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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꿈꿨지만 아무도 실행하지 못했던 것. CGV가 매트리스 브랜드 템퍼와 합작한 세계 최초의 리클라이닝 침대극장, 템퍼시네마를 오픈했다. 씨네드쉐프의 고급스런 이미지와 엮어 “관객이 호텔에 온 것처럼 느끼도록” 기획했다. 이 과감한 기획의 중심에 CGV 컨세션기획팀 김진평 과장이 있다. “지난해 가을쯤 <라이프 오브 파이>를 물에 보트를 띄워 관람하게 하는 영화관이 있다는 걸 알았다. 재밌는 아이디어더라. 평소 여러 브랜드의 마케터들과 자주 만나는데 함께 밥을 먹다 그 얘기가 나왔다. 그 자리에 템퍼 관계자를 안다는 분이 있어 중매 아닌 중매를 받게 돼 10월부터 적극적으로 기획했다.”
템퍼시네마는 현재 씨네드쉐프가 있는 CGV압구정과 CGV센텀시티 두 군데에만 있다. 리모컨으로 등받이와 발판의 각도를 조정할 수 있는 템퍼의 전동침대를 설치했는데 관객이 자세를 바꾸거나 앉아서 영화를 봐도 뒷사람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넉넉한 시야각까지 확보했다. 매트리스는
[STAFF 37.5] “관객이 호텔에 온 것처럼 느끼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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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영 감독의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2002)가 보여줬던 개성 강한 사운드트랙 실험은 당시 활동 중이던 영화음악 작곡가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감독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각본가로 시작해 연기와 연출은 물론 방송 진행자, 라디오 DJ 등 여러 매체에서도 활동했고 두편의 소설까지 냈던 버라이어티한 이력의 소유자 이무영 감독이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역시 음악이다. 그는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수많은 도구 가운데 음악을 가장 사랑한다. 그가 최근 펴낸 팝송 해설서 <명곡의 재발견: 영어 해석으로 보는 팝송이야기 100>(이하 <명곡의 재발견>)은 어쩌면 이무영 감독이 평생을 사랑해 마지않았던 음악이라는 도구의 사용설명서 같다. 20세기 이후 세계음악사에서 중요하게 등장했던 팝송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실체, 나아가 국제 정세까지도 읽어내려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이무영] 바보 같은 대중문화를 향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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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9와 숫자들’을 만나기에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데뷔 앨범 《9와 숫자들》(2009) 이후 5년 만에 만든 2집 《보물섬》은 지난해 11월에, 또 하나의 싱글 《빙글빙글》은 올해 4월에 발표됐으니까. 그럼 또 어떤가 싶기도 했다. 9와 숫자들의 음악은 지금도, 여전히 좋은데. 2집 타이틀곡 <숨바꼭질>이 ‘2015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노래’로 선정됐을 때, 선정위원들은 입모아 말했다. ‘혹시나 이들의 음악을 쓱 들어보고 별로 맘에 드는 구석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선택을 믿고 차근차근 열만 더 세어줬으면 좋겠다. 거기서 한 걸음만 더 가면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만날 수 있게 될 테니까.’ 그렇다면 더더욱 이들을 만나야 할 때는 중요하지 않았다. 팀의 리더이자 보컬인 9(송재경)가 7월에 첫 번째 솔로 싱글 《문학소년》을 낸 걸 계기 삼아 멤버 전원과의 만남을 청했다. 습하고 무더운 7월의 밤, 9와 숫자들을 만나 선선한 바람을 기다리게
[trans × cross] “친숙한 듯해도 우리와 비슷한 밴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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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무녀굴>은 퇴마사로 활동 중인 정신과 전문의 진명(김성균)과 그를 돕는 조력자이자 영매인 지광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이승을 떠도는 원혼을 찾아나선 퇴마사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즉, 탐정영화의 틀을 쓴 공포영화이기도 하다. 또한 오랜만에 여고생이 등장하지 않는 한국 공포영화라는 신선함은 여름을 기다리는 장르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매력이다. 그만큼 진명과 지광은 영화 전체의 톤 앤드 매너를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중에서도 극중 유일하게 혼령과 인간을 만나게 하는 신묘한 능력을 지닌 영매 지광은 특히 중요한 인물이다.
