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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빈말이 아니었다. 인터뷰 당일에도 박신혜는 새벽부터 드라마 <피노키오> 촬영을 했고 오후에는 영화 <상의원>의 제작보고회 무대에 올랐다. 드라마 촬영이 시작된 9월 중순 이후로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거침없이 달려오고 있다. 그래도 기분만큼은 더없이 좋아 보인다. 지난해 말 드라마 <상속자들>로 흥행 홈런을 치며 아시아권 스타로 발돋움했고 올해는 싱글 앨범 ≪팔베개≫ ≪My Dear (꽃)≫을 내며 아시아 투어 콘서트까지 다녀왔다. 박신혜는 크리스마스이브에 개봉하는 <상의원>에서 고독한 왕비로 등장해 처연한 여인의 모습을 그릴 예정이고, <피노키오>에서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가상의 증후군인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는 기자를 연기한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면서, 한국과 아시아 곳곳을 오가며 스타로 성장해가는 그녀의 행보가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눈에 띄는 것은 분명하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박신혜
[박신혜] 정말 내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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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교회 오빠의 반의어
속뜻 교회 오빠의 동의어
주석 전국의 공용 화장실 남자 칸에는 동일한 낙서가 있다. “어느 날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친구는 없고 친구 누나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로 시작되는 소설 말이다. 한 사람이 전국을 돌면서 쓴 글 같다. 차이가 있다면 어디까지 썼느냐인데, 그건 작가의 그날 장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화장실 소설에서는 왜 그토록 자주 친구 누나가 등장하는 걸까? 세 가지 설이 있다. 첫째, 문자설. “친구 누나”란 글자를 재배치하면 “누구나 친~”이 된다. 친구 누나란 말이 화장실 작가에게 누구나 친할 수 있는 존재라는 뜻으로 무의식중에 각인되어 있다는 거다. 친(親)이라는 한자에는 ‘친하다, 사랑하다, 가깝게 지내다’ 등의 뜻과 더불어 ‘새색시’라는 뜻도 있다. 그러니 친구 누나란 모든 이와 친할 수 있는 존재, 새색시와 같은 존재다. 둘째, 욕구설. 이것은 “누나”가 명사로는 ‘남자보다 나이 많은 여자’란 뜻이지만, 동사로는 ‘누다’의 의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친구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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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 헤비메탈밴드 백두산의 <주연배우>에서 “인생이란 주연배우…”란 오글거리는 가사를 들었을 때, 난 하염없이 솟아오르는 닭살을 움켜쥐며 피식 비웃었다. 인생이 연극이라는 비유가 얼마나 유치한가를 되뇌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년 후 감독질을 시작하면서, 소싯적 유지해오던 둥글둥글 물탱이 이미지를 탈피하여 근엄한 감독님 이미지를 득템하기 위해 수염을 기르는 나 자신, 즉 ‘캐릭터’ 변화를 꾀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난 깨닫는다. 백두산이 옳았다. 인생은 참도 거짓도 아니고, 당신은 진품도 짝퉁도 아니다. 인생은 연극이고, 당신은 캐릭터이고, 또 주연배우다.
백두산 노래를 미처 듣지 못한 바쟁 흉아는 심히 고민하셨다. 영화는 연극보다 우월한 매체인데, 이를 어찌 입증하나… 라고. 바쟁 흉아가 고민 끝에 결론내리길, 연극은 무대 뒤가 닫혀 있는 반면, 영화는 무대 뒤가 열려 있도다. 매우 명민한 논증이고 결론이었지만, 사실 이는 이론상에서만이다. 나조차도 그의
[곡사의 아수라장] 무대 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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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하트 오브 더 씨> In the Heart of the Sea
감독 론 하워드 /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킬리언 머피, 벤 위쇼, 샬롯 라일리
1820년 포경선이 향유고래 때문에 바다 한가운데에 난파한다. 구조가 늦어지면서 선원들은 인육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다다른다. 망망대해에서 펼쳐지는 처절한 생존 드라마로 실화를 각색한 너새니얼 필브릭의 소설이 원작이다. 크리스 헴스워스와 킬리언 머피, 벤 위쇼가 출연하며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했다. 2015년 3월13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인 더 하트 오브 더 씨> In the Heart of the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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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대낮에 동네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어떤 할머니가 “학생, 학생!”을 애타게 외치기에 거 참, 어떤 학생이 어르신 부르는데 버르장머리 없이 못 들은 척하고 제 갈 길만 가는 건가,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근처에 노인 아닌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나야, 나? 나, 학생? 빵끗 웃으며 뒤로 돌아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할머니, 내 얼굴을 보고 충격과 공포로 얼어붙으셨습니다. 죄송해요, 나이 생각 못하고 이따위로 옷을 입어서. 호숫가에서 2열 횡대로 도열하고 대기 중이던 할머니들 단체 사진을 찍어주고 나는 쓸쓸하게 돌아섰다. 내가 딱히 학생 차림을 하고 나간 건 아니었다(눈치는 없어도 양심은 있다). 그냥 흔한 전업주부로 보이고 싶어서 고심 끝에 고른 것이 레깅스였을 뿐인데, 무엇이 잘못되었던 걸까. 역시 주부들의 아이콘이라는 긴 니트가 없어서 대신 뒤집어쓰고 나간 후드 티와 엉덩이 가린답시고 걸친 데님스커트가 문제였을까. 벗이라곤 노처녀뿐이니 사면초가 막막하여도 물어볼 곳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학생~ 학생! 