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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만 맡고 죄가 있는지 없는지 대번에 파악하는 촉.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집요함. 수갑 차고 다니면서 ‘가오’ 떨어지는 행동을 하지 않는 직업적 자존감. <베테랑>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서도철은 삼박자 모두 갖춘 베테랑 형사다. “이런 형사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류승완 감독의 말처럼 관할 사건이 아니기에 신경쓰지 않아도 누가 뭐라고 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책임감과 직업윤리를 가진 그다. 그렇다고 정의감이 불타고, 신념이 투철한 형사를 떠올리면 안 된다. 팀장(오달수)의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또 쫀다”고 꼬박꼬박 말대답하다가도 집에 들어가면 아내 앞에서 꼼짝 못하는 남편이요, 아들이라면 껌뻑 죽는 아버지다. 그런 점에서 서도철은 황정민의 “실제 모습과 여러모로 닮았”다. “워커홀릭 같은 면도 있고, 다혈질이다. 나랑 비슷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전작을 통틀어 서도철만큼 그의 실제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한 캐릭터는 없었다고 한다. “3
[황정민] 집념과 배짱, 양극을 오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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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알아서 찍고 있다. 모든 장면에서 한 배우가 쓱 나타나 한컷 연기하고 퇴장하면 다른 배우가 쓱 나타나 연기한 뒤 퇴장하는 식이라 너무 편하다.” 류승완 감독의 말대로 <베테랑>(8월5일 개봉)은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서도철(황정민)은 광역수사대의 베테랑 형사다. 우연히 클럽에서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만나 그에게서 범죄의 낌새를 알아차리고, 그를 쫓기 시작한다. 조태오와 그의 오른팔 최 상무(유해진)가 서도철의 수사를 따돌리면서 이들을 잡겠다는 서도철의 집념은 점점 커져간다. 지난해 촬영이 끝난 까닭에 거의 1년 만에 만난 황정민과 유아인은 스튜디오에 들어오자마자 서도철과 조태오라는 옷으로 다시 갈아입었다. 다음 장부터 황정민, 유아인의 <베테랑> 출연기를 전한다.
[황정민, 유아인] 단순하지만 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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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수사극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은 전문가 집단이다. 형사 외에도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인물들이 사건에 뛰어들어 범인을 밝혀낸다. 그런 점에서 <극비수사>는 유별난 영화다. <극비수사>(2015)의 이야기(혹은 이야기의 배경이 된 실화) 중 흥미로운 부분은 점쟁이라는 직업을 가진 남자 김중산이 유괴 사건의 해결에 개입한다는 것이다. 점쟁이는 분명 프로페셔널한 직업이다. 하지만 그가 범죄 및 수사의 영역 안으로 뛰어들다 보니 내 몸속 수용세포들이 난감함을 표하기 마련이다. <극비수사>보다 10여년 전에 만들어졌으나, 사건이 벌어진 시점으로 치면 10년 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살인의 추억>(2003)에서도 비슷한 장면 하나를 찾을 수 있다. 형사 박두만의 연인 설영(전미선)은 “정 답답하면 무당집 같은 데라도 가봐”라고 말한다. 다음날 두만은 진짜로 무당을 찾아가고, 무당은 이런저런 말을 내뱉던 끝에 묘책 하나를 제시한다. 부적 따위
[이용철의 영화비평] 현실 안에 신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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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난번 기고문에 대한 열화와 같은 성원, 감사드립니다. 사태(?)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재빨리 요약해보자면- 지난번 나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이전 <매드맥스> 시리즈들과는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 아니고, <매드맥스> 시리즈의 마니아로서 “이건 내가 찾던 맛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기고했다가 악플 융단폭격을 맞았다. 사실 인터넷 숙맥인 데다가 SNS를 아예 안 하는 나로서는 생경한 경험이었으니….(오죽했으면 허지웅이 오랜만에 문자를 쳤다, 불쌍해 보였나봐.)
