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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드래곤의 난동으로 세상은 황폐해지고, 리안츄(장광)는 그 난리통에 어머니를 잃는다. 자라서 드래곤 헌터가 된 리안츄와 단짝 귀즈도(김기리)는 드래곤을 잡으면서 밥벌이를 한다. 성에 사는 외로운 조이(박지윤)는 동화 속 기사님이 나타나 주기만을 고대하는 말괄량이 공주다. 성을 빠져나온 조이와 우연히 마주친 리안츄와 귀즈도는 엉겁결에 기사 취급을 받고 세상의 끝에 잠들어 있는 좀비 드래곤을 무찌르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개성있는 작화와 참신한 캐릭터 묘사는 이전에 접해보지 않았던 낯선 매력을 풍긴다. 특히 귀즈도 역을 연기한 김기리의 자연스러운 더빙은 놀라울 정도의 수준이다. 연예인이 맡은 더빙은 튀는 발성이 미묘하게 거슬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김기리의 목소리는 의식하며 듣지 않으면 김기리인 줄을 전혀 모를 정도로 애니메이션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한편, 이제는 전체 관람가의 애니메이션도 마냥 해피하게 진행되지만은 않는 모양이다. <드래곤 헌터>는 어설픈 도
동양적인 분위기의 낯선 매력 <드래곤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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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 아닌 두 여자가 극장에서 한판 붙는다. 두편의 다큐멘터리 <마돈나: 라이크 어 버진>(이하 <마돈나>)과 <레이디 가가 : 온 더 엣지>(이하 <레이디 가가>)가 한편의 영화로 묶여 개봉한다. 혁신적 음악성과 파격적인 언행으로 당대 문화계의 최대 논란거리였던 신구(新舊)의 두 아이콘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마돈나>는 1984년 처음 등장하여 팝의 역사에 솔로 디바 시대를 열어젖혔던 여걸 마돈나의 스타성과 음악적 성취를 되돌아본다. 다양한 음악계 종사자들이 등장하여 흔히 ‘싸구려’라고 오해받는 마돈나 앨범의 높은 완성도와 스타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하고 혁신하는 그녀의 탁월한 감각을 증언한다. <레이디 가가>는 현재 음악시장을 넘어 대중문화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악동 레이디 가가의 어제와 오늘을 담아냈다. 혹자로부터는 마돈나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 레이디 가가는 뛰어난 음악적
여걸 마돈나와 악동 레이디 가가 <마돈나: 라이크 어 버진> & <레이디 가가: 온 더 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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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은 8년간 애틋이 연애한 제제(재년의 애칭)와 결혼하고 싶다. 제제는 선뜻 대답을 못하는데, 시집 생활 및 가사노동 등 사랑만으론 극복되지 않을 현실적 문제들이 걱정이어서다. 뇌병변 장애를 앓는 제제와 우영은 결혼의 문턱에 섰다. 마흔 가까운 나이가 되어 애타는 마음으로 프러포즈한 우영과 달리 띠동갑 연하 제제의 속마음은 도통 알 수가 없다.
다큐영화 <나비와 바다>는 장애우의 사랑과 욕망을 보여주는 기존 다큐영화들의 거리두기 및 공감대 형성 방식과는 다른 차원에서 현실에 대한 쇼크를 준다. 영화 제목은 김기림의 시 <바다와 나비>에서 영감을 얻었다. 중간중간에 인서트되는 청보리밭과 푸른 바다의 영상은 사랑과 결혼에 대한 아름답고 냉혹한 이미지를 선보인다. 특별히 선한 의도도 악한 의도도 없이 영화는 한국사회의 결혼제도에 장애인 연인이 편입될 때 발생하는 모순의 지점들을 슬그머니 노출시킨다. 영화는 주로 남성 장애우이자 영화인인 우영의 행동과 내레이션을
장애우 연인과 한국사회의 결혼제도 <나비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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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꼽>은 각자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어느 ‘화목한’ 가족의 이야기다. 공학대학 학과장인 남편 서정민(천호진)이 아름다운 외모의 여제자 윤정(김효진)에게 홀딱 반해서 정신 못 차릴 때, 아내 박혜경(이미숙)은 문화강좌 시간에 강사로 들어온 포토그래퍼 상용(김승우)의 팽팽한 엉덩이를 훔쳐보느라 여념이 없다. 한편 첫째 딸 서지수(지서윤)는 약혼자 앞에서는 쑥스러운 요조숙녀지만 사실 근무시간에 짬을 내서 숨겨논 애인과 뜨거운 섹스를 즐기는 ‘반전 있는 여자’고, 아들 서지환(예학영)은 대학교 도서관에서 도촬한 영상을 보며 자위를 하는 변태 대학생이다. 행복해 보이는 강남 엘리트 집안의 뒷모습은, 한마디로 ‘가관’이다.
