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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이자 영화연구자인 김소영 교수, ‘전영객잔’의 필자로서 한 시절을 보낸 그녀에 대한 독자들의 향수와 관심은 여전하다. 그사이 그녀는 김정이라는 감독명으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얼마 전엔 한국영화 연구서 <파국의 지도>와 영화평론집 <비상과 환상> 등 두권의 책을 동시에 출간했다. <파국의 지도>는 한국이라는 영화적 사태에 대한 통시적 영화연구서다. 한국영화의 시원(始原)에서 1960년대를 경유해 촛불집회의 대중 경험이 반영된 2009년 전후의 영화를 살펴본다. 평론집 <비상과 환상>은 최근 한국영화의 증상을 진단하는 예지와 같은 책이다. 통시적 연구 작업에서 가능한 문제 발굴과, 동시대적 작업인 비평에서 가능할 논평과 비전이 두 책을 넘나들며 대화처럼 엮여든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정에서 김소영 교수를 만났다.
-2000년대 대표 영화평론가다. 현장평론을 떠난 요즘 어떠한 아쉬움은 없나.
=일단 데드라인 없는 삶이 즐겁다
[김소영] 사라지는 것들을 불러모으는 트랜스 아시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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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가 11월5일 개봉한다. <인터스텔라>는 그가 우주로 시선을 확장해 만든 첫 번째 SF 영화다. 배우 및 스탭들이 참석한 캐스트 스크리닝에서 영화를 본 한 관계자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따스함과 스탠리 큐브릭의 명석함이 모두 담겨 있다”고 영화를 평했다. 이보다 더한 찬사가 있을까. 외신 인터뷰와 프로덕션 자료를 참고해 <인터스텔라>가 어떤 영화가 될지 미리 내다보았다. 크리스토퍼 놀란과 함께 우주여행을 떠나기 전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을 담았다.
1 스티븐 스필버그 정신으로 탄생하다
어쩌면 우리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터스텔라>를 볼 수도 있었다. 8년 전, 스필버그와 프로듀서 린다 옵스트 그리고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킵 손은 파라마운트 픽처스에서 <인터스텔라>를 준비 중이었다. 린다 옵스트와 킵 손은 로버트 저메키스의 <콘택트> 때 만나 인연을 다졌고, 킵 손은 린다 옵스트에게 ‘뒤틀린
[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의 우주선에 탑승한 당신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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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전설의 싸움꾼이었다는 자랑
속뜻 겨우 철이 들었다는 고백
주석 누구에게나 왕년이란 있어서 술자리 어디서나 무용담이 차고 넘친다. 내가 말이야, 고2 때 우리 학교를 평정했거든. 17 대 1로 싸웠는데 말이야, 공중으로 이단옆차기를 하면 추풍낙엽처럼 녀석들이 떨어졌지. 싸움꾼의 이야기는 월척을 놓친 낚시꾼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손가락만 했던 고기가 점점 커져서 급기야 낚시꾼 자신과 키를 다투듯, 싸움 이야기에서는 상대의 수가 점점 늘어난다. 하나가 셋으로, 셋이 다섯으로, 다시 일곱으로… 급기야 17 대 1로. 그런데 이상하다. 18 이상은 없다. 왜 그 숫자는 늘 17에서 멈추는 것일까?
17은 소수(素數)다.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눠지는 수를 소수라고 부른다. 2, 3, 5, 7, 11, 13, 17… 이 모두 소수다. 그건 하나만 알고 자기만 안다는 뜻, 남들과 공유할 무엇이 없다는 뜻이다. 이것은 매미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매미는 유충으로 땅속에서 오랜 기간을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십칠 대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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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 터너는 1940년대, 전쟁 중에 가장 인기 있던 ‘핀업걸’이었다. 이때는 관능미보다는 금발의 건강하고 예쁜 이미지가 더욱 강했다. 특히 클라크 게이블의 어린 파트너로 출연하며 만인의 상상 속 연인, 혹은 여동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가 반복됐다. 터너는 ‘예쁜 이미지’를 중단하고, 다른 역을 하고 싶었다. 제작자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이 영화만 우선 마치고”였다. 덕분에 돈은 제법 벌었지만, ‘배우’라기보다는 할리우드에 이용되는 인형 같았다. 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 발표된 작품이 바로 필름누아르의 걸작인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감독 테이 가넷, 1946)이다.
