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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는 세 자매가 15년 전 자신들을 버리고 집을 나간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향하며 시작된다. 그곳에서 그들은 배다른 여동생 스즈(히로세 스즈)와 처음 만나고 그 뒤 이들은 함께 살기로 결심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감독이 전작들에서 늘 안쓰럽고 대견스레 바라본 조숙한 아이들이 자라서 만들어낸 성숙한 어른의 세계, 그 초입에 있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요시다 아키미의 동명의 만화가 원작이다. 데뷔작 <환상의 빛>(1995) 이후 원작을 영화화한 건 두 번째인데 어떤 면에 이끌렸던 건가.
=부모한테 버림받은 세명의 딸들이 본인들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던 배다른 막내 동생 스즈와 함께 살아간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러면서 아버지를 부정적으로 생각해오던 첫째딸 사치(아야세 하루카)의 마음에는 변화가 생기고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새로이 쓴다. ‘나라는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게
과거와 대면하고 성숙해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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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불어오는 바람,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자리를 옮기는 그림자로 기억되는 영화 <오후>(2015)는 차이밍량과 이강생의 긴 대화로 완성되는 작품이다. 차이밍량과 이강생은 137분의 대화를 통해 20년 동안 다져온 신뢰를 확인하는 동시에 서로 알지 못했던 내밀한 속내를 짐작하게 된다. 폐허처럼 보이는 공간에 의자 두개가 놓여 있고 둘은 커다란 창(처럼 보이는 구멍)을 등진 채 이야기를 나눈다. 그곳은 차이밍량의 새집이다. 카메라 뒤엔 이강생의 친구 둘이 앉아 있고 영화는 “메모리카드를 갈기 위해” 두번 암전되는 것을 제외하면 롱테이크로 끊김 없이 촬영돼 있다. 차이밍량은 “어떤 것도 의도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무심결에라도 영화의 틀을 벗어나려 한 의지가 담긴 것인지 현장은 명백하게 연극 무대를 연상시킨다. 형식은 사뭇 달라졌지만 시간과 관계의 테마는 여전히 그의 영화를 관통하고 있다.
<오후>를 촬영할 때 차이밍량은 건강이 좋지 않았다. “당시에 나와 책을
“개념을 단순화 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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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이 사랑한 남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셸 프랑코의 데뷔작 <다니엘과 안나>(2009)는 제62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황금카메라상에 노미네이트됐고, 두 번째로 만든 <애프터 루시아>(2012)는 제65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았다. 네 번째 장편 <크로닉>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최우수각본상을 거머쥐었다. <크로닉>은 헌신적인 간병인 데이빗(팀 로스)의 깊은 슬픔과 고독을 간결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
-할머니의 투병이 연출 계기가 됐다고.
=할머니를 씻길 때마다 간호사는 가족들에게 밖으로 나가 있으라고 했다. 내 가족의 사적인 행위를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돕는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 간호사는 항상 환자들이 생각나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언터처블: 1%의 우정>(2011)처럼 환자와 간병인의 관계를 밝게 그리는 경우도 있지만 내 생각에 그건 다 헛소리다.
-공간과 인물을 배치
환자와 간병인의 관계를 밝게 그리는 건 헛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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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회의 현실과 사회문제를 깊숙이 들여다본 전작과 달리 <산하고인>은 지아장커의 개인적인 감정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타오(자오타오)라는 여자와 그녀의 가족, 친구 등 주변 인물의 삶을 1999년과 2014년 그리고 2025년, 그러니까 중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며 그려낸다. 데뷔작 <플랫폼>(2000)부터 <임소요>(2002), <세계>(2006),<스틸 라이프>(2007), <24시티>(2008), <천주정>(2013) 그리고 <산하고인>까지 15년 동안 감독과 배우로 작업하고 있고, 부부이기도 한 지아장커 감독과 배우 자오타오는 <산하고인>을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산하고인>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아장커_전작 <천주정>을 찍고 난 뒤 감정 표현이 솔직한 영화를 찍고 싶었다. 그동안 영화를
“감정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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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연인과 그의 관능적인 딸. 한 커플의 휴양지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이 매혹적인 불청객들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섬 판텔레리아에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아이 엠 러브>(2009)로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이탈리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비거 스플래시>는 21세기 이탈리안 시네마의 미학을 유려하게 펼쳐 보이는 영화다. 고전영화를 연상케 하는 우아함과 감각적인 영상이 인상적인 이 작품은 <아이 엠 러브>에 이어 주연배우 틸다 스윈튼과 루카 구아다니노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다시금 확인하고, 영국 배우 레이프 파인즈를 재발견하는 영화다.
-<비거 스플래시>는 프랑스 감독 자크 드레의 영화 <수영장>(1969)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원작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나.