어이쿠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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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꿈>은 울산 조선소와 제철소의 풍경을 중심으로 몇 갈래의 이야기를 시도한다. 산업화 이전의 신적인 존재였던 동해의 고래, 노동운동사, 감독의 끝난 연애가 연결된다. 그러나 모든 서사적 구성을 압도하는 영화의 동력은, 거대 기계의 스펙터클에 대한 카메라의 감출 수 없는 매혹이다. 노동의 이미지인지 자본의 이미지인지 규정할 수 없는 장관은 하릴없이 아름답다. 왜 아니겠는가. 그것은 자체로 완결돼 있고 합목적적이며 무엇보다 스스로의 아름다움에 무관심하다. 산업이 자연에 강제한 변모를 비판적으로 촬영한 사진가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작품에서도 이 역설적 아름다움은 주제와 긴장을 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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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극장에서 영화를 본 일은 손에 꼽는다. 가정용 VHS 플레이어가 한창 보급된 시절에 유년기를 보내서인지 80년대 이전 영화는 대개 안방에서 TV나 비디오로 처음 보았다. 덕분에 관람 등급에 대한 감이 희박하고- <써스페리아>를 열살에 아무 제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애들 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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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레알 진짜 같은 아빠
[정훈이 만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레알 진짜 같은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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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학교라는 한 공간에 모인 10대가 서로를 향해 품게 되는 적대감, 폭력성을 그린다. 1959년에 쓰인 이 소설은, 놀스가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를 다니던 무렵의 경험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윌리엄 포크너상, 로젠탈상을 받았으며, 원제인 ‘Separate Peace’는 원래 군사 용어로 동맹국에서 벗어난 한 국가가 적대국과 단독으로 맺는 강화, 즉 ‘단독강화’를 뜻한다. 폐쇄된 한 공간에서 자신의 존재를 각자의 방식으로 증명해나가려는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까
[도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각자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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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편혜영, 김중혁, 백가흠, 정이현, 정용준, 손보미, 총 일곱명의 작가가 참여해 각각 ‘들다’, ‘쓰다’, ‘신다’, ‘입다’라는 주제 가운데 하나를 택해 소설을 썼다. 소설은 개인의 서사를 다루는 장르이므로, <The Closet Novel> 속 일곱편의 소설들은 패션의 일상 속 속성에 주목한다. 우리가 들고, 쓰고, 신고, 입는 것들로써 결핍과 상실을, 삶의 사소한 비밀들과 희미한 추억들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옷장이라는 물건이 갖고 있는 무언가를 숨겨두는 공간으로서의 상징적 의미도 재치 있게 변주된다.
[도서] 일곱 작가의 삶의 사소한 비밀들과 희미한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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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긴 하지만 한해 결산을 한다면, 2014년은 기록적으로 비행기를 많이 탄 해로 기억될 것 같다. 11월 마지막주까지 총 32번, 16번의 왕복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 다녀왔다. 한해 내내 일하거나 어디에 가 있거나 했다. 비행기표가 필요 없는 여행지들까지 셈에 넣어보면, 4주 연속으로 집에서 잠을 잔 적은 단 한번도 없는 한해였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나는 만 1년째 가족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늙어감에 가속이 붙었음을 알았다. 무언가가 사라져가고 있음을 알았고, 일단 나는 즐기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밤샘 마감 직후에 공항에 가기가 힘들어졌고, 피곤한 상태에서 비행기를 타면 중이염 때문에 이명이 심해졌다. 제프 다이어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다. “이제 더이상 여행이 주는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의 기복을 느낄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밀려드는 감정의 물결, 바닥을 치는 낙담, 한없이 이어지는 지루함과 불편함의 연속도 이제 없을 것 같았다. 누군가 이야기를 나눌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그저, 나이듦의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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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실황만을 담았던 인피니트의 첫 영화 <인피니트 콘서트 세컨드 인베이전 에볼루션 더 무비 3D>와는 다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GROW: 인피니트의 리얼 청춘 라이프>(이하 <GROW>)는 인피니트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일곱 청년의 자연스러운 성장기를 기록한 영화다. 월드투어 중 있었던 17개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통해 성규, 동우, 호야, 엘, 성열, 우현, 성종의 맨 얼굴을 만날 수 있다. 드라마 촬영 일정으로 시간을 내지 못한 성열과 우현을 제외한 다른 다섯멤버들이 짬을 내 자신들의 ‘맨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들려줬다. 수업이 끝난 쉬는 시간, 잠깐 우르르 모여 반 친구들과 수다를 나누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우는 얼굴, 웃는 얼굴, 맨 얼굴까지 가감 없이 나오는 영화다.
