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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을 맞은 해다. 자유를 맞았다고 생각했을 때 마주한 또 다른 예속의 역사는 여전히 무언가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음을 상기시킨다.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가 9월17일(목)부터 24일(목)까지 8일간 메가박스 백석, 메가박스 파주출판단지 등에서 열린다. 북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엿보이는 ‘광복 70주년 특별전’과 함께 이미지를 쌓아가는 동시에 이미지와 싸워나가는 ‘아트앤다큐’ 섹션이 올해 마련된 특별전이다. 개막작 <나는 선무다>는 특별전의 두 주제를 아우르는 작품이다. 베이징에서 전시를 준비하는 얼굴 없는 탈북 화가 선무씨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의 지난 삶을 추적한다. 그는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프로파간다 화가에서 지금은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현대 미술가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그는 ‘나는 내가 살아온 삶을 그릴 뿐’이라며 정치적인 해석과 거리를 두려고 한다. 살아가는 것이 곧 정치가 된 한 남자의 작품세계
[영화제] 끝나지 않은 아픔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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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자기를 낳다가 죽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사는 엠마누엘(카야 스코델라리오)은 아빠와 새엄마와 불화하며 사춘기를 보낸다. 옆집에 린다(제시카 비엘)가 이사를 오고, 홀로 아이를 키운다는 그녀를 통해 죽은 엄마를 떠올리는 엠마누엘은 린다의 가정부를 자청한다. 엠마누엘의 가족은 그런 딸이 레즈비언임을 의심하면서 지켜보지만, 엠마누엘은 통근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 클로드(아뉴린 바너드)와 연애를 시작한다. 한편, 린다의 집을 보던 엠마누엘은 우연히 린다의 아이가 인형인 걸 발견하고 혼란에 빠진다.
<트루스 어바웃 엠마누엘>의 전반은 안정적인 리듬으로 스릴러로서의 긴장을 만들어낸다. 집과 직장인 병원을 오가는 게 전부일 정도로 엠마누엘의 생활은 단순하지만 비밀이 많아 보이는 린다를 등장시키고 두 여자 사이의 관계를 모호하게 만들면서, 어딘가 서늘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한다. 거의 호러의 그것을 방불케 하는, 린다의 아이가 인형임이 밝혀지는 그 순간부터 <트루스 어바
지켜주고 싶은 그녀의 비밀 <트루스 어바웃 엠마누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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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소리가 울리더니 경 읽는 소리가 요란하다. 관 속에서 벌떡 몸을 일으켜세우는 이, 사도(유아인)다. 칼을 빼든 사도가 향하는 곳은 아버지 영조(송강호)가 있는 경희궁. 아버지를 향해 칼끝을 겨누던 사도와 함께 <사도>가 시작된다. 1762년 7월4일 영조가 사도를 뒤주에 가둔다. 세자가 궁궐 후원에 무덤을 파고 관을 짜고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게 영조의 이유다. 사도가 들어간 뒤주에 직접 못을 박던 노인 영조의 얼굴이 어느새 40대의 영조 얼굴로 오버랩된다. 어린 사도를 보며 흐뭇해하는 아버지의 자애로운 얼굴이다. 뒤늦게 얻은 아들 사도는 영조에게 기쁨 그 자체였다. 그런 사도는 어째서 아버지의 증오와 분노의 대상이 되었을까. 이 궁금증을 안고 <사도>는 사도가 뒤주에 갇혀 죽게 된 연유를 좇는다. 이때 영화는 영조에서 사도 그리고 정조로 이어지는 삼대의 서사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사도가 뒤주에 갇혀 있던 8일간의 시간을 영화의 현재 시점으로 삼고 있
영조에서 사도 그리고 정조로 이어지는 삼대의 서사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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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만대 감독이란 이름과 ‘덫’이라는 영화 제목에서 풍겨오는 기운의 조합은 굳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 영화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하게 만든다. 영화는 사소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한 남자의 시선이 서서히 시뻘건 탐욕으로 물들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봉만대 감독의 최근작들과 비교해보면 다소 낯설고 거친 분위기가 느껴지는 어두운 색채의 영화다.
