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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의 IE800이 현재 기술의 최전선을 가늠케 한다면 마샬의 50주년 기념 에디션인 메이저 50FX는 브랜드의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선명한 중음과 풍성한 저음을 자랑하는 마샬의 사운드에 대해서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거다. 통화 기능과 리모트 볼륨 조절 기능 등을 더해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살뜰하게 배려했다. 이어컵을 접을 수 있기 때문에 천 소재의 케이스에 넣으면 휴대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 그런데 사실 이 제품의 특징은 기능보다는 디자인에서 찾아야 한다. 구식 유선 전화기처럼 가지런히 말려 있는 케이블, 브랜드의 출생연도와 지역(런던 잉글랜드, 1962년)을 나타내는 음각, 그리고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금박 로고 등은 꽤 클래식한 느낌이다. 덥스텝보다는 올드 스쿨 힙합을 들을 때 더 어울릴 법한 생김이랄까. 이 브랜드의 팬이라면 그냥 지나치기에는 망설여질 만한 제품이다. 가격은 22만원.
[gadget] 헤드폰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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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1. 기존의 하이엔드 헤드폰에서나 가능했던 입체적인 사운드를 무리없이 구현해내는 프리미엄 이어폰. 와이드 밴드 드라이버, 듀얼-챔버 업소버, 통풍 마그넷 시스템 등이 소리의 결을 입체적으로 살린다.
2. 피부 알레르기가 없는 인체 친화적 실리콘 소재의 이어패드를 다양한 사이즈로 제공해 착용감을 높였다.
3. 이어폰, 그 이상인 건 소리의 질뿐만이 아니다. 가격이 무려 100만원대라는 사실.
언젠가 한 클래식 연주자에게 주로 어떤 환경에서 음악을 듣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이동할 때죠. 비행기나 차 안에서 스마트폰으로요.” 고가의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음악 애호가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스마트폰의 기동성과 범용성에 길들여진 뒤로는 서재에 틀어박혀 의식을 치르듯 음악감상을 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소리의 질에 예민한 사람들은 액세서리로 눈을 돌리게 됐다. 고가의 프리미엄 이어폰/헤드폰 시장이 착실히 성장하고 있는 이유다. 덕분에 브랜드마다 몇주
[gadget] 궁극의 이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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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해, 류상욱은 문득 앙드레 바쟁을 언급하며 ‘데일리 크리틱’이란 말을 꺼냈다. 이어 바쟁이 뜻하는 바를 완전히 행하지는 못하더라도 매일 영화에 대한 글을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필자처럼 게으른 사람은 꿈도 못 꿀 일이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암을 선고받고 한해를 넘긴 이가 바로 내 앞에서 태연하게 했던 말이기 때문이었다. 이후에도 류상욱은 성실하게 글을 한편씩 써나갔고, 그런 글들이 모여 한권의 책이 출간됐다. 2007년, 류상욱은 가족과 함께 홀연히 싱가포르로 떠났다. 그리고 ‘익스트림무비’라는 웹진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정성일 선생의 추천으로 월간지 <키노>에 썼던 글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글이었다. ‘한국에 영화학이 있는가?’라고 호기롭게 질문하던 때는 자연스레 사라졌고, 어느새 그는 영화와 자유롭게 대면하고 글은 유연하게 푸는 시기에 도달했다. 수도승이 면벽하며 자신의 화두와 싸우듯이, 그는 오로지 영화와 마주해
[도서] 영화를 사랑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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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월17일까지
장소: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문의: 02-766-3390
모두가 잠든 늦은 밤, 그제야 불을 밝히고 손님을 기다리는 심야식당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져 나온다. 그곳에선 평범해 보이는 계란말이와 문어모양 비엔나 소시지에도 인생의 맛이 담겨 있다. 일본 작가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이 뮤지컬로 무대에 올랐다. 음식과 소시민의 삶을 연결해 따뜻한 위로를 건넸던 원작의 감동에 노래와 춤이 더해져 무대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푸짐한 밥상을 연상시킨다.
