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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성격을 가진 27살의 프란시스는 뉴욕에서 활동 중인 댄서다. 그녀에게는 안락한 집은 물론 마음을 털어놓을 애인과 친구가 있으며 꿈을 펼칠 직장도 있다. 그런데 그것들이 어느 날부터 사라지기 시작한다. 애인과 헤어지고 친구와는 싸우더니, 어느 날 무대에 설 기회가 사라지고 급기야 주머니 사정마저 나빠진다. 이 정도면 절망에 빠질 법도 하지만 프란시스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이 어려움을 이겨낸다.
노아 바움백 감독이 연출하고 주연배우인 그레타 거윅이 시나리오에 참여한 <프란시스 하>는 프란시스의 캐릭터에 많은 것을 기댄 영화이다. 그런 맥락에서 <프란시스 하>는 매우 사랑스러운 작품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빈틈도 많지만 솔직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프란시스는 미워하기 힘든 매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객이 프란시스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과 프란시스가 스스로를 매력적이라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즉 <프란시스 하>는 나르시
‘4차원’ 매력의 그녀 <프란시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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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도심에서 거대 크레인이 현금수송차량을 습격한다. 가면을 쓴 괴한들은 일사불란한 작전하에 금고를 탈취한다. 수송차량을 호위하던 경찰은 거친 총격전을 벌이지만, 무력하게 그들을 놓치고 만다. 수사팀의 총책임자 루이(유덕화)는 임무에 충실한 베테랑 경찰이지만 용의자 차오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일한 연결고리는 현장에서 잡힌 타오싱봉(임가동). 우연히도 루이와 안면이 있는 동창생으로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무장강도팀의 범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사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진목승 감독의 2000년대 영화에 꾸준히 각본을 쓴 원금린의 연출 데뷔작이다. 홍콩영화의 전형적인 범죄 누아르에 진목승 영화를 계승한 듯한 액션이 더해졌다. 수사팀이 현장을 급습하는 과정에서의 건물 폭파 장면이나, 시가지 총격 신 끝에 이어지는 가스 폭발은 진목승 감독의 장기를 충실히 재현한 티가 난다. 여기에 유덕화, 임가동의 노련한 연기까지 더해지면, 지난 10년 동안 홍
홍콩 액션 누아르 <파이어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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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리키에는 ‘천하무적’이 필요가 없다. “짜릿한 성취감도, 화려하게 빛날 기회도 없는” 외딴섬 키코리키는 평화로운 낙원이다. 그런데 우연히 발견한 TV가 문제의 시작이다. 키코리키의 순진한 동물 주민들은 24시간 생중계되는 파란 가면 루시엔의 활약에 단번에 사로잡힌다. 악당 칼리가리 패거리에 맞서 도시를 지키는 영웅 루시엔! 그를 TV로만 지켜볼 수 없다는 결심을 한 그들은 직접 그를 만나기 위해 도시로 떠나는 배를 띄운다. 그러나 꿈은 여기까지다. 파도를 넘어 힘겹게 도시에 이르자 입국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이민국 감옥에 갇히고, 홀로 떨어진 고슴도치 지코는 삭막한 거리에서 길을 잃는다. 고생 시작.
<천하무적 키코리키>는 2004년 러시아에서 TV시리즈로 방영된 애니메이션 <키코리키>의 극장판이다. 이야기는 끝까지 ‘천하무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파란 가면 루시엔의 활약은 연출된 TV쇼에 불과하고, 루시엔을 연기하는 배리는 값싼 급료에 고용된 노동자
“진짜 영웅이 아니면 어때?” <천하무적 키코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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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라는 질문은 이 영화 앞에서 무용하다. 이 작품은 음모를 파헤치는 미스터리가 아니며 난관의 해결을 향해 전개되는 스토리 영화도 아니기 때문이다. <언더 더 스킨>은 외계인의 신체 강탈을 소재로 한 SF영화다. 킬러 로라(스칼렛 요한슨)는 아름다운 지구인으로 가장한 채 밴을 몰고 다니며 남성들을 유인한다. 로라에게 이끌린 남성들은 검고 끈끈한 늪으로 이끌려 피부만 벗겨진 채 나머지는 상상만 가능할 어떠한 곳으로 운송된다. 이 연쇄살인이 그녀 자신을 위해서인지 다른 목적을 위해서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배후에 있는 거대한 목적의 무심한 매개자로 보일 뿐이다.