작가의 권익을 무시하는 영화계 관행과 인간관계에 치이며 사는 시나리오작가 정민(유하준)은 이번엔 진짜로 자신만의 작가 정신을 발휘한 작품을 한편 쓸 목적으로 시골로 향한다. 정민은 시골길을 한참 달리다가 쓰러져가는 표지판 하나를 보더니 무작정 산속에 자리잡은 어느 민박집을 찾아간다. 어딘지 이상한 기운을 품고 있는 허름한 민박집 마당 풍경에 기분이 상한 정민은 다시 차를 돌려 떠나려 하는데, 그 순간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허름한 방문을 열고 나온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고생 유미(한제인)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정민은
사소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한 남자의 시선 <덫: 치명적인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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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째 노량진 고시촌에서 생활하며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길호(오정세). 여느 때처럼 만화책과 무협지에 빠져지내던 중에 고시원 동료(송삼동)의 약속 장소에 함께 나가고 그곳에서 대학생 때 자신을 짝사랑하던 정숙(조은지)을 만난다. 옛날답지 않은 그녀의 세련된 모습에 호감을 느낀 길호와 여전히 그를 마음에 두었던 정숙은 자연스럽게 연애를 시작한다. 소박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은 길호의 답답한 수험 생활과 정숙 어머니의 반대로 이별을 맞이한다. 시험을 접어두고 무협 소설을 써서 작가로 데뷔한 길호는 다시 정숙을 찾아간다.
노량진 고시촌의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시작하는 <션샤인 러브>는 성과 없이 지지부진한 고시 생활을 이어가는 가난한 청춘을 줄곧 비추지만 한시도 암울한 무드에 쏠리지 않는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한 길호와 정숙의 알콩달콩한 사랑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따르지만, 구김살 없는 영화의 전반적인 무드와 잘 섞이며 기분 좋은 감상을 남긴다. 이에
가난한 청춘들의 사랑 <션샤인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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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도라에몽>의 나이가 올해로 35살이 되었다.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도라에몽의 초능력만큼이나 이야기의 소재도 마르는 법이 없다. <극장판 도라에몽> 35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영웅기~스페이스 히어로즈~>는 도라에몽과 그의 친구들이 슈퍼히어로가 되어 우주여행을 하는 이야기다. 진구는 슈퍼히어로영화를 보던 중 자신이 슈퍼히어로가 되어 괴물에게 잡힌 공주를 구하는 상상을 한다. 도라에몽은 영화감독 버거(외모가 햄버거)를 불러내 진구와 그의 친구들에게 초능력이 생기는 히어로 슈트를 입고 영화 <미라클 은하 방위대>의 주인공이 된다. 은하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행성 포클별에서 온 보안관 아론은 우연히 영화 촬영을 하고 있던 이들을 보고 진짜 슈퍼히어로로 착각한다. 그래서 도라에몽과 그의 친구들을 찾아가 포클별이 우주 해적들의 침입을 받아 위기에 처했으니 도와달라고 말한다. 아론의 딱한 사연을 들은 도라에몽과 친
우주여행을 떠난 도라에몽과 친구들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영웅기~스페이스 히어로즈~> 映画ドラえもん: のび太の宇宙英雄記~スペ-スヒ-ロ-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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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자신들이 생체실험 대상이었음을 깨닫고 미로를 탈출한 러너들은 미로 밖 더 큰 세계에서 길을 잃는다. 실험을 주도한 것이 비밀조직 위키드임을 안 러너들은 위키드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그들의 흔적을 짚어간다. 폐허가 된 도시 스코치에서 러너들은 광활한 모래사막을 벗어나야 하고, 플레어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떼 크랭크의 습격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하는 위기에 봉착한다. 위키드에 맞서는 또 다른 비밀결사를 만난 러너들은 그들의 도움을 받아 잠시 휴식을 취하지만 사고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난다.
