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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루시> 온통 잡초밭
[정훈이 만화] <루시> 온통 잡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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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훌륭한 목수인 줄 알고 결혼했고 별스럽게 아름다워질 정원인 줄 알고 손바닥만한 땅에 매달렸으니,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예전의 남편은 그저 목수가 되고 싶어 하는 성실한 남자였고 마당은 대한민국 시골 어디에나 있는 그냥 작은 땅뙈기였다.” 그렇게 7년을 살아낸 기억, 기록이다. 비우는 삶이 좋다며, 서울에 생업을 두고 종종 내려가는 지방의 삶을 예찬하는 책이 넘쳐나는 요즘, 진귀한 투박함이 빛난다.
[도서] 농촌에서의 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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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준비하면 영화제를 더 즐길 수 있다. 무슨 영화를 볼지는 해마다 달라지지만, 어디서 잘지, 뭘 먹을지, 매진된 표는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같은 노하우는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말에 표가 없다며 쉽게 부산행을 포기한 사람이라면 ‘취소표 구하기’ 노하우를 전수받으시라. 19년째 영화제를 다니고 있다는 필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영화제 준비하기를 담은 책이다.
[도서] 영화제 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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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은 거대한 마술상자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그곳에서 나오는 물건을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공장들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고, 그러니 언젠가부터 물건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아니지, 이제 공장들 태반은 외국에 있다.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완제품만이 우리 앞에 놓인다. 소설가 김중혁은 그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 과정은 물건의 이력을 알아내는 과정이지만, 앞서 말한 이유로 이제 한국에서는 명을 다해가는 몇몇 제조업의 초상을 남기는 일이기도 하다.
종이, 콘돔, 브래지어, 간장, 가방, 지구본, 초콜릿, 도자기, 엘피, 악기, 화장품, 맥주, 라면…. 여기에 김중혁 자신의 ‘글 공장’도 들어간다. 영화를 많이 보는 건 물론 <씨네21>에 ‘김중혁의 바디무비’를 연재중인 그는 “원고량은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는, 영화 대사를 패러디한 재치 있는 삽화를 넣기도 했다. 물샐 틈 없는 기술을 자랑하는 콘돔 이야기는 신기하고, 공장 직원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물건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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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메시지다.”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인 ‘미디어시티서울 2014’를 찾은 아티스트 호신텅은 마셜 매클루언의 꽤 오래된 명제를 물리적으로 실현시켰다. 이번에 전시된 ‘홍콩 인터-비보스 영화제’는 가상의 영화 28편으로 이뤄진, 영화 없는 영화제다. 홍콩현대미술상 전시와 상하이비엔날레(2012)에서 호평받으며 2012년 홍콩예술진흥상을 수상한 이 전시는 영화 스틸, 포스터, 시놉시스, 예고편까지 모두 가상으로 이뤄졌지만 실제 열리는 영화제와 다를 게 없는 효과를 발휘한다. 관객은 없지만 영화적 체험은 존재하는 색다른 경험의 끝에서 86년생 젊은 작가에게 영화의 오래된 미래에 대해 물었다.
-영화 없는 영화제란 컨셉이 신선하다.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해마다 홍콩국제영화제를 관람하면서 답답했던 부분이 있었다. 10곳이 넘는 장소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다 보니 분명 ‘영화’제인데도 원하는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기더라. 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서 출발했다.
[flash on] 영화관람, 일종의 종교 행위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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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20일, 21일 일기에 <루시>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난 뭐 감추고 그러는 거 싫더라.” <프랭크>에서 줄곧 인형 탈을 쓰고 있는 뮤지션으로 분한 마이클 파스빈더의 대사다. 프랭크의 가짜 머리는 묘하게 표현적이다. 창피당하면 홍조가 오르는 듯하고 놀라면 동공이 커져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지금껏 전신 누드를 포함, 연기할 때 아무것도 가리지 않아온 배우라는 사실이, 파스빈더가 <프랭크>를 선택한 동기를 거꾸로 납득하게 한다.
8/20
최근 스칼렛 요한슨은 그녀의 몸으로부터 이리저리 탈출하느라 바쁘다. 인공지능으로 분한 <그녀>에서 요한슨은 육신이 아예 없고, <언더 더 스킨>의 몸은 빌려 쓴 껍데기이며, <루시>에서는 육체적 현존을 초월해버린다. 육체의 의미는 각기 다른 경로로 지워진다.
