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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하는 내내 술을 마셨다. 두 시간 뒤에 촬영이 끝날 것 같다 싶으면 술집부터 섭외할 정도였다.” 한 작품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이 빨리 친해지기 위해선 술만큼 좋은 약도 없다. 덕분에 성동일과 권상우, 권상우와 성동일 두 남자는 스튜디오에 들어왔을 때부터 호흡이 척척 맞았다. 마치 그 모습이 의좋은 형제 같았다. <탐정: 더 비기닝>(개봉 9월24일)은 한국의 셜록 홈스를 꿈꾸는 대만(권상우)과 광역수사대의 베테랑 형사 노태수(성동일)가 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코믹 범죄 추리극이다. <톰과 제리>가 그렇듯이 두 남자가 티격태격하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버디 무비가 관전의 한축이라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한배를 타고 사건의 단서를 좇으면서 구축되는 긴장감이 또 다른 축이다. 다음 장부터 두 남자의 좌충우돌 <탐정: 더 비기닝> 출연기를 전한다.
[성동일, 권상우] 톰과 제리처럼, 때론 의좋은 형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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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Life
감독 안톤 코르빈 / 출연 로버트 패틴슨, 데인 드한, 벤 킹슬리
사진 에이전시인 매그넘 소속 작가 데니스 스탁(로버트 패틴슨)은 <에덴의 동쪽>을 찍기 전 막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제임스 딘(데인 드한)을 촬영하는 일을 맡는다. 둘은 미국을 횡단하는 여행을 함께하면서 우정을 쌓는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으로 <아메리칸>(2010), <모스트 원티드 맨>(2014)을 만든 안톤 코르빈의 새 영화. 올해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뒤, 12월4일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다.
[WHAT'S UP] 제임스 딘 전기 영화 <라이프>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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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힙합 프로듀서 코드쿤스트가 미국의 래퍼 조이배드애스(Joey Bada $$)와 작업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어울리겠군’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이들의 작업에 타블로가 합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선택의 범위가 넓진 않았겠지만 그 안에서 가장 좋은 그림이 나왔군’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루미넌트엔터테인먼트가 ‘한국 힙합의 세계화’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추진한 프로젝트이기에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한국 래퍼여야 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랩도 잘해야 하고, 만약 유명하기까지 하다면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만족하는 한국 래퍼 중 최선은 타블로다.
<Hood>는 타블로와 조이배드애스가 중립지대에서 만나 만들어낸 곡 같다. 기존의 자기 스타일을 내세우거나 날뛰지 않는다. 특히 1995년생이지만 1995년 스타일의 힙합을 추구해온 조이배드애스는 예의 그 역동적인 ‘빡센’ 랩을 선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둘은 회색빛 코드쿤스트의 사운드
[마감인간의 music] ‘소울’, 우리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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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앤트맨> 슈퍼 파워는 어디로?
[정훈이 만화] <앤트맨> 슈퍼 파워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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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과정에 있던 선배에게 불행이 닥쳤다. 갑자기 지도 교수가 일년 반의 시간을 쏟은 논문(과 더불어 선배가 그 논문에서 도맡았던 온갖 허드렛일)을 버리고 나서 세상이 억울해진 나머지 책장을 덮고는 날마다 신경질로 소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예민 교수는 원래 신경질 대마왕이잖아.” “그게 오십배쯤 늘었다고 생각해봐.” 그렇다면… 애도를. 설마 못 먹을 걸 먹는다거나 맞고 산다거나 허공으로 사라진 연구비 벌어오라며 파견 노동 나가고 있는 건 아니겠지.