모든 것이 절로 주어졌던 미로와는 달리 열린 공간인 스코치에서 러너들은 어디로 갈 것인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직접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는 책임감을 안게 된다. 자연히 조화로운 캐릭터 플레이가 필요한데 인물의 개성은 원작에 비해서나 전편에 비해서나 다소 축소됐다. 민호(이기홍)와 뉴트(토머스 생스터) 등 성격이 뚜렷한 캐릭터들의 역할이 작아지면서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의 리더십이 부
미로 밖 더 큰 세계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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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스펙터> Spectre
감독 샘 멘데스 / 출연 대니얼 크레이그, 레아 세이두, 크리스토프 왈츠, 모니카 벨루치, 레이프 파인즈, 벤 위쇼 / 수입•배급 UPI 코리아 / 개봉예정 11월12일
제임스 본드(대니얼 크레이그)는 자신의 과거와 연관된 암호를 추적하던 중 초국가적 범죄조직 스펙터와 마주하게 된다. MI6를 쓰러트리기 위해 창설된 비밀 조직 스펙터가 시시각각 본드의 목을 조여오는 가운데 MI6와도 갈등하며 본드는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는다. 007 시리즈의 24번째 작품으로 대니얼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를 맡은 지도 벌써 4번째다. 스펙터는 플레밍의 원작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범죄 조직으로 시리즈 초반에 본드를 괴롭힌 범죄 조직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에서는 스펙터의 탄생에 얽힌 본드의 과거사를 들춘다. 역대 최악의 적을 맞이한 만큼 한층 스펙터클한 액션과 어두운 이야기를 선보일 전망이다. 베일에 싸인 이탈리아 마피아의 미망인 루시아 역에 모니카 벨루
[Coming Soon] 스펙터의 탄생에 얽힌 본드의 과거사 <007 스펙터> Spec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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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전자음악 그룹 탠저린 드림을 이끌고 있던 에드거 프로스는 1973년 영국의 버진 레코드로부터 계약을 맺자는 전화를 받는다. 보통 크라우트 록(Kraut Rock)이라고 불리는, 독일 전자음악에 심취된 소수 팬들을 겨냥해서 음악을 만들던 프로스의 입장에서는 당시 신생 레이블로 성공을 거둬 영국과 미국에 배급망을 갖추기 시작한 버진 레코드의 제안에 아마도 무척 고무되었을 것이다.
버진 레코드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음반 제작사가 아니라 런던 노팅힐 게이트에 위치한 작은 레코드 가게였다. 이 가게의 문을 연 리처드 브랜슨과 닉 파월은 유럽 대륙의 프로그레시브 록과 전자음악 음반들을 직접 수입해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 사업은 소수지만 광적인 런던 컬트팬들로 인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었다. 그러자 브랜슨과 파월은 음반 가게에 머물지 않고 음반 제작에 직접 뛰어들기로 결심했는데, 그렇게 해서 그들이 제작한 첫 번째 음반은 당시 열아홉살의 마이크 올드필드가 여러 악기를 연주하고 이
[황덕호의 시네마 애드리브] 음악은 악몽 혹은 일장춘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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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의 <우리 지금 만나>가 깔린다. 나영석 PD가 탑승한 콤비버스에 차례로 올라타는 사람들은 그의 옛 동료들, <해피투게더-1박2일>의 전 멤버들이다. 이승기, 강호동, 은지원, 그리고 도박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키고 자숙 중이던 이수근. 이들이 함께할 프로젝트는 중국 고전 <서유기>를 패러디한 웹 예능물 <신서유기>다.
