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퀭한 눈의 좀비로 새벽녘까지 대통령 당선인의 ‘인생역정’을 보았다. 한 인간의 집념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가를 생각했다. 20여년 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만 해도 그녀는 과거의 슬픔과 배신과 고통에 몸을 떨며 그것을 가까스로 견뎌내고 있는 ‘비운의 영애’였다. 수년 뒤 1997년 이회창 대선 후보 지원 연설을 시작으로 정치에 몸을 담고 이듬해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 무대에 등장했다. 그 뒤로는 망설임없이 흔들림없이 (코)앞만 보고 달렸다. 15년 뒤 대통령이 되었다.
그녀가 지닌 여러 자산 중 가장 높이 쳐주고 싶은 것은 특유의 ‘곤조’이다. 인정에 휘둘리지 않고 비난이든 아부든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쉽게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 뼈를 깎듯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낸 결과이지 싶다. 그것이 종종 불통과 철벽으로 작동하기도 하지만, 나는 ‘어떤 진심’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곤조’는 인정하지만 그 안에 담길 ‘개념’과 ‘물정’에 대해서는 불안하고 의심스럽다.
[김소희의 오마이이슈] 부디 철법통치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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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의 마지막 프러포즈
2012년을 풍성하게 해준 영화들을 스크린으로 다시 보게 됐다. 2013년 1월9일까지 씨네코드 선재에서 ‘2012 씨네코드 선재의 마지막 프로포즈’ 기획전이 열린다. <두 개의 문> <말하는 건축가> <다른나라에서> <멜랑콜리아> <자전거 탄 소년> 등 총 24편이 상영된다. 목록을 보니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들이 다수 눈에 띈다.
2. 야마무라 고지 DVD 박스세트
4대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의 그랑프리를 모두 석권한 명실상부한 단편애니메이션의 1인자 야마무라 고지의 작품을 모은 DVD 세트가 나왔다. <프란츠 카프카의 시골의사> <늙은 악어이야기> <바벨의 책> 등 15편 컬렉션과 44쪽의 일러스트까지 들어 있다.
3.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임권택 컬렉션을 발매했다. 임권택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무조건 소장하고 봐야 할 컬
[must 10] 올해의 마지막 프러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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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지만 연말을 맞으니 마음 한구석에서 온기가 올라온다, 라고 쓰려고 했다. 필시 그렇게 쓰게 되리라고 믿었으나 그리 되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그저 추울 뿐이다. 5년 동안 얼음 터널을 지나왔던 것 같은데 또다시 5년간 동토에서 헤맬 생각을 하니 아뜩하다. 덜덜 떨린다. 지난밤 선거 개표방송을 보다가 멘붕에 이르면서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라는 정신과 의사가 정리했다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가 떠올랐다. 말기암이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대부분의 환자들이 1단계 부정으로부터 시작해 2단계인 분노와 3단계인 타협, 그리고 4단계 침체(절망)를 거쳐 마침내 5단계인 수용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이다. 아직은 실감나지 않아서 그런지 멘붕 2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어쩔 수 없이 5단계에 이르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니 답답하다.
그 5단계 중 어딘가를 지나고 있을 당신들께 위안이 될지 모르겠으나 송년호를 맞아 2012년 영화계의 알찬 성과를 축하하는 특집기사를 준비했다
[에디토리얼] 행복한 연말 되세요, 라고 말하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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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워'는 108층 초고층 빌딩에서 벌어진 대형 화재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목숨을 건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오는 12월 25일 개봉 예정이다.
[김지훈 감독]"설경구, 잘생기지 않아서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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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번방의 선물'은 6살 지능의 딸바보 '용구'와 평생 죄만 짓고 살아온 7번방 패밀리들이 '용구' 딸 '예승'을 외부인 출입금지인 교도소에 반입하기 위해 벌이는 사상 초유의 미션을 그린 휴먼 코미디로 2013년 1월 24일 개봉 예정이다.
[류승룡] 실제 대본 공개, "메모벽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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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구하지 못한 상처로 마음을 닫은 소방관 '강일'(고수)과 치명적 실수로 잘릴 위기에 놓인 까칠한 의사 '미수'(한효주)가 서로를 통해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반창꼬'는 오는 12월 19일 개봉.
[영상인터뷰] ‘반창꼬’ 고수 한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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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다른 대작영화에도 많이 출연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스타트렉> 시리즈에 애착이 있나.
