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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임파서블>은 2004년 타이를 휩쓸었던 쓰나미 속에서 살아남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끔찍했던 기억으로부터 무려 9년이 지났으니 ‘왜 굳이 이제 와서’라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하다. 이 엄청난 자연재해는 당시만 해도 다소 생경했지만 우리는 2004년 이후에 더 크고 무서운 규모의 쓰나미를 수차례 목격했고 어느새 쓰나미는 전세계적으로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게다가 그간 쓰나미를 소재로 했던 영화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더 임파서블>은 종래 다른 쓰나미 소재의 영화들이 도달하지 못한 곳에서 다시금 그날의 기억 한가운데로 우리를 데려간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왜’가 궁금했지만 보고 난 뒤엔 ‘어떻게’를 묻고 싶어지는 영화, <더 임파서블>의 특별함을 살펴보자.
지진해일을 일컫는 쓰나미(tsunami)는 1896년 일본 산리쿠 연안에서 2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사실이 알려지며 세계 공용어가 된 단어다. 그러나 이 말이
[더 임파서블] 대재난 속에서 연대와 성장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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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 탈출법’을 알려달라는 지인들에게 퉁명스럽게 답하곤 했다. “멘붕 올 시간이 어딨니? 도처에 벼랑이다.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사람들에게 멘붕 따윈 사치라고.” 그렇게 질러놓고는 혼자서 시무룩해져 있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 무렵 영화 <레미제라블>을 봤다. 앤 해서웨이가 부른 판틴의 주제가 <I dreamed a dream>을 듣다가 결국 펑펑 울었다. 그날따라 무방비하게도 내 가방 속에는 손수건도 휴지도 없어서 옷소매가 눈물 콧물로 빤질빤질해졌다. 극장에서 돌아와 퉁퉁 부은 눈으로 유튜브를 검색했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수잔 보일이 부른 <I dreamed a dream>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기억하는 수잔 보일의 영상은 따뜻한 강인함과 희망의 느낌이 확실한 것이었기에 나는 위로를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또 울고 말았다. 어릴 적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다는 그녀에게, 근데 왜 여태 가수가 되지 못했냐고 심사위원이
[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희망에 탑승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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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마가레테 폰 트로타와 나란히 영화사의 ‘뉴 저먼 시네마’ 항목에 대굵은 글씨로 이름을 올린 이래 베르너 헤어초크(70)는 단편 <헤라클레스>를 만든 17살 이후 다리를 쉬는 일 없이 카메라를 들고 달려왔고 그 행로는 3D 프로젝트(<잊혀진 꿈의 동굴>)까지 다다랐다. 정글에 오페라하우스를 짓고, 배를 끌고 산을 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그의 주인공 피츠카랄도처럼, 헤어초크는 실패할망정 시시한 실패는 하지 않는다. 헤어초크에 관한 일화 가운데 무난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몇 토막만 늘어놓아보자. 그는 18살까지 음악도 안 듣고 노래도 부르지 않았다. 뮌헨 영화학교에서 훔친 카메라로 첫 영화를 찍은 그는, 자신에게는 카메라에 대한 천부소유권이 있으므로 절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1978년에는 작품이 뜸한 동료 다큐멘터리 감독 에롤 모리스를 자극할 요량으로 “에롤이 기획 중인 영화를 끝까지 완성한다면 내가 신발을 먹겠다”고 공약했다가 공개석상
[베르너 헤어초크] 매력적인 악인은… 매우 부드럽게 무서운 일 테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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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다 안다. <씨네21> 손홍주 사진팀장이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에 출연한 손현주의 형이라는 사실 말이다. <씨네21> 기자들만 알고 있는 사실은 따로 있다. 손홍주 사진기자가 취재원을 만날 때마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제가) 배우 손현주의 형입니다.” 동생을 알리고 싶은 형의 마음이다. 동생 덕에 더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이제는 손홍주 기자가 그렇게 동생을 알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추적자>의 백홍석이 되어 시청자와 함께 뛰고, 또 뛴 손현주가 지난해 마지막 날 SBS 연기대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가 누구인지, 어떤 배우인지 사람들은 다 안다. 현재 장철수 감독의 신작 <은밀하게 위대하게>(출연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손현주 등)를 촬영 중인 손현주를 만나 대상 수상 소감부터 다시 물었다.