인터넷, 분노의 도로
열광적인 관심에 감격스럽기도 했지만 사실 좀 놀라고 의아한 구석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달랑 2장짜리 글 하나에 악플이 300개씩 붙다니. 게다가 나는 전문 글쟁이도, 안티팬을 달고 사는 전문 논객도 아닌데. 무엇보다도 내가 먹던 김치찌개가 아니라는 말에 이렇게 다들 핏대를 세우시나 의아하기도 하고. 특히 신기했던 점은 그 엄청난 총량과 뜨거운 열기
[곡사의 아수라장] 이것은 <매드맥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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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헬드> Freeheld
감독 팀 피터 솔렛 / 출연 줄리언 무어, 엘렌 페이지, 스티브 카렐, 루크 그림스, 마이클 섀넌
뉴저지주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2005년,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여경 로렐(줄리언 무어)은 세상을 떠나기 전 그녀의 파트너 스테이시(엘렌 페이지)에게 자신의 연금을 양도하기 위해 지역 의회와 맞선다. 20세기 퀴어영화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필라델피아>의 각본가 론 니스워너가 시나리오를 맡아 더욱 기대되는 작품. 스티브 카렐이 LGBT 인권운동가로, 마이클 섀넌이 로렐의 동료로 출연한다. 10월2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뉴저지주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프리헬드> Freeh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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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가 티저를 발표했다. 제목은 ‘Wonder Girls Instrument Teaser Video 1. 선미’. 해석하면 ‘원더걸스 악기 티저 첫 번째 비디오 선미’쯤 되겠다. 이 비디오를 본 뒤에 찾아온 첫 번째 단상은 ‘여성 베이스 연주자’는 역시 멋지다는 것. 도입부를 보면 핀 조명이 내리쬐는 아래 선미가 백색 드레스를 입고 베이스 기타를 메고 있는데, 마치 <파이널 판타지>에 등장하는 라이트닝 캐릭터를 보는 것 같았다. 이후 선미는 본격적으로 베이스 연주를 시작하는데, 태핑 주법을 사용할 때는 화면이 전환되면서 레드 계열의 조명이 비처럼 내리쬔다. 다분히 섹시 코드를 의식한 연출이다. 그리고 다시 화이트로 변환된 후에는 어느새 정면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농염한 미소 한방 발사, 그리고 마무리. 캬.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 댓글을 살펴봤다. 칭찬이 대부분인 가운데 대립 구도를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댓글들이 압도적이다. 그러니까 원더걸스는 이제 아이돌의 클래스를
[마감인간의 music] 진정성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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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인사이드 아웃> 스마트폰 컨트롤 본부
[정훈이 만화] <인사이드 아웃> 스마트폰 컨트롤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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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가냘프고 나이가 매우 많은 교수님이 있었다. 그분 수업에 들어가면 뭐랄까,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곤 했는데, 아무리 월급 받고 하는 일이라지만 저렇게 힘들게 서 있는 노인을 두고 새파란 젊은이들은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이었다. 왜 강의실엔 경로석이 없는 거지, 마음 불편하게.
그런 교수님이 답사에 따라갈 차례가 되었다. 신입생들은 긴장했다. 도중에 돌아가시면 어떡하지? 누가 대표로 심폐소생술이라도 배워야 하는 거 아니야? 철모르는 병아리들이 오종종 모여 수군대는 것을 듣던 복학생은 웃었다. “너네, 최고령 교수님 안경이 왜 그렇게 두꺼운지 알아?” … 늙어서? “술 마시고 들어가다가 계단에서 구르면서 계단 모서리에 뒤통수를 부딪치는 바람에 안구에 충격이 와서 시력이 떨어졌거든.” 무슨 구어체 문장이 이렇게 길어.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근데 그날 교수님 혼자 마신 술이 고량주 대자로 네병.”
