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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년 동안 한국 영화산업의 종잣돈 구실을 해온 영화발전기금이 존폐 기로에 놓였다. 7월20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함께 주최한 나프포럼 ‘한국 영화산업 정책 개선을 위한 포럼-영화발전기금을 중심으로’에서 영화인들은 “영화발전기금 연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발전기금은 스크린쿼터가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되면서 마련됐다. 정부가 2006년 1월26일 스크린쿼터 축소를 공식 발표한 다음날 내놓은 한국영화 발전 대책 중 하나가 영화발전기금 조성이었다. 2007년 징수가 시작된 영화발전기금은 올해 말 만료를 앞두고 있다. 2021년까지 기금 징수 연장을 내용으로 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4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기금 연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지만, 기금 운용 방식에 대해서는 조금씩 의견이 달랐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배장수 이사는 “영화발전기금이 투입
[국내뉴스] 정부, 영화계에 등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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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의료민영화’라는 이름의 바람이 분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문제였다. 흔히 ‘비영리 의료법인’으로 이해하는 각급 병원에 “그래, 어디 니들 마음대로 돈을 벌어봐”라고 규제의 허리띠를 마음껏 풀어주는 것, 그게 바로 이번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의료민영화라는 거창한 논란의 시작이 고작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이라니, 뭔가 꼼수의 냄새가 풍기지 않나. 이 부분이 키포인트다. 사실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범위를 넓히려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의료법인이야말로 비영리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법인체 아닌가. 이런 의료법인에 돈 되는 사업을 마음껏 허락해준다는 건, 박근혜 대통령이 늘 말씀하신 ‘비정상의 정상화’에 정확히 반대되는 ‘정상의 비정상화’에 가깝다. 정상적으로 의료법을 고쳐 이 일을 처리하려면 일이 복잡해진다. 야당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국회 눈치 안 보고 복지부 장관 마
[오마이이슈] 억울한 복지부를 위한 친절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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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주온: 끝의 시작> 그만 놔 줘!
[헌즈 다이어리] <주온: 끝의 시작> 그만 놔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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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침하고 적막한 골목의 차가운 바닥에 한 여인(조)이 상처를 입은 채 쓰러져 있다. 노년의 남자(샐리그먼)가 우연히 그녀를 발견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여자는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탓하며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잠시 망설이다가 벽에 꽂힌 낚싯바늘로 시선을 돌린다. 남자가 플라이 낚시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며 아이작 월튼의 책, <조어대전>을 언급한다. 그러자 여자가 말한다. “이제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알겠어요. 대신 내 이야기 전부를 해야 할 거예요. 길고 비도덕적인.” 그리하여 여자의 과거가 열리며 ‘조어대전’이라고 이름 붙여진 첫장이 시작된다.
<님포매니악>(이 글에서는 1부와 2부 모두를 포함한 제목으로 쓸 것이다)은 조와 샐리그먼이 대화를 나누는 한정된 공간의 현재와 조의 성욕 넘치는 과거를 오가며 진행된다. 조의 내레이션으로 과거가 제시되고 현재로 돌아오면 샐리그먼은 자신의 방대한 지식을 경유해서 그 과거를 해석한다. 샐리그먼
[신 전영객잔] 이야기의 욕망에 봉사하는 색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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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블랙딜>은 공공재의 민영화가 도래할 경우 우리의 삶이 어떤 위험에 처하는지 조목조목 그리고 무섭게 예시한다. 각종 민영화 시행 이후 폐단을 겪고 있는 7개국의 사례를 차분하고도 설득력 있게 짚어나간다. 이 수긍할 수밖에 없는 ‘교육영화’를 보고 나면 민영화의 문제점에 대해 이렇게 쉽고 흥미롭게 알려주어 고맙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전적으로 그건 이훈규 감독의 역량이다.” 고영재 대표는 그렇게 자주 강조했다( ‘감독 인터뷰’는 961호 참조). 하지만 우린 <블랙딜>의 최초 제안자이면서 기획자이고 제작 내내 든든한 책임자였던 인디플러그 고영재 대표의 말도 듣고 싶었다. <블랙딜>은 수년 만에 기획, 제작자로 돌아온 그의 야심찬 복귀작이기 때문이다.