tvN과 네이버가 합작해 네이버 TV캐스트에서 볼 수 있는 <신서유기>는 글을 쓰는 시점에 이미 조회수 1500만회를 바라보는 대성공을 이루어냈다. 나 PD 특유의 여행, 미션, 그리고 벌칙으로 이어지는 진행 코드는 여전하다. 손오공을 이수근으로 정하고, 머리에 금고아를 씌운 후 저주파 치료기를 부착해 작동 권한을 삼장법사에게 준다는, 코믹하지만 의미심장한 설정에 이어지는 첫 미션은, 손오공의 고향인 서안에서 바로 그 삼장법사를 정하는 것이다. 웹 콘텐츠라는 태생과 목적에 맞게 모든 에피소드의 상영
[김호상의 TVIEW] 면죄부 논란에 대처하는 영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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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뛰어드는 여자와 뛰어나가는 남자>(2015)
<앙: 단팥 인생 이야기>(2015)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쓰나구>(2012)
<내 어머니의 연대기>(2011)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마루 밑 아리에티>(2010)
<악인>(2010)
<걸어도 걸어도>(2008)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2007) 외 다수
한국에 김수미가 있다면 일본에는 기키 기린이 있다. 알다시피 김수미가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노인으로 분장하고 일용 엄마 역을 처음 맡았던 때 나이가 고작 스물여덟. 아들 일용은 탤런트 선배이자 네살 연상인 박은수가 연기했다. 1974년, 당시에는 유우키 지호라는 예명을 썼던 기키 기린이 <TBS> 드라마 <데라우치 간타로 일가>에서 머리를 탈색하
[기키 기린] 어머니/독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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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함정>
2013 <늦은 후…愛>
2013 <48미터>
드라마
2009 <2009 외인구단>
2007 <뉴하트>
“지안은 못해도 민희는 할 수 있다.” 같은 사람이 연기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함정>의 민희와 배우 지안은 달랐다. “남의 남편과 잠을 자고, 곤계란을 손으로 까주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웃음) 그런데 그게 민희의 삶이라면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되어야 했다.” 화재로 목소리를 잃은 민희는 의붓오빠 성철(마동석)에게 잡혀 살며 잘못된 예의와 빠른 체념을 몸으로 배워온 여자다. 오빠의 폭력에 의심도 저항도 하지 않으며, 다른 여자의 남편과 동침할 것을 강요받아도 그것을 그 남자에 대한 예의로 생각하고 정성을 다한다. 야생에 가까운 삶을 살다보니 동물 내장과 사체를 맨손으로 만지는 데도 익숙하다. 민희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건 단지 청초한 여자배우가 억척스러운 연기를 잘해내
[who are you] 맨 얼굴에 담긴 야생적인 무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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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7일 노동절을 끝으로 할리우드 박스오피스 여름 시즌의 막이 내렸다. 시즌 마지막을 장식한 박스오피스 1위는 기독교적 주제를 내세운 종교영화 <워 룸>이다. 개봉 2주차에 1위에 올라선 이 영화는 930만달러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입으로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라섰다. 올여름 할리우드 박스오피스는 “성공적”이라고 평가된다. 미국 박스오피스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입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2015년 여름 박스오피스 총수입은 대략 44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역사상 최고 박스오피스 총수입을 기록한 2013년을 능가하는 해가 될 거라는 추측에도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 일등공신은 유니버설픽처스의 <쥬라기 월드>다. 미국에서만 무려 6억43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미국 박스오피스 역사상 최대 수입을 거둔 영화가 됐다.
올해 상반기 할리우드는 유니버설의 독주와 디즈니의 알찬 성공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쥬라기 월드>뿐 아니라 <분노의 질주:
[L.A] 할리우드, 올여름,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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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자>와 <선녀와 나무꾼> 설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멱 감는 틈을 타 의복을 절취하는 수법으로 선녀를 약취•유인한 뒤 강제로 성관계를 맺고 아이까지 낳게 한 나무꾼의 이야기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이 이야기는 만주족 기원설화 중 하나로 출발해 시베리아, 일본 등 동북아 지역에서 여러 형태의 민담으로 변이, 전승돼왔다. 선녀의 날개옷은 하늘나라로 갈 수 있는 도구이기에 앞서 지상의 인간과 다른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나무꾼은 이를 훔침으로써 천상의 여인을 자신과 동등한 신분으로 전락시키는 동시에 욕망을 지속 가능한 상태로 유지한다. 이같은 이야기의 원형은 주로 나쁜 남자가 여성을 착취하는 얼개를 공유하며 무수히 활용됐는데 가까운 예로는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2001)가 있다. 사창가의 폭력배가 길에서 본 여대생에게 반해 돈을 훔치도록 유도한 다음 성매매 여성으로 전락시킨다는 이야기. 그 와중에 두 사람 사이에 스톡홀름 증후
[송형국의 영화비평] 날개옷을 빼앗긴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