상점과 게이바, 스트립클럽 등이 모여 있는 일본 신주쿠의 뒷골목, 밤 12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심야식당에 작은 불이 켜진다. 작은 간판도 없고 변변한 메뉴라고는 돼지고기 된장 정식 정도지만 늦은 시간에도 손님이 하나둘 식당 안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심야식당의 주인 마스터는 가게를 찾은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한 만들어 내놓는다. 그러니 식당을 찾는 사람들에겐 저마다 즐겨찾는 요리가
[공연]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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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이이언의 성향+특징은 이 어쿠스틱한 성향의 EP에서도 잘 드러난다. 기계음들을 다소 배제했음에도 여전히 계산적이고 정교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1집에 수록돼 있던 <자랑>은 새로운 색깔에도 특유의 음울함을 놓치지 않고, 다프트 펑크의 곡을 커버한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는 훌륭하게 다시 만들어졌다. 좋은 목수는 연장을 가리지 않는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전자음악에서 어쿠스틱으로 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풍 같은 음악이 흘러나올 리가. 변함없이 흐느적거리는 이이언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형성하는 음산한 분위기 덕분이다. 소리가 파괴적이지는 않지만 전형을 파괴하려는 재미있는 시도가 구석구석 깃들어 있다. 다프트 펑크를 어쿠스틱으로 해석한다거나 재즈의 문법을 살짝 빌려온다거나. 그는 쉽게 가는 방법을 모른다. 여전히 무엇이든 비틀고 색다른 관점을 찾는 일에 열중하고
[MUSIC] 힘을 뺐네 혹은 살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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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광수는 참 많은 별명을 얻었다. 모함광수로 시작해 기린, 광바타, 배신의 아이콘, 초통령 그리고 최근의 구광표까지 그의 별명은 끝도 없이 뻗어나갈 기세다. 이게 다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는 <런닝맨>에서 남에게 잘 속고 또 틈만 나면 남을 속이려드는 만만한 모사가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의 예능감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중요한 건 예능감만큼이나 그의 연기력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거다. 이광수는 첫 영화 <평양성> 이후 2년 동안 <원더풀 라디오> <간기남> <내 아내의 모든 것> <마이 리틀 히어로>까지 네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마이 리틀 히어로> 촬영이 끝나갈 무렵엔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를 시작했다. 주인공이었던 적은 없지만 주인공보다 작아 보였던 적도 없었다. <마이 리틀 히어로>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이
[이광수] 웃기고 진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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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사건의 가장 확실한 팩트는 생로병사다. 그것에 대해서 나는 아는 것이 없다. 태어나기는 했지만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여전히 모른다. 하물며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어떻게 알겠는가. 물론 읽고 들어 알고 있는 것들은 있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앎은 우리가 실감 혹은 절감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단테의 <신곡-지옥편>을 읽고 지옥을 알겠노라 말하는 일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그래서 나는 모른다. 말년에 후두암에 걸려서 입에서 끔찍한 냄새가 나자 사랑하던 개조차도 더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않게 되었을 때 프로이트의 심정이 어떠했는지를 모르고,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던 아이리스 머독이 알츠하이머에 걸려서 텔레토비가 나오는 프로그램에 넋을 놓고 있을 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 존 베일리의 기분은 또 어땠을지를 모른다. 미하엘 하네케가 만든 이 영화 <아무르>(Amour, 2012)에서 병들어 죽어가는 안느(에마뉘엘 리바)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죽일 만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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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탐험가 쇼베 일행은 프랑스 남부의 아르데스 협곡에서 동굴을 하나 발견했다. 동굴 안에는 300점 이상의 벽화가 그려져 있었고, 이후 프랑스 정부는 동굴 내부와 예술품의 보전을 위해 일반인의 접근이나 촬영을 금지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이 이끄는 촬영팀에 동굴을 촬영할 스물네 시간이 허락되었고, 이로써 약 3만년 동안 가려진 시간의 흔적들이 3D다큐멘터리에 담기게 되었다.
<잊혀진 꿈의 동굴>은 현재까지 발굴된 가장 오래된 예술 작품과 만나는 경이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먼 옛날 동굴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동굴 내벽의 굴곡과 횃불의 명암효과를 활용해 말, 코뿔소, 바이손, 사자 등의 동물과 여인의 나신을 그렸다. 헤어초크 감독은 3D 촬영을 통해서 이 예술품들의 입체성을 화면에 불러들였고, 관객은 마치 실제 탐사에 동행이라도 하듯 벽면의 질감과 요철을 실감할 수 있다. 좁고 기다란 공간을 파고들어가며 동굴 내부 구조 및 각종 결정체들을 목격하는
3만년 동안 가려진 시간의 흔적들 <잊혀진 꿈의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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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채와 야유.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의 결과는 종종 두 가지의 극단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첫선을 보였을 때 미국 평단의 반응 역시 그러했다.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역사상 가장 야심찬 기획의 영화”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은 반면, 시사주간지 <타임>은 “대학 시절 마약 기운에 취해 주절주절 떠들어대던 고답적이고 뜬구름 잡는 말들”과 비슷하다며 이 작품을 2012년 최악의 영화로 처참하게 깔아뭉갰다. 어찌됐건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논란의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이 영화의 특색은 분명하다. 첫째, 1849년부터 2346년까지 약 500년이라는 기간 중에 벌어진 여섯개의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교차로 진행되면서 과거, 현재, 미래의 인물들이 비슷한 운명에 도전한다는 것. 둘째, 10여명의 주조연 배우들이 특수분장의 힘을 빌려 연령과 성별까지 바꿔가면서 다양한 인물들로 여섯개의 에피소드에 등장한다는
반복되는 삶의 양태 <클라우드 아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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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꽃이 만개한 사과나무 길과 햇빛이 반짝이는 호수. 덜컹거리는 사륜마차에 앉아 커다란 눈망울로 이를 지켜보던 주근깨투성이의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소녀를 기억하는가. 아이들보다도 어른들이 더 기다렸을 빨간 머리 앤이 극장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한국 관객을 찾는다. KBS에서 첫 방영된 지 30여년 만이다.
