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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가운데)에게 가까이 다가가 연기 디렉션을 주는 이은희(왼쪽) 감독. 약봉투 접는 법까지 섬세한 지도가 이어진다. “종이접기 교실에 온 것 같다”는 김소현. 감독과 배우보다는 다정한 언니와 동생처럼 보인다.
연준석(오른쪽)이 순간 대사를 잊자 빵 터진 배우들. NG가 나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 배우들은 프로의 모습으로 돌변한다. 대립하는 범실(도경수)과 수옥(김소현)을 친구들이 지켜보는 장면이다. 왼쪽부터 김소현, 연준석, 주다영, 도경수. 오가는 눈빛이 진지하다.
“수학여행 온 것 같아요.” <순정>의 도경수, 김소현, 이다윗, 연준석, 주다영. 산골에서 막 튀어나온 차림새의 또래 배우들이 입 모아 외친 말이다. KTX를 타고 4시간, 승합차를 타고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전라남도 고흥 아평교회. 논밭밖에 없는 이곳에서 약 두달간 함께 지낸 배우들은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이다윗 왈, “서로가 유일한 낙이다. 할 게 없으니 손
[씨네스코프] “진짜 마을 주민이 된 기분으로 연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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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 더 시> By the Sea
감독 안젤리나 졸리 / 출연 안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 멜라니 로랑
1970년대 중반 프랑스, 전직 댄서 바네사(안젤리나 졸리)와 작가인 그의 남편 롤란드(브래드 피트)는 함께 지방으로 여행을 떠난다. 둘은 여행지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위기에 놓인 결혼 생활을 되돌아본다. <언브로큰>(2014)에 이은 ‘감독’ 안젤리나 졸리의 두 번째 극영화. 그녀는 연출뿐만 아니라 제작과 각본까지 직접 맡았다. <피아니스트>(2001), <하얀 리본>(2009) 등 미하엘 하네케와 주로 작업했던 크리스천 버거가 촬영을 담당했다. 11월13일 미국 개봉.
[WHAT'S UP] ‘감독’ 안젤리나 졸리의 두 번째 극영화 <바이 더 시> By the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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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들은 음악을 다시 들으면 좋아했던 곡들 중 어렴풋한 기억을 동반할 때가 있다. 특별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어도, 냄새나 감각의 한 종류 같은 무엇이 그 안에 있다.
요즘 음악은 예전보다 훨씬 쉽고 다양하게 들을 수 있다. 깊은 조예가 없어도 취향과 기분에 맞춰 알아서 모르는 곡들을 알려준다. 음반은 죽어간다지만, 음악과 음원이 여전한 시대에 역설적으로 내게 특별한 노래는 어쩐지 적어진다. 음악이 어떠한 상황의 중심이 아니라 극 전반에 깔리는 배경처럼 되어서일까. 어느 ‘문화’들의 변천을 생각할 때, 주어나 주체만 다르지 엇비슷하게 엇비슷한 방향으로 ‘대세’가 되어 흐르는 걸 함께 떠올리면 얘기의 주어를 패션이나 옷으로 바꿔도 별반 지장은 없을 것이다.
더 포스탈 서비스(The Postal Service)는 2001년 미국 시애틀에서 결성한 인디 록 밴드다. 총 7장의 싱글을 발매했지만, 정규 음반은 2003년 《Give Up》 딱 한장만 냈다.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마감인간의 music] 10년 전 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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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아메리칸 울트라> 깨어난 액션 세포의 정체
[정훈이 만화] <아메리칸 울트라> 깨어난 액션 세포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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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과 <아메리칸 울트라>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예술을 가르치는 일은 애초에 가능한가? 좋은 예술 교육이란 무엇인가? 바스티엥 비베스의 만화 <폴리나>에 등장하는 무용 교수 보진스키와 <미라클 벨리에>의 음악 교사 토마슨(엘릭 엘모스니노)이 힌트를 줬다. 위대한 스승에 관한 일반적 관념과 달리, 두 교사는 제자의 대리 부모 역을 자임하지 않는다. 학생이 말하기 전에 집안 사정을 묻는 법이 없고, 인생의 금과옥조가 될 대명제를 던져주지도 않는다. 대신 본인의 교실에 들어온 예술가 지망생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정확히 어떤 종류의 재능인지 파악해서 알려준다. 무엇보다 나쁜 습관이 어린 몸에 배지 않도록 경계한다. 세상은 네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고 따끔하게 환기시키는 이 선생님들은 동시에 자신의 콤플렉스를 학생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08/20
