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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나이더 감독의 <맨 오브 스틸>에서 영웅과 악당은 끊임없이 싸우고 부수고 절규하지만 거기에서는 아무런 심리적/육체적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특히 육체적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의 액션을 구경하는 일은 마치 무성영화에 나오는 수다쟁이들의 대화를 지켜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길고 긴 클라이맥스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러다가 저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본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러스트 앤 본>을 다시 떠올렸고, ‘영화와 육체’가 중요한 주제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이미 발표된 남다은의 좋은 글(<씨네21> 907호)이 있는데, 남다은은 <러스트 앤 본>이 경험하게 한 “육체적 전이” 현상이 이 영화의 서사구조에 힘입은 것은 아니라고 했고 그의 말은 옳아 보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영화의 서사구조는 다른 각도에서라면 더 이야기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제 그것에 대해 말하려고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나의 없음을 당신에게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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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다이에 특집’이 열린다. 영상자료원에 위치한 시네마테크 KOFA에서 7월2일부터 21일까지 다이에 영화사에서 제작된 27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관객과의 대화 등 부대행사가 마련된다(공동주최 일본국제교류기금). 이렇게 특정 영화사의 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로 흥미로운 기획이다. 다이에 영화사가 어떤 곳인지 간단히 살펴보면, 1940년대 일본영화 제작사들은 정부 주도로 통합/정리되는데 그때 살아남은 3대 회사 중 하나다. 쇼치쿠(松竹), 도호(東寶), 다이에(大英)가 그 주인공이다.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오즈 야스지로는 쇼치쿠, 구로사와 아키라는 도호의 대표적 감독이다. 다이에는 쇼치쿠와 도호에 비해 대중적인 성격을 지향하는 한편, 외국으로 일찍 눈을 돌려 해외 영화제 출품에 적극적이었다.
다이에를 대표하는 이치카와 곤(1915∼2008)과 마스무라 야스조(1924∼86) 감독의 작품들이 이번 특집에서 상영된다. 상영영화의 제작 시기는 1956년에서 197
[영화제] 멜로의 왕과 미스터리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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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숲속의 전설> Epic
감독 크리스 웨지 / 목소리 출연 아만다 시프리드(한승연), 조시 허처슨(정진운), 콜린 파렐, 비욘세 놀스, 크리스토프 왈츠, 스티븐 타일러 / 수입, 배급 (주)이십세기 폭스코리아 / 개봉 8월7일
<아이스 에이지>의 빙하 세계와 삼바의 도시 <리오>를 거쳐, 애니메이션 명가 블루스카이의 관심은 숲속에 머물러 있다. <에픽: 숲속의 전설>은 윌리엄 조이스의 동화책 <나뭇잎 인간과 용감하고 선한 곤충들>(The Leaf Men and the Brave Good Bugs)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숲의 여왕 타라가 후계자에게 왕국을 물려주기로 한 날, 숲을 파괴하려는 맨드레이크 일당의 공격으로 타라의 숲속 왕국은 위기에 처한다. 같은 시각, 우연히 숲속 왕국으로 휘말려든 열일곱 소녀 엠케이는 타라 여왕으로부터 숲의 후계자를 찾게 해줄 꽃봉오리를 전달받는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숲의
[Coming Soon] 숲속 왕국을 지켜라 <에픽: 숲속의 전설> E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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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로선(원효초)은 수십년의 수련을 거쳐야 겨우 닿을 수 있는 경지인 ‘삼화취정’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그 힘은 도리어 로선의 생명을 위협한다. 진가권을 연마하여 경락의 흐름을 바꾸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진가권의 전수자 진옥량(안젤라 베이비)은 “외부인에게 전수 금지”라는 철통같은 규율로 로선을 내쫓는다. 한편 옥량의 정혼자인 방자경(펑위옌)은 영국 유학 뒤 진가구로 돌아와 비밀병기 ‘트로이’를 앞세워 철도를 건설하려 한다. 진가구 사람들은 서방의 침략과 조정의 압박 속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가운데 은둔자 노장공(양가휘)은 로선에게 트로이를 물리치는 공을 세우면 진가권을 배울 수 있을 거라 조언한다.
