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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또 술 먹었느냐는 비난
속뜻 전생을 기억하고 있느냐는 찬탄
주석 광동 헛개차 광고에 출연한 코알라를 보고 땅을 쳤다. 흥, 이거 내가 먼저 떠올렸던 건데, 이걸로 시를 한편 쓰기도 했는데, 저 동네에서 선수를 쳤네? 광고는 이렇다. 주차장에서 유령을 닮은 큰 자루 하나가 발견된다. 자루를 벗겼더니 볼이 벌건 코알라가 졸고 있다. 그걸 보고 경비원이 한탄한다. “아유, 또 코알라된 겨?” 공포물과 변신담과 코미디를 이어붙인 이 광고의 핵심은 당연히 ‘코알라=꽐라’라는 말놀이에 있다. 실제로도 코알라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언어로 ‘물을 먹지 않는다’는 뜻을 지닌 굴라(gula)에서 온 말이니 꽐라와도 닮았다. 물 한컵 먹는 건 힘들어도 생맥주 1000cc는 한번에 털어넣는 재주를 가진 이들이 꽐라다.
사실 코알라와 꽐라 사이에는 훨씬 더 많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겉모습. 둘 다 자다 깨다를 반복한 것처럼 보이는 풀어진 눈과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있다. 둘째, 느릿느릿한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또 콸라된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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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말이 없다. 지워진 밤, 쏟아지는 잠이 한 바가지. 두 바가지. 세 바가지. 꾸벅꾸벅 졸다보면 응고혈은 과거형 시제. 시체는 과거형으로만 증언하는 한에서, 살아 있지 않은 육신이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시체는 말이 없지만, 말이 있는 거다. 시체는 수다는 떨 수 없다. 하지만 그 대신 시체는 증언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체는 생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지만, 생의 끝자락에 대해선 언제나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예컨대 죽는 바로 그 순간에 대해서 말이다. 소싯적 보았던 추리퀴즈에선, ‘다잉 메시지’라고 했던 거 같다. 마그마라는 사람이 당신을 암살했다고 해보자. 당신은 죽는 순간에 범인의 이름을 어떻게든 알리고자 할 것이다. 그런데 마침 죽어가는 당신의 눈앞엔 여러 가지 채소들이 즐비하다. 배추, 시금치, 양파, 토마토, 감자. 자, 무엇을 잡을 것인가?! 범인의 이름은 ‘마그마’다! 무엇을 잡을 것인가? 유치한 추리문제라고? 투덜대는 사이에서도 숨은 다해간다. 범인을
[곡사의 아수라장] 영화는 시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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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굿 라이> The Good Lie
감독 필리프 팔라도 / 출연 리즈 위더스푼, 코리 스톨, 사라 베이커, 소페 알루코
수단 내전이 한창인 1983년, 한동네에 살던 네명의 소년은 졸지에 전쟁 고아가 된다. 인도주의적 조치로 미국으로 보내진 이들은 그곳에서 자신들의 정착을 돕는 미국인 케리(리즈 위더스푼)와 우정을 쌓는다. 수단 출신 배우들이 출연해 전쟁의 참상을 어루만지는 휴먼드라마. 10월 북미 개봉예정이다.
[WHAT'S UP] <더 굿 라이> The Good 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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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신의 한 수> 김회장 부자의 도주
[정훈이 만화] <신의 한 수> 김회장 부자의 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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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라는 글자를 티셔츠에 새겼다? 프로펠러가 달리 모자는 또 뭐지? “생기발랄”이 컨셉이라는, 서른세살 남자가 걸어왔다. ‘감성코믹 SF연애판타지’를 표방하는 <숫호구>(2012)의 백승기 감독이다. 서른살 먹도록 연애 한번 못해보고 이리저리 치이는 <숫호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자신의 첫 번째 장편영화 <숫호구>의 개봉(8월7일)을 앞두고 있다.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숫호구>가 후지필름 이터나상을 수상한 이후 2년 만이다. 영화를 배운 적은 없지만, 재미만 있다면 자급자족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이 재기발랄한 감독을 직접 만나봤다.
-개봉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아트나인의 추석영화제 때 상영 기회를 얻었는데 이틀 연속 매진이었다. 영화를 좋게 본 엣나인필름의 정상진 대표가 개봉을 도와줬다.
