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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친구의 휴가 제안을 거절하는 말
속뜻 4.19의 정신을 되새기는 말
주석 2001년 개봉하여 역대 최다 관객을 경신했던 영화 <친구>는 수많은 유행어를 낳았다.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내가 니 시다바리가?” “고마 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아이다 친구끼리는 미안한 거 읎다.” “쪽 팔리서.” 심지어는 영어 선생의 콩글리시 발음(“더 워드 폴루션 유주얼리 민스 섬싱 라이크 더티 에어 워터 앤 노이즈…”)까지 흉내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최고의 유행어는 따로 있었다. 준석(유오성)이 상대 폭력조직의 행동대장이 된 친구 동수(장동건)에게 분쟁을 피해 잠시 외국에 나갈 것을 권유하자 동수가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니가 가라, 하와이.”
부산 사투리에 실려서 리드미컬하게 전달되는 저 일곱 음절은 운도 맞고(‘이~아~와~이’로 이어지는 소리는 크레셴도와 데크레셴도를 이어 붙여 발음해야 한다), 높낮이도 일품이다(‘가라’가 제일 높고 ‘하’가 두 번째로 높아서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니가 가라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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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비아 피날을 <비리디아나>(1961)를 통해 처음 봤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루이스 브뉘엘의 영화를 보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다. 브뉘엘은 이미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1972)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지만, 다시 말해 서구에서는 대중적으로도 이름을 알렸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멀었다. 그의 영화는 낯설었고, 그는 소문난 좌파였는데, 그런 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1990년대 중반에, 한국에서도 시네클럽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비로소 브뉘엘의 영화들도 조금씩 소개됐다. 그러나 브뉘엘의 초현실주의 영화들은 즐기기엔 여전히 ‘모호한 대상’이었다. 그 모호함의 벽을 넘볼 수 있게 해준 작품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비리디아나>이고, 여기서 빛난 별이 실비아 피날이다.
경력의 전환점은 브뉘엘의 <비리디아나>
<비리디아나>를 본 관객은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혼자 사는 숙부의 집에 수
[한창호의 오! 마돈나] 성과 속의 야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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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알리> I Am Ali
감독 클레어 르윈스 / 출연 무하마드 알리, 짐 브라운, 조지 포먼, 톰 존슨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한 말 그대로 링 위를 제패한 사나이, 전설의 주먹 무하마드 알리가 돌아온다. 알리 본인이 직접 출연해 자신의 삶을 회고해가는 다큐멘터리다. 알리의 아들과 딸, 전부인이 등장해 인간 알리에 대해 말하고 마이클 타이슨, 조지 포먼 등 복싱계의 후배들이 출동해 선수로서의 알리를 조명한다. 11월28일 영국 개봉.
[WHAT'S UP] <아이 엠 알리> I Am 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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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메이즈 러너> 아름다운 합의
[정훈이 만화] <메이즈 러너> 아름다운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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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의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의 책. 스마트폰이 없던 2006년에 집필된 책이기 때문에 지금 다시 쓰인다면 몇몇 항목은 교체가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읽다보면 급변하는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묻는 책임을 알 수 있다. 부부가 헤어지면서 친구로 남는다는 것, 언제나 연락 가능한 상태인 것, 낙관주의와 비관주의, 그리고 블로그 등. 몇몇 대목에서는 작가의 생각에 딴죽을 걸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도서]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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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서울 지하철에 원자력의 안전함과 이로움에 대한 광고가 잔뜩 실리던 때가 있었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그 광고들은 사라졌다. <원자력 프로파간다>는 왜 그리고 어떻게 대다수 일본 국민이 원자력을 안전하다고 믿게 되었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실제로 게재됐거나 방송된 광고 250편을 통해 감성적으로 제작된 원자력에 대한 광고가 어떻게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었는지 살핀다.
[도서] 원자력에 대한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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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시마 다케히코는 시코쿠의 유명한 순례길 헨로를 걷고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설마,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건 아니겠지?>를 그렸다. 헨로를 걷는 데 필요한 장비에 대한 정보 같은 것은 어디까지나 덤이다. 왜 걷는가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애쓰지만 성공에 대한 욕망, 제대로 맺지 못한 일, 먼저 성공한 동료에 대한 질투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걷기 여행에 대한 환상을 제법 단호하게 걷어내준다.