영화를 위해 전라노출을 불사한 스칼렛 요한슨은 제몫을 다했다. 그녀의 입장이 모호해 보이는 것은 성격화의 실패이거나 연출상의 결함이 아니다. 로라에게 성격과 감성이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 중요한 설정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미헬 파버르의 동명 SF소설을 느슨하게 각색했다.
추상적 감성을 실체화한 실험영화 <언더 더 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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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가는 게 더 좋다고 주장하는 남자가 있다. 낙천적 성격의 음악감독 정우(이상윤)가 바로 그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광고 기획자 수경(윤진서)과 일하게 된 정우는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그녀와 상반된 성향임을 확인한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 달리는 단독 레이스가 아니다”라는 자신의 주장과 다르게, 수경은 “혼자라도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게 더 좋다”고 말하는 타입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불안정한 가족사’가 던진 화두가 서로를 묶어주고, 또다시 ‘와인’이란 공통분모가 둘의 취향을 엮는다. 그렇게 친해진 두 사람은 미국에서의 광고 프로젝트에 동행하게 되고, 이윽고 본격적 연애를 시작한다. 그렇지만 둘의 로맨스가 꽃피우려는 찰나, 예상치 못했던 훼방꾼이 등장해서 그들을 방해한다. 5년 만에 미국에서 만난 정우의 여동생 소영(이솜)이 오빠의 곁을 지키는 수경을 질투한 것이다.
<산타바바라>는 2010년에 개봉한 <맛있는 인생&g
강렬하지 않은 삼십대의 연애 <산타바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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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약 등 세상의 수많은 중독 중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일까? <땡스 포 쉐어링>은 섹스중독이라고 대답한다. 섹스중독자는 몸에 늘 마약 주삿바늘이 꽂혀 있는 것과 같아 가장 위험하다고 설명한다. 섹스중독자들의 고통과 연대를 그린 영화 <땡스 포 쉐어링>은 섹스중독 현상을 묘사하는 것보다 지난한 치유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섹스중독으로 인해 파괴된 가족이나 친구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들의 노력은 처절하다. <땡스 포 쉐어링>은 섹스중독자 치유 모임 참가자들의 개별 사연을 따라간다. 10년째 모임을 이끌고 있는 마이크(팀 로빈스)는 알코올중독에 이어 섹스중독까지 겪으며 삶과 가정이 파괴될 지경에서 극적으로 회생한 인물이다. 모임에서는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지만 정작 아내와 아들은 그에 대한 원망과 불신이 크다. 8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온 마이크의 아들은 드러내놓고 아버지를 위선자라고 비아냥거린다. 마이크는 스스로를 치유하기에 바빠 가족들
가장 무서운 중독 <땡스 포 쉐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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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인 더 문라이트> Magic in the Moonlight
감독 우디 앨런 / 출연 콜린 퍼스, 에마 스톤, 마샤 게이 하든, 하미시 링클레이터 / 개봉 8월21일
우디 앨런의 새로운 여행지는 1920년대의 남부 프랑스다. 유럽을 사로잡은 스타 마술사 웨이링수는 사실 스탠리 크로퍼드(콜린 퍼스)라는 이름의 영국인이다. 어느 날 그는 남부 프랑스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여자 심령술사 소피(에마 스톤)에 대해 알게 된다. 마술은 그저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믿는 스탠리는 그 심령술이 가짜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남부 프랑스로 향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가족에 얽힌 비밀까지 모두 맞히는 소피를 보며 혼란에 빠지고, 또한 그녀의 묘한 매력에 마음이 흔들린다. 파리 여행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인지 우디 앨런은 <미드나잇 인 파리>(2011)를 함께했던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과 함께 남부 프랑스의 온화한 풍광에 젖어들었다. 그럼에도 역시 가장 관심을 끄는 대
[Coming Soon] 콜린 퍼스와 우디 앨런의 만남 <매직 인 더 문라이트> Magic in the Moon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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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은 공인이다? 이토록 어리석은 주장이 횡행하는 걸 보면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기자 제현 여러분,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연예인이 세금으로 월급 받나? 공공기관 공무원인가? 아니면 선거를 통해 뽑힌 정치인인가? TV에 나오는 사람들이 다 공인이라면 <6시 내고향>에 나오는 시골 어르신들도 다 공인이겠다.