에드거 라이트가 중도하차하고 페이튼 리드의 연출로 완성된 <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폴 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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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녀가 함께 잠들었는데 아침이 되자 한 소녀가 사라졌다. 사무실에 괴한이 난입했는데 찾던 사람이 없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공격, 그 자리에서 한 여자가 사망했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아 키우며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있던 여자가 남편을 도끼로 살해했다. <케임브리지 살인사건>은 해묵은 세 가지 사건을 수사하게 된 사립탐정 잭슨 브로디가 주인공이다. 실종된 소녀는 누가 데려갔을까?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사무실에 난입한 괴한은 누구인가?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갑자기 남편 살해범이 된 여자의 진실은 무엇일까?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의 작가 케이트 앳킨슨은 오래된 세 가지 사건을 탐정에게 던져주고는 그들의 과거를 파헤치기보다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그 와중에 잭슨은 수사를 위해 만나는 여자들로부터 자주 유혹당하고, 전 아내가 데려가버린 딸과 조금이라도 더 오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미네트 월터스의
[도서] 사건 안에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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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기분 나쁘게 만드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일본의 소설가이자 요괴전문가 교고쿠 나쓰히코의 <있어 없어?>는 그림책이다. 그의 ‘교고쿠도’ 시리즈를 한권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런(!) 사람이 그리는 그림책이라니 안 봐도 알 만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 시리즈의 충실한 독자인 나는 어두운 방 안에서 위를(위의 무엇을?) 보고 있는 표지만으로도 일년치 오싹함은 다 느꼈다. 나카다 히데오의 공포영화 <여우령>에 등장하는 끝이 어두컴컴한 나무 계단을 보며 느낀 의미불명의 공포감 같은 것이다. 거기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이 좋지 않다. 그런데 그 맛에 읽는다. 한 소년이 할머니 댁에 살게 되었다. 낡고 오래된 집이다. 나무로 지었고 바닥은 마루와 다다미다. 천장은 높고 기둥은 굵다. 높은 대들보 위 어둠이 신경쓰인 소년은 위를 자꾸 올려다보았다. “창문 옆에 화가 난 아저씨의 얼굴이 보였다. 엄청 무서운 얼굴이었다. 눈을 떼지 않고 계속 나를 봤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공포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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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벨리에>는 농인 부모를 둔 청인 자녀(Children of Deaf Adult), 일명 ‘코다’(CODA)인 폴라(루안 에머라)가 노래에 대한 재능을 발견하면서 가족과 겪는 갈등을 그린 영화이다. 영화를 보고 혹자는 농인들의 삶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혹자는 농인들을 자녀에게 의존하는 모습으로 그렸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농문화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빚어진 오해이다. <미라클 벨리에>는 농문화의 관점에서, 부모-자식간의 관계나 사춘기의 고민 등을 잘 풀어낸 영화이다.
흔히 농인을 ‘청각장애인’이라 부른다. 그러나 ‘장애인’이라는 규정은 비장애인 중심의 의학적 사고이다. 청인들은 농인들이 소리를 듣지 못하니까 답답할 거라 생각하지만, 농인들은 소리에 대한 욕구가 없기 때문에 결핍도 없다고 한다. 마치 무성영화가 그 자체로 완벽하듯이 그들의 고요한 세계는 그 자체로 완벽하며, 수어(手語)를 통해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장애를
[황진미의 영화비평] 차이 받아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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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쿠투더우는 중국 최대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다. ‘중국판 유튜브’라 불릴 정도로 많은 중국인들이 이곳에 들러 영화를 포함한 여러 동영상 콘텐츠를 즐긴다. 한국에서도 유쿠투더우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유쿠투더우는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옴니버스 프로젝트 <컬러 오브 아시아-마스터스>(감독 임상수, 가와세 나오미, 왕샤오솨이, 아피찻퐁 위라세타쿤)를 공동 제작하기도 했다. 지난 8월2일, 제4회 코픽 글로벌 포럼(주최 영화진흥위원회) 세미나 ‘글로벌 ICT, 영화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유쿠투더우 앨런 주(Allen Zhu) 부회장을 따로 만났다.
-올 3월 유쿠투더우는 콘텐츠 사업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영화, TV드라마, 뉴스, 버라이어티쇼, 게임, 애니메이션, 음악, 교육, 엔터테인먼트 정보 등 9개 분야로 조직을 세분화했다. 당신은 영화 부서를 맡게 됐다. 그룹이 조직을 개편한 이유가 뭔가.
=2012년 유쿠가 경쟁사였던 투더우와
[people] 더 새롭게, 더 다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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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는 뮤지션이 불시에 발매한 싱글 앨범 같다. 정규 앨범 같은 묵직한 맛은 없지만, 귀를 사로잡고 이후의 곡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엔 충분하다. 제9회 대단한단편영화제가 9월10일(목)부터 16일(수)까지 7일간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열린다. 압축된 이야기로 관객을 압도할 39편의 작품이 소개된다. 개막작은 올해 특별전에서 소개되는 홍석재 감독의 단편 <과월 사랑세 납부 고지서>와 배우 김수안의 <콩나물> 등 2편이다. 경쟁부문 진출작 25편 중 재생목록에 추가할 곡을 선정하는 마음으로 추천작을 엄선했다.