-연출, 각본, 주인공까지 맡아서
[flash on] “꾸러기 철학을 지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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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언더 더 스킨>과 영화 <언더 더 스킨>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의 달인을 소개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수십년간 산속에서 혼자 살며 생활하는 사람이 나온 적이 있다. 마당에 솥을 걸어놓고 밥을 지은 다음, 텃밭에서 갓 뽑아낸 오이와 고추와 방울토마토 등을 함께 먹는 게 주식이었다. 다른 반찬은 아무것도 없고, 소금이나 간장, 고추장도 없이 밥과 채소만 먹으며 생활한다는 것이었다.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일까.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제작진이 희한한 행동을 했다. 달인에게 작은 선물을 해주고 싶다며 라면을 끓여준 것이었다. 과연 그게 옳은 일이었을까, 고개를 갸웃거릴 새도 없이 화면 가득 환하게 웃고 있는 달인의 표정이 보였다. 눈물이라도 곧 흘릴 것 같았다. 라면은 10년 만이라고 했다. 라면을 맛있게 먹은 달인은 취재진에게 삶은 감자를 내주었다. 취재진의 기습 질문. “라면이 좋아요, 감자가 좋아요?” 달인은 멋쩍은 얼굴로 대
[김중혁의 바디무비] 먹는 것이 곧 나라면,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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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OS 사만다(스칼렛 요한슨)가 육체 없는 자의식이라면, <언더 더 스킨>에서 지구인 외피를 뒤집어쓴 외계인(스칼렛 요한슨)은 인간적 자아가 결여된 육신이다. 동시상영에 딱인 한쌍의 영화다. 남자들을 헛된 매혹에 빠뜨리는 자기 몸을 낯설어하며 거울을 바라보는 <언더 더 스킨>의 한 장면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지구에서 영화 스타로 산다는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7/10
<랄프 스테드먼 스토리: 이상한 나라의 친구들>은 재미없기가 힘든 다큐멘터리다. 인물? 곤조 저널리스트 헌터 톰슨과 한팀으로 묶여 파란만장을 경험한 일러스트레이터다. 볼거리? 스테드먼의 카툰은 신랄하고 강렬해 편집해놓으면 신작 애니메이션으로 착각할 지경이다. 슬쩍 보여주는 작업 과정도 흥미진진하다. 인지도? 다름 아닌 스타 조니 뎁이 관객을 대리한 질문자로 등장한다. 한데 모르긴 해도 영화의 안전판으로 간주되었을 법한 조니 뎁이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신음과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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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결은 초등학생 때부터 배워 알지만 스토리-시놉시스-장 구성-트리트먼트-시나리오로 가는 단계를 나는 모른다. 배운 적도 없고 공부한 적도 없다. 글쓰기를 글로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는 시나리오 작법서를 읽다가 포기하고 나서야 느꼈다. 대신 영화사 기획실에 있으면서 수백편이 넘는 시나리오를 봤으니 그것이 오히려 큰 공부가 됐다. 그래서 누군가가 시나리오 구조와 구성에 대해 물어보면 그만큼 난감할 때가 없다. 전문적으로 공부를 안 했다고 솔직히 실토를 했을 때 ‘감각적인 글쓰기’라고 치켜세우는 것도 부끄럽고 ‘잘났어 정말’ 하듯 흘겨보는 눈을 감당하기도, 마주치기도 싫다. 그럴 때 끌어대서 얘기를 하는 것이 ‘탑’ 이야기다.
탑은 원래 부처의 유골(사리)을 모시는 것으로 ‘붓다의 무덤’이라고 한다. 제일 꼭대기(상륜)에 사리를 모시기 위해 그 아래 몸체(탑신)를 높이 올리고, 탑을 떠받칠 기초(기단)를 튼튼히 한다. 석탑이나 목탑이 3층, 5층, 7층이나 9층 등
[천성일의 은밀한 트리트먼트] 시나리오 구조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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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에 대한 요구가 이처럼 절실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영화에 있어서 대안이 요구된다면, 이런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크고 작은 영화제들일 것이다. 그중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은 어떤 영화제보다도 대안이라는 말을 절실하게 붙잡아왔다. 제14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하 네마프)이 8월7일(목)부터 15일(금)까지 9일간 미디어극장 아이공, 한국영상자료원, 산울림 소극장 등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제주 4.3 사건을 정조준한 다큐멘터리 <거듭되는 항거>인데, 이 제목은 한편으로는 대안영화의 존재방식을 설명하는 간명한 어구로도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사운드다. 6개의 챕터로 분절된 영화는 시, 기도, 살풀이, 공식 담화, 사적 진술 등 다양한 발화의 형식을 통해 4.3의 재현 가능성을 실험한다. 첫 장면을 장식하는 까마귀떼의 강렬한 이미지는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까마귀 울음소리를 매개로 영화 내내 존재감을 드러내며 상징적 분위기를 더한다.
올해 영
[영화제] 우리 시대를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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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KBS에서 방영된 <뛰뛰빵빵 구조대>는 어린이 관객에게는 이미 친숙한 애니메이션이다. 모든 것이 종이로 만들어진 ‘허리버리 타운’에서 너구리 ‘뛰뛰’, 외계강아지 ‘빵빵’, 오리 ‘톡톡’ 같은 캐릭터들이 겪는 모험담을 다룬다. 소림사로 떠나고 빙산나라를 여행하던 뛰뛰빵빵 구조대의 이번 극장판 미션은 놀이공원이다.
