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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을 한 지 얼마 안 되어 친구도 없이 혼자 조용히 앉아 있던 나에게 한 소년이 다가와 수줍게 뭔가를 내밀었다. 갱지 여러 장을 실로 묶어서 만든 만화책이었다. 소년은 자신이 만든 만화책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 연필로 촘촘히 그린 만화책의 표지에는 ‘아까끼의 새 외투’란 제목과 글, 그림으로 소년의 이름이 있었다. 소년은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을 유심히 보고 친구가 되고 싶다는 표현을 그렇게 한 것이었는데 만화 그리기를 그림 낙서 수준으로 하던 나로서는 경천동지의 사건이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무수히 많은 그림 낙서계의 만화의 신들을 만났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스쿨버스의 뒷좌석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서 마음에 드는 아이들에게만 그림을 그려주던 6학년 형. 그 형 앞에는 많은 아이들이 아부의 탄성을 내뱉으며 자신의 공책 뒷장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줄을 서 있었다. 그 형은 아이들의 공책에 일필휘지. 요괴인간의 뱀, 베라, 베로와 타이거 마스크를 그려주고 있었다.
[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베트남은 패망했고 나는 만화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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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은 어떤 면에서 도전이었나.
=우선 일제강점기가 유쾌한 시대가 아니잖나. 일제강점기를 다룬다면 무장독립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스토리가 너무 숭고해지면 부담스러우니, 입장이 각기 다른 캐릭터들의 갈등이 영화의 주가 되었으면 했다. 그런데 <도둑들>과 같은 스타일로, 범죄영화를 찍던 스타일로 만드는 게 가능한 이야기일지 잘 모르겠더라. 처음에 쓴 시나리오가 재미는 있었다. 그런데 ‘무언가’가 없었다. 그 무언가를 찾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결국은 가장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기로 했는데, 이런 것들이 내겐 도전이었다.
-1930년대는 어떤 점에서 매혹적이었나.
=당시 항일투쟁은 식민지 조선에선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고, 해외에서의 무장투쟁활동이 점차 무르익어갔다. 해외와 경성의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는 거다. 경성에선 개인주의와 모더니티가 싹트기 시작했고, 또 한쪽에선 독립운동에 대한 질서가 막 잡혀가고 있
대하드라마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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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이 돌아왔다. <도둑들>(2012) 이후 3년 만이다. <도둑들>의 주역인 전지현과 이정재는 <암살>에서 다시금 최동훈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거기에 하정우까지 가세했다. 이름의 조합만으로도 설레는 영화 <암살>이 공개됐다. 개성 강한 캐릭터, 속도감 있는 전개, 맛깔나는 대사, 화려한 배우진 등 최동훈 감독 영화의 단골 요소들이 <암살>에도 그대로 이식되어 있다. 하지만 다르다. 1933년 일제강점기, 친일파 암살 작전에 투입된 무장투쟁 운동가와 밀정, 청부살인업자 이야기인 <암살>은 최동훈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진중하다. 물론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영화가 무엇인지를 잘 아는 최동훈 감독은 특정 시대가 주는 무게에 쉽게 압도당하지 않는다. 새로운 총알을 장전하고 돌아온 최동훈 감독을 <암살>이 공개된 날 만났다.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이런 거 안 배웠어?” 10년 전, 최동훈 감독
흔들림 없이 운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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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DP(director of Photography) 시스템과 한국의 촬영 시스템은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혹은 DP와 시네마토그래퍼의 용어는 어떻게 구분지어 사용되는가? 왜 일부 감독들은 DP라고 부르기를 꺼려하는 걸까. 이러한 해석과 입장 차이에 따라 현장에서 촬영감독의 역할이 달라지기도 하는 것일까. 수많은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며 완성도 높은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홍경표, 김우형 촬영감독을 한자리에 불러냈다. 이들은 각각 <하우등>(1998)과 <나쁜 영화>(1997)로 영화계에 본격 데뷔해 2000년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기를 관통하며, 필름에서 디지털로의 전환 과정에 이르기까지 최근 한국영화 제작 전반의 시스템 변화를 현장에서 몸소 겪어온 사람들이다. 또한 이들은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고유의 촬영 시스템을 구축했고 실정에 맞는 생산적인 현장 시스템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연일 바쁜 촬영 스케줄로 전화 통
“화면을 책임지는 우리의 일은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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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DP 촬영 시스템은 결국 촬영팀과 조명팀, 그립팀이 현장에서 어떻게 상호 업무 분담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리 선진화된 시스템이라고는 하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촬영장을 DP 촬영 시스템으로 바꾸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DP 촬영 시스템 내에서 파트별 주요 인력이 하는 일을 정리해봤다.
