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션> 그리고 <팀 버튼의 화성침공>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파이 브릿지>는 뉴욕의 어느 방에서 거울을 보며 자화상을 그리는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내 우리는 루돌프 아벨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아마추어 화가(마크 라일런스)가 간첩 혐의로 미국 정보국에 쫓기고 있음을 알게 된다. 스필버그 감독이 선택한 첫 숏은, 그가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 미국 일러스트레이터 노먼 록웰의 <삼중 자화상>을 즉각 연상시킨다. 그림에 포착된 찰나의 앞뒤까지 상상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 능력과 완벽한 구도로 유명했던 노먼 록웰과 감독 스필버그 사이의 유사성을 찾아내긴 어렵지 않다. 영화 내내 구체적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 미스터리에 가까운 인물이 그리는 본인의 초상으로 이야기를 연다는 착상도 적절하다.
10/12
뒷줄에 앉은 덕택에 극장 안 관객의 흔쾌한 몰입을 체감했다. <마션>은 바로 앞 <카운슬러> <엑소더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감자별
-
<울프 홀> 시리즈로 부커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영국 역사소설의 스타 힐러리 맨틀의 책. 혁명가들이 남긴 편지와 일기, 프랑스혁명을 다룬 소설, 역사학자들의 책까지 가능한 모든 자료를 섭렵한 뒤 집필을 시작했고 소설 초고를 쓰기 시작해 완성하기까지 18년이 걸렸다.
[도서] 영국 역사소설의 스타 힐러리 맨틀의 책
-
류시화 시인이 해설을 곁들인 바쇼의 하이쿠 선집이다. 하이쿠를 소개한 앞선 두권의 책 <한 줄도 너무 길다>와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에는 하이쿠의 성인이라 일컬어지는 마쓰오 바쇼의 작품만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도서]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 선집
-
고가의 수입 문구들에 적힌 ‘헤밍웨이가 썼던 수첩’ 같은 문구에 혹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 영국의 오프라인 문구류 품평회 ‘런던 문구 클럽’의 창설자인 저자 제임스 워드는 문구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발명부터 진화, 문화적 변용까지 문구의 시시콜콜한 역사가 펼쳐진다.
[도서] 문구의 역사
-
-
“벤딕스 부부는 서로에게 거침없는 애정을 표하며, 현대사회의 여덟 번째 불가사의인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루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이 문장은 로맨스 소설에 등장했더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하필이면 미스터리 소설 <독 초콜릿 사건>의 도입부에 슬쩍 끼어든 이 문장은 곧 파국으로 이어진다. 벤딕스씨는 사교클럽에서 만난 지인으로부터 우연히 초콜릿 한 상자를 받게 된다. 그리고 집으로 가 아내와 나눠먹는데, 벤딕스씨는 쓰러지고 더 많은 초콜릿을 먹은 벤딕스 부인은 사망한다. 이 사건을 두고 범죄 연구회의 회원들이 각기 수사를 통해 진범을 추리하기로 한다. <독 초콜릿 사건>은 회원들의 추리를 하나씩 보여주며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독 초콜릿 사건>의 재미는 범죄 연구회의 회원들이 각기 최선을 다한 추리를 보여주며, 그때까지 밝혀진 바로는 진실에 가장 가까운 설명을 들려준다는 데 있다. 하지만 다음 회원은 그전의 의견이 왜 틀렸는지를 설명하고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진실은 하나다
-
<라이프>에서 제임스 딘은 <이유없는 반항>(1955)에 출연하고 싶어서 안달한다. 반면에 이미 주연으로 출연했던 <에덴의 동쪽>(1955)에 대해선 시큰둥한 반응이다. <에덴의 동쪽>은 개봉을 앞두고 있고, 영화사 워너브러더스는 여러 가지 홍보 작업을 전개하지만, 제임스 딘은 마지못해 그 일에 응한다. <에덴의 동쪽>에서 부친 역으로 출연했던 노배우 레이먼드 매시가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하고 있을 때, 그는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채, 시간이 지겹다는 듯 심드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아직 그는 <에덴의 동쪽>이 어떤 명예를 안겨줄지 짐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엘리아 카잔의 제임스 딘
무명배우나 다름없던 제임스 딘을 주연으로 발탁한 감독은 <에덴의 동쪽>의 엘리아 카잔이다. 당시에 엘리아 카잔은 거칠 게 없는 탄탄대로의 감독이었다. 카잔은 말론 브랜도와 짝을 이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한창호의 영화비평] 아웃사이더의 초상화
-
<8일째 매미>(2011), <술이 깨면 집에 가자>(2010), <남의 섹스를 비웃지마>(2007), <좋아해>(2005) 등으로 친숙한 얼굴 나가사쿠 히로미.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동안에 빈틈없는 연기는 그녀가 20년 넘게 다양한 이미지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그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으로 제51회 대만금마장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언어의 벽을 넘어 영화를 통해 마음을 나누었다”는 출연 소감 및 수상 소감을 서면으로 전한 나가사쿠 히로미는 진심을 다해 연기하는 진지한 배우라는 인상을 풍겼다.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대만 출신의 감독이 일본에서 촬영하고, 촬영감독(신마 단쿠로)은 런던에서 주로 활동하는 분이다. 이런 글로벌한 기획이 새로움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 같아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헤어진 지 30년이 넘었고 실종된 지 8년이 된 아버