우주선 하나가 지구에 착륙한다. 외계인의 침공? 아니다. 우주선은 곧 롤러코스터, 바이킹과 같이 친숙한 기구가 가득한 놀이공원 ‘카란 파크’를 개장한다. 어느 날, 공원에서 아기곰 둥둥이를 잃어버렸다는 소식을 들은 구조대는 둥둥이를 찾기 위해 문 닫힌 카란 파크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은 더이상 신나는 놀이공원이 아니다. 세계 정복을 꿈꾸는 카로안족의 본거지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아이들이 놀이공원에서 상상하는 볼거리를 아기자기한 모험으로 만드는 일이다. 회전목마가 감옥이 되고, 롤러코스터는 구조대를 공격하며, 시풍과 키리가 아트만 일당에 잡
트랜스포머처럼 변신하는 놀이기구 <극장판 뛰뛰빵빵 구조대 미션: 둥둥이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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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트 원티드 맨>은 국내에 동명의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존 르 카레의 스파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선과 악, 아군과 적의 경계가 모호한 존 르 카레의 소설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방황하는 위기의 존재들인데, 이 영화에선 이제는 고인이 된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이 이 회색지대의 주인공을 연기한다. 독일 정보부 비밀조직의 수장인 귄터(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는 어느 날 함부르크에 만신창이가 된 러시아 출신의 모슬렘 청년 이사가 나타났는데, 그가 찾는 아버지의 유산이 알고 보니 러시아 마피아의 비자금이라는 첩보를 입수한다. 이사를 돕는 인권변호사(레이첼 맥애덤스)와 은행장(윌렘 데포)을 정보원으로 포섭한 귄터는 이사를 미끼 삼아 배후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를 테러의 흔적을 추적해나간다.
<모스트 원티드 맨>은 9•11 테러가 계획되었던 도시 함부르크에 여전히 존재하는 불안정하고 신경증적인 분위기를 차분하게 조명한다. CCTV와 미스터리한 전화 통
고인이 된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연기 <모스트 원티드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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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한 남자의 가슴을 꿰뚫어버렸다. 코난(김선혜)은 남자의 사망을 목격하고 스나이퍼를 뒤쫓지만 놓치고 만다. 며칠 사이에 사망자는 네명으로 늘어났다. 코난은 FBI 수사관들과 협력해 사건의 열쇠를 찾아 도시 곳곳을 탐문하기 시작한다.
이번 극장판은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20주년 기념작이다. 감독은 “실사 이상의 충격적인 영상”을 만들기를 원했다고 하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슈퍼히어로에 가까워지는 코난의 가공할 신체능력이 가장 충격적이다(사실 감독이 아니라 원작자 때문이다). 특히 이번 편에서 코난은 캡틴 아메리카와 붙어도 이길 것 같은 반사신경과 근력을 자랑한다. 코난이 초인이 되어가며 시리즈만의 리얼리티가 떨어져 어쩐지 재미도 반감되는 것 같다.
FBI를 비롯한 수많은 성인이 초등학생에게 과하게 의지한다는 점,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인물간의 관계 파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추리가 억지스럽다는 점 등의 몇 가지 요소를 눈감고 무시할 수 있다면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20주년 기념작 <명탐정 코난: 이차원의 저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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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온 가인(장은아)에게 남자는 두려운 존재다.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 있던 가인은 아버지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열쇠 가게를 정리하던 가인은 자물쇠를 사러 온 도경(류태준)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그의 작업실을 찾아간다. 금속공예가인 도경은 무슨 사연인지 하루에 하나씩 십자가를 만들고 있다. 도경은 가인에게 자신이 만든 팔찌를 선물하고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가인이 괴한에게 습격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기절했다 깨어난 가인은 자신을 습격한 괴한이 도경임을 알고 놀란다.
감독의 전작 <오빠가 돌아왔다>(2010)에서처럼 연출이 좀더 담백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반복적으로 사용된 폭력 신이나 베드신은 선정적이란 인상만 남길 뿐 긴장과 비애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 도식적으로 연출된 몇몇 장면과 과하게 쓰인 음악은 영화의 만듦새를 어지럽게 만든다. 각 인물들이 가진 트라우
스스로의 힘으로 구원을 찾다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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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준(백승기)은 서른살이 넘도록 연애 한번 못해본 순결한 호구다. 친구랑 나가논다더니 기껏 쥐불놀이나 하고 있는 그에게 어느 날 뜻밖의 기회가 찾아온다. 괴짜 생명공학박사 한철(조한철)이 그에게 여자를 유혹할 수 있는 아바타(손이용)를 선물로 준 것이다. 저주받은 몸뚱이의 흑역사는 뒤로한 채 슈퍼 섹시 아바타의 힘을 빌려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원준. 그 와중에 동네 헌책방의 아르바이트생 지나(박지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지만 지나가 좋아하는 건 자기가 아니라 아바타라는 사실에 좌절한다.
<숫호구>는 ‘감성 충만 C급 무비’를 모토로 때론 귀엽고 때론 황당무계한 상상력을 소위 ‘병맛’스럽게 버무린다. 감독 겸 주연 백승기의 자전적 사연이라는 이 이야기는 짠하고 웃긴이 땅 위 수많은 호구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데 사랑스러운 건 자잘한 메시지가 아니라 뻔뻔한 과정이다. 아무리 봐도 섹시한 구석이라곤 없는 아바타를 두고 섹시하다고 하면 섹시한 거다.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는
서른살이 넘도록 연애 한번 못해본 남자 <숫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