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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한마디도 신중히 골라 천천히 운을 뗀다. 그만큼 무게감도 다르고 표현 곳곳에 진심이 묻어난다. 우수상 당선자 김소희씨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씨네21> 객원기자로 일하는 동안에도 주변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다. 매번 가명으로 영화평론상에 응모했다는 그녀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도전이라고 했다. 설사 이번에 되지 않았더라도 또 응모했을 거라고 한다. 당선을 위해 글을 쓴 건 아니지만 기회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라는 그녀의 대답에는 어떤 결연한 의지가 묻어 있었다.
-축하한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
=처음 연락받은 날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며칠 지나고 차분해지고 나니 걱정도 되고 두려운 맘도 생기더라. 스스로 글에 대한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세번을 응모했지만 매번 가명이라 본인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겠다.
=연속해서 떨어지니 높은 벽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있고, 긴 글을 써보고 싶은 욕구가
지치지 않고 글을 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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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최민입니다.” 수상자와 연락이 되지 않아 난감해하고 있을 때 박소미씨에게 연락이 왔다. 쑥스럽고 민망해 가명으로 응모했단다. 박소미씨는 지난해에도 영화평론상에 응모해 최종심사까지 올랐었다. 이후 <씨네21> 객원기자로 일하는 등 <씨네21>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올해부터 영상원 전문사에 입학해 학업에 정진하고 있는 젊은 재원이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글을 쓴다는 그녀에게서 즐기는 자의 활력이 느껴졌다.
-두 번째 응모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있나.
=처음부터 두번까지는 응모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본명으로 내고, 안 되면 두 번째는 가명으로 내려고 했다. 솔직히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 오히려 지난해 응모할 땐 지아장커와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가 너무 좋아 단번에 썼던 글이라 내심 기대했었다. (웃음) 올해는 좀더 신중했던 것 같다. 지난해 봤던 영화 중 마음을 흔들었던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하면서 떠오
‘색깔 있는 글’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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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후드>에 대한 경탄은 감독과 배우가 조용히 공들인 서사 바깥의 시간에 맞춰진다. 이는 감독이 리처드 링클레이터라는 점을 염두에 둘 때 새삼스럽다. 링클레이터는 이미 배우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작업 방식으로 유명하다. 허구의 인물인 메이슨과 배우 엘라 콜트레인의 성장은 영화의 상영과 동시에 일어나며 상영이 끝난 뒤 남는 것은 한편의 다큐멘터리다. 픽션과 메이킹 필름을 동시에 보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보이후드>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한데, 영화 외적인 것이 영화 내적인 것을 초과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이후드>의 내적 서사와 외적 서사의 관계를 좀더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링클레이터는 매년 15분 분량을 촬영했다. 15분이라는 시간은 1년에 해당하는 365일을 프레임 수인 24프레임으로 나눈 숫자다. 그러므로 <보이후드>의 15분이라는 시간은 축약된 1년이다. 이런 제작 방식은 매
<보이후드> 어떻게 소년은 영화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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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슨의 얼굴은 정직하다. <보이후드>에서 그의 얼굴은 개인의 역사가 기록되는 영화적 공간이다. <보이후드>에 대한 지지는 우리가 잃어버린 영화 속 얼굴에 대한 향수이기도 하다. 기술의 발전으로 한편의 영화에서 배우의 현재 모습과 노인이 된 모습을 동시에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대신 슈퍼히어로 시리즈가 멀티플렉스를 지배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감독이 아니라) 영화 산업과의 공고한 관계 속에서 (늙지 않을 뿐 아니라) 불멸하는 캐릭터를 목도하게 되었다. 히스 레저의 죽음 이후에도 조커의 영화는 계속된다. 이곳에서 대체 불가능한 것은 배우의 얼굴이 아니라 캐릭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여전히 얼굴의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다. <홀리모터스> <맵 투 더 스타> <언더 더 스킨>은 동시대 얼굴에 관한 서로 다른 세개의 영화적 사유이다.
<홀리모터스>에서 오스카(드니 라방)의 연기는 출근 전과 퇴근 후에도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마주한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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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회를 맞이했다. 때마다 유령처럼 되살아나는 ‘비평의 위기’라는 풍문 속에서도 참 잘 버텨왔다. 1996년 1회 영화평론상을 시작으로 매년 한두명씩의 새로운 목소리를 만났고 새삼 되돌아보니 적지 않은 수의 평론가를 배출했다. 미지와의 대면을 피하지 않고 자신을 끝까지 몰아붙이며 비평의 장을 개척해온, 평론가들의 비타협적인 기질에 우선 감사를 보낸다. <씨네21>을 중심으로 활약했고, 활약 중인 여러 평론가들은, 우리는 물론 한국영화계에도 소중한 선물이다. 이제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올해의 당선자들을 소개한다. <씨네21>이 제공하는 것은 평론가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과 소통의 장이다. 젊은 평론가들의 열정과 열망으로 이 공간이 더욱 활기를 띨 것을 기대하며 그들의 첫걸음을 전한다.