필름누아르의 팜므파탈
전쟁 이후 할리우드에서 가장 인기 있던 배우들은 대개 필름누아르의 팜므파탈들이었다. <이중배상>(1944)의 바버라 스탠윅, <길다>(1946)의 리타 헤이워드, 그리고 라나 터너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세 배우 모두 남자들을 적극적
[한창호의 오! 마돈나] 스캔들과 스크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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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이 넥스트 도어> The Boy Next Door
감독 롭 코헨 / 출연 제니퍼 로페즈, 라이언 구즈먼, 크리스틴 체노웨스, 베일리 체이스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클레어(제니퍼 로페즈)는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젊고 매력적인 남자 노아(라이언 구즈먼)에게 빠져든다. 격정적인 사랑의 감정에 휩싸인 그녀는 점점 더 노아를 향한 편집증적인 집착을 보이기 시작한다. <분노의 질주> <미이라3: 황제의 무덤>의 롭 코헨이 연출을 맡은 심리 스릴러물로 2015년 1월23일 북미 개봉한다.
[WHAT'S UP] <더 보이 넥스트 도어> The Boy Next 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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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제보자> 또 한 명의 제보자
[정훈이 만화] <제보자> 또 한 명의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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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룸>은 할리우드의 에이전시 시스템을 개발, 발전시킨 주역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세대별 스타(마릴린 먼로에서부터 브래드 피트까지, 1937년부터 1999년까지)와 당시 상황을 자세히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에이전시에서 가장 말단 직원들이 일을 시작하는 곳인 메일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다룬다. 저자 데이비드 렌신은 에이전트들의 이야기를 200여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주디 갈랜드가 극장 뒤 드레스룸에서 TV를 보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순간이라든지 마릴린 먼로가 데뷔할 즈음 매니저와 모종의 관계였으리라는 암시라든지 하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도서] 엔터테인먼트 세계의 숨은 주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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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컴은 쉽게 흥분한다.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머리를 더 써야 한다. 퍼거슨 감독은 PSV 시절 미리 내게 접촉해왔다.” 키가 크고, 몸집이 탄탄해 ‘캄펜의 바위’라 불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비수 야프 스탐이 2001년 자서전에 썼던 이 내용은 퍼거슨 감독의 심기를 건드렸다. 당시 비에이라 사전 접촉설로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던 퍼거슨 감독은 스탐을 라치오로 팔아버렸다. 웨인 루니 역시 2006년 자서전에서 에버튼 시절 호흡을 맞췄던 모예스 감독을 두고 “그가 나를 왕따시키고 내쫓았다.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고 묘사했다. 모예스 감독이 루니에게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서면서 영국 축구계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자기 자랑이 대부분인 보통의 축구선수 자서전과 달리 이들의 자서전은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쾌감이 있다.
최근 번역, 출간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자서전 <나는 즐라탄이다>는 스탐보다 과감하고, 루니보다 화끈하다. 스웨덴 출신의
[도서] 슛만큼 통쾌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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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 콘텐츠 이동훈 대표의 주무대는 한국과 미국이다. 그는 양국을 오가며 영화와 드라마를 공동제작하고 있다. 미국 CBS 스튜디오, 배우 대니얼 대 김이 설립한 제작사 3AD와 함께 제작하는 한국 드라마 <굿 닥터>의 리메이크작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고, <ABC>와 함께 제작하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리메이크작의 제작 총괄(EP)을 맡고 있다. 또한 배우 김남길의 소속사 스타제이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미국 드라마 <홈랜드>의 판권을 구매해 ‘한국판 <홈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 <연가: 포카레카레 아나>로 아시아 프로젝트마켓(APM)에 참여한 그를 부산 마켓에서 만나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연가: 포카레카레 아나>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지난해 10월4일 뉴질랜드 대사관의 소개로 뉴질랜드에서 감독과 작가로 활동하는 마이클 베넷을 소개받았다. 그때 <연가
[flash on] 뻔한 비즈니스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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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보러 갔다. 보트를 타고 먼 바다를 향해 두 시간을 달린 다음 10분 동안 고래 한 마리의 등판과 아주 멀리서 점프하는 고래 두 마리를 보고, 다시 한 시간을 달려 항구로 돌아왔다. 고래란 원래 그렇게 허무한 법이지, 그런 거야, 집에 앉아 <고래사냥>을 봐도 고래는 나오지 않아. 그런데 갈 때는 두 시간이었던 거리가 올 때는 어떻게 한 시간이 되었을까. 보트가 폭주하면 그렇게 된다. 그리고 폭주하는 보트는 파도를 가르며 앞으로 달리는 동시에 파도를 타며 위로 솟았다가 아래로 떨어지고… 나는 허리가 나갔다…. 그해 내 나이 서른하나, 고래가 보고 싶다면 한살이라도 어릴 때 보도록 하자.
