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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의식적으로 선긋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만드는 사람 스스로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거 아닐까.” 독립영화가 무엇인지 묻는 우문에 대한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의 현답이다. 다양성, 저예산, 예술영화 등 여러 용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편의상 자의적으로 용어를 섞어 쓰는 사이 감내해야 하는 첫 번째 불편은 독립영화의 테두리가 모호해진다는 점이다. 하도 여기저기 ‘독립’ 두 글자를 필요할 때만 가져다 쓰다 보니 진짜 독립영화가 무엇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서독제를 가보면 된다. 사실 영화제만큼 확실하고 선명한 노선을 드러내는 집단도 드물다. 한해의 경향부터 장기적인 방향까지 쌓여온 시간들이 기록으로 증명된다. 오늘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겹쳐만들어진 서독제는 그 단단한 결기로 뭉치고 연대하며 독립영화의 어제와 오늘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11월27일부터 12월5일까지 9일간 개최
‘어떻게 만들까’에서 ‘어떻게 보여줄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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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리고 있는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식당을 차리기 전까지는 떠돌이 요리사로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에 내 레시피를 선보이는 것이 뭐 어떤가요. 먹는 사람이 맛있다면 된 거 아닐까요. 전 떠돌이 요리사로 지내는 게 즐거워요.” <은하해방전선>(2007),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2010), <도약선생>(2010)으로 독특한 윤성호식 세계관을 만들어낸 윤성호 감독의 이후 행보는 다소 뜻밖이었다. 영화감독이 시트콤(<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을 연출하겠다고 했을 때 세상은 조금 시끌시끌했다. 그 뒤 윤성호 감독은 차례로 웹드라마 <출출한 여자>(2013), <썸남썸녀>(2014), <출중한 여자>(2014)를 연출했고, 대중은 그가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든 더이상 의아해하지 않게 됐다. 윤성호식 “레시피”가 대중의 입맛에 맞은 모양이다.
-그런데 왜 “떠돌이 요리사”를 자처하나.
=2000년대 영화계는 나쁘
영화계라는 생태계에서 건강히 생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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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이 ‘독립영화의 조상을 찾아서’인가? 이런 인터뷰를 하려면 머리 희끗한 그런 사람을 찾아가야지 이렇게 젊은 날 찾아오면 어떡하나. 내가 비록 머리는 하얗지만 이거 조금 버텼다고 벌써부터 원로 취급이라니 억울하다.” 포장이 거창하다며 투덜댔지만, 이송희일 감독이 지금껏 밟아온 길이 한국의 독립극영화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독립영화 창작자 인터뷰를 하는데 “왜 또” 자신을 찾아왔느냐는 타박 아닌 타박의 한편엔 쓸쓸함도 묻어 있다. “외롭고 지겹다. 처음 나와 같이 영화 시작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독립영화를 떠났다. 영화감독이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는 건 결국 자기증명을 놓아버린 게 아니겠나. 젊은 감독들은 많지만 남아 있는 또래 감독이 이젠 거의 없다.” 그의 말대로 십여년 이상 독립영화 한길만을 오롯이 걸어온 창작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송희일 감독이 소속돼 있던 영화창작집단 ‘젊은영화’의 구성원들 중에서도 이송희일 감독이 가장 늦게 영화 연출을 시
어떻게 관객을 모을까, 마케팅에 눈뜰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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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당의 2014년 3월 집계에 따르면, 지금 한국에서 ‘독립영화를 상영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스크린 수는 모두 60개다. 이 통계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을 받는 영화관과 영진위의 지원은 받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예술영화관이라고 인식되는 영화관들(대표적으로 씨네큐브), CGV의 다양성영화관 무비꼴라쥬, 롯데시네마의 예술영화관 아르떼, 그리고 독립영화전용관을 모두 합한 것이다(집계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다. 영진위의 지원을 받는 영화관만 집계하면 25개이며, 최근 결과가 발표된 2014년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을 기준으로 20개다). 그렇다면 이 스크린들에서 한국 독립영화가 상영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독립영화를 상영할 가능성이 있는 스크린’은 2013년 말 기준으로 전체 스크린 2184개의 2.7%다. 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가 20%인 것을 감안해보면, 독립영화가 상영될 가능성은 전체 스크린 수 대비 0.5% 이하인 셈이다. 독립영화 관
0.5%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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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에선 한 뭉텅이의 명함이 쏟아졌고, 입에선 속사포 랩과 다를 바 없는 대구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명함을 뭘로 드릴까요? 영화계 명함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국숫집 명함 하나 드릴까? 만복국수가 현업입니다. 그들(아마도 박근혜 정부)이 ‘시장으로 가라’ 해서 시장으로 갔고, 잘 벌고 있습니다.” 국숫집 사장님으로부터 명함을 받고서야 독립과 가난, 두 단어가 꼭 쌍으로 붙어다니라는 법은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대구 동성아트홀,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에서 탈락하다