심사평
먼저 밝혀야 할 사실이 있다. 올해 영화평론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각각 수상한 최민과 이우호는 모두 가명이었다. 알고보니 그 주인공은 바로
진심 어린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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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은 김성제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2013년 6월에 촬영을 마쳤으니 개봉(6월24일)까지는 꼬박 2년이 걸렸다. 그간 영화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이 떠돌았다. 그중 가장 크게 회자된 건 대략 이렇다. 영화 속 철거민 투쟁이 마치 2009년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하고 이에 부담을 느낀 당시의 배급사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개봉을 차일피일 미루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영화의 운명은 알 길 없고, 풍문만 무성했던 <소수의견>은 얼마 전 시네마서비스로 배급사를 옮기며 개봉까지 급물살을 탔다. 개봉 전부터 혹독한 감독 데뷔전을 치르며 속이 새까맣게 탔을 김성제 감독을 만났다. 그의 말을 통해 <소수의견>이 어떤 영화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개봉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축하한다.
=도시 재개발을 다룬 이 영화가 꼭 재개발의 기나긴 투쟁사를 닮은 것 같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웃음) 무엇보다도 관객이 재밌게 봐주면 좋겠다.
“‘염치란 무엇인가’를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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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제 감독의 데뷔작 <소수의견>(2015)이 촬영을 끝낸 지 2년 만에 정식 개봉(6월24일)한다. 손아람 작가의 동명 소설 <소수의견>을 원작으로 하는 법정 드라마다. 영화는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서울 북아현동 재개발 현장에서 두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에서부터 시작한다. 이후, 사건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려는 변호사들의 진득한 법정 공방이 이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소수의견>을 미리 살펴봤다. 그리고 김성제 감독을 직접 만나 개봉을 앞둔 심정과 영화의 안팎을 둘러싼 이야기에 대해 들어봤다.
<소수의견>은 픽션이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를 두고 굳이 픽션이라고 재차 말하는 건, <소수의견>에 대한 보다 열린 해석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다. <소수의견>은 개봉 전부터 2009년 1월에 실제로 벌어진 ‘용산참사’에 바탕한 영화, 보다 나아가서는 실화에 근거한 영화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시감을 느낀다면 당신도 이 구조의 일부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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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바이닐스(Young Vinyls)는 러브 존스(Luv Jones) 레코드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3인조 힙합팀이다. 눈치 빠른 이라면 팀 이름에서 이미 이들의 음악을 예상했을 것이다. ‘젊은’과 ‘LP’라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은 일단 이들이 젊다는 사실, 하지만 전통을 중시하는 음악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준다. 실제로 이 앨범은 요즘 주류 힙합과는 다른 사운드로 가득 차 있다. 자극적인 미디 사운드 대신에 느릿하고 둔탁한 드럼 비트가 연이어지고 리리컬 스크래치가 작렬한다. 미국 힙합을 오랫동안 좇아오지 않았다면 알아들을 수 없는 이름이나 인용구도 대거 등장한다. 이 위에서 영 바이닐스가 내내 드러내는 건 ‘90년대 황금기 힙합’에 대한 존경심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의욕과 패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랩은 요즘의 수많은 래퍼-워너비가 간과하고 있는 ‘리듬’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으며, 간간이 구사하는 ‘팀플레이’는 흡사 ATCQ나 주라식 파이브(Jurassic
[마감인간의 music] 힙합에 대한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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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배신. 돈과 성공에 대한 열망. 그리고 모든 것을 구원해줄 것 같은 한 아름다운 여성.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보면, 장면마다 조롱과 구역질을 동시에 유발하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를 그토록 좋아하는 걸 보면 확실히 나는 구제불능의 남성주의자인 게 분명하다. 맨 처음 국내에서 개봉했던 1985년 명보극장 상영에서부터 VHS, DVD를 거쳐 연말이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있었던 상영에 이르기까지, 양질의 새 영화들을 제쳐두고 이 영화를 계속 챙겨보는 것은 확실히 건강한 영화감상은 아닐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약간의 변명의 여지가 있긴 하다. 1984년 개봉 이후 이 영화에는 수많은 판본들이 지금껏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디렉터스 컷’으로 알려진 지난 2012년 판본에 이어서 최근에는 손실됐던 나머지 5분여의 러닝타임마저 복원됐는데(상영시간 251분) 이쯤 되면 이제 이걸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가 완결
[황덕호의 시네마 애드리브] 상상 속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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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주민들의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밀양 아리랑>이 개봉지원을 위한 소셜 펀딩을 시작했다. 메르스 피해로 인해 개봉은 7월16일로 미뤄졌지만 모금은 예정대로 7월2일까지만 진행한다.
주민들은 2008년 7월 이후부터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농성했지만 결국 2014년 6월11일 밀양엔 765kV 송전탑이 세워졌다. 주민 26명 기소, 2억여원의 벌금 등 10년간의 싸움은 밀양 주민들의 패배로 일단락되었으나 이들은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박배일 감독은 밀양 주민들의 외침을 카메라에 담아 <밀양 아리랑>을 만들었다.