<타이치 0 3D>는 촬영이 끝나기도 전에 31개국으로 판권이 수출되었고,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비경쟁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바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지만 이 영화는 과할 정도로 풍성하다. 주인공 원효초와 더불어 무술에 정통한 배우들이 나와 솜씨
무협영화의 틀에 비디오 게임 형식까지 <타이치 0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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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반 만에 바다에서 돌아온 소련 최고의 함장 드미트리(에드 해리스)는 이제 퇴직을 앞두고 있다. 그에게 상관은 미국이 태평양에 해군을 집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마지막 출항을 명한다. 그가 탈 잠수함은 자신의 배가 아닌 자신의 첫 항해선이었던 낡을 대로 낡은 B67, 그리고 그에게 떨어진 마지막 명령은 팬텀이라는 기밀병기를 시험하는 것이다. 이 특별 프로젝트를 위해 브루니(데이비드 듀코브니) 일행이 그와 함께 탄다. 짧은 출항 준비 기간으로 인해 드미트리의 부하가 아닌 대체요원들이 탑승하게 된다. 출항하는 날, 드미트리에게 명령을 내렸던 상관은 권총 자살한다. 드미트리는 대체요원이 사망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브루니 일행이 KGB 급진파 특수대원들임을 예감한다. 브루니는 비밀병기를 시험해야 한다며 모두의 목숨을 거는 명령을 내리고 드미트리와의 갈등은 점점 커져간다.
영화는 냉전시대인 1968년 5월 소련의 탄도미사일잠수함 실종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잠수함을
냉전시대 소련에서의 실종사건 <팬텀: 라스트 커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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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에서 소리 소문 없이 <쿵푸팬더>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을 내놓은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중국에서 제작한 3D애니메이션 <쿵후팬더: 영웅의 탄생>이다. <쿵푸팬더> <쿵후팬더: 영웅의 탄생>, 두 작품 모두 판다가 주인공이지만 그다지 공통점은 엿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의 원제는 ‘진바오의 모험’이며 성룡이 진바오의 목소리를 맡았다.
<대병소장>의 성룡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 진바오는 다툼이 없는 평화의 나라 ‘랄라국’이 있다고 믿는 양나라 병사다. 할아버지가 물려준 용의 목걸이를 통해 랄라국에 도착하지만 자신은 판다가 되어 있는 상태다. 심지어 랄라국은 마왕의 지배 아래 놓여 있는데 오직 전설의 판다 용사만이 마왕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진바오는 전설의 판다 용사일까. 그는 마왕을 물리치고 백룡 공주를 구해낼 수 있을까. 진바오와 랄라국에서 만난 7간지파 동료들은 마왕으로부터 랄라국의 미래를 되찾기 위해
중국에서 온 판다 <쿵후팬더: 영웅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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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악: 슬픈 살인의 기록>은 1980년에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여자의 머리 가죽을 산 채로 벗겨 죽이는 연쇄살인마에 대한 영화다. 성적으로 문란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트라우마로 갖고 있는 프랭크(엘리야 우드)는 마네킹을 복원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사실 그가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마음에 드는 여자를 몰래 쫓아가 죽인 다음 머리 가죽을 벗겨 마네킹을 만드는 일이다. 그렇게 마네킹이 하나둘씩 늘어갈 때 사진작가 애나가 우연한 계기로 프랭크와 가까워지고, 그는 자신의 마네킹에 흥미를 느끼는 애나에게 강하게 끌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동시에 프랭크는 그녀를 죽여 영원히 자신의 곁에 두려는 욕망에 휩싸이고, 게다가 어머니와 죽은 자들의 환상까지 등장해 그를 혼란에 빠트린다.
일단 눈길을 끄는 건 거의 모든 장면을 프랭크의 시점숏으로 구성한 연출이다. 이는 연쇄살인마의 행동을 고스란히 따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복잡한 내면을 가진 한 인물의 심
연쇄살인마의 복잡한 내면 <매니악: 슬픈 살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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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 과제를 채점하던 문학교사 제르망(파브리스 루치니)은 학생들의 성의없는 글뭉치들 속에서 클로드(에른스트 움하우어)가 제출한 독특한 글을 발견한다. 클로드의 글에는 그가 친구 라파(바스티앙 우게토)의 집에 드나들며 라파의 어머니 에스더(에마뉘엘 자이그너)에게 연정을 품게 된 경위가 세세하게 적혀 있다. 한때 작가가 되기를 꿈꿨던 제르망은 이 비밀스러운 기록 속에서 클로드의 문학적 재능을 직감하고는 작문 개인지도를 자청한다. 클로드는 스승의 가르침과 호기심을 적절히 이용해 다음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제르망은 클로드의 글 그리고 그 글의 재료가 되는 실제 경험에 개입하며 제자의 도발을 부추긴다.