촬영팀
디피 / DP, Director of Photography
‘촬영감독’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다른 영어 표현인 ‘시네마토그래퍼’보다는 다소 축소된 역할을 지칭한다고 여기는 영화인들도 있다. 어쨌든 할리우드에서 주로 쓰는 단어이며 촬영과 조명, 그립 등 현장에서 화면에 잡히는 모든 것을 관할하는 인물. 할리우드에서는 보통 카메라를 잡지 않고 여러 대의 모니터 앞에 앉아 화면 전체를 보며 지시를 내린다.
오퍼레이터 / Camera Operator
‘카메라맨’이라고도 부른다. 꼭 영화뿐만 아니라 영상 전반에 걸친 기술자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즉 카메라의 위치와 앵글을 잡아주는
영상을 만드는 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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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Director of Photography) 시스템이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촬영감독이 조명까지 관장하는 시스템이라는 뜻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DP 시스템이 언제나 옳은 건 아니다. 때로는 경험 많은 조명감독과 함께 일하는 편이 화면의 퀄리티를 수월하게 높일 수 있다. 영화의 규모와 촬영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DP 시스템은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DP 시스템이 어떻게 진화되었는지를 9개 Q&A로 살펴봤다.
Q1 DP와 시네마토그래퍼의 차이는 뭔가.
넓은 범위에서 둘 다 ‘촬영감독’이다. DP가 촬영과 조명 모두 책임지는 역할에 방점을 찍는 단어라면 시네마토그래퍼는 아티스트로서 촬영감독을 의미하는 말이다. 단순히 카메라를 움직이는 오퍼레이터가 아니라 감독이 원하는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이미지를 창조하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아무 생각 없이 촬영감독에게 DP라고 불렀다가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조심할 것. DP 시스템은 촬영감독이 촬영
카메라, 조명 모두 컨트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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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Director of Photography) 시스템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새로운 시스템이 아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많은 촬영감독이 촬영뿐만 아니라 조명까지 관장하고 있다. 조명을 담당하는 개퍼(Gaffer)가 촬영팀에 소속되어 있는 DP 시스템과 달리 촬영감독과 조명감독이 동등한 위치에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현장도 여전히 많다. 영화의 규모나 촬영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DP 시스템을 구성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충무로의 DP 시스템이 할리우드 DP 시스템과 동일하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9가지 Q&A를 통해 충무로에서 DP 시스템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알아보자. DP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 독자를 위해 DP 시스템의 촬영팀, 조명팀, 그립팀의 역할을 상세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충무로를 대표하는 홍경표 촬영감독과 김우형 촬영감독이 만나 한국의 DP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대화를 나눴다.
ALL ABOUT THE DP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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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아저씨 오신다
벌써 7번째 방문이지만 반가움의 크기는 여전하다. 다름 아닌 톰 크루즈니까.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 개봉에 맞춰 톰 크루즈가 한국을 찾는다. 7월30일(목) 오후 6시30분 롯데월드몰 1층 아트리움에서 톰 크루즈와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의 레드카펫 행사가 열린다. 31일엔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톰 크루즈를 만나는 일에 불가능은 없다.
물, 꿈, 신화
수중촬영의 거장 제나 할러웨이의 사진전 <the Fantasy>가 7월3일부터 9월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녀가 첫째딸과 함께 작업한 수중사진 동화집 <물의 아이들>에 수록된 삽화와 제나 할러웨이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Seahorse> 등 그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요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티몬과 예스24, 인터파크에서 예매가 가능하다.
야한 얘기는 혼자 봐
[culture highway] 톰 아저씨 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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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아이> バケモノの子
감독 호소다 마모루 / 목소리 출연 야쿠쇼 고지, 미야자키 아오이, 소메타니 쇼타
가출한 9살 소년 렌은 우연히 시부야 거리에서 괴물 구마테쓰를 만난다. 이후 렌은 시부야 뒷골목과 연결된 괴물들의 세계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구마테쓰의 제자가 돼 수련을 거친다. 구마테쓰 역시 라이벌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렌이 필요했고 그에게 규타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며 관계를 이어간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초속5센티미터>(2007) 등을 연출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이다.
[해외 박스오피스] 일본 2015.7.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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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리코 펠리니의 <달콤한 인생>(1960) 리메이크 판권이 팔렸다
=판권은 이탈리아의 영화 제작 및 투자•배급사 AMBI 그룹이 샀다. 펠리니 감독의 조카인 프란체스카 펠리니는 “AMBI 그룹이 현대영화에 대한 아름다운 비전과 감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었다”라고 판권 계약의 이유를 밝혔다.