텀블벅과 7월2일까지 765시간 동안, 765명의 후원인과 후원단체를 모아 <밀양 아리랑>의 개봉지원금으로 사용한다. 후원에 대한 감사 표시로 후원인들의 이름을 적은 대형 배너를 <밀양 아리랑>이 상영될 인디스페이스에 걸고, 3만원 이상 후 원인들은 개봉 첫주에 진행할 ‘땡큐 상영회’에 초청할 예정이다.
[인디나우] 765의 악몽, 765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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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지나간다. 80마일의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저 모래 풍경들과 같이 다 지나갈 것이다. 첫사랑의 여자가 지나갔듯이, 청춘이 멍에 같은 가난한 고향을 둔 죄로 동생을 뒷바라지하는 사이 지나갔듯이, 그 멍에를 지나서 고생했던 3년이 고국의 불타오른 부동산 바람에 공허히 지나갔듯이, 앞날도 그렇게 지나가리라, 고 생각하니 못 견딜 일이 없었다”고 신경숙은 <풍금이 있던 자리>에서 썼다. 그의 심경이 딱 저러할 것이다. 지금의 논란도 적당히 다 지나갈 것이라 생각하면, 창비가 지금보다 더한 변명을 둘러대건, 미시마 유키오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건, 결코 못 견딜 일이 없을 것이다. 같은 대목에서 이렇게도 덧붙였다. “다가와서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 침묵하기로 했으므로….” 어쩌면 신경숙 작가야말로 ‘아몰랑’ 화법의 원조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헤밍웨이, 포크너, 샐린저 등 18인의 유명 작가들의 작법을 분석해 쓴 <거장처럼 써라>에서 저자 윌리엄 케인은 ‘모
[에디토리얼] 거장처럼 베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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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성난 화가> <뷰티 인사이드>
뮤직비디오
2015 박재범 <몸매>
2012 BAP <POWER>
2009 아이비 <터치미> 외
걸어다니는 타투 도감이랄까. 손등에는 음영감이 돋보이는 여인의 얼굴이, 양팔에는 꿈틀대는 용의 문양이. 보이는 곳은 죄다 타투다. “내 몸에 타투 하나 없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몸에 타투를 그릴 수 있겠나. 샤워할 때마다 타투를 보며 아쉬운 부분을 찾고 다음 작업에 반영한다.”(에르난) “내게 직접 타투를 그려넣으면서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다. 타투를 받을 때는 정말 아픈데 끝나고 나면 묘한 쾌감이! (웃음)”(모글리)
에르난과 모글리. 두 사람은 2003년부터 ‘타투이즘’이라는 팀으로 활동 중인 전문 타투이스트다. 한국타투인협회 회장인 에르난과 그의 제자이자 동료인 모글리는 타투 숍을 운영하며 이효리, 아이비, 박재범 등의 뮤직비디오와 화보 작업 때 페이크 타투(fa
[STAFF 37.5] “타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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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준상의 매니저로 일주일쯤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공란을 찾을 수 없는 스케줄 관리 수첩에 빼곡히 일정을 기록하다가 아마 배우보다 먼저 피곤함을 토로하게 되진 않을까. 워낙에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로 유명하지만, 사실 유준상의 대단함은 열정의 강도가 아니라 열정의 꾸준함에 있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찍는 동안에도 뮤지컬 <로빈훗>과 <그날들>의 무대에 올랐고, ‘J N Joy 20’(유준상이 20살 어린 기타리스트 이준화와 결성한 밴드)의 세 번째 앨범을 발매했다. 드라마가 끝나자 영화 <성난 화가>의 홍보에 돌입했다. 강우석 감독의 신작 <고산자, 대동여지도>에도 캐스팅돼 일찌감치 차기작을 결정했다. 올해로 배우로 데뷔한 지 20년. 언제나 젊음, 유준상의 최근을 들여다봤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을 병행하며 일한 지 5년이 넘었다. 가끔은 ‘내가 너무 무리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진 않나.
[유준상] 꾸준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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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프랜차이즈에 승선했다. 소감은.
=이 영화를 보고 자랐다. 11학년 아니면 12학년이었을 거다. 나에게는 <스타워즈>보다도 <터미네이터>가 위대한 SF영화였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존 코너와 터미네이터를 동시에 연기한다.
=각본가들이 정말 훌륭했다. 그들은 각본뿐 아니라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백과사전을 만들어냈다. 캐릭터의 백스토리도 만들었고, <터미네이터>라는 세계에 대해 자세히 분석했다. ‘존 코너는 그냥 나쁜 사람인가?’ ‘다음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답이 모두 그 안에 있었다. 8분 길이의 트레일러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내용이 영화에 담길 거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와의 호흡은 어땠나.
=그는 모든 것을 이룬 사람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언제나 같은 질문을 한다. 어떻게 여행 가방을 꾸리냐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는 정말 단출한 가방을 꾸리는 사람이라서 놀랐다. 갈아입을 옷 몇벌과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스타워즈>보다 <터미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