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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파리, 유대인 청년 일안(시뤼스 샤이디)은 범죄 조직에 납치를 당한다. 납치범들은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고, 일안의 가족은 이 사실을 즉시 경찰에 알리지만 범인들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밤낮으로 일안의 가족을 괴롭힌다. 그리고 피해자 가족은 결국 경찰을 불신하기 시작한다. 경찰이 무능할 뿐 아니라 반유대인 범죄를 단순한 납치사건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르 아카디 감독의 <24일>은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었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사건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건 범죄 자체의 잔혹함과 동시에 인종간 갈등, 경찰 조직의 경직성 등 프랑스 사회의 문제들이 집약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가 이 사건을 재현할 때 의도적으로 각 문제들을 애매하게 섞은 뒤 등장인물 모두를 비판하는 입장을 취한 건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이를테면 영화 속 범죄자들은 피해자쪽의 주장과 달리 반유대주의적 의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묘사되고, 경찰은 비교적 성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었던 사건 영화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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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계는 유일하다. 출발은 얼추 비슷해 보여도 오직 두 사람이 공유해온 시간은 세상 둘도 없는 형태로 빚어진다. <춘희막이>는 전처와 후처로 긴 세월 함께한 두 할머니의 2년 남짓한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막이 할머니는 태풍과 홍역으로 두 아들을 잃고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후처로 춘희 할머니를 들였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8~9살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가진 춘희 할머니를 차마 돌려보낼 수 없어 함께한 지 어느덧 46년. 남편이 떠나고 자식들이 장성한 뒤에도 두 사람의 동행은 계속된다.
전처와 후처, 친구, 자매, 자식들의 어머니.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단어로도 두 할머니의 관계를 설명할 수 없다. 카메라도 두 사람의 일상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한다. 한적한 시골 동네의 하루하루. 사건이랄 것도 없다. 농사짓고 밥을 지어먹고 가끔 장을 보는 반복된 생활에 기승전결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박혁지 감독은 두 할머니의 미묘한 교감을 바탕으로 가능한 다양한 앵글
오직 두 사람이 공유해온 시간 <춘희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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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명예, 그리고 가정이 있지만 때때로 일탈의 필요성을 느끼는 다섯명의 친구들이 있다. 그들의 리더 격인 건축가 빈센트(칼 어번)는 자신의 건물 맨 위층 펜트하우스 ‘로프트’를 공유하자고 제안한다. 열쇠를 나눠가진 이들은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여자들과 밀회를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로프트에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들 모두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서로를 의심한다. 용의자가 좁혀지는 가운데 반전이 드러나며 사건의 실체가 밝혀진다.
호기심을 당기는 극적 설정과 빠른 템포의 전개, 두 차례의 반전까지 엔터테인먼트에 충실한 영화다. 에릭 반 루이 감독은 2008년 벨기에에서 자신이 연출한 작품을 2014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했다. 흥미롭지만 자칫 붕 뜰 수 있는 연극적 설정이지만, 다섯 남자의 개인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현실에 안착시킨다. 다섯 남자의 캐릭터는 치고받는 재미가 있고, 캐릭터끼리 맞물리고 어긋나며 축조해내는 드라마를 읽는 즐거움 또한 있다. 맥거
남성들 사이 은밀하게 작동하는 질서 <더 로프트: 비밀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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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콜린스>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단 한마디는 ‘알 파치노’다. 주연으로 오직 알 파치노만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감독의 고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알 파치노는 호사와 호색에 지친 슈퍼스타 대니 콜린스를, 유머러스하고 인정 많은 인간 대니 콜린스를 자유자재로 표현해낸다. 지독히 이기적이면서 누구보다 따뜻한 대니 콜린스라는 캐릭터는 배우 알 파치노 속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우아하게 나이 든 아네트 베닝은 알 파치노와 안성맞춤 연기 앙상블을 이룬다. 이 영화는 영국의 뮤지션 스티브 틸스턴의 사연이 모티브가 되었다. 1971년, 존 레넌은 갓 데뷔한 스티브 틸스턴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친필편지를 쓴다. 그러나 중간에 사라진 편지는 무려 34년이 지나서야 틸스턴의 손에 들어간다.
평범한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성공과 좌절을 겪으며 65살을 맞이한 대니 콜린스는 특별한 생일 선물을 받게 된다. 선물은 바로 40년 전 존 레넌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였다. 어린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 <대니 콜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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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상에 떠도는 미제 살인사건 자료를 수집해 개인 블로그 활동을 하는 프로파일링 동호회 회장이자 자칭 파워블로거 강대만(권상우)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허름한 만홧가게의 주인이다. 대만은 매상이 점점 떨어지는 만홧가게 운영보다 취미 생활인 블로그 관리에 더욱 매진하는 철없는 남편이다. 한때 경찰학교 시험에서 낙방한 경험이 있는 그는 친구인 강력계 형사 준수(박해준)와의 친분을 이용해 살인사건 현장 주변을 배회하며 잃어버린 꿈을 좇는 중이다. 그런 대만을 누구보다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은 한때 광역수사대 최고의 엘리트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좌천된 베테랑 형사 노태수(성동일). 그에겐 자꾸만 현장에 나타나 형사들을 귀찮게 하는 대만이 눈엣가시다. 그러던 어느 날 태수의 관할구역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의 결정적인 용의자는 다름 아닌 준수.