-지난 연말 S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예상은
[손현주] “배우 얼굴에 분이 마르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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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들은 노트북의 시대가 곧 저물 것이며, 태블릿이 그 자리를 메울 거라고 보도하고 있다.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키보드와 마우스 같은 입력장치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노트북에 대한 수요는 계속 생길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다. 예컨대 에이서의 아스파이어처럼 터치 스크린을 장착한 노트북이 발전을 거듭한다면, 태블릿이 시장을 장악하는 데 좀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윈도8을 기반으로 발매된 이 노트북의 가장 큰 특징은 정전식 멀티터치 스크린을 지원해 윈도8의 UI를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당연하게도 마우스와 키보드 등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15.6인치 LED 스크린을 장착했으며, 인텔의 CPU를 사용했다. 성능 외에 주변 기능도 알차다. USB3.0, 블루투스4.0, HDMI 포트 등 가져야 할 건 다 가졌다. 15.6인치 스크린, 2.5kg, 90만원대.
[gadget] 노트북 ‘터치’로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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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430×180×215(L×W×H)mm, 무게 8.1kg
특징
1. 1950년대 라디오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진공관 라디오.
2. 기계적 다이얼의 배치로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3. 스마트폰, CD, MP3 등과도 호환할 수 있는 확장성.
몇년 전만 해도 라디오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요즘의 양상을 보면 라디오의 시대가 다시 한번 오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스마트폰의 라디오 관련 어플리케이션들은 여전히 꾸준히 다운로드되고 있고, 멜론이나 네이버 뮤직 같은 거대 사이트들마저 (우리가 생각하는 FM과는 좀 다르지만) 스마트 라디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그건 음악 콘텐츠가 너무 많아진 나머지 사람들이 선곡이라는 행위 자체에 피로감을 느껴서일지도 모른다.
스마트 시대의 라디오는 예전처럼 안테나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며 깨끗한 소리를 찾을 수고가 필요없다. 라디오 어플리케이션을 켜면 국내방송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gadget] 응답했다 2013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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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성생활을 하지만, 우리는 거의 예외없이 자신이 어떤 식으로든 ‘섹스’에 대해 이상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알랭 드 보통이 쓴 <인생학교 - 섹스>의 첫 문장이다. 왼쪽 페이지에 소개된 책과 키워드가 ‘섹스’로 일치하고 번역자도 같지만 두 책의 공통점은 그게 다다. 보통은 특유의 다소 학구적인 태도로, 우리 모두 섹스에 관해서라면 약간씩 이상한 면을 지니고 있는 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여러 행위를 설명하는 것으로 이해시킨다. 때로 연애의 과정이 읊어지고 페티시즘이 도마에 오르지만, 섹시함의 의미(우리가 누군가의 옷차림을 보고 섹시하다고 말할 때, 그 말 속에는 그 옷을 입은 사람의 세계관이 마음에 든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거절당한다는 행위(거절을 ‘도덕적 판단’으로 생각해버리는 나쁜 버릇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발기불능까지 다루어진다(특정 문제 해결을 위해 유익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삽화가 한 페이지 크기로 실려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섹스를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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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파이어 유혹>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필두로 한 ‘그림자’ 시리즈 같은 에로티카 삼부작이다. 에로티카는 로맨스의 하위 장르인데, ‘그레이’ 시리즈 이전에는 엄밀히 말해 로맨스보다는 포르노에 더 가까운 인상이 짙은 장르이기도 했다. 애초에 여주인공이 처녀인 설정부터가 많지 않았다. 사랑뿐 아니라 섹스를 여자들이 소비한다(남자를 위한 에로티카/포르노와 다른 점은, 여자가 독자인 책에서는 가능하면 1대1 관계가 주를 이루지만 남자가 독자인 책에서는 여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20여년 전 교복 입은 소년들에게 판타지를 제공했던 도미시마 다케오 소설들이 대표적이다). ‘크로스파이어’ 삼부작을 쓴 실비아 데이는 미국에서 잘 알려진 로맨스 소설 작가로, EBOOK은 이미 한국에서도 판매순위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EBOOK 시장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장르소설을, 무엇보다도 로맨스라는 장르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었을 뿐 아니라
[도서] “날 가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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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4월14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2, 3층
문의: www.seoulmoa.org
연초 <팀 버튼 전>을 보고 온 지인은 홍조 띤 발그레한 얼굴로 말했다. “전시장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길게 줄을 서서 전시장에 들어갔어!” 워낙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버터를 발라 느끼하게 말하면 하루 종일 전시장에 있어도 자기는 그날만은 남부러울 것 없었다나. 미술 전시회를 보고 누군가에게 강력한 추천의 별 다섯개를 날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팀 버튼 전>은 관객의 사랑을 받은 것으로 보자면 이미 입소문이 난 전시다. 2009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기획해 열린 이 전시는 <파블로 피카소 전>(1980), <앙리 마티스 전>(1992)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관람객을 기록했다. 서울에서의 전시는 MoMA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은 현대카드와 서울시립미술관의 공동 추진으로 이뤄졌다.