데뷔작 <제니, 주노>(2005)의 주노와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2006)의 민호로 기억되는 배우 김혜성은 그동안 군복무로 인해 잠깐 동안의 공백기를 가졌다. 그가 제대 후 첫 스크린 복귀작으로 맡은 영매 지광은 시나리오상에서의 캐릭터의 비중뿐만 아니라 연기 형태에 있어서도 굉장한 도전과제였다. 지광은 생전에 씻을
[김혜성] 자전거 탄 기분으로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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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무녀굴>에서 차예련이 연기한 미스터리 다큐 PD 혜인은 매사에 털털하지만 궁금한 것은 절대로 못 참는 집요함을 지닌 캐릭터다. 그녀는 취재를 통해서 퇴마사이자 정신과 전문의 진명(김성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의 이면을 관객 앞에 펼쳐 보인다. 그러니까 혜인은 직접 원혼을 상대하거나 혹은 빙의되는 등 전면에 나서는 역할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야기의 반전을 담당하는 캐릭터는 더더욱 아니다. 호러퀸 차예련이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공포영화에 주연이 아닌 “리액션이 중심인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사실 차예련은 ‘한국의 호러퀸’이란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귀한 여배우다. 그건 아마도 데뷔작 <여고괴담4: 목소리>(2005)와 <므이>(2007)로 이어지는 동안, 그러니까 지금보다 한국 공포영화가 좀더 활발하게 제작되던 시기에 그녀가 대중에게 남긴 인상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후 스크
[차예련] 호러퀸의 여유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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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균, 그는 쉬지 않고 달려왔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의 삼천포 역으로 인기를 얻은 이후로 <우리는 형제입니다>(2014)에서는 굿 전문 박수무당으로, <살인의뢰>(2014)에서는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돼버린 남자로 영화의 주연 자리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사이에도 그는 숨을 고르는 대신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인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에 이어 <군도: 민란의 시대>(2014)에 백성 장씨로 등장해 윤종빈 감독과의 인연을 이어나갔고, 네 작품을 함께하며 두터운 신뢰를 쌓아온 하정우의 연출작 <허삼관>(2014)에선 허삼관의 친구로 출연하기도 했다. 역할의 크고 작음을 떠나 그의 필모그래피는 빼곡히 채워졌지만, 그 틈에 스스로도 눈치챌 만큼 그는 조금은 지쳐 있었다.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였다. 내 연기에 대해서도 고민하던 때였고. 깡패, 살인범부터 굉
[김성균] 뚝심 있게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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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를 경험하는 여자, 금주. 평소에는 딸아이를 둔 다정한 엄마로, 능력을 인정받은 미술관 관장으로 평범한 삶을 꾸려간다. 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힘에 홀리듯 빙의를 경험한 후의 금주는 180도 다른 사람이 된다. 그럴 때면 자신이 끔찍이도 아끼는 딸에게조차 매정한 엄마가 되고 그녀의 주변 사람들에게는 자꾸만 불행이 닥친다. 그녀는 자신의 이러한 증상의 원인이 자신도 미처 몰랐던 과거사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후, 신내림이라는 운명 앞에 서게 된 그녀가 정말로 두려운 건 혹여나 이 운명의 사슬이 딸에게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데 있다. 어머니로서 금주는 어떻게든 이 불행의 연쇄고리를 깨부수고 싶다.
<퇴마: 무녀굴>의 금주 역을 받아든 유선의 머릿속도 덩달아 복잡해졌다. “악귀가 씌인다는 건 대체 어떤 걸까. 생각해보면 상당히 두려운 일이다. 그걸 연기로 표현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더라. 특히나 내가 출산을 한 뒤라 아이와
[유선] 나 자신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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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무녀굴>은 신진오 작가의 공포 소설 <무녀굴>을 원작으로 <이웃사람>의 김휘 감독이 연출을 맡은 한국산 토종 공포영화다. 매년 공포영화가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대부분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꿋꿋하게 밀어붙인 프로젝트다. 배우들 역시 <퇴마: 무녀굴>의 소중한 존재감을 촬영 내내 온몸으로 견뎌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이나 온갖 효과들을 오로지 상상만으로 연기해야 했던 배우들의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간 한국영화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퇴마사와 영매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던 김성균과 김혜성, 쉽지 않은 빙의 연기에 도전했던 유선, 그리고 묵묵히 다른 배우들의 조력자로 나선 차예련까지. 촬영을 위해 오랜만에 한데 모인 배우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완성시킨 영화에 대한 걱정과 기대로 스튜디오를 가득 채웠다. 누구 하나 쉽지는 않았으나 그만큼 매력적인 도전이었던 &l
[유선, 김성균, 김혜성, 차예련] 공포를 보여주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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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 관람과 GV를 위해 관을 가득 메운 160여명의 관객. 폭우를 뚫고 파주까지 한달음에 달려온 그들의 열정이 뜨겁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와 배우 송강호가 <공동경비구역 JSA>의 주연 송강호, 이병헌, 김태우, 신하균 사진이 커버로 실린 2000년 발행된 <씨네21> 제296호를 들어보이고 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 네 배우가 이런 포즈로 사진을 찍던 시절이 있었다”는 심재명 대표의 말.