그런데 대만은 이 사건이 단순 치정살인이 아니라 누군가 준수에게 교묘하게 누명을 뒤집어씌운 계획살인임을 직감한다. 좌천
이 시대의 평범한 가장들이 이끄는 추리극 <탐정: 더 비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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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의 서부전선. 남한군 남복(설경구)은 얼떨결에 군의 일급 비밀문서를 관리하게 된다. 한편 북한군 영광(여진구)은 총 한번 쏴본 적 없는 어리바리한 막내 기관총 병사다.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던 두 사람은 전쟁의 폭격 속에서 우왕좌왕이다. 그사이 남복은 비밀문서를 잃어버리고 만다. 문서를 찾아 헤매던 남복은 우연히 마주친 영광이 문서를 들고 있는 걸 보고는 그를 쫓기 시작한다. 어느새 두 사람은 영광의 본부인 북한군의 탱크 안으로 들어가 치고받는다. 남복은 영광을 회유하고, 설득하고, 그러다 안 되면 고래고래 소리도 질러가며 비밀문서를 내놓으라 한다. 그래야 너도 나도 집에 가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한참 싸우다 잠깐씩 숨을 고를 틈이 생기면 남복은 아내와 이름도 채 짓지 못한 채 두고 온 자식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영광 역시 고향 땅에서 아들 걱정으로 잠 못 이룰 어머니와 애틋한 첫사랑이 사무치게 그립다.
<서부전선>은 군인인 남복과 영광이 우연히 만
집으로 가기 위한 두 남자의 고군분투 <서부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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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가. 산악인들을 향한 반복된 진부한 질문에 “산이 거기 있으니까”라고 진부하게, 혹은 농담처럼 답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현란한 미사여구를 동원하고 극적인 사건을 만들어내도 그곳에서의 체험을 온전히 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마도 겪어본 이들만이 어렴풋하게나마 공유할 수 있는 홀로 완벽한 경험. 이처럼 극도로 개인적인 체험을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할 것인가의 문제는 산악영화가 마주하는 장벽이다. <에베레스트>는 산악영화가 직면한 여러 갈림길 중 자연의 거대함을 철저히 체현시키는 방향을 골랐다. 그 길이 다른 방식에 비해 유효한가는 둘째치고 시각적 재현이라는 관점에서 이 영화는 극한의 완성도를 선보인다.
1996년 에베레스트 등반 붐과 함께 참사가 일어났다. 상업등반대 ‘어드벤처 컨설턴츠’와 ‘마운틴 매드니스’가 에베레스트 정산 등반 후 하산하다 다섯명의 사망자를 낸 것이다. 이때 등반에 참여했던 저널리스트 존 크라카우어는 논픽션 서적 &l
완성도 높은 시각적 재현 <에베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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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터: 리퓰드> The Transporter Refueled
감독 카밀 들라마레 / 출연 에드 스크레인, 로앤 샤바놀, 렌 쿠드랴비즈키, 타티아나 파즈코비치 / 수입 에이블엔터테인먼트 / 배급 씨네그루(주)다우기술 / 개봉예정 10월15일
운반자의 역사가 다시 쓰인다. 명실상부한 뤽 베송 사단의 일급 요원, 카밀 들라마레 감독이 <트랜스포터> 시리즈를 리부트한다. <트랜스포터: 라스트 미션>(2008), <테이큰2>(2012)의 편집을 담당했고, <브릭 맨션: 통제불능 범죄구역>(2014)을 연출한 경력으로 미루어 간결하고 빠른 편집이 주가 될 듯하다. 제이슨 스타뎀의 뒤를 잇는 액션 기대주는 에드 스크레인이다. 2016년 개봉하는 <데드풀>의 빌런 아약스로 알려진 그다. 프랭크를 연기하기 위해 마셜아츠트리킹과 복싱을 집중 훈련했다고 하니 깔끔한 액션을 기대해봐도 좋겠다. 알려진 대로 트랜스포터는 의뢰인의
[Coming Soon] 운반자의 역사가 다시 쓰인다 <트랜스포터: 리퓰드> The Transporter Refue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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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2015) 프로듀서
<남자가 사랑할 때>(2013) 프로듀서
<신세계>(2012) 프로듀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 제작실장
<부당거래>(2010) 제작실장
<전우치>(2009) 제작부장
<사과>(2008) 제작진행
<타짜>(2006) 제작팀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스크립터이
단지 일만 하고 ‘끝’이 아니라 모든 스탭들이 ‘패밀리’처럼 어우러지는 현장. 박민정 프로듀서의 페이스북에 종종 게시된 <대호>의 촬영 비하인드컷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정월대보름이라고 스탭들에게 부럼을 선물하고, 어버이날을 맞은 ‘아버지’ 스탭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잦은 부상을 달고 사는 무술팀원들을 위해 각종 파스와 스프레이, 에너지음료를 비치한 ‘무술팀 전용’ 부스를 따로 마련하는 섬세함. 이런 세심한 배려와 즐거움을 챙길 줄 아는 제작부가
‘먹는 것, 자는 것, 돈’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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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도시>(2016) 공동제작
<수상한 그녀>(2014) 프로듀서
<연가시>(2012) 프로듀서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2009) 프로듀서, 기획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2007) 프로듀서, 마케팅부문