-케이트 블란쳇이 호주 TV드라마 <스테이트레스>로 감독 데뷔한다
=<스테이트레스>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독일계 호주 영주권자 코넬리아 라우가 불법 이민자 수용센터에 10개월 동안 수용된 실화를 극화하는 작품이다. 호주 출신 배우 블란쳇이 <스테이트레스>에서 연출과 연기를 겸할지는 미정이다.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이 보스턴마라톤대회 폭탄 테러를 다룬 영화 <스트롱거>를 연출한다
=영화는 2013년 보스턴 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제프 바우먼의 이야기에 집중할 예정이다. 바우먼이 쓴 동명의 책이 원작. 한편 보스턴
[댓글뉴스] 케이트 블란쳇, 호주 TV드라마 <스테이트레스>로 감독 데뷔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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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가 <어벤져스>를 제치고 전세계 흥행영화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의 기세라면 1위 <아바타>와 2위 <타이타닉>도 긴장해야 할 상황. ‘쥬라기 공원’을 멋지게 새 단장한 콜린 트레보로 감독의 몸값도 함께 치솟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한편 데미 무어는 불미스러운 상황을 맞아 충격에 빠졌다.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LA 베벌리힐스의 자택 수영장에서 21살의 남성이 익사한 채 발견된 것. 경찰은 파티 도중 벌어진 사고로 추정하고 사건을 조사 중이다.
[UP & DOWN] <쥬라기 월드> 전세계 흥행영화 3위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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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들이 스크린 속을 뛰어다니고, 인간의 주요 감정이 캐릭터로 구현되는 이 시대에 더이상 새삼스러울 게 무엇일까 싶지만, 최근 한 영미권 영화의 제작 소식이 세간의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이모지(emoji)에 대한 영화를 제작한다는 소식이다. ‘이모티콘’이라는 단어에 익숙한 한국 독자들에게, ‘이모지’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일본어로 그림(絵)과 문자(文字)의 조합을 뜻하는 이모지(일본어로는 에모지로 발음된다)는 말 그대로 그림문자를 뜻한다. SNS나 메신저에서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다양한 표정을 가진 노란색 스마일 모양의 아이콘이 바로 이모지의 대표적 예다. 누군가와의 소통을 더 원활하게 돕는, 발신자의 감정을 뒷받침해주는 이 작고 귀여운 존재들이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눈에 띈 것이다. ‘데드라인닷컴’에 따르면, 이모지 영화를 둘러싸고 세 메이저 스튜디오간의 치열한 접전이 있었고 가장 공격적으로 이 아이템을 가져가고자 했던 소니가 결
[해외뉴스]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 ‘이모지’에 대한 영화 제작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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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한숨은 돌린 듯하다. 부산시와 부산영화제가 사전합의해 지난 7월6일 조직위원회 임시총회를 열었다. 그동안의 갈등을 수습하고 일단락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이날 총회에서 배우 강수연을 공동집행위원장에 위촉하고 지금껏 1명(부산시 업무소관 부시장)이던 부조직위원장을 2명으로, 3명이던 부집행위원장을 4명으로 늘리도록 정관도 개정했다. 또 전임 부집행위원장 사임 이후 비어 있던 자리에 (재)부산영어방송 본부장을 지낸 이명식씨를 위촉했다.
한동안 영화계는 물론 세간의 관심사는 부산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이 누구냐는 것이었다.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소식이 알려지자 정관까지 개정해가며 부조직위원장과 부집행위원장을 각각 1명씩 늘려 자리를 만들어둔 저의를 탐문하는 쪽으로 급격하게 관심이 옮겨갔다. 사실상 부산시의 위촉 요구를 부산영화제가 수용한 것으로 알려진 이명식 부집행위원장과 함께
[한국영화 블랙박스] 시장님, 그래도 사과는 하셔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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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립영화계의 젊은 감독들이 의기투합했다.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인 <오늘영화>(2015, 배급 인디플러그)가 8월20일 정식 극장 개봉한다. 윤성호, 강경태, 구교환, 이옥섭 네명의 감독이 세 가지 에피소드를 만들어 선보일 옴니버스 멜로영화다. 각 영화를 관통하는 테마는 다름 아닌 영화. 첫 번째 작품은 웹드라마 <출중한 여자>(2014), <썸남썸녀>(2014) 등으로 통통 튀는 연애전선을 그려온 윤성호 감독의 <백역사>다. 공장을 다니는 남자와 중국식 만두 가게에서 일하는 여자가 나이트에서 부킹으로 만난 뒤 주말에 함께 영화를 보러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두 번째 작품 <뇌물>은 <나쁜 꿈>(2013), <아무 것도>(2013)의 강경태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과 학생 대일은 졸업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지만 담당교수, 동료, 출연배우 모두 그의 시나리오에 공감하지 못해 난감하다. 마지막
[인디나우] 2014년 서독제 개막작 <오늘영화> 8월20일 극장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