명필름 영화관 앞에 전작들의 스틸 사진과 포스터, 소품, <씨네21>을 비롯한 오래된 영화잡지들이 전시되어 있다. <건축학개론>(2012)의 ‘GEUSS’ 티셔츠를 비롯해 이제훈, 수지, 조정석이 입었던 의상도 전시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 것.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영화사 명필름의 ‘명필름 전작전: 스무살의 기억’ 영화제가 시작됐다. 이번 전작전은 8개의 섹션을 통해 명필름이 제공, 제작한 36개의
[씨네스코프] <공동경비구역 JSA>팀과 다시 연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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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Joy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 출연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니로
세 아이의 생계를 책임지며 고군분투하던 싱글맘 조이 망가노(제니퍼 로렌스)가 미국 홈쇼핑 역사상 최대 히트 상품 ‘미라클 몹’과 ‘허거블 행거스’를 발명해 가장 성공한 여성 사업가로 발돋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이 사랑하는 배우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니로가 다시 만났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아메리칸 허슬>에 이은 세 번째 조우. 크리스마스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다.
[WHAT'S UP] 최고의 사업가로 변신한 싱글맘 <조이>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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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빈 해리스의 이 곡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가 자주 쓰던 장대한 빌드업과 전자음 폭격 대신 심플한 그루브와 피아노 연주가 전면에 나선 곡이었기 때문이다. 이 곡엔 소위 말하는 ‘EDM’적인 요소가 적었다. 박명수가 <무한도전>에서 그렇게 보여주려고 하는 ‘여기서 뛰어!’ 분위기의 댄스 편곡이 확연히 감소했다. 캘빈 해리스는 원래는 EDM의 제왕 격인 인물이었다. 그가 <포브스>에서 선정하는 가장 돈을 많이 번 디제이 1위에 오르는 이유도 그가 가장 대중적인 일렉트로닉 댄스 장르인 EDM을 하기 때문이다. 제일 커머셜한 음악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수입도 많다. 그런데 이번엔 페스티벌의 메인 룸에서 틀기 힘든 딥 하우스를 발표했다. ‘돈’으로 대표되던 캘빈 해리스가 ‘마니아’의 영역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요즘 이런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역시 EDM의 선봉장인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는 얼마 전 올드스쿨 하우스로만 가득 채운 색다른 믹스를 발
[마감인간의 music] 안티 E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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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암살> 백범 암살 작전
[정훈이 만화] <암살> 백범 암살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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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밴크로프트가 침대에 앉아 셔츠를 벗었다. 더스틴 호프먼은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른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눈치다. 하지만 우스꽝스러워 보이지 않기 위해 더스틴 호프먼은 안간힘을 다한다. 앤 밴크로프트는 거침이 없다. 촬영장이 후끈하다. 더스틴 호프먼은 앤 밴크로프트의 아들뻘이라는 설정이다. 심지어 극중에서 그녀는 그의 부모와 친구다. 정확히는 아빠 동업자의 아내다. 더스틴 호프먼이 남성적인 멀쩡함을 과시하기 위해 오른손으로 그녀의 젖가슴을 만진다. 그런데 이게 뭐랄까, 가슴을 만졌다, 라기보다 손을 가슴 위에 널어놨다고나 할까. 이 모든 걸 지켜보던 감독 마이크 니콜스는 빵 터졌다. 촬영장이 떠나가라고 웃기 시작했다. 무단 투기를 했다가 걸린 사람마냥 가슴에서 손을 뗀 더스틴 호프먼이 카메라를 등지고 방구석의 벽으로 향한다. 그리고 벽에 머리를 찧기 시작한다. “로빈슨 부인, 이건 옳지 못한 짓이에요.” “내가 매력이 없니?” “아니요, 로빈슨 부인, 부인은 제 부모님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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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재단이 인정한 정식 계약판으로 전집을 완간한 황금가지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에 이어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을 펴냈다. 실존 인물이 아니라 소설 주인공이지만, 에르퀼 푸아로의 부고기사는 <뉴욕타임스>에 실려 화제가 되었다. 1975년 8월6일자, 제목은 “에르퀼 푸아로 사망: 유명한 벨기에인 탐정”이었다(심지어 1920년대에 그려진 전신 초상화까지 함께 실렸다). 당연하게도, 부고기사가 실리게 만든 푸아로 최후의 사건을 담은 <커튼>이 셀렉션의 마지막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구름속의 죽음> <3막의 비극> <백주의 악마> 등 10권이 이번 셀렉션에 포함되었다. 푸아로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안타깝지만 ‘에디터스 초이스’로 먼저 선을 보여 여기에는 빠져 있다. 이중 가장 먼저 읽기를 권하는 책은 <스타일스 저택
[도서]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의 활약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