[people] “영화의 여운을 꼭 느껴주세요”
-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은 실종된 아버지를 기다리며 커피가게를 연 미사키(나가사쿠 히로미)와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싱글맘 에리코(사사키 노조미)가 서로를 버팀목 삼아 살아가는 이야기다. 일본의 여느 슬로무비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연출한 이는 <아이 차오>(2008), <바람이 나를 데려다 주리라> (2010) 등을 연출했고 에드워드 양과 허우샤오시엔의 제자이기도 한 대만의 치앙시우청 감독.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날 연출 제의를 받은 감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람들의 마음을 위무하고, 이 세계에 고요한 힘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작품을 찍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치앙시우청 감독과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대만, 일본, 한국의 합작영화다.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
=일본 도에이 영화사의 프로듀서 오오쿠보 다다유키로부터 “이 이야기는 두 여성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마음이 편해지는 부드러운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나 역
[people] 관계의 소중함을 담고 싶었다
-
허언증에 빠진 여자의 일상은 거짓말로 시작해 거짓말로 끝맺는다. 직장에서는 동료들에게 건실한 남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했다고 말하고 백화점에 가서는 값비싼 가전제품을 주문한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부동산에 들러 고급 오피스텔을 살 것처럼 둘러본 다음 집에 돌아와 백화점 주문을 취소한다. 그녀는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 걸까.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파도 위를 걷는 삶. 이런 뻔뻔하고 또 빤한 인생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촬영 당시 만삭의 몸을 이끌고 현장을 누볐던 김동명 감독에게 영화의 출발점과 제작 과정에 대해 물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애초 출발했던 영화와 완성된 영화는 조금 달라 보였지만 감독 자신의 솔직한 성품이 그대로 드러난 영화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허언증에 빠져 거짓말을 하며 사는 여자 아영(김꽃비)의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첫 출발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가족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을 탈북자로 설정해 자본주의의 반대편에
[people] “거짓말이 결국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가 2016학년도 전기 경영대학원 특별전형 및 일반전형 신입생을 모집한다. 외국어, 국제관계, 지역학 등 글로벌 지식 분야에서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자랑하는 한국외대는 경영학 분야에서도 글로벌 경영인재를 위한 특화된 수업들이 포진되어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각국의 시장과 문화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할 수 있는 글로벌 전문 경영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기에 실용적 경영 지식과 외국어는 물론이고 전 세계 핵심 성장 지역에 대한 정치, 경제, 문화에 관한 특별 교육 과정까지 진행한다.
주간-야간-주말을 잇는 탄력적인 시간표
경영대학원은 경영 분야의 학자를 꿈꾸는 학부생은 물론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확충하고 싶은 직장인들 또한 수학하는 고등 기관이다. 때문에 주간과 야간 과정으로 수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대학원이 많은데 한국외대 경영대학원 역시 학과를 세분화 해 주간, 야간 수업은 물론 주말 수업까지 개설해 다양한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학원] 글로벌 경영인재 육성의 산실
-
제13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11월5일(목)부터 10일(화)까지 6일간 씨네큐브 광화문, 메가박스 아트나인에서 열린다. 국제경쟁작 48편, 국내경쟁작 11편 등 경쟁작 59편을 비롯해 총 88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초청 프로그램으로는 프랑수아 오종의 <빅토르>,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라이브 프럼 쉬바스 댄스 플로어> 등 세계적인 작가의 단편을 소개하는 ‘시네마 올드 앤 뉴’ 섹션, 떠오르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칸 감독주간 단편 특별전’ 등이 마련된다.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은 자비에 돌란이다. 그가 출연한 초기 단편들을 만날 수 있다. ‘중국 신진 작가를 만나다’ 섹션에서는 지난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 대상수상작인 원무예 감독의 <레퀴엠>이 앙코르 상영된다. 인생을 주제로 한 세편의 단편으로 영화제는 막을 연다. 6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12편의 추천작을 소개한다.