선배의 교수가 논문 발표를 포기한 건 쓰다 보니 이상한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경제에 밝은 (다시 말해 돈이 많은) 부친의 강요로 선택한 학부 전공 경제학이 싫어서 사학과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자네 같은 인재를 기다렸네! 우리가 경제사 연구자가 없어, 허허허”라며 기뻐하는 교수들 덕분에 도로 경제사를 전공한, 시작부터 억울했던 교수는 식민지 시대 조선 경제에 일제가 미친 영향을 연구하다가 의도치 않게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하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친일’이라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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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지아장커: 펜양에서 온 사나이>는 월터 살레스 감독이 지구 반대편 동료 시네아스트를 취재한 다큐멘터리다. 극장에서 못 튼다는 사실만 빼면 오늘날에는 디지털 촬영 복제 기술로 누구나 영화를 만들고 볼 수 있으니 정부의 상영 금지도 무의미하다고 인터뷰하던 지아장커는, 문득 다른 기억에 사로잡혔다. “어느 카페에서 개봉하지 못한 <플랫폼>을 틀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막상 가보니 빛이 그대로 들어오는 통유리창이라 영화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부랴부랴 검은 천을 구해 가리고 나니 비가 새기 시작했어요. 정상적 영사로, 진짜 의자에 앉아, 불 꺼진 방에서 볼 수 없는 내 영화가 슬펐습니다. 극장에서 틀 수 없는 내 영화가 정말 슬펐습니다.”
08/27
저녁 7시 명동. <침묵의 시선>을 알리기 위해 서울을 찾은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을 만났다. 그의 첫 영화 <액트 오브 킬링>을 보고 다들 놀랐던 점은 대량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잘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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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개체로서의 인간이 자신의 고독으로 이루어내는 것이다.” 철학자 화이트헤드의 1926년 저작 <종교란 무엇인가>는 종교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만들어내는 요소로서의 고독에 대해 언급하며, 합리적 종교관을 펼쳐 보인다. 인간 내면의 근본 정서와 냉철한 이성간의 화해의 산물로서의 종교에 대하여.
[도서] 정서와 이성간 화해의 산물로서의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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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서스펜스의 대가 마거릿 밀러의 대표작. 친구와 단둘이 멕시코로 휴가를 떠난 에이미는 친구와 크게 다투고 만다. 다음날 새벽, 친구의 시체가 발견되고 에이미는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에이미의 실종을 계기로 완벽해 보였던 가정 속에 숨어있던 불안과 갈등이 서서히 드러난다. 가정 스릴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도서] 심리 서스펜스의 대가 마거릿 밀러의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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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이후 근 30년 만에 선보인 스티븐 킹의 세 번째 중편소설집. 브람 스토커상 베스트 작품집상을 수상했다. 수록된 단편 <행복한 결혼 생활>은 영화 <굿 메리지>로, <빅 드라이버>는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닐 게이먼의 말을 빌리면 이 책은 그의 마지막 중편집이 될 책. 스티븐 킹 스스로도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독하다”는 세계로의 초대.
[도서] 스티븐 킹의 세 번째 중편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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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의 무용(無用)에 낙담할 때마다 꺼내보는 이름들이 있다. 하스미 시게히코는 영화비평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을, 정전에 가까운 비평가다. 하지만 정작 하스미 시게히코 스스로는 자신을 영화학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때마다 푸념처럼 반복되는 영화비평의 몰락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 것인지 하스미 시게히코에게 묻는다면, 그는 아마도 이렇게 답할 것이다. “영화는 흥분의 대상이지 지식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스미 시게히코는 중학생 시절 르네 클레르의 <침묵은 금>을 보다가 안면마비를 일으켜 병원 신세를 질 정도로 영화를 사랑했다. 자신의 압도적인 영화체험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그의 비평은 영화에 최대한 밀착해 글을 읽는 이마저 빨아들인다. 그렇게 빚어낸 (여러 의미에서) 숨 막히는 문장들은 오직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영화에 부치는 연애편지다. 순수하게 영화에 대한 경탄에서 출발한다면 영화비평의 희열이 마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도서] 영화에 부치는 연애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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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계 영국인인 니마 누리자데는 저명한 정치 활동가인 알리레자 누리자데의 아들이자 CF와 뮤직비디오계의 스타이다. 