-“<블랙딜>은 내가 추구하는 영화의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한동안은 장르 불문하고 좀 될 것 같은 걸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걸 하는 것이 내가 사는 현실과 맞지 않는
[고영재] TV다큐 같다고? 그건 욕이 아니라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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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순신의 고뇌. 최민식은 오직 그것 하나와 싸웠다. 12척의 배로 울돌목에서 왜선 330척을 격파한 명량해전, 하지만 그 전설의 역사 뒤에는 막다른 곳까지 내몰린 이순신의 고뇌가 배어 있다. 조선은 오랜 전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했고, 누명을 쓰고 파면당했다가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 이순신의 피로 또한 헤아릴 길 없다. 주변에는 온통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가득 찬 백성뿐이다. 지난해 촬영현장에서 만난 최민식은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가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셨나요?”라고 감히 직접 이순신에게 묻고 싶다고 했다. 도무지 그의 행동들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고, 촬영이 끝나는 순간까지 손톱만큼의 거리라도 그에게 더 다가가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명량>은 기나긴 후반작업을 거쳐 무려 1년의 시간을 더 보냈다. 최민식 또한 그사이 뤽 베송의 <루시>에 출연하며 해외에서 꽤 긴 시간을 보냈다. 지난 1년 전의 다짐과 의문으로부터, 그는 과연 어떤 답을 찾
[최민식] 의심과 미혹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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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그거… 낚시로 잡나, 그물로 잡나.” 고래의 ‘고’자도 모르는 산적들이 조선의 국새를 삼킨 고래를 찾으러 바다로 떠난다. 여기에 집단의 운명을 건 비장한 해적들이 합류한다면? 올여름 개봉 대기 중인 세편의 해양 블록버스터(<명량>과 <해무>) 가운데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은 ‘웃음’을 담당하는 영화다. 호방한 인물들과 스펙터클한 모험으로 관객의 마음을 공략할 준비를 마친 <해적>은 8월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겨울, 혹독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막바지 촬영에 한창이던 <해적>의 남양주 야외 세트장을 방문했다. 양수리 산자락에서 금방 내려온 것만 같은 산적들과 화려한 갑옷으로 무장한 해적들이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대치 중이었던 그 겨울의 현장을 소개한다.
“형님!” 궁지에 몰리자 갑자기 ‘친한 척’하는 산적들의 능청스러움 앞에서도 목석같은 해적 소마(이경영).
목에 칼이 닿자 심각한 표
출항 준비는 끝났다 이제 코믹 액션 어드벤처의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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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영화 4편을 함께 만들었다. 같이 영화를 만들고 있지 않을 때에는, 시시때때로 만나서 영화 이야기를 한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영화들을 말로 무수히 지었다 부수고, 끝내주는 남의 영화들에 대해 침을 튀긴다. 짐작건대 영화가 주는 회의(懷疑)까지도 서로가 제일 먼저 알게 될 법하다. 윤종빈 감독과 배우 하정우. ‘대담’이라 이름 붙여진 자리가 이보다 불필요한 두 사람이 있을까? 시작은 <용서받지 못한 자>(2004)였다. 대학에서 만난 20대 중반의 하정우와 윤종빈은 2004년 내내 <용서받지 못한 자>에 매달렸다. 그렇게 영화를 영화로 배웠다. 주연배우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습득했고, 같이 베타 테이프를 들고 돌아다니며 배급을 고심했다. 윤종빈 감독이 문득 경험에서 얻은 통찰을 덧붙인다. “큰 배우가 되려면 신인감독과 시작해야 해요. 러닝메이트가 있어야 해요.” 10년이 흘렀다.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 시사회 이튿날.
러닝메이트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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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민란의 시대>가 삿갓을 벗고 마침내 전모를 드러냈다. 예상한 것보다 더 쾌활하고 서비스 정신 투철한 오락물로 완성된 영화의 용모파기(容貌疤記)와 더불어 윤종빈 감독과 도치 역 하정우 배우의 인터뷰를 싣는다.