현실풍자
<굴복인생> Life Smartphon
[영화제] 단편영화, 날개를 펴다
-
짜릿한 일탈로 연애를 시작한 이든(마크 듀플라스)과 소피(엘리자베스 모스) 부부는 오랜 권태기 때문에 상담가의 조언을 받는 처지가 됐다. 차도가 보이지 않자, 테라피스트(테드 댄슨)는 수많은 부부가 관계를 회복한 별장을 방문해보기를 권하고, 두 사람은 흔쾌히 응한다. 소피는 첫날 그곳 별채에서 이든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이든은 그걸 기억하지 못한다. 다음날 이든 역시 같은 경험을 하고, 둘은 별장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하고 도망친다. 하지만 다시 돌아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든, 소피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더 원 아이 러브>는 한 커플이 낯선 곳에서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이들과 함께 지내는 기묘한 상황을 그린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만큼, 영화 곳곳에서 올곧은 야심이 드러난다. (초반에 잠깐 등장하는 테드 댄슨을 제외하면) 오로지 마크 듀플라스와 엘리자베스 모스가 1인2역으로 열연한 이든과 소피‘들’이 영화 속 인물의 전부다. 또한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이들과의 기묘한 동거 <더 원 아이 러브>
-
수도회사에서 일하는 잭은 가족과 함께 동남아의 한 국가에 파견을 온다. 인터넷은커녕 TV도 나오지 않고, 회사와도 연락 두절인 상황에서 제4세계의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잭(오언 윌슨)과 가족. 불길한 예감 속에서 무력 테러가 일어나고, 반군은 외국인들이 머무는 호텔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무차별적인 공격 속에서 가까스로 호텔을 빠져나온 잭과 가족은 현지 사정에 능통한 해먼드(피어스 브로스넌)를 만나 지옥 같은 도시를 빠져나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스펙터클을 제공하는 스릴러로서는 타이트하고 군더더기 없이 잘 빠진 경량의 영화다. 낯선 이국에 고립된 긴박한 상황은 피부로 와닿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번번이 절체절명의 위기다. 그러나 마냥 스펙터클을 즐기기엔 불편하다. 영화는 동남아의 한 국가를 열등하고 미개한 국가로 묘사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반군을 필요 이상으로 비인간적이고 극악무도한 무리로 그려낸다. 대상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는 듯, 해먼드의 입을 빌려 반군이 폭동
군더더기 없는 스릴러 <이스케이프>
-
냉전이 극으로 치닫던 1957년, 루돌프 아벨(마크 라일런스)이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다. 미국은 형식적이나마 법의 공정함을 보여주기 위해 아벨의 변호인을 선임해주는데, 보험전문변호사 제임스 도노반(톰 행크스)이 모두 기피하는 이 역할을 맡는다. 스파이를 변호한다는 이유로 여론의 비난은 물론 가족들이 위협받지만 도노반은 ‘법 앞에 평등’이라는 명제를 끝까지 지켜나간다. 한편 같은 시기 CIA 첩보기 조종사가 소련에 붙잡히자 서로 정보가 누설될까 두려웠던 양쪽 정부는 비공식적으로 포로교환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이에 도노반은 스파이 맞교환을 위한 비밀협상의 책임자가 되어 독일로 향한다.
몇 가지 코드가 있다. 실화, 드라마, 역사물,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의 만남, 야누스 카민스키의 촬영 등 구성요소를 들으면 대개 어떤 영화가 어떻게 그려질지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스파이 브릿지>는 그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장담컨대 당신이 어떤 그림을 상상하더라도 이 영화는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시네아스트의 수작 <스파이 브릿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