연예인들의 ‘유명세’는 상징적 자본이다. 그들은 상징적 자본을 이용해 돈을 버는 지극히 사적인 존재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존재’와 ‘공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정치 주체’는 전혀 다른 존재 양식이다. 예컨대 국정감사장에서 “찍지 마, 시발”이라고 막말 파동을 일으켰던 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과 공항에서 사진 찍지 말라고 가운뎃 손가락을 쳐들었던 배우 김민준은 전혀 다른 존재론적 위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난 김민준이 왜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배우가 왜 장관급의 공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그 논리 구조가 기괴하다. “공적인 것”이란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사생활 보호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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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원하던 자리에 오르고 나니 인생의 최종 목표를 잃고 무기력해진 각하의 심경을, 아마도 대학 시절의 나였다면 무척 공감했을 것 같다. 대학만 들어가면 창창한 미래가 펼쳐질 거라 믿었는데 공부는 하기 싫고 놀 줄은 모르고 인기도 없는 스무살에게 멋진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수업시간 내내 자다가 끝나자마자 집에 돌아와 방에 처박히거나, 학교에 가는 척하다 아이스크림 몇개 사들고 친구 집에 가 처박히거나. 비디오를 보다 잡지를 뒤적이다 친구가 키우는 토끼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10년쯤 뒤, 한 인터뷰이로부터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대학에 들어가긴 했는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친구 사귀기도 힘들고 수업 내용도 잘 모르겠고… 나는 놀지도 않고 공부도 안 하는 애였다. 수업 끝나면 자취방에 와서 다음날 아침까지 휴대폰 게임만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제대 뒤 한 방송사의 개그맨 공채 시험에도 떨어진 그는 친구들을 모아 코믹한 UCC를 찍기 시작했다. 미니홈
[최지은의 TVIEW] 성공한 잉여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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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에덴> <더 험블링>
2013 <프란시스 하>
2012 <로마 위드 러브>
2011 <방황하는 소녀들> <친구와 연인 사이> <아서>
2010 <그린버그> <노던 컴포트>
2009 <하우스 오브 더 데블>
2008 <나이트 앤 위켄드>
2007 <한나 테이크스 더 스테어즈>
2006 <LOL>
아호이, 섹시! ‘썸’ 타던 남자가 보낸 멘트를 친구들에게 두고두고 써먹는 프란시스는, 얼굴에 장난기가 한가득인 스물일곱 아가씨다. 세상을 다 가진 듯 뉴욕 시내를 춤추고 활보하던 그녀지만, 더이상 즐거울 수 없는 일들이 자꾸만 생긴다. 애인보다 아끼던 친구는 사랑을 찾아 떠났고, 안정된 직업을 갖지 못한 프란시스는 다음달 집세를 보전하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절망에 쉽게 빠지는
[who are you] 그레타 거윅 Greta Gerw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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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 포 쉐어링>은 팬티 바람에 무릎까지 꿇고 기도하는 마크 러팔로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건실한 중년남인가’라는 생각이 들려는데 가만, 어딘가 석연치 않다. “오늘로 5년째. 한때는 5일도 못 참던 나였다”로 이어지는 그의 고백 때문이다. ‘아니, 대체 뭘 참았다는 건가, 아니 그렇게까지 참을 건 또 뭐람.’ 이런 생각을 읽기라도 했다는 듯 그는 뜸들이지 않고 곧장 말한다. “나는 섹스중독자죠.”