소재주의는 비판받는다. 신선한 소재는 이목을 끌 수는 있지만, 거기에만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횟감> 같은 신선한 방식이라면 지지하고 싶어진다. 일용직을 전전하는 주인공이 모처럼 쉬는 날 아는 형, 누나와 함께 회를 먹기로 한다. 그때 하필 이삿짐센터 사장의 호출이 떨어지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초반 횟
[영화제] 현실이 펄떡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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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는 정치풍자 코미디다. 영화는 ‘2010대한뉘우스’로 시작한다. 일가족이 밥상머리에서 정부 정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한다. 4대강 사업, 청계천 복원 사업, 용산참사 등을 거쳐 대통령의 사주팔자 이야기로 주제가 이어진다. TV 콩트물처럼 방청객의 웃음소리도 뒤섞여 있다. 몇개의 챕터가 더 진행되고 각종 신문 기사의 푸티지 영상이 이어지더니 마침내 본격적인 정치풍자가 시작된다. 이때 상반신만 있는 포돌이 인형이 등장한다. 그는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 만남을 청하고 그전까지 하반신을 만들어 붙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에 들어간다. 그런데 집 안 곳곳에 등장한 쥐떼들이 그의 공구며 살림, 심혈을 기울여 제작 중인 하반신을 갉아먹는다. 쥐떼를 때려잡으려는 포돌이의 사투, 시끄럽다는 주민들의 아우성, 이 모든 난장판 속에서 기도만 올리는 (아마도 포돌이의) 어머니까지. 장면과 장면 사이를 연결하는 건 투쟁가와 소녀시대의 <Gee>와
본격 정치풍자 코미디 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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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콜센터 상담원 여주(이미소)는 신용불량 등으로 위기에 몰려 도움을 요청해오는 서민들을 심사해 경제적 회생 기회를 제공한다. 그녀에게 전화를 거는 사람들 대부분은 각종 채무관계로 얽힌 상황에서 자신의 신상정보를 여주에게 내맡기다시피 한다. 여주는 겉으로는 아주 친절하게 그들을 돕는 척하지만, 실은 신용불량자 정보를 사채업자에게 팔아넘기는 못된 짓을 하며 산다. 어느 날 여주는 평소대로 자신에게 상담을 청해온 한 신용불량자 가장의 신상정보를 사채업자에게 건넨다. 그 후, 남자의 아들이 다짜고짜 여주를 찾아와 아빠가 자살을 했다며 어찌된 일인지 따져 묻는다. 죽은 남자를 향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여주는 황당하게도 종말론에 빠진 어느 광신도에게 퇴근길에 납치를 당하고 만다. 더 황당한 것은 그 광신도를 통해서 그녀의 숨겨졌던 과거가 밝혀지고, 그때부터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 27기 출신 김성무 감독의 연출 데뷔작인 <선지자의 밤>
사람만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 <선지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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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흑백인 행성에 색깔을 가진 소년 민재가 태어났다. 민재를 학대하던 부모는 자살해버리고, 세상 밖에 나선 민재는 괴물로 몰려 경찰에 쫓겨다닌다. 암살단 두목은 민재를 거둬 총 쏘는 법을 가르친다. 민재는 두목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그의 명령대로 사람들을 죽이지만, 그 역시 민재를 도구로만 볼 뿐이었다. 민재는 자신을 강간하려는 암살단 두목의 동생을 죽이고 암살단의 다른 두 아이와 함께 도망친다. 두목은 그들을 쫓고, 두 아이는 민재를 신고해 현상금을 탈 꿍꿍이를 숨긴다. 민재는 하늘을 날아 다른 행성으로 가는 꿈을 꾼다.
어제의 일만은 아니다. 어느 시대든 범주를 달리할 뿐 정상성에서 벗어나는 것은 비정상으로 간주된다. 비정상에 대한 공포는 폭력으로 이어진다. 가장 극단적으로 단순한 예는 피부색이다. <창백한 얼굴들>은 가장 쉽고 직관적인 예시로 아직도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상을 직유한다. 무채색의 세계에서 혼자 노란 피부와 붉은 피를 지닌 민재는 끊임없이
무채색의 세계에서 색깔을 가진 소년이 태어나다 <창백한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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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0년, 대지진과 화산 폭발로 붕괴된 부산 해운대. 홀로 마약을 팔며 거리생활을 하는 소녀가 있다. 고래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녀 하진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고래를 잡은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외팔이 여해적 상원은 그녀에게 화산고래를 잡으러 가자고 제안한다. 처음엔 삐딱하던 하진은 또래 항해사 이안, 폭약 담당 재형, 작살잡이 텐진, 총잡이 안드라로 구성된 해적단에 마음을 열어간다. 배는 화산섬에 다다르고, 이들은 폐허가 된 섬의 화산고래와 마주한다.
회색빛 도시와 붉은 용암, 거대한 고래의 이미지가 근사하게 어우러지는 작품. 근미래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화산, 고래를 엮어낸 구상이 매혹적이다. 캐릭터의 매력도 충분하다. 까칠하지만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소녀 하진과 그녀를 이끄는 우아한 해적 상원의 캐릭터는 흥미롭다. 영화는 강해 보이는 두 여성이 각자의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극복하는 법에 대해 파고든다. 서사를 풀어나가는 대목에서 영화는 문제에 봉
제19회 몬트리올국제판타지아 영화제 초청작 <화산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