[도서] 걷기 여행에 대한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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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 동안 대기업 투자배급사의 수직 계열화 논란이 일 때마다 함께 언급되던 판결이 있었다. 파라마운트 판결이다. 원고 미국 정부가 5대 메이저 스튜디오(파라마운트, 로우스(MGM), RKO, 이십세기 폭스, 워너브러더스)와 3대 마이너 스튜디오(컬럼비아, 유니버설, UA(United Artists)) 등 할리우드 8개 스튜디오들을 피고로 하여 셔먼법 위반 의심 행위에 대한 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파라마운트 소송이 시작됐다.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극장을 사들여 수직 통합을 구축했고, 대량의 영화를 제작해 자체 배급망을 통해 전국 상영관에 배급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챙겼다. 그 과정에서 스튜디오들은 불공정한 관행을 주도해 시장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데 일조했다. 1938년 시작된 소송은 195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스튜디오의 불공정한 행위가 경쟁법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됐다.
<할리우드 독점전쟁>은 우리가 왜 파라마운트 판결을 제대로 알고 얘기해야 하
[도서] 왜 파라마운트 판결을 알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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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조선고급학교(이하 오사카조고) 럭비부를 통해 재일동포사회를 조명한 박사유, 박돈사 감독의 다큐멘터리 <60만번의 트라이>가 9월18일 국내 개봉했다. 개봉일에 맞춰 영화에 출연한 럭비부원 황상현(오른쪽)과 럭비부 매니저 김옥희(왼쪽)가 한국을 찾았다. 영화에서 장난기 가득하던 까불이 상현은 여전히 개구져보였고 해맑게 웃던 옥희는 어느새 여성미가 철철 넘치는 대학교 4학년생이 됐다. 92년 동갑내기 두 친구는 인터뷰 내내 “하하호호” 웃으며 톰과 제리처럼 티격태격이다. 그러다가도 재일동포 사회에 대해서 물으면 서툰 한국어 실력이지만 각자의 생각을 차분히 말로 옮겼다. 오사카조고에서 보낸 그들의 유년기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것이 곧 <60만번의 트라이>가 아니겠나 싶었다.
-한국은 첫 방문인가.
=상현_그렇다. 정말 미인이 많더라. (인터뷰 장소에 놓인 TV에서 ‘태티서’가 나오자) 티파니가 좋다.
옥희_나는 세 번째다. 유학 중인 친구를 만나러 온 적이
[flash on] 꿈과 희망의 트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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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만 자면 꼭 꿈을 꾼다. 밤잠을 잘 때에도 꿈을 꾸겠지만, 유독 낮잠 속의 꿈만 선명하게 기억난다. 낮에는 머리가 좋아지나? 실은, 꿈꾸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꿈꾸지 않기 위해 낮잠에 들고 싶지 않은데, 낮잠은 언제나 슬며시 허리를 붙들고 나를 주저앉힌다. 낮잠 속의 꿈은, 나를 깊은 곳으로 데려가지 않고 낮은 곳에서, 이를테면 무릎까지만 잠기는 냇가에서만 어슬렁거린다. 꿈은 여기저기 낯선 곳으로 나를 끌고 다니다 마지막엔 싫증났다는 듯 내팽개친다. 나는 불현듯 꿈에서 깨어난다. 꿈꾸는 걸 싫어한다기보다 꿈에서 깨어날 때의 이상한 감촉이 싫은 것이다. 다른 세상에서 현실로 불시착했을 때의 어리둥절함이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팔은 저리지, 목은 마르지, 여기는 어디인지 잘 모르겠지, 내가 지금 살아 있는 것이 맞는지도 가물가물하지, 아무튼 꿈으로 가고 싶지 않다.
