연일 사고치는 미수와 뒤얽히면서 강일은 냉동고에 갇혀 목숨을
익숙한 이야기 속의 떨림 <반창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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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은 한 세기 동안 수십 차례 영화와 드라마로 옮겨졌다. 비교적 최근 버전으로는 리암 니슨이 장발장으로 분한 빌 어거스트 감독의 영화(1998)와 제라르 드파르디외, 존 말코비치가 출연한 TV드라마(2000)가 있고, 클로드 를르슈 감독의 1995년 버전처럼 원작의 설정을 새로운 이야기에 덧댄 영화도 있었다. 여러 각색물 중에서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아마도 뮤지컬 버전일 것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지난 30여년 동안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인기몰이를 해왔다.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레미제라블>은 이 뮤지컬을 다시 한번 영화적 형식으로 재연한 작품이다. 1985년 런던 초연 이후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지휘해온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와 워킹타이틀사, <킹스 스피치>의 톰 후퍼 감독이 의기투합했고, 그 결과 거의 전 대사가 노래로 된 실제 공연 형식을 고스란히 살린 작품이 만들어졌다.
약동하는 민중의 에너지 <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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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 앤: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 赤毛のアン グリ-ンゲ-ブルズへの道
제작 닛폰 애니매이션 / 감독, 각본 다카하타 이사오 장면구성, 화면구성 미야자키 하야오 / 수입 (주)얼리버드픽쳐스 / 배급 (주)미디어데이 / 개봉 2013년 1월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이렇게 시작하는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를 들으면 ‘그 옛날’ 참 재미있게 보았다며 회상에 젖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각자가 떠올리는 그 옛날이란 서로 다를 터. 왜냐하면 이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그만큼 오래됐고 다양한 세대의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바로 당신도 알고 있는 <빨간머리 앤>이다. 우리에게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작품의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 <빨간머리 앤: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이 곧 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다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감수 아래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라고 하니 기대해봄직
[Coming Soon] 새롭게 다시 태어나다 <빨간머리 앤: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 赤毛のアン グリ-ンゲ-ブルズへの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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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문의 영광5: 가문의 귀환>을 보면 알약을 먹으려다 실수로 인감도장을 삼키는데, 이럴 경우 건강에 이상이 없나요?
A. 어린아이들을 보면 바둑알이나 종잇조각 등을 삼켜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죠. 무심코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심할 경우 이물질 제거 수술을 해야 하기도 하는데요. <가문의 귀환>에서 인감도장을 삼켜 병원에 간 효정은 의사에게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다. 오장육부(五臟六腑)가 아니라 육장육부(六章六腑)가 된 것일 뿐이다”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결국 효정은 악성변비도 폭풍설사에 이르게 한다는 푸룬주스 한통을 비우고 인감도장을 무사히 배출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사히 대변으로 배설하기에 인감도장의 크기는 상당히 크지요. 그래서 속편한내과 김형식 원장님에게 이럴 경우 정말 건강에 지장이 없는지 여쭤봤습니다. 김형식 원장님은 “영화에서는 재밌는 장면이지만 실제라면 위험한 상황이다. 삼킨 물건이 4cm 이상일 경우 내시경으로 이물질을
[cinepedia] <가문의 영광5: 가문의 귀환>을 보면 알약을 먹으려다 실수로 인감도장을 삼키는데, 이럴 경우 건강에 이상이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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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제는 황무지로 변한 외로운 산 에레보르 왕국을 되찾기 위한 과정이 참 힘드시죠. 감사합니다.
=지난 5년 동안 힘드셨지요. 에레보르 왕국은 오래전부터 난쟁이족의 영토였지만 무시무시한 새누리 용에게 빼앗겨 지금은 황무지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나마 있던 강도 녹조가 둥둥 떠다니고 있지요. 우리 호빗족들은 그 나쁜 용으로부터 꼭 왕국을 되찾아올 것입니다.
-‘준비된 여성 골룸’이라는 슬로건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호빗이 먼저다’라는 구호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사람보다 호빗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꽃보다 호빗이 아름답습니다. 왜 같은 돈이라도 골룸에게 쓰면 투자라고 하고 호빗에게는 비용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일자리 혁명을 통해서 실업에 허덕이는 호빗의 고용률을 대폭 끌어올리고 비정규직 호빗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트려 호빗에 대한 차별철폐를 꼭 이뤄내겠습니다. 호빗이 180cm가 안된다고 루저라고 취급받는 중간계를 확 바꿔버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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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의 가상인터뷰] 그네골룸의 절대수첩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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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로드웨이 무대는 가끔 영화에서만 보던 배우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때로는 스타파워를 가진 배우들이 연기력을 인정받기 위해 무대에 오르고, 때로는 초창기 연극 무대에 오르던 시절을 추억하는 배우가 브로드웨이를 다시 찾기도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연극 <만약 아직 내가 찾지 못한 것이 있다면>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한 제이크 질렌홀을 비롯해 1993년 <글렌게리 글렌로스>의 릭키 로마로 출연했던 알 파치노가 동명의 연극에서 셀리 레빈 역을 새롭게 선보였다. 또 톰 크루즈와 이혼한 뒤 복귀작으로 연극을 선택한 케이티 홈스의 <데드 어카운츠>,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을 맡고 벤자민 워커(<링컨: 뱀파이어 헌터>)가 출연한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등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번 브로드웨이 시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따로 있다. 제시카 채스테인이 주연을 맡은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
[뉴욕] 스타는 브로드웨이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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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한 12월11일 저녁, CGV대학로 무비꼴라쥬관에서 김영진 평론가와 이화정 기자가 진행한 <신의 소녀들> 시네마톡에 깜짝손님이 찾아왔다. 새로이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선임된 이상용 평론가다. 이화정 기자가 <신의 소녀들>과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에 대해 가볍게 잠깐 언급하면서 서두를 열었다. “전작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감독에 의하면 채색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2007년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신의 소녀들>은 올해도 칸에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신의 소녀들>은 보이치타(코스미나 스트라탄)를 비롯한 수도원 사람들과 알리나(크리스티나 플루터) 의 갈등을 통해 동구권의 억압된 시스템을 은유하고, 맹목적인 믿음과 개인의 독단이 부딪힌 자리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시네마톡] 좋은 영화가 갖는 ‘침묵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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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가디언즈> 난 주인님의 가디언!
[정훈이 만화] <가디언즈> 난 주인님의 가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