<Mr. 로빈 꼬시기>(2006) 프로듀서
<여선생 VS 여제자>(2004) 프로듀서
<밀애>(2002) 제작실장
<고양이를 부탁해>(2001) 제작부
<학교전설>(1999) 마케팅
<자귀모>(1999) 마케팅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1998) 마케팅
<넘버.3>(1997) 마케팅
<그들만의 세상>(1996) 마케팅
<지독한 사랑>(1996) 마케팅
<꼬리치는 남자>(1995) 마케팅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 마케팅
<마누라 죽이기>(1994) 마케팅
“스무살
재미와 의리, 함께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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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민란의 시대>(2013) 프로듀서
<오직 그대만>(2011) 라인 프로듀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제작실장
<친절한 금자씨>(2005) 제작부장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제작부장
<튜브>(2003) 제작부장
<동감>(2000) 제작팀
“정신을 차려보니 영화가 되어 있었다.”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로 데뷔한 강현 프로듀서의 말이다. 사극 블록버스터로 데뷔전을 치렀으니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그가 합류했을 때만 해도 <군도>는 그리 규모가 큰 영화가 아니었다. “‘군도’, 딱 두 글자만 있을 때부터 시나리오 개발에 참여했다. 권선징악에 관한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만 알고 있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스케일이 커지고, 또 커지고,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웃음) 정신을 차려보니 <군도>가 되어
“말 한마디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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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더 비기닝>(2015) 프로듀서
<상의원>(2014) 프로듀서
<남자사용설명서>(2012) 프로듀서
<심장이 뛴다>(2010) 라인 프로듀서
<시>(2010) 라인 프로듀서
<유감스러운 도시>(2009) 라인 프로듀서
<원스 어 폰 어 타임>(2007) 라인 프로듀서
<폭력써클>(2006) 제작관리
<무영검>(2005) 제작부장
<역전의 명수>(2005) 제작부장
<국화꽃 향기>(2003) 제작부
<흑수선>(2001) 제작부
<비천무>(2000) 제작부
언론 시사가 코앞이라 제작사 크리픽쳐스 사무실이 시끌벅적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조용하다. “<탐정: 더 비기닝> 후반작업은 다 끝났다. 내일이 기술 시사라 오늘 CG만 좀 고치면 된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두달 내리 후반작업에 매진했던 까닭에 여유가 그리 많진 않은 일정이었지
감독 편이 되어 찍겠다는 장면을 찍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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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신의 손>(2014) 기획, 프로듀서
<써니>(2011) 기획, 프로듀서
<과속스캔들>(2008) 기획, 프로듀서
<어느날 갑자기>(2006) 라인 프로듀서
<가발>(2005) 라인 프로듀서
<분신사바>(2004) 제작부장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제작부장
<폰>(2002) 제작부
<취화선>(2002) 제작부
“이안나 프로듀서와 함께하지 않으면 안 하겠다.” 강형철 감독이 이안나 프로듀서를 끔찍이 챙기는 건 충무로에서 꽤나 유명한 사실이다. 아이템을 개발하고, 프로덕션을 진행하고, 심지어 해외 영화제를 갈 때도 둘은 함께한다. “연인이 아니냐”라는 오해의 시선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안나 프로듀서는 절대 그런 사이가 아니며, 그보다 더 진한 사이라고 한다. “오해들을 많이 하시는데 강 감독님이 그런 얘기를 하신 적 있다. ‘우리는 더 진해, 남매잖아.’ (웃음
진행 중인 작품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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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들>(2014) 프로듀서
<설국열차>(2013) 프로듀서
<너는 내 운명>(2005) 마케팅
백지선 프로듀서의 이력은 독특하다. 2004년 스튜디오 2.0의 해외배급팀 업무로 영화 일을 시작했고 영화사 봄에 입사한 뒤엔 <너는 내 운명>의 마케팅을 맡기도 했다. “미국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한국 들어와 영화를 하려고 보니 생각보다 영화판이 폐쇄적이더라. 공채로 뽑히기에는 학교 졸업도 늦게 한 편이고, ‘연’줄이 없으면 일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난 영화 전공도 아니었고. 그런 상황에서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부서는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해외배급 업무뿐이었다.”
펀드매니저를 꿈꾸던 그녀가 영화계로 눈을 돌리게 된 건 대학 시절 친구들이 만드는 단편영화 작업을 도우면서였다. 단편영화를 완성해놓고도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있던 친구들을 돕는 과정에서
따뜻하되, 과하게 뜨겁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