“망하니까 (날) 찾네.” 면목 없지만 그의 말이 맞다. 남태우 대구동성아트홀 프로그래머는 최근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나는 친박이다-시즌3> 32회 ‘문성근의 민주집권 대망론’ 편에서,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6개월째 월급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형편이 걱정됐다. 악덕 극장주가 돈을 떼먹어서가 아니다. 동성아트홀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2014년 예술영화전용관 운영 지원 사업’
문화로 시작해 문화로 끝내는 방법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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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일,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 심사 결과가 나왔다. 독립영화인들의 오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힘빠지는 결과였다. 지원 사업에서 탈락한 대구 동성아트홀의 남태우 프로그래머에게 먼저 괜찮냐고 물었다. 그는 지난 4월부터 월급을 못 받고 있다고 했다. <송환> <워낭소리>를 배급한 인디스토리의 곽용수 대표,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서울독립영화제의 조영각 집행위원장, 20년간 독립영화감독으로 살아온 이송희일 감독에게도 차례로 안부를 물었다.독립영화라는 땅이 더 비옥해질 수 있도록 10년 이상 힘써온 4인의 독립영화인들에게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는 곧 현재의 독립영화가 짊어지고 있는 근심과 걱정일 것이다. 물론 깨달음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독립영화 영화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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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경희대 연극영화학과 연출 전공으로 동국대 영상대학원에서는 이론을 전공했다. 단편영화를 대여섯편 찍었고 <인사동 스캔들>(2009) 제작 초기 연출부 막내로 들어가 일하던 중 제작이 무산되어 나온 경험도 있다. 영화는 한참 뒤 새로운 스탭을 꾸리면서 완성됐다. <씨네21> 영화평론상은 2011년, 2012년 최종 본선까지 올랐다. 수상자 발표 심사평에도 내 이름이 언급됐었기에 좌절이 컸다. (웃음) 작품비평과 이론비평 모두 미국영화로 결정하는 게 전략상(?)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솔직하게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에 대해 써보자고 생각했다.
-연극 연출가로도 데뷔했다고.
=지난해 연극 <거짓말 게임>을 연출하며 데뷔했는데, 처음에는 희곡만 쓰고자 했다가 제작사인 ‘블루 바이씨클’ 대표이기도 한 김준삼 교수가 ‘하는 김에 연출까지 할래?’ 권유하셨다. (웃음)
-그들 영화와 감독을 선택한 구체적인 이유는 뭔
“직관을 합리로 풀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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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가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을 확신하며 조르주 멜리에스를 낭만적으로 소환한 <휴고>(2011)와 몇몇 다큐멘터리를 제외하면, 공교롭게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한 마틴 스코시즈의 근작 세편은 모두 본질과 허상의 괴리가 파생하는 긴장을 담고 있다. <디파티드>(2006)는 갱단에 위장 잠입한 경찰이 정체성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누아르이고 <셔터 아일랜드>(2010)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내면 탐방기를 스릴러로 풀어낸 작품이다. 두 영화에서, 자아를 잃은 주인공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끝없는 투쟁을 벌인다. 부재와의 투쟁은 애초에 승리할 수 없는 싸움이다. 허상을 적으로 상정한 캐릭터의 서사는 패배로 끝날 수밖에 없다. 스코시즈는 장르적 쾌감에 한껏 공을 들여 관객을 몰입시킨 후, 캐릭터의 패배를 고스란히 함께 맛보게 한다. 동일시를 통한 열패감의 전달은, 개인의 희생을 종용하는 사회 시스템에선 누구나 실패의 가능성을 짊어졌음을 깨닫게 한다.
무알코올맥주에 취한 시대를 위무하는 마틴 스코시즈의 해장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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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작은 예년보다 많은 수의 112편이었으며, 예심을 거쳐 그중 11편이 본심에 올랐다. 본심은 변성찬, 송효정 영화평론가와 이영진 <씨네21> 편집장이 맡았다. 특정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주목할 만한 쏠림 현상이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치열한 대결을 요하는 대상영화의 부재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베를린>까지의 1기 류승완 영화의 궤적과 한국영화 세대론을 살펴보는 작가론이 본심에 2편이 올라왔다는 점이다. 올해 특히 한국영화 감독론이 상대적으로 적었음을 감안할 때 주목할 만한 현상이었다. 마틴 스코시즈, 조너선 글레이저, 소노 시온, 제임스 그레이, 마이클 만에 대한 장르론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지금 왜’ 그 작가, 그 장르인가에 대한 치열한 내적 고민은 부족해 보였다.
심사평
최종적으로 박소미, 김명기, 송아름, 김수씨의 글에 주목했다. 각 글이 지닌 미덕이 단점을 능가할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최우수상 선정에 주저하게 되
성실함과 명징함에서 발견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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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한국 남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내가 왕년에(잘나갔지)…”, “내가 누군지 알아!” 술 취하지 않은 여성 버전은 “내가 소싯적에(예뻤지)…”쯤 될 것이다. 술 없이도 이 표현을 좋아하는 부류가 있다.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에게 “내가 누군지 알아!” 소리치며 매운 라면을 대령하라는 대기업 임원이 그런 경우다. 아니, 술과 성별과 무관하게 그리고 굳이 내뱉지 않아도 속으로 이 말을 다짐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내가 누군지 알아!”는 분석할 만한 국어다. 모르는 사람이 길 가다가 이렇게 묻는다면? 여러 가지 반응이 가능하다. “모르겠는데요.” “내가 어떻게 알아?”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알아야 돼?” “자기도 모르는 걸 왜 남한테 물어봐?” “바쁜데 비키세요.” “아, 고민이세요? 저도 요즘 그게 문제거든요.”