=크리스 파인_J. J. 에이브럼스 감독이 가장 잘하는 일 가운데 하나는 블록버스터 액션영화를 인물 중심의 드라마로 만드는 거다. <다크니스>에도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유머도 있고 액션도 있고 오락적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그 중심엔 인물들의 속깊은 사연이 있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커크가 함장이 되는 이야기였다. <다크니스>에선 함장에 걸맞은 행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번에 커크는 리더로서의 자질을 시험받는다. 이기적인 젊은이에서 남을 위하는 리더가 되려는 과정이 잘 담겨 있다.
-<다크니스>의 악당 역을 제안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베네딕트 컴버배치_모든 건 순식간에 벌어졌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오디션 영상을 보냈는데 캐스팅이 됐다.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땐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하지만 곧바
“유머, 액션, 오락… 모든 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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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시리즈 <스타트렉>의 프리퀄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속편 <다크니스>(원제 <Star Trek Into Darkness>)가 2013년 5월 미국에서 개봉한다(국내에선 2013년 여름 개봉예정). J. J. 에이브럼스가 다시금 이 거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지휘봉을 잡았고, 커크 선장 역의 크리스 파인, 스팍 역의 재커리 퀸토 등이 엔터프라이즈호에 다시 승선했다. 영국 드라마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다크니스>의 악당으로 새로 합류했다. 12월4일 일본 도쿄의 기바극장에서 <다크니스>의 오프닝 9분 영상이 전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이어 한중일 기자들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장엔 감독 J. J. 에이브럼스, 프로듀서 브라이언 버크, 배우 크리스 파인과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참석했다. 감독과 두 배우는 한국 기자단과 짧은 인터뷰도 가졌다. 오프닝 영상과 이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
엄청나게 화끈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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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혼란스럽지 않았나.
=짐 스터지스_시나리오가 200페이지가 넘었으니까, 보통의 두배 분량이었다. 밤늦은 시간에 처음 읽었으니 헤맬 수밖에 없었다. 자려고 누웠는데도 계속 생각이 나 잠이 안 오더라. 결국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다시 집어들었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굉장한 게 숨겨져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배두나_내 상황은 더 심각했다. 감독님들 이름만 봐도 엄청난 작품일 것 같은데, 페이지마다 인물이 바뀌니까 짧은 영어 실력으로 이해가 잘 안됐다. 그래서 한국어 번역본으로 원작을 먼저 읽었고, 읽으면서 손미라는 캐릭터에게 완전히 매료당했다. 부끄럽지만, ‘이거 내가 잘할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디션 때도 책 속의 손미를 생각하며 연기했다. 사실은 13년 동안 한번도 오디션을 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조차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과 연기해본 경험은 어땠나.
=배두나_처음에는 정말 낯설
“미래지향적이고 모험적인 감독들과의 작업은 대단한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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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세 사람이 뭉치게 됐나.
=톰 티크베어_감독으로서 서로 사랑에 빠졌다고나 할까. 친구로 지낸 지는 오래됐지만, 감독이란 자기 세상에 갇혀 살기 쉬운 존재다보니 함께 일할 기회가 없으면 우정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공동작업을 결심하게 됐고, 일하면서 전보다 더 관계가 깊어졌다. 그전부터 예술이나 영화, 미디어를 이해하는 방식에 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도 했지만, 우리를 이어준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물론 원작에 대한 열정이었을 것이다.
-각기 다른 시대와 공간을 배경으로 한 6개의 이야기가 퍼즐처럼 엮여 있다. 각색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앤디 워쇼스키_생각보다 쉽더라. (웃음) 농담이고, 원작 자체가 워낙 구성이 뛰어나서 각 이야기의 내적 연관성을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영화화를 위해 초반에 소설의 내용을 해체한 다음 그것들을 다시 연결해나갔는데, 굉장히 흥미로웠다. 마치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각색, 촬영 때는 물론이고 편집 때도 그전에 보이지 않았던 접점이 계
“우리의 지난 영화들은 이 영화로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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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악의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국내 개봉 전 이미 해외 평단에 낙인찍힌 영화였다. 하지만 12월12일 공개된 영화는 변론의 기회를 얻을 만했다. 몇 가지 분명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6개의 이야기를 넘나들며 172분이라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다는 점에서, 워쇼스키 남매와 톰 티크베어의 협업은 얼친 도전으로 치부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건 1인3역 이상을 감당해낸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이튿날 아침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나타난 세 감독과 배두나, 짐 스터지스 두 배우 모두 언론의 평가와 무관하게 함께했던 4개월의 기억만으로도 흐뭇한 표정이었다.