선생과 제자, 그리고 더 나아가 관객이 함께 서사 게임을 벌이는 영화 <인 더 하우스>는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가 쓴 희곡 <마지막 줄에 앉은 소년>을 원작으로 한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장소 구분 없이 연속된 대사로만 이루어진 원작을 직접 각색해, 공간을 분리
예술은 삶의 반영 <인 더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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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호선 지하철 안, 하윤주(한효주)가 서 있고 황 반장(설경구)은 앉아서 졸고 있다. 졸다가 급하게 일어서던 황 반장이 지나가던 여자와 부딪친다. 그리고 제임스(정우성)가 전화를 받으면서 지나간다. 흔히 볼 수 있는 서울의 한 평범한 일상이다. 하지만 황 반장은 경찰 내 특수조직 감시반의 반장으로 신입으로서의 하윤주의 능력을 테스트하고 있었던 것. 하윤주는 당시의 상황을 놀라울 정도로 거의 다 기억해낸다. 영화는 그 평범한 일상이 다 감시당하고 조작된 것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제임스는 빌딩 위로 올라가서 서울의 도심을 내려다보며 부하들을 조종해 은행을 3분 만에 턴다.
<감시자들>에서 경찰은 용의자의 집 근처에 차를 주차해놓고 몇날 며칠을 기다리기만 하던 그런 경찰이 아니다. CCTV와 신용카드, 스마트폰으로 무장된 현대사회의 시스템을 최첨단의 장비로 통제하고 꿰뚫어보는 경찰이다. 그리고 제임스는 그런 경찰을 감시하면서 하늘에서 내려다본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현대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시스템 <감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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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중산층 가족인 폴-사라 부부는 권태기를 겪고 있다. 알고보니 사라(마리나 포이스)는 폴(로맹 뒤리스)의 친구인 그렉 크레메르(에릭 루프)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폴은 홧김에 그렉을 찾아가 말다툼을 벌인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고로 그렉이 죽자 당황한 폴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성공한 변호사 ‘폴’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지우고 프리랜서 사진가인 ‘그렉’으로 살기로 한 것이다. 치밀한 계획 끝에 프랑스를 떠난 폴은 지금까지 미뤄두었던 자신의 꿈인 사진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가 찍은 사진이 그의 삶을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한다.
더글러스 케네디의 베스트셀러 <빅 픽처>를 각색한 영화 <빅픽처>의 프랑스 원제는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 한 남자’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제목이라 할 수 있는데, 실제로 폴은 과거의 폴로 살 때보다 그렉으로 살 때 자신에게 훨씬 충실한 삶을 살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직업과 가족으로도 채우지
‘안정된 삶’에 대한 아이러니 <빅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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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넌이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다비드 포앙키노스의 <레논>은 그런 상상을 통해 쓰인 장편소설이다. 존 레넌이 서른다섯살에 은퇴하기로 결심한 뒤인 1975년 9월21일과 한 정신 이상자에게 살해당하기 전날인 1980년 12월7일 사이에 그가 돌아본 자신의 삶은 어떤 광경이었을까. 음악, 엄마, 섹스, 마약, 농담, 언론, 오해, 침묵, 오노 요코…. 다비드 포앙키노스는 존 레넌이 노래하는 목소리와 물건을 집어던지는 소리가 동시에 책장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은 소설을 완성했다. <레논>의 한국어판 발간과 서울국제도서전에 맞춰 내한한 그를 만났다.
-한국에 출간된 당신의 전작들인 <시작은 키스> <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과 비교해보니 <레논>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전작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낭만적이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들이라면, 이번 책은 실존 인물인 존 레넌에 대한 이야기이고, 묵직하게 읽힌다.
[trans x cross] 존 레넌은 언제나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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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The Counselor
감독 리들리 스콧 / 출연 마이클 파스빈더, 브래드 피트, 카메론 디아즈,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
영화 <카운슬러>의 티저가 공개됐다. 존경받는 변호사가 마약시장을 장악하려 하지만 결국 위험한 마약거래에 연루되어가는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영화이자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 <프로메테우스>부터 함께한 마이클 파스빈더를 비롯해 이름만 들어도 기대가 되는 할리우드의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WHAT'S UP] <카운슬러> The Counse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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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3일, 프랑스는 유럽국가 중에서는 9번째, 전세계에서는 14번째로 동성간의 결혼을 합법화했다. 하지만 이 법안, 일명 ‘모두를 위한 결혼’의 무효화를 주장하는 보수진영의 반격은 여전히 거세고, 이에 맞서는 여러 사회단체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프랑스의 사회적 분위기는 올해 칸영화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대표적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어 퀴어종려상을 수상한 알랭 기로디 감독의 <호수의 이방인>과 경쟁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아델의 삶-1&2>는 각각 게이, 레즈비언의 자연스러운 욕망과 삶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두 작품은 이제 영화제의 보호막을 떠나 대중과 만나기 위해 극장가로 나왔거나 만남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칸에서 승승장구했던 이 두 영화의 향후가 그리 밝지만은 않은 듯하다.
먼저, 기로디 감독의 <호수의 이방인>은 지난 6월12일 프랑스에서 전국 개봉해 평단에서 환호
[파리]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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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더 콜> 명예를 지켜주세요
[정훈이 만화] <더 콜> 명예를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