=성규_우리끼리 그랬다. 너무 많은 모습을 보여줘 헐벗은 느낌이라고.
호야_우리의 생생한 모습이 많이 담겨서 창피하기도 하다.
성종_영화를 보고 나니
[flash on] 우리꺼 하자, 주저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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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연서(하은)가 지방에서 공부하는 동안 언니 진서(황금희)는 서울에서 모기업 회장의 첩살이를 한다. 두 자매는 오랜만에 서울에서 만나기로 하지만 연서가 도착하기 직전 언니는 갑작스럽게 추락사한다. 진서의 근황을 조사한 김 형사(오광록)는 자살로 수사를 마무리하는 반면 연서는 언니의 죽음을 의문사라고 여긴다. 연서가 언니의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숨겨졌던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줄거리만으론 곧바로 스릴러의 익숙한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락 감독의 데뷔작 <울언니>는 스릴러로 포장된 연속극에 가깝다. 한 가지 에피소드만 살펴보자. 피는 못 속인다고 진서를 첩 삼았던 회장의 아들이 여섯 번째 새살림을 차리지만 회장은 외려 아들을 두둔한다. 며느리는 회장에게 줄 한약에 몰래 락스를 타는데, 회장은 한약을 삼키자마자 배를 움켜잡고 연신 과장되게 “아이고 배야, 아이고”를 외친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 며느리가 카메라에 잡히면서 의미심장한 노래가
스릴러로 포장된 연속극 <울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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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로맨스>는 계절을 담은 영화다. 먼저 가을. 단풍잎이 물든 산에 오르는 날, 짝사랑하는 수진(최은아)이 오지 않자 우기(이응재)는 마음이 상한다. 함께 온 친구 상범에게 계속 시비를 걸고, 술에 취해서는 산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허세를 부린다. 그는 30대 중반의 노총각으로 가방끈은 긴데 연애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 여름. 그를 ‘찌질이’라고 전화기에 등록한 수진은 친구들과 바다로 떠난다. 친구의 애인도 함께 왔는데, 친구들의 내숭과 질투가 유독 심하다. 수진은 모든 일에 강단 있게 대처하면서도 정작 전 남친과의 연락은 끊지 못하는 여자다. 겨울. 창밖 풍경은 하얀 눈으로 가득하고 우기와 수진은 함께 기차에 오른다. 우기는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수진은 그를 귀엽게 여기면서도 전 남친의 연락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춘하추동 로맨스>의 계절에 봄은 없다. 우기 역을 맡은 배우 이응재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이 두 사람의 봄은 빈자리로 남았다. 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연애의 단면 <춘하추동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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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잠수함 올리는 탐사형 잠수함이다. 항상 붙어다니는 베스와 함께 해저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를 책임진다. 베스와 올리는 훈련학교 졸업을 앞두고 지난 훈련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사건들을 차례차례 회상한다. 심해에서 조난당한 더그 선생님을 구한 기억, 비행선 수지에게 전달받은 전기뱀장어를 잡은 경험, 훈련시험에서 잠수함 디를 구한 영웅담까지. 이 귀여운 잠수함들은 모든 사건에 솔선수범하는 진짜 ‘탐사형 잠수함’이다.
<꼬마잠수함 올리>는 2005년부터 10년 가까이 방영된 중국 TV시리즈다. 해마와 게를 비롯한 많은 바다생물들이 올리와 베스가 관할하는 해저에 살고 있다. 역시 그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많다. 지난 10월에 개봉한 첫 번째 극장판은 동화책의 모험담을 바탕으로, 무지개 해적선의 보물을 구한다는 굵직한 이야기였다. 이번 편은 TV시리즈에서나 볼 법한 작은 에피소드들을 회상의 형식으로 단순하게 이어붙였다. 크레인, 비행선 같은 메커닉 캐릭터를 포함해 다양한 바
해저 파수꾼 <꼬마잠수함 올리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