<배꼽>은 배우자 이외의 이성에 대한 성적 욕망을 당연한 본능적 욕구라고 인정할 때, 과연 현대의 가족은 어떠한 방식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영화가 내리는 결론은 놀라울 만큼 급진적(?)이다. ‘들키지 않고 바람 피우는 기술이야말로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는 비법 <배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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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설원 한복판. 카지노를 털고 도주 중이던 애디슨(에릭 바나)과 라이자(올리비아 와일드) 남매는 살아남기 위해 다음을 기약한 뒤 헤어진다. 애디슨은 캐나다로 넘어가기 위해 살인을 거듭하며 이동하고, 라이자는 사고를 치고 도망 중이던 전직 복서 제이(찰리 헌냄)를 유혹해 국경으로 향한다. 여자 보안관 한나(케이트 마라)는 자신을 무시하는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 노력한다. 라이자를 찾던 애디슨은 라이자와 제이, 제이의 부모, 제이를 찾으러 온 한나를 인질로 잡은 채 살 떨리는 저녁식사를 시작한다.
<아나토미> <카운터페이터> 등 꼼꼼하게 필모그래피를 다져온 슈테판 루조비츠키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라는 것을 굳이 감안하지 않더라도 <데드폴>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영화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캐나다 퀘벡의 아름다운 설원이 영화 안에서 충분히 쓰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설원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에 은근히 기대해볼 법한 서늘한 분위기나 생경한 이
국경을 향해 <데드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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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은빛날개의 마술사>(이하 <마술사>)에서는 ‘검은 조직’이 개발한 약을 강제로 먹은 뒤 어린아이의 몸으로 살아가게 된 천재 탐정 남도일(강수진)-코난(김선혜)과 그의 숙적 괴도 키드가 다시 한번 불꽃 튀는 두뇌싸움을 벌인다. 이번에 괴도 키드가 노리는 물건은 ‘운명의 보석’이라 불리는 사파이어로, 유명 여배우 연주리가 무대 위에 오를 때마다 착용하는 값비싼 보석이다. 라이벌을 잡기 위해 코난은 직접 공연장에 잠복하지만,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간발의 차이로 또다시 키드를 놓치고 만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보석을 지켜준 코난 일행을 개인 별장으로 초대한 연주리가 비행기 안에서 의문의 살해를 당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비행기를 운전하는 기장과 부기장 역시 의식을 잃어, 코난 일행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마술사>는 명탐정 코난의 극장판 시리즈 중 여덟 번째 작품이자 2004년 이래로 현재까지
괴도 키드와의 두뇌싸움 <명탐정 코난: 은빛날개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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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감독 박훈정 / 출연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송지효 / 개봉 2월21일
한국산 누아르 장르의 ‘멋진 신세계’를 열어젖힐 것인가.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 이 세 배우의 조합만으로도 <신세계>는 올 상반기의 가장 궁금한 영화 중 하나다. 국내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이 기업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경찰청의 강 과장(최민식)은 신입 경찰 이자성(이정재)에게 잠입 수사를 명한다. 그로부터 8년 뒤, 조직의 실세 정청(황정민)의 오른팔로 성장한 이자성은 골드문의 후계자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경찰의 ‘신세계 작전’을 완수해야 한다. 언제든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아군과 어느덧 가족이 된 적 사이에 서 있는 남자의 마음은 어느 쪽으로 기울까. 선악 구도가 명확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전력질주하는 남자들의 이야기에 강점을 보여온 ‘작가’ 박훈정과 <신세계>의 ‘감독’ 박훈정은 어떻게 다를지도 관전 포인트다.
[Coming Soon] 아군과 적의 사이에서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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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는 ‘악은 스스로 생각할 능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생기는 것’이라는 한나 아렌트의 그 유명한 ‘악의 평범성’ 개념이 탄생하는 과정을 과장없이 차분한 연출로 보여준다.
철학자가 생각하는 모습이 과연 영화로 시각화될 수 있을까? 마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과 배우 바버라 수코바가 이를 해냈다. 폰 트로타의 신작 <한나 아렌트>가 1월10일 독일 언론에 공개됐다. 폰 트로타 감독은 전작들을 통해 로자 룩셈부르크, 구드룬 엔슬린, 힐데가르트 폰 빙엔 등 자신의 시대를 치열히 살아낸 여성인물들을 영화로 그려낸 바 있다.