이런 적도 있었다. 20살 즈음의 일요일 오후, 집 거실에 드러누워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쌀쌀한
[김중혁의 바디무비] 자꾸 이야기하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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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 도넛>의 루디(앨런 커밍)는 1970년대 말 LA의 게이 가수다. 루디와 애인 폴(개릿 딜라헌트)은 친모에게 방치된 다운증후군 소년을 거둬 돌본다. 하지만 제도화된 호모포비아가 세 사람의 가정을 파괴하려든다. 앨런 커밍(<엑스맨2>의 나이트크롤러)의 연기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자레드 레토도 그 앞에서는 빛을 잃을 만큼 화사하고 생생하다. 루디는 자신과 남을 천연덕스럽게 실컷 사랑한다. 누가 뭐래도, 이것이야말로 신이 뜻한 바대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8/28
(8월22일 일기에서 계속) 2014년에도 재난영화는 성업 중이다. 이 장르 역사를 통틀어 제일 인기 있고 유서 깊은 단골 소재인 구약의 대홍수와 베수비오 화산폭발이 <노아>와 <폼페이: 최후의 날>로 최신판을 갱신했고 괴수 재앙물 <고질라>가 리부트되었으며 <인투 더 스톰>이 여름 시즌 끝자락을 잡고 오늘 개봉했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여름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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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레쉬맨, 마스크맨, 바이오맨. 이 익숙한 이름들은 1975년부터 반다이에서 제작한 슈퍼전대 시리즈에 나오는 인물 중 일부다. ‘전대물’이라고 칭하는 이 시리즈는 특별한 힘을 지닌 다섯 히어로가 악을 물리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38번째 전사들이 대를 잇고 있는 인기작이다.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vs 고버스터즈 공룡 대결전! 안녕, 영원한 친구여>는 극장판으로 제작되는 vs 시리즈, 전 세대와 현 세대 레인저를 잇는 크로스오버가 취지인데, 이번에는 ‘공룡’을 힘의 매개로 하는 선배 레인저들까지 출연해서 외계 세력에 맞선다.
우주대공룡 보르도스는 예전 레인저에게 처치된 악당들의 원한을 모아 지구 침략을 모색하고 있다. 다이노 썬더가 물리친 가일톤, 다이노 레인저와 싸운 그리포자를 포함해 현재 활약하는 고버스터즈의 적, 데보스 군까지 가담했다. 설상가상으로 티라노사우루스의 힘을 받는 선배 레인저들까지 이들에게 조종당하는 형국. 37대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는 보르도스
전 세대와 현 세대 레인저를 잇는 크로스오버 <극장판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vs 고버스터즈 공룡 대결전! 안녕, 영원한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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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미국, 게이 커플인 루디(앨런 커밍)와 폴(개릿 딜라헌트)은 루디의 옆집에 사는 15살 소년 마르코(이삭 레이바)를 입양하려 한다. 다운증후군 환자인 마르코는 제대로 된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유일한 보호자였던 엄마가 마약으로 감옥에 갔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은 자신들의 ‘정체’를 솔직하게 드러낸 채 마르코의 양육권을 얻기 위한 재판을 시작하고, 세상의 편견과 힘든 싸움을 벌인다.
실제 인물에 영감을 받아 만든 트래비스 파인 감독의 <초콜렛 도넛>은 단순하지만 힘 있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드라마다. 동성애에 대한 차별은 없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제도적 개선은 물론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 단순해 보이는 이 주제는 영화의 극적인 사건들과 만나며 설득력을 얻는다. 이를테면 홀로 거리를 헤매는 마르코의 안쓰러운 뒷모습과 법정에서 모욕적인 질문에 답해야 하는 루디의 처지 등은 즉각적으로 강렬한 정서적 파장을 빚는다. 그리고 영화는
동성애에 대한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 <초콜렛 도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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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품을 만한 의심을 뜻하는 법률 용어다. 동명의 제목을 가진 <리저너블 다우트>는 순간의 실수로 인해 일생일대의 곤경에 처한 검사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다. 재판마다 승승장구하는 검사 미치(도미닉 쿠퍼)의 삶은 완벽하다. 직장에서는 유능한 검사, 가정에서는 든든한 가장인 그는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차로 귀가하던 어느 날 실수로 사람을 친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미치는 고통스러워하는 피해자를 두고 달아난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그는 뺑소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잡혔다는 뉴스를 본다. 검찰은 미치가 낸 사고의 가해자로 몰린 데이비스(새뮤얼 L. 잭슨)를 1급 살인죄로 기소하려 하고, 재판을 맡게 된 미치는 혼란에 빠진다.
한순간의 실수로 사람을 죽인 뒤 잘못을 감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와 그런 그를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목격자. <리저너블 다우트>는
한 순간의 실수 <리저너블 다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