루시는 세명의 캐릭터 중 유일하게 보통의 인간 여성으로 등장하는데도, 관객이 가장 냉담한 심경으로 전말을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루시 인 더 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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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첫발을 내디뎌 올해로 10회를 맞는 ‘인디애니페스트 2014’의 포문이 열린다. 올해 영화제는 10주년을 맞이하여 더욱 풍성해진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만난다. 영화제의 슬로건은 ‘열반’으로, 애니메이션 작업의 험난한 과정과 독특한 정체성, 작업자들의 열기를 한껏 느끼게 만드는 테마로 정해졌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뿐만 아니라, CGV명동역에서도 상영작들을 만날 수 있다. 개막식은 9월25일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개최되며, 일본 토치카팀의 퍼포먼스와 국내 뮤지션 스틸로의 축하공연이 함께 진행된다. 총 6일간 이어지는 이번 행사의 개막작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부 ‘신동헌 감독 특별전’이다. 1968년 제작된 영화 <장군의 수염>에 삽입된 그의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상업광고 여러 편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올해 초청된 작품은 총 158편으로, 예년보다 50여편 늘어난 규모이다. 그중 학생경쟁 프로그램 ‘새벽비행’ 부문에는 21편의 다양한 애
[영화제] 애니메이션으로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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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곧 투쟁이라는 말은 장애인에게는 단지 비유적인 표현일 수만은 없다. 그들의 삶에서 작은 것 하나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9월26일(금)부터 29일(월)까지 4일간 목동 방송회관, 대한극장에서 열리는 제15회 장애인영화제는 서로 다른 방식의 ‘투쟁의 삶, 혹은 삶의 투쟁’의 기록을 만날 수 있다. 연민 대신 배려와 지지의 시선을 기다리는 5개국 2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개막작으로는 호주 출신 감독 제네비에브 클레이-스미스의 단편 세편이 연달아 상영된다. 그중 <인터뷰어>는 유명 법률회사의 면접을 보게 된 남자가 특별한 면접관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짧은 이야기다. 감독은 오랫동안 다운증후군 환자 등 장애인과 영화 제작 워크숍을 이어왔는데 <인터뷰어>는 그 작업의 결과물이다. 학생들은 배우, 미술, 스크립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작에 참여했다. 만드는 이들의 유쾌한 에너지가 영화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지체장애인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빼놓지 않고
[영화제] 눈을 감고 감각을 공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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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영화, 특히 개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이야기는 항상 비슷한 목적지로 향하기 쉽다. 개의 변하지 않는 마음을 보여주면서, 이에 사람의 드라마가 더해지는 식이다. <히마와리와 나의 7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전직 사육사였던 쇼지(사카이 마사토)는 유기견들을 관리하는 보건소 직원이다. 개가 새 주인을 못 찾고 7일이 지나면, 직접 ‘처분’을 해야 하는 까닭에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유기견을 돌본다. 그런 어느 날 들개 한 마리가 새끼들과 함께 잡혀온다. 갓 낳은 자식을 지키고자 모든 사람을 경계하는 어미 개는 새 주인을 찾기가 어려운 법이다. 이 들개의 마음을 얻기 위해 쇼지는 부단히 애를 쓴다.
<히마와리와 나의 7일>에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기특한 개는 없다. 단지 버림받은 개의 “마음을 상상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개를 죽일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직업에 충격을 받은 아이들과,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쇼지의 사정이 더해지면, 버림받은 어미 개 히
주인을 기다리는 유기견의 시간 <히마와리와 나의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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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프랑수아 클루제)와 그의 친구들은 해마다 휴가를 프랑스 남부 해변에 있는 맥스의 별장에서 보낸다. 하지만 떠나기 하루 전 같이 가기로 한 루도(장 뒤자르댕)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트럭에 치여 중상을 입는다. 휴가를 갈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던 친구들은 2주로 기간을 줄여 휴가를 떠난다. 휴가지에 도착한 그들은 예년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예년과는 다른 변화들이 그들을 찾아온다. 맥스와 오랜 친구인 뱅상(브누아 마지멜)은 맥스에게 느끼는 감정을 고백하고 당황한 맥스는 뱅상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한다.
영화는 휴가를 떠난 친구들의 수만큼 다양한 사랑과 삶의 양상들로 가득하다.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마리(마리옹 코티야르)는 루도와 헤어졌지만 루도가 사고를 당하자 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재발견한다. 앙투안(로랑 라피트)은 떠나려는 사랑을 다시 붙잡으려 하고 에릭(질 를르슈)은 떠나려는 사랑을 차마 붙잡지 못한다. 뱅상은 동성애자가 아니지만 맥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성
다양한 사랑과 삶의 모습 <프렌즈: 하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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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8년 전에 벌어진 불의의 사고로 경찰을 그만두고 사립탐정으로 살아가는 맷(리암 니슨)에게 사건 의뢰가 들어온다. 자신의 형수가 유괴당한 뒤 조각난 시체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조사를 시작한 맷은 이 사건이 단순 유괴가 아니라 마약범의 가족만을 노리는 연쇄살인임을 알아차린다. 과거의 아픈 기억과 함께 맷은 범인의 정체를 쫓기 시작한다.