“사랑”은 그들의 힘. 세 감독은 연신 사랑의 위대함을 역설하며, 6개의 이야기를 통해 인종, 성별, 시대 등의 경계를 무너뜨리려 한 자신들의 시도를 강조했다. 노예제가 잔존했던 19세기에 흑인 노예와 우정을 맺은 백인 사업가 이야기, 1930년대 맘속에 금기된 사랑을 품은 채
사랑으로 완성한 6개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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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앱스토어 선정 "2012년을 빛낸 최고작"중 하나.
- 올해에 성장과 혁신을 주도하여 트렌드를 앞서간 앱으로 인정 받아.
지난 12월 14일 애플 앱스토어에서 발표한 "2012년을 빛낸 최고작"들 중 <씨네21> 디지털 매거진이 "최고의 뉴스 가판대 APPS"로 선정 되었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올해의 인기 출시작과 업계의 트렌드를 이끌어간 앱들을 선정하여 아이튠즈 스토어에 발표를 하였는데, 이중 씨네21은 아이패드 부문 "최고의 뉴스 가판대 APPS"중 하나로 선정이 되었다.
<씨네21> 디지털 매거진은 기존 오프라인 주간지인 ‘씨네21’에서 그 동안 제공되어 온 국내 최고의 영화 정보와 더불어 태블릿PC에서만 독점 제공되는 콘텐츠 및 인쇄지면에서는 싣지 못했던 스타들의 사진, 영화 트레일러 및 스타의 생생한 인터뷰 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및 다양한 WEB/SNS 등 다양한 인터랙티브 요소를 활용하여 이용자로 하여금 영화의 다양한 모습을
<씨네21> 애플 앱스토어 2012년 "최고의 뉴스 가판대 APPS”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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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의 투쟁을 멈추지 않는 이들과 함께.” 영화 <두 개의 문> 마지막 화면에는 이런 문구가 뜬다. 최근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받은 것처럼 <두 개의 문>을 보는 것,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미 정치적인 행위다. 서둘러 파묻힌 ‘진실’에 접근하는 영화란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입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두 개의 문>이 법정 진술, 관계자 증언, 영상자료와 재연까지 동원해 입체적이고 꼼꼼하게, 또 냉정하게 그 일을 재구성하는 이유다.
그런데 음악은 다르다. 다큐멘터리 음악이 흔히 관습적으로 안주하는 것과 달리 여기서는 적극적인 리듬의 변화와 신시사이저 효과가 팽팽한 긴장을 만든다. 몇편의 독립단편영화 음악을 비롯해 <방귀대장 뿡뿡이>와 <뽀롱뽀롱 뽀로로> 같은 EBS 프로그램 음악으로 알려진 최의경의 메인 테마는 차츰 긴박해지면서 사람들을 감각의 구석으로 몰아간다.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무언가, 실체라고 해도 좋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음악의 정치적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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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처지에선 묵묵히 노력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노력할수록, 반짝이는 것을 꿈꿀수록 보잘것없는 처지가 도드라지는 세상이라면, 그렇다면 그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 자신을 바꿔 보이겠다며 인생의 목표를 수정한 여자가 있다. “나도 너처럼 남자 잘 잡아서 청담동 들어갈 거야. 천원, 이천원에 벌벌 떨지 않으면서 가족들에게 사람노릇하면서 그렇게 살 거야. 나도 너처럼.” 청담동 디자이너를 꿈꾸던 한세경(문근영)은 그녀와 다른 가치관으로 경멸해왔던 예고 동창 서윤주(소이현)에게 ‘청담동 며느리’가 되는 노하우를 전해 받는다. 그리고 자신을 청담동 부유한 이들이 사는 곳으로 데려다줄 ‘시계토끼’ 타미홍(김지석)을 따라 파티에 참석한다. 세경은 렌털 숍의 명품으로 치장하고 열심히 공부한 매너와 화술로 이목을 끄는 것에 성공하지만, 타미홍이 그녀에게 스폰서를 연결하자 모욕감에 물을 끼얹는다. 그리고 그가 되돌려준 간장을 뒤집어쓴 채 파티장을 빠져나와 눈물을 흘린다. 추위, 초라한
[유선주의 TVIEW] 어쩜 좋을까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