영화는 담배를 피우며 번민과 사색에 빠진 한나 아렌트(1906~75)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반부터 롱테이크 장면을 할애한다. 카메라는 아렌트가 혼자 생각에 몰두해 있는 영민한 표정의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따라간다. 사건과 사건 사이, 대사 없이 고뇌하는 아렌트의 오랜 ‘침묵’은 내레이션이 없음에도 관객으로 하여금 생
[베를린] 사유의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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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진실의 경계에 선 남자가 있다. 이혼했지만 사랑하는 아들이 있기에 행복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퍽 즐거워 보이는 유치원 교사 루카스(매즈 미켈슨)가 바로 그다. 다정하고 선량한 인물이라 평가받던 그는 친구의 딸이자 자신이 근무하는 유치원의 원생인 클라라(아니카 베데르코프)의 거짓말 때문에 아동 성추행범으로 몰린다. 사실이 아니라고 루카스는 항변하지만 친구와 동료 그리고 애인까지 모두 그를 외면하기 시작한다. 외면은 곧 폭력으로 이어지고 루카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더 헌트>는 진실이라는 탈을 쓰고 올바르고 합당한 척하려는 열망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처참하게 짓밟을 수 있는지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한 점의 의심도 하지 않는 오만과 그 오만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고 정의라 치부해버리는 섬뜩함은 한 남자의 인생뿐만 아니라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진실마저 난도질한다.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는 과정은 이 영화의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는 과정 <더 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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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번방의 선물>은 웃기고 울리는 본격 최루 코미디다. 착하고 슬프며 참으로 동화답다. 배우 류승룡이 원톱으로 거뜬히 바보 연기를 선사하고, 한국영화의 든든한 허리를 담당하는 오달수, 김정태, 박원상, 정만식, 김기천 등 흥행조연들이 수감자 삼촌들을 맡았다. 대사 없이 모아놓기만 해도 웃음이 상상되는 조합이다. 건강하고 영특한 박신혜(성인 예승)의 예상 밖의 등장도 반갑다. 여기에 아역배우 갈소원(어린 예승)의 천진하고 명랑한 연기가 엮였다. 감방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주 배경으로 하지만 바보, 아이, 유괴, 강간, 살인, 종교, 그리고 재판과 사건의 재구성 등 흥행코드들을 모두 모아놓았다. 2시간이 조금 넘는 긴 러닝타임은 법정과 교도소,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편집 속에서 관객을 울고 웃기며 물처럼 흘러간다.
<각설탕> <챔프> 등 감동드라마를 만들어온 이환경 감독이 이번에는 바보 아빠와 천사 딸의 따뜻한 사랑을 담은 휴먼코미디를 선보인다.
1월의 크리스마스 선물 <7번방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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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몬스터호텔> 빈 방 있나요?
[헌즈 다이어리] <몬스터호텔> 빈 방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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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을 보면 뽀로로가 썰매에 막대사탕을 넣자 썰매가 부스터를 단 것처럼 속력을 내는데요. 현실에서도 막대사탕을 에너지로 쓸 수 있을까요?
A. 울던 아이도 신들린 것처럼 엉덩이를 흔들게 만든다는 펭귄 뽀로로라면 막대사탕이 아니라 팥으로 석유를 만든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정말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처럼 막대사탕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면 대체에너지 분야에 한획을 그을 사건이지 않을까요.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혹은 뽀통령이기에 가능한 다소 엉뚱한 상상에 가까워 보이지만 현실에서도 가능한 이야기인지 알아봤습니다. 해답은 저 멀리 삼바의 나라 브라질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요. 현대 자동차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브라질의 자동차는 대부분 혼합연료인 에탄올을 사용하는데 이 에탄올이 사탕수수를 발효시켜 만든 에탄올에 석유를 혼합한 것이라고 하네요. 뽀로로의 썰매가 에탄올을 사용할 수 있다면 크레파스 맛이 난
[cinepedia]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을 보면 뽀로로가 썰매에 막대사탕을 넣자 썰매가 부스터를 단 것처럼 속력을 내는데요. 현실에서도 막대사탕을 에너지로 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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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잭 리처>의 잭 리처씨, 벌써 몇 번째 한국 방문이신가요?
=벌써 6번째군요. 하도 많이 와서 서울이 지겨워 이번에는 부산에 갈 생각입니다.
-정말 한국 사랑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이번에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한국어 광고를 직접 오려 오셔서 손에 쥐고 계시더군요.
=안녕하세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사실 이제 저도 좀 적당히 하고 싶은데 요즘 휴 잭맨이 너무 한국에 들이대더라고요. 그래도 휴 잭맨이 부산에는 안 가봤겠죠? 후후.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서 제가 나온 잡지들 과월호도 좀 사고, 국제시장 깡통골목에서 풀빵도 먹어볼 생각입니다. 그러니 아직은 제가 1등입니다. 잊지 말아주세요.
-원작에서 잭 리처는 190cm 가까운 장신의 거구로….
=그만하시죠.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중요한 건 키가 아니라 비율입니다. 가령 당신처럼 머리가 큰 사람은 키가 2m는 돼야 하죠.
-죄송합니다. 그건 뭐 원작이 그렇다는 얘기니 너무 노여워 마시고요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장르는 ‘예비군 액션’, 맞짱 함 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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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라이프 오브 파이> 영리한 놈이었어
[정훈이 만화] <라이프 오브 파이> 영리한 놈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