<캡틴 필립스>를 보면서 왠지 짠하다 싶었더니 고래 관광의 추억이 생각나서였다. 신체에 뼈와 가죽만 존재하는 해적 네명이(그중 한명은 별명이 ‘갈비씨’인데, 넷이 모여 있으면 누가 갈비씨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모터 단 조각배를 타고 달리는데, 내가 다 허리가 아팠다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바다는 넓고 할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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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자매>는 미국 사진작가 니콜라스 닉슨이 1975년부터 2005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아내와 그 자매들을 모아 촬영한 장기 연작이다. 포트레이트인 동시에 몸과 옷차림에 스며든 시간을 기록한 이 작품에서 닉슨은 네 사람을 항상 일정한 순서로 세워, 세월에 따른 자매들의 미묘한 관계 변화까지 포착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보이후드>가 극장에 도착한 지금 말하자면 ‘시스터후드’?
9/2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에 숨어 있는 아담한 영화관에서 셰인 카루스 감독의 <업스트림 컬러>를 보았다. 미술관 입장권 외에 따로 티켓은 살 필요가 없다. 아무도 팝콘을 먹지 않으며 예의를 좀 차리는 분위기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스크린 아래쪽 벽에 있는 전원을 용케 발견한 관객이 휴대폰 충전기를 꽂아두고 착석하는 광경을 보고, 상당히 감명받았다. 알뜰한 눈썰미다. 컴퓨터의 한글 자막을 스크린에 겹쳐 띄우는 방식의 상영이었는데 도중에 자막이 한동안 실종되는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가난한 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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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필름 90주년 특별전’이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10월10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모스필름은 유럽에서 가장 유서 깊은 영화 제작사로, 소비에트 연방시대인 1924년부터 현재까지 3천편 이상의 영화를 제작했다. ‘러시아의 할리우드’라 불리는 모스필름은 현대적 영화 장비와 대규모 제작 환경을 갖춘 필름타운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총 10편,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모스필름을 대표하는 작품들이 선별됐다. 특히 모스필름을 상징하는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경우, <이반의 어린 시절>(1963), <안드레이 루블료프>(1966), <솔라리스>(1972) 등 3편이 선정됐는데 이번에는 디지털 복원판으로 상영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60주년 기념사업회와 함께 진행하는 이번 특별전에는 ‘러시아영화의 이해’라는 주제로 총 6번의 시네토크도 마련되어 있다.
개막작인 <화이트 타이거>(2012)는 1943년
[영화제] 매혹적인 러시아영화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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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44년, 강력한 태양폭풍으로 지구 인구의 99.7%가 사망한다. 남은 인류는 ‘오토마타’라고 부르는 로봇들과 함께 살아가는데, 이때 인간이 로봇에게 부과한 두 가지 법칙은 다음과 같다. 하나, 로봇은 인류를 지킨다. 둘, 로봇은 자신을 포함한 다른 로봇을 개조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험조사관인 쟈크(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스스로를 고치는 로봇들을 잇따라 발견한 뒤 도시 바깥에 정체불명의 존재가 숨어 있음을 눈치챈다.
스페인의 가베 이바네즈 감독이 만든 <오토마타>는 미래 사회의 독특한 풍경이 인상적인 SF영화다. 감독은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을 가진 미래를 그리면서도 화려한 특수효과를 억지로 집어넣지 않는다. 대신 황량한 벌판을 배경으로 로봇과 인간의 대치를 간결하게 그린다. 즉 사막 한복판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로봇과 구식 엽총을 든 남루한 행색의 인간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와 공존하는 미래에 대한 묘사는 장르적, 시각적 불균형을 만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을 가진 미래 <오토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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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작은 항구마을 코지. 코지 마을은 최근 계속되는 어획량 부족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마을을 지키는 꼬마 구조선 엘리아스(김하영)는 낚싯배들을 독려해 다시금 고기잡이에 나선다. 이때 어디선가 거대한 로봇 배가 나타나 마을의 물고기들을 몽땅 쓸어가버린다. 로봇 배를 관장하는 이는 북극 여왕(사문영). 그녀는 모든 것이 자동화된 최첨단 어류가공 공장을 운영하면서 돈을 모으기 위해서라면 극악무도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한편, 북극 여왕은 잠수함 개디(이재현)를 이용해 바다 밑에 묻힌 보물을 찾는 데 열을 올린다. 개디는 보물을 찾던 중 엘리아스와 마주친다.
<엘리아스>는 게임과 책으로 출발해 TV시리즈로 제작된 노르웨이 애니메이션이다. 극장판으로 만들어진 건 <엘리아스: 꼬마 잠수함>(2007)에 이어 두 번째다. 운송수단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상황은 낯설지 않다. 디즈니의 <카> 시리즈, <비행기> 시리즈 등이 대표적
생소한 노르웨이 애니메이션 <엘리아스: 바다의 보물을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