로렌스 블록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툼스톤>은 소재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돋보이는 묵직한 범죄물이다. 원작이 싱거운 농담을 즐겨 사용하며 분위기를 조절했다면 영화는 세기말의 어두운 분위기를 밀어붙인다. 회색빛이 지배하는 화면에 사건은 더할 나위 없이 잔인하고,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찌푸리고 있다. 특히 공동묘지 등 뉴욕의 뒷골목을 특유의 무표정으로 돌아다니는 리암 니슨은 무거운 영화의 공기를 한층 더 심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스산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묘사한 범죄와 맞서는 사람들의 모습은 <툼스톤>의 진정한 주인
마약범의 가족을 노리는 연쇄살인사건 <툼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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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학교는 외딴섬에 있다. 문제아들이 갇혀 있는 이 학교에 새로운 학생들이 끌려온다. 국회의원 딸 혜나(하은설), 패싸움만 벌이던 정식(백서빈), 경찰에 걸린 철기(배민수)이다. 학교는 느닷없이 나타난 돼지의 난동으로 흉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칠성학교의 선생들은 전학생을 “쓰레기”라고 부르며 폭력을 일삼고, 선생에게 대드는 전학생들의 소심한 반항만 이어진다. 그러다 교장은 난동을 부리는 돼지를 잡다 엉덩이를 물리고 좀비가 되고 만다. 이때부터 선생과 제자간의 충돌은 좀비와 사람간의 생존싸움으로 치닫는다.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 <좀비스쿨>의 진행은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억지가 학원물이 아닌 좀비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간다. 블랙코미디처럼 연출된 선생들의 과장된 연기나 돼지에 물려 좀비로 변한다는 설정은 영화 안에서는 위화감을 주지만 ‘B급 좀비물’이라는 장르의 범주 안에서는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다. 하지만 이런 장르의
‘B급 좀비물’ <좀비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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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다코타 패닝)와 제리(엘리자베스 올슨)는 여러모로 대조적인 단짝 친구다. 적극적이고 밝은 제리와 달리 릴리는 덜 나서고 더 고민하는 편이다. 대학교 입학 직전 여름방학, 두 친구는 길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청년 데이빗(보이드 홀브룩)에게 동시에 마음을 빼앗긴다. 자신의 마음을 친구에게 금방 털어놓은 제리와 달리 이번에도 릴리는 그저 입을 꾹 닫아버린다. 그러나 데이빗은 릴리에게 더 호감이 있는 눈치다. 데이빗의 적극적인 구애에 릴리 역시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릴리가 데이빗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제리에게 힘든 일이 일어난다. 자신을 필요로 할 때 제리의 옆에 있어주지 못했음을 깨달은 릴리의 죄책감은 배가 된다.
<허공에의 질주>의 각본가로 이름을 날린 시나리오작가, 나오미 포너의 늦은 연출 데뷔작이다. 가족과 성장을 어우른 이야기에서 <허공에의 질주>를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삼각관계 스토리를 소녀와 성인 사이에 낀 주인공
단짝 친구와의 삼각관계 <베리 굿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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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사바: 저주의 시작>은 ‘분신사바’의 중국식 표현인 <필선>(筆仙)이라는 제목으로 2012년 개봉되어 2주 만에 6천만위안(약 107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중국 호러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작품으로, 뒤늦게 공개되는 안병기 감독의 중국 진출작이다. 가정폭력에서 아들을 지키려는 소설가 샤오아이(매정)는 남편이 석방됐다는 소식을 듣자 친구이자 의사인 이난(곽경비)에게 부탁해 외진 별장으로 아들을 데리고 피신한다. 불길한 느낌의 저택에서 샤오아이는 헛것을 보고 아들은 소녀인형을 주워온다. 한편 공포소설을 집필 중인 샤오아이의 컴퓨터에는 쓰지도 않은 공포소설이 입력되어 있다.
절제된 영상과 불쾌한 무드의 조성 면에서 이 작품은 안병기 감독의 호러영화 중 가장 출중한 성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안병기 감독의 연출력에 중국 각본가들의 멋진 시나리오가 어우러져 놀라운 성과물이 만들어졌다. 대저택에 고립된 작가의 히스테리와 아이의 불안이라는 요소에서는 스
탁월한 균형감각을 갖춘 웰메이드 호러영화 <분신사바: 저주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