그런 사람이 미국에 건너와 두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가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지 짐작해보자. 정치적인 영화일까, 아니면 감각적인 스타일의 영화일까. 선입견이 하나둘 쌓이기 전에 한국에서 홈비디오로만 선보인 데뷔작 <프로젝트 엑스>(2012)에 대해 우선 말해야겠다. 멀리 <애니멀 하우스>(1978)부터 <슈퍼배드>(2007)에 이르는 선배를 둔 <프로젝트 엑스>는 미국의 고등학생이 꿈꾸는 욕망이 어느 정도의 바닥으로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 시험하는 장이다. 앞서 말한 두 영화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한심함은 비교할 바가 안 된다. 주인공 소년은 생일 파티에 예쁜 소녀들이 몇명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을 뿐인데, 악동 친구를 둔 덕에 하룻밤 파티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빠진다. 술, 음악, 섹스, 약은 기본이고, 천명이 넘는 인원이
[이용철의 영화비평] 의미 없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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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연구과정 기획전에 2년 만에 애니메이션 작품이 등장했다. 9월10일부터 30일까지 CGV압구정 등지에서 진행되는 ‘KAFA FILMS 2015: 나쁜 영화들’에서 상영될 두 작품은 허범욱 감독의 <창백한 얼굴들>과 박혜미 감독의 <화산고래>다. <창백한 얼굴들>은 흑백의 행성에 색을 가지고 태어난 소년의 이야기를 개성 있는 아트워크로 연출했고, <화산고래>는 2070년 붕괴된 부산을 배경으로 화산고래를 잡으려는 소녀의 모험을 장르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전자는 제19회 홀란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후자는 제48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며 만만치 않은 신예의 탄생을 알렸다. 이번 기획전에서 상영되는 영화 <소셜포비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선지자의 밤>이 7기 작품인 데 비해 두 애니메이션은 5기, 6기 작품들로 더 오랜 시간 작업한 셈이다. 긴 제작과
[people] 애니메이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세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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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제임스 에이지(James Agee)라는 이름이 생소하다면 이런 설명이 강렬할 것 같다. 미국 문단의 제임스 딘.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미남이었고, 반항적 성향이었던 데다 비교적 일찍 세상을 떴다는 점에서, 미국의 문화비평가 드와이트 맥도널드는 자신의 친구였던 에이지를 ‘문단의 제임스 딘’(Literary James Dean)이라 칭했다. 에이지는 미국의 저널리즘 글쓰기와 영화 비평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다. 국내에는 그의 책이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다. 최근 그의 자전적 소설이자 유작인 <가족의 죽음>(A Death in the Family)이 출판됐다. 조금은 어쩌면 많이도 뒤늦은 만남이다(1961년 <만장>(輓章)이란 제목으로 <가족의 죽음>이 출간된 적 있으나 현재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디지털로만 열람 가능하다). 그의 대표작으로 얘기되는 르포르타주 <이제 훌륭한 사람들을 찬양하자>(Let Us Now Praise
이제 위대한 작가를 찬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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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은 9월15일(화)부터 19일(토)까지 ‘마키노 마사히로 감독전’을 개최한다. 마키노 마사히로 감독은 국내 관객에게는 그의 대표작인 <원앙새 노래대항전>(1939)이나 다카쿠라 겐이 나오는 의협영화 시리즈 정도로 알려졌을 뿐 거의 무명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마키노 마사히로는 “일본영화를 체현한다”고까지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 마키노 쇼조가 “일본영화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반은 장난으로 ‘마키노 마사히로=일본영화’라고 부르는 것이지만, 우연하게라도 마키노의 작품을 보게 된다면 그래서 그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찾아본다면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마키노 마사히로는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18살에 데뷔하여 실질적 은퇴작인 <관동의 붉은 벚꽃 일가>(1972)에 이르기까지 40여년 동안 약 260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상대적으로 스튜디오 시스템이 견고하고 리메이크가 활성화된 일본 영화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260이라는 숫자는
[영화제] 일본영화 ‘체현’의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