전시장은 팀
[전시] 이것이 바로 팀 버튼의 세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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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월24일까지
장소: 갤러리현대 본관, 두가헌 갤러리
문의: www.galleryhyundai.com
어젯밤 내가 본 <9시 뉴스>에서는 강추위를 알리는 화면에 이어 14세기 중반의 고려 불화가 등장했다.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국립동양예술박물관에서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불화 한점이 발견된 것이다. 죽은 사람을 서방세계로 안내하고 있다는 기자의 멘트 뒤로 적의를 입고 온화한 표정을 한 아미타불 이미지가 등장했다. 몇초 만에 텔레비전 화면에서 사라진 아미타불은 나에게 시간대를 점프한 느낌 이상을 건네지 못했다. 과거와 옛사람은 ‘낯선 나라’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고려시대 사람이라면 저 불화에서 무엇을 읽었을까.
조선시대 풍속화와 춘화는 고려 불화에 비하면 널리 알려진 장르다. 그림 속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2013년의 시점과 비교해보아도 통하는 장면이 많다. 밥그릇이 상당히 크기는 하지만 밥을 먹고 있거나, 지금 우리가 그러고 놀지는 않지만 두 동네가
[전시] 옛날 옛적엔 19금에도 풍류와 낭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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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잘 쓰고 노래 잘 부르는 거야 굳이 더 얘기할 필요가 없다. 이번 앨범에선 좀더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담았는데, 그마저도 무척이나 능숙하고 매끈하게 들린다. 하지만 여기서 더이상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다. 이제 겨우 두 번째 앨범인데 스무 번째 앨범을 낸 노장처럼 보인다. 누구나 좋아할 것 같지만, 나에겐 매력없는 모범생이 돼버렸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여전히 달콤한 러브송을 들려주지만 접근하고 전달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껄렁껄렁하고 가벼웠던 작업이 능글맞고 집요한 작전으로 변했다. 선율은 다채롭고 소리는 두텁다. 현대적인 프로그래밍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지만, 연주와 보컬을 제대로 부각해 맨몸으로 승부하려는 무(모)한 도전도 꽤 귀엽다. 그리하여 완성된 흠집없는 복고풍 로맨스. 그는 인기스타이기 전에 감각있는 작곡가다. 게다가 반복을 모르는 뮤지션이다. 아주 준수한 주류 앨범.
최민우/ 음악웹진 ‘웨이브’ 편
[MUSIC] 모범적이거나 나이브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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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양반 머리통이 진짜 크대요. 목소리는 섹시하고.” <프로스트 VS 닉슨>(2008)에서 닉슨 전 대통령(프랭크 안젤라)을 인터뷰하러 간다는 프로스트(마이클 신)에게 한 여자가 그렇게 얘기한다. 그런데 하나 더 덧붙이자면 프랭크 란젤라는 머리통도 크지만 그게 별로 티나지 않을 정도로 체격도 좋다. 상대를 압도하는 목소리도 물론이다. 그런 그가 가끔 치매 증세에 시달리는 전직 금고털이범으로 돌아왔다. <프로스트 VS 닉슨>에서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은 은퇴자”라고 했던 그가 <로봇 앤 프랭크>에서 매일 집과 도서관만 오가는 영락없는 ‘백수’ 신세가 된 것이다. 프랭크 란젤라의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으며 시작하는 <로봇 앤 프랭크>는 어쩌면 <A.I.>의 양로원 버전쯤 된다. 작품 수와 존재감에 비해 그동안 덜 알려졌던 프랭크 란젤라의 진면목을 들여다본다.
짙은 눈썹에 단호한 표정, 프랭크 란젤라는 언제나 위엄이 넘치
[프랭크 란젤라] 프랭크 란젤라라는 수상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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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가르시아> 이야기의 부스러기들
[올드독의 영화노트] <가르시아> 이야기의 부스러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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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는 번듯한 직장에 그림 같은 집, 젊고 아름다운 아내까지 가진 남부러울 것 없는 남자다. 하지만 그는 행복을 만끽하며 살기는커녕 삶에 대한 의욕조차 없어 보인다. 시종일관 어둡고 우울한 B의 표정 뒤에는 결혼 전 짧지만 격렬한 사랑을 나누었던 유부녀 E에 대한 고통스러운 갈망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그와 달리,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기며 사는 여자 E는 B와의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본래의 생활로 돌아가 별탈없이 잘 살고 있다. B는 매정하게 돌아선 E에 대한 집착을 끝끝내 버리지 못하고 매달리며, B의 아내 D는 자신과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다.
박철수 감독은 <301/302>를 거쳐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까지 섹스와 삶의 여러 측면들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함수관계를 탐구해왔다. 이번 영화 <베드>는 ‘침대’라는 사물을 매개로 ‘베르테르의 침대’, ‘에로틱한 욕망’, ‘편안한 꿈’ 세개
“인생은 침대에서 시작되어 침대에서 끝난다” <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