우리는 종종 들으면서도 귀기울이지 않는다.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를 보고 내심 놀란 까닭도 비슷하다. 윤종빈 감독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를 마친 직후부터 “다음에는 전작들과 완전히 다른 15세 관람가 오락영화를 만들 것이다”라고 누누이 예고해왔다. 그럼에도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세편의 전작이 새긴 ‘윤종빈 영화’의 인상은 <군도>를 액션에 방점이 찍힌 조선 말기 사회 드라마로 고집스럽게 짐작하게 만들었나 보다. (물론 이 요약도 틀리진 않다.) 마침내 삿갓을 벗고 전모를 드러낸
지루한 세상, 재미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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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너무 행복해서 내뱉는 감탄
속뜻 자신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주석 로또에 당첨되거나 짝사랑하던 그이가 프러포즈를 받아들일 때, 이런 말이 입 밖에 나온다. 꿈이냐 생시냐. 때론 확인한답시고 자기 볼을 꼬집어보기도 하지. 방정맞은 짓이다. 안 아파서 슬픈, 드문 경험이다. 그런데 질문이 조금 이상하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냐, 아니면 살아 있는 것이냐? 꿈을 꾼다고 죽은 건 아닌데 말이지. ‘생시’에 ‘자지 않고 깨어 있을 때’란 뜻이 원래부터 있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이건 “꿈이냐 생시냐”를 하도 여러 번 반복해서 생긴 관용적인 의미일 뿐이다.
생시가 살아 있을 때라면 꿈은 죽었을 때란 뜻이겠다. 이상해 보이지만, 저승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아이들이다. 죽어서 가는 세상이 저승인데, 이 세상에 도착하기 전에 있던 세상도 똑같이 저승이다. 아이들은 이 세상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는 언어를 배우면서 인간이 된다. 인간이란 자신의 생각과 신체와 행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꿈이냐 생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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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나를 잠 못 이루게 할 가장 무시무시한 시네마는 뭘까? 그 옛날 새벽잠을 쫓으며 <정은임의 FM 영화음악>을 듣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매주 한번씩 신예(!) 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나오는 꼭지가 있었는데, 어느 여름밤 그는 호러영화 3편을 소개했더랬다. 그 작품 목록은 무시무시하게도 <프릭스>(Freaks), <엘토포>(El Topo), <이레이저헤드>(Eraserhead). 나는 당시 수입되지도 않은 이 영화들을 보려고 생난리를 쳤었다. 혜성처럼 나타난 영화평론가가 꼽은 이 영화들을 봐야 어디 가서 영화 좀 봅네라고 떠벌릴 수 있거니와 무엇보다 나를 정말 공포에 떨게 할 극악무도한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대학생 언니들이 주최하는 지하 비디오 상영회에 달려가서 그 영화들을 직접 봤다. 무서웠냐고? 무섭진 않았다. 별 무섭지도 않은 영화들을 공포영화라고 소개하다니. 정성일 평론가가 원망스러웠다.
[곡사의 아수라장] 우리 모두 사신(死神)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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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를 든 수명 역의 여진구. 문제용 감독의 말에 따르면 영화 중반까지는 이민기의 매력에,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여진구의 매력에 빠지게 될 거라고.
<소녀괴담> <전설의 주먹>의 박두식이 <내 심장을 쏴라>에서 악역 점박이를 연기한다. 종이비행기로 뒤통수를 가격당한 뒤 화난 표정을 짓고 있다.
불놀이 충동으로 수리희망병원에 입원한 십운산 선생은 신구가 연기한다.
“내겐 운명 같은 작품이다.” 문제용(왼쪽) 감독은 6년 전 <내 심장을 쏴라>의 초고 작업을 했고, 6년 뒤 연출을 맡게 됐다. 그전엔 단편 <쌍둥이들> <진실한 병한씨>를 연출했다.
종이비행기를 날린 뒤 시침 뚝 떼고 앉아 있는 이민기(오른쪽). <몬스터> <황제를 위하여>에서 보여준 남성미는 찾아볼 수 없다. 짧게 자른 앞머리가 “허당 매력남” 승민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7월6일, 문 닫은
[씨네스코프] 문제용 감독의 <내 심장을 쏴라>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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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군도: 민란의 시대> 있는 자와 없는 자
[정훈이 만화] <군도: 민란의 시대> 있는 자와 없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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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 Fury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 출연 브래드 피트, 로건 레먼, 샤이아 러버프, 스콧 이스트우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다섯명의 미국 전차병들이 탱크를 몰고 독일 군대에 진격해 들어가 최종 임무를 완수하는 전쟁 드라마다. 브래드 피트가 특출난 전투 능력으로 팀원들을 통솔하는 병장 워대디를, 로건 레먼이 나이도 제일 어리고 경험도 부족한 신참 병사 노만 엘리슨을 연기한다. <분노의 질주>의 각본가인 데이비드 에이어가 각본과 연출을 도맡았다. 11월 북미 개봉예정.
[WHA'S UP] <퓨리> F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