문제는 이 상황이 폭력을 동반할 때다. 몇년 전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 두명이 술에 취해 생면부지의 타인을 구타하면서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심
[정희진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내가 누군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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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적한 새벽에 채널을 돌리다 일본 선술집을 순례하는 프로그램에 멈췄다. 팔각기둥 형태의 갈색 컵을 발견한 출연자가 연신 ‘쇼와 시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어릴적 중국집에 가면 미지근한 보리차를 담아 내오던 바로 그 컵이었다. 얼마 전엔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트위터에서 ‘쇼와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그리워할 물건 50선’을 링크한 것을 보고 덩달아 향수에 젖기도 했다. 변신필통과 로켓펜슬, 보석캔디, 물탱크 속의 작은 고리를 수압으로 밀어올리는 장난감 등 대부분 낯이 익었다. 나야 한국인이니 일본 천황의 연호로 시대구분을 할 이유가 없고, 버블경제 붕괴 이전의 좋았던 시절로 쇼와 시대를 그리워하는 일본인의 정서와도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수년의 시간차를 두고 한국에서도 유행한 그맘때의 문물을 구경하다보면 유년기 추억의 원조를 발견하는 기묘한 기분에 빠져들게 된다.
어쨌건 지금은 <TV도쿄>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시즌4가 한국의 케이블 채널
[유선주의 TVIEW] 그가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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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신(神)과 천하의 몹쓸 악인 사이. 루크 에반스의 얼굴을 보고 누군가는 선한 의지를 읽고 누군가는 악한 기운을 읽는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에서도 루크 에반스는 상반된 얼굴을 연기한다. 이 영화에서 그는 비정한 전사이고 왕이며,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이다. 악마와 어둠의 거래를 한 뒤엔 인간의 피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드라큘라가 된다. 엄청난 힘을 얻은 대신 저주의 굴레에서 평생 고통을 맛봐야 하는 드라큘라는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 이후 끊임없이 변주되어 되살아난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인물이다. 루크 에반스는 “드라큘라를 연기한 수많은 배우들을 떠올리며 ‘이건 엄청난 도전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전형에 갇힐 필요가 없었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블라드 공작이 어떻게 드라큘라가 되었는지, 그 “기원”을 짚어가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굳이 벨라 루고시(<드라큘라>(1931)), 크리스토퍼 리(<드라큘라
[루크 에반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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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영화’ 하면 떠오르는 특징이 있다. 요란스러운 춤과 노래, 긴 러닝타임, 종교와 문화적 가치관에 따른 암묵적인 제약들이다. 이러한 특징과 제약들은 인도영화만의 개성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다 넓은 관객층을 공략하는 데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은 이색적인 영화 한편이 등장했다. 바로 영화 <칵테일> 감독 호미 아다자이나가 연출한 작품으로 오는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관객을 만날 예정인 <파니를 찾아서>다.
<파니를 찾아서>는 인도 고아주에 위치한 가상의 마을 포코림을 배경으로 한다. 늙은 우체부 퍼디(나스루딘 샤)에게 한통의 편지가 반송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편지는 퍼디가 46년 전 결혼을 다짐하며 파니에게 보낸 연서였다. 평생 파니를 사랑한 퍼디는 자신이 거절당한 줄로만 알고 실의에 빠져 홀로 고독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그 편지가 정작 파니에게 전달된 적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델리] 인도영화, 어디까지 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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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투자배급사 ‘NEW’와 NEW의 자회사인 ‘콘텐츠 판다’에서 해외업무를 담당할 경력사원을 모집한다. 3년 이상/6년 이상. 10월9일까지 이메일(newinsa@its-new.co.kr) 원서접수. 입사지원서 다운로드 및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itsnew.co.kr) 참조.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에서 아트나인 서포터즈 ‘아트나이너’ 모집. 자기소개서 1부, 다양성영화 중 최근작에 관한 리뷰 1편과 아트나인 극장에 관한 장단점을 10월9일(목)까지 art_nine@naver.com으로 접수하면 지원이 완료되며, 합격자는 추후 공지된다. 자세한 활동내용은 http://cafe.naver.com/minitheaterartnine 참고.
*11월6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온라인 홍보단을 모집한다. 아시프(AISFF) 온라인 홍보단은 SNS, 블로그를 활용하여 영화제를 알리는 활동을 하며, 영화제 행사 초대 및 기념품 지급, 수료증 발급 등의 혜택이
[소식]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에서 아트나인 서포터즈 ‘아트나이너’ 모집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