섹스중독. <땡스 포 쉐어링>에서 마크 러팔로가 연기하는 아담의 병명이다. 그는 지금 섹스 때문에 하루아침에 인생을 날려버릴지도 모르는 자신과 같은 섹스중독자들과 함께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각자가 그동안 어떤 식으로 통제 불가능한 성욕을 참아왔는지, 또 어떻게 해야 그걸 계속 참아낼 수 있는지 말하고 들으며 인내의 방법을 공유한다. 그들 사이에서 아담은 참는 데 도가 튼 모범생으로 통한다. 이럴 때 보면 마크 러팔로의 지극히도 평범한 외모가 한몫 단단히 하는
[마크 러팔로] <땡스 포 쉐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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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4일 독립기념일 연휴가 지나갔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지난 주말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개봉할 때마다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온 시리즈이니 당연한 결과 아니냐며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봉 성적만 놓고 보면 연휴라는 특수도 누리지 못했고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위상도 지키지 못했다. 첫주엔 1억달러를 벌어들였지만 개봉 2주차 때 이 작품의 북미 박스오피스 수입은 3600만달러에 불과했다.
사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가 승승장구한 곳은 따로 있다. 전세계 2위의 영화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다. 영화는 중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개봉했는데, 중국에서 개봉한 첫 주말 동안 9700만달러의 수입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중국에서 개봉한 어떤 영화보다 단시간에 많은 수입을 올린 것이다. 이전의 최고기록은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였다. 올 상반기,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한 할리우드영화들은 수두룩하다
[LA] 할리우드의 따거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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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신의 한 수> 등을 홍보마케팅한 컬쳐마케팅사 호호호비치가 2014년 하반기 신입/경력 1년 이상 정규 채용한다. 8월3일까지 이메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송부. 자세한 내용은 blog.naver.com/hohohobeach에서 볼 수 있다.
*제7회 서울노인영화제가 오는 9월24일(수)부터 27일(토)까지, 4일간 영화 축제를 함께 이끌어나갈 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 모집기간은 6월30일부터 7월25일까지, 지원 방법은 서울노인영화제 홈페이지(http://sisff.seoulnoin.or.kr/)에서 자원활동가 지원서를 다운로드받아 이메일(sisff@hanmail.net)로 접수하면 된다.
*‘2014 작은영화관 기획전_고창’이 7월15일(화)부터 18일(금)까지 고창 동리시네마에서 열린다. <미나문방구> <7번방의 선물> <이프!> <피부색깔=꿀색> <그
[소식] 아시아필름마켓2014의 참가 접수가 7월1일부터 시작되었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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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이 들어가는 기쁨
전설은 아직 진행 중이다. 어느덧 스무살이 된 한국 무협만화의 전설 <열혈강호>의 20주년 특별전이 열린다. 제18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기간 중 진행하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그간 <열혈강호>가 걸어온 여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메인전시와 함께 영화제 기간 동안 매일 오전 11시에 코스프레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26일에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기획전시실에서 양재현&전극진 작가 사인회도 있으니 <열혈강호> 팬이라면 놓치지 마시라. 63권 전부 들고 와도 다 사인해준다. 아마도?
사운드 페스티벌 2014
장필순부터 한희정, 요조, 타루, 프롬, 민채까지. 개성 강한 일곱명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사운드 페스티벌 2014-그녀의 삶을 살다>로 관객과 만난다. 7월18•19일 양일간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진행된다. 그녀들의 마성의 목소리를 들으며 한여름의 열기를 잠시라도 잊어보자.
고민 없
[culture highway] 함께 나이 들어가는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