<빨간머리 앤: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이하 <빨간머리 앤>)은 캐나다의 아동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원작을 바탕으로 다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 콤비가 만들어낸 50부작 TV애니메이션의 극장판이다. 이 영화는 작품에 특별한 애정을 지닌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TV시리즈 50화 중에서 첫 여섯화를 직접 재편집, 디지털 리마스터링하여 제작한 버전으로 일본에서는 2010년에 개봉했다.
캐나다의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살고 있는 독신남매 매튜와 마릴라는 농사일을 도와줄 튼튼한 남자아이를 입양하려 했지만 고아원의 착오로 정작 기차역에 도착한 것
‘아날로그 감성’에 호소하다 <빨간머리 앤: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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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국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화제를 모았던 <파이스토리>(2006)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파이스토리: 악당상어 소탕작전>이라는 부제까지 달고 있어 악당상어 트로이와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전편의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엘리트 출신 물고기 파이가 어쩌다 부모를 여의고 캐리비안까지 흘러가게 된다. 거기서 아름다운 코딜리아를 만나 사랑에 빠지나 악당상어 역시 코딜리아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터라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다. 결국, 파이는 승리하고 악당상어는 갇히는 신세가 된다. 이제 2편을 살짝 엿보자면, 파이는 코딜리아와 결혼해 귀여운 아들까지 두고 산호마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런데 갇혀 있던 트로이가 탈출하게 되고 트로이의 힘은 더욱 강력해졌다. 더구나 다른 상어들까지 동원해 산호마을을 파괴하고 코딜리아까지 차지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 파이는 산호마을과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일종의 자위대를 결성한다. 지형지물을 이용한
어린 시절 꿈꾸던 바닷속 풍경 <파이스토리: 악당상어 소탕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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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조선의 왕, 정조>의 주인공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골칫덩어리들이 나타난다. 실력도, 지명도도 한참 떨어지는 음악감독 유일한(김래원)과 필리핀인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소년 영광(지대한)이 그들이다. 다섯명의 아역배우들이 다섯명의 음악감독과 각각 팀을 이뤄 경쟁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이 두 사람은 적당히 화젯거리를 던져주고 사라져야 하는, 이른바 ‘버리는 카드’다. 하지만 화려한 재기를 꿈꾸던 일한에게도, 그리고 한국인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묻고 살아가는 영광에게도 이번 오디션은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찬스다. 허세로 가득 찬 속물 일한은 파트너가 된 영광이 영 탐탁지 않다. 그러나 영광의 순수한 열정은 초심을 잃고 겉도는 그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여간다.
<마이 리틀 히어로>는 아이를 통해 철없던 어른이 성장하는 이야기 구도를 따른다. 예측을 뛰어넘는 신선한 설정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며, <빌리 엘리어트>나 <굿 윌 헌팅&g
철없는 어른의 성장이야기 <마이 리틀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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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모든 것은 우주로부터의 선물이다”라는 말로 시작되지만, 우주로부터 버림받은 것처럼 보이는 소녀가 등장한다. 1987년, 할렘에 사는 16살 소녀 프레셔스는 스스로 소중한 존재라고 여기지 않는다. 여느 아이들처럼 스타가 되어 멋진 모습으로 잡지에 나오는 상상을 하고 밝은 피부색을 가진 남자친구를 원하지만 현실의 그녀는 교실 맨 뒷자리에 앉아 있는 뚱뚱한 외톨이다. 제대로 읽고, 쓸 줄도 모르기에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놀림감이다. 유일하게 프레셔스의 수학적 재능을 알아봐주는 수학선생님은 그녀의 짝사랑이다. 공상 속에서 수학선생님과 결혼하여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을 잠시 꿈꿔보기도 하나, 프레셔스가 처한 상황은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지경이다. 프레셔스는 엄마의 애인에게 성폭행당해 이미 한 아이를 출산했고, 지금은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 엄마는 아무 일도 안 하고 딸과 손녀에게 지급되는 정부보조금으로 생활하면서 딸에게 온갖 집안일을 시키는 것은 물론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다.
인생의 바닥에 내려갔다고 느낄 때 <프레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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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감독 류승완 / 출연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 개봉 1월31일
<베를린>은 베를린을 배경으로 예상치 못한 음모에 휘말린 채 서로를 쫓게 된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첩보액션 드라마다. 캐스팅부터 압도적이다. 북한의 불법 무기 거래 현장을 감시하던 남한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는, 신분이 노출되지 않은 일명 ‘고스트’라 불리는 최고 요원 표종성(하정우)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의 행적을 쫓기 시작한다. 한편, 조직을 배신한 스파이를 찾아내고 표종성을 감시하기 위해 동명수(류승범)가 베를린에 파견된다. 그 속에서 표종성의 아내 련정희(전지현)는 남편에게조차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는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가 표적이 된 4인의 비밀요원들은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도시 베를린에서 생존을 위한 대결을 벌인다. 베를린과 라트비아를 오가는 해외 로케이션 촬영 또한 주요한 볼거리다.
[Coming Soon] 서로를 뒤쫓는 4인의 비밀요원 <베를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