알고 보니 그분은 그런 일을 겪고도 술을 끊지 못한, 아니 끊지 않은 강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깨기 전에 다시 마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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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프로듀싱이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는 작업인지 <러브 앤 머시>만큼 생생하고 그럴 법하게 재현한 영화는 드물다.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폴 다노)은 무대보다 스튜디오에서 평화를 느끼는 뮤지션이다. 스튜디오를 하나의 ‘악기’로 쓴 선구적 프로듀서인 윌슨은, 우연한 소음도 곡의 요소로 더하고 빈 녹음실의 공명까지 감식한다. 그룹 멤버와 세션맨들이 작업 중인 스튜디오를 360도 팬으로 빙 둘러보는 숏은, 녹음실에서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유창하고 확신 넘치는 남자였던 윌슨을 보여준다. 한편 마음의 병이 깊어진 1980년대의 윌슨(존 쿠색)은 자주 홀로 방에 고립된 모습으로 스크린에 등장한다. <러브 앤 머시>는 고독한 남자와 방에 관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07/14
<파스카>에서 가을(김소희)과 요셉(성호준)의 사랑을 양쪽 가족이 질색하며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이 차다. 지난 주말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안선경 감독은 여기에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선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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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마>는 미국의 목사이자 인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에 대한 영화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전기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마틴 루터 킹의 어린 시절부터 죽음까지를 순차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1965년, 흑인 투표권 투쟁을 위해 벌어진 ‘셀마-몽고메리 행진’에 집중한다. 미국 인권운동사에서도, 마틴 루터 킹 개인의 삶에서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대해 다루는 것이다.
영화는 자극적이지 않다. 차분하되 밀도 있게 그려낸다. 하지만 그 덕분에 아이러니하게도 ‘지루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의 새로운 표적이 된다. 또 <셀마>는 비슷한 영화 몇몇을 떠올리게 한다. 흑인 인권을 다뤘다는 점에서 일단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2013)나 <노예 12년>(2013)을 논할 수 있다. 그러나 시기와 주제를 보다 정교하게 제한한다면 <미시시피 버닝>(1988)이 생각난다(이 영화는 1964년, 미시시피주의 흑인 투표권 등록을 돕
[김봉현의 영화비평] 힙합이 품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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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후 전기. 열여섯살에 후궁으로 간택돼 마침내 황실의 최고 결정권자가 되어 50여년 동안 청나라를 통치한 서태후를 자료들을 통해 다시 그려낸다. 현대 중국의 기초를 만들어간 서태후의 삶은 어땠을까. <대륙의 딸>을 쓴 장융이 또 한명의 신화와 가십으로 무성한 역사적 인물의 초상을 보여준다.
[도서] 현대 중국의 기초를 만들어간 서태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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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벌어진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소재로 쓴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묻지마 테러를 벌인 살인마와 정년 퇴직한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훔친 메르세데스 승용차로 취업박람회 개장을 기다리던 시민들에게 돌진하여 아기를 포함한 8인의 희생자를 내고 도주한 일명 ‘미스터 메르세데스’와 악연으로 얽힌 형사의 사건수사기.
[도서]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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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최초로 에볼라 바이러스를 발견했고, 일생을 아프리카와 개발도상국의 전염병 및 소외질환과 싸워온 피터 피오트의 책. 에볼라와 에이즈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를 담고 있다. 에볼라를 발견한 시점부터 현대 최악의 유행병으로 꼽히는 에이즈와 맞서 싸우는 일련의 사건과 기록을 읽고 있으면, 인류가 새로이 등장한 질병들에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
[도서] 에볼라 바이러스 최초 발견자 피터 피오트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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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e, Mother, Enough.
한국에도 <본격소설> <필담> 등의 책이 소개된 일본의 소설가 미즈무라 미나에가 지난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의 제목이다. ‘제발, 어머니, 이만하면 됐어’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의 이 글은 연말,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머니가 막 응급차로 실려왔다는 소식인데, 길에서 넘어져 어깨뼈와 엉덩이뼈가 부러졌다고 한다. 병원에 달려가던 그녀의 첫 반응은, “또!”였다. 일년 반이 지나 끝날 기약이 없는 병간호를 하느라 병원 침상 옆에 앉아 있던 그녀는 불쑥 이런 생각을 했다고 적었다. “엄마, 언제 돌아가실 거예요?”
나이들고 병든 부모에 대한 불효라고 혀를 찰 일이 아니다. <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는 노인개호(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이들을 돌보는 일)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고령화와 비혼이라는 두 가지 사회 이슈(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가 결부되어 있는데,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삶의 비극적 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