=소통의 어려움과 욕망의 본질에 대해 탐구한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후회와 소유욕, 연민과 환상, 망상 같은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다뤄보고
고전주의가 창조할 수 있는 새로움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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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를르슈 감독이 창조한 세계는 사랑이 충만하다. 올해 부산에 들고 온 신작 <(신)남과 여>도, 20주년 특별전 ‘내가 사랑한 프랑스영화’ 상영작인 <남과 여>(1966)도 남자와 여자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신)남과 여>는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 앙투안 아벨라르(장 뒤자르댕)가 발리우드 영화음악 작업을 위해 찾은 인도에서 자신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안나(엘자 질베르스테인)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1965년 도빌의 해변을 걷던 중 <남과 여>의 줄거리를 떠올린 것처럼 <(신)남과 여>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 대해 다시 보여주고 싶었다. 유머를 섞어서 말이다. 사랑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니까.
-앙투안과 안나가 만나는 곳이 인도다. 인도로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가 뭔가.
=각각 짝이 있는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사랑에는 제약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
“수줍음이 사랑의 가장 큰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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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드라이버>에서 어린 창녀(조디 포스터)를 착취하는 악덕 포주를 다시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비열한 거리>의 건달 찰리, <저수지의 개들>의 미스터 화이트, <펄프픽션>의 해결사 울프도 꽤 근사했다. 그래도 누군지 모르겠다면, <라스트 갓파더>에서 “영구”라고 외치던 영구 아버지 돈 카리니는 쉽게 기억날 것이다. 마틴 스코시즈와 아벨 페라라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가 창조한 어둠의 페르소나, 하비 카이틀이 <유스>를 들고 부산에 처음으로 당도했다.
<유스>는 오랜 친구 프레드(마이클 케인)와 믹(하비 카이틀)이 80살을 앞두고 알프스에 있는 고급 호텔에 휴가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하비 카이틀이 연기한 믹은 빨리 영화를 찍고 싶어 하는 백전노장 영화감독. 그가 <유스>에 출연하게 된 건 “파올로 소렌티노의 전작 <그레이트 뷰티>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소렌티노의 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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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남자 형제만 두고 있는 여배우들이 네 자매를 연기한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막내 역의 히로세 스즈를 제외하고 우리 모두 오빠나 남동생이 있는 집에서 자랐다. 막연하게 자매들끼리 살면 이런 일들이 있겠구나 생각만 했는데, 이번 영화에 출연하며 실제로 그걸 경험해봤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특히 첫째와 둘째딸은 뭔가 부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첫째딸이 엄마에게 화내면 둘째가 언니에게 화내고. (웃음) 부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가족 안에서 자매들이 맡는 역할이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거더라.”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네 자매 중 나가사와 마사미가 연기하는 둘째 요시노는 가장 감정의 폭이 넓은 인물이다. “감독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인간의 생과 사에 대한 영화라고. 그중에서도 요시노라는 캐릭터는 ‘생’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하시더라. 그걸 잘 표현해내는 게 이번 영화에서
“국경 넘어 영화로 소통하기를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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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8년 만의 신작이자 첫 무협영화 <자객 섭은낭>은 21세기의 새로운 클래식으로 기억될 영화다. 당나라 시대, 누구보다 뛰어난 암살자이나 한때 사랑했던 남자를 죽여야 하는 딜레마에 처한 섭은낭의 모습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에서 무한한 상상의 자유를 느꼈다고 허우샤오시엔은 말한다. 더불어 이 대만 출신 거장의 무협영화는 리얼리스트로서의 그의 면모를 다시금 확인하게 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자객 섭은낭>은 당신의 첫 무협영화다. 무협 장르의 영화를 준비하며 특별히 고민되었던 지점이 있나.
=내가 살아본 적이 없는 당나라 시대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표현해낼지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 다양한 서적을 읽었지만 그중에서도 당나라의 정치와 생활상을 자세히 묘사한 사마광의 <자치통감>이 도움이 됐다. <자객 섭은낭>을 준비하며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건 몇 글자 안 되는 역사적 기록으로부터 인물의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액션을 설계하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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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베스트. 올해 2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게스트의 명단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안 시네마의 거장 허우샤오시엔부터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지아장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프랑스의 클로드 를르슈와 이탈리아의 루카 구아다니노까지, 아시아를 비롯해 21세기 시네마의 예술적 흐름을 주도하는 수많은 감독들이 부산을 찾았다. 하비 카이틀, 나가사와 마사미 등 영화제를 한층 빛나게 하는 배우들의 존재도 잊어서는 안 된다. ‘20년’이라는 시간에 걸맞은 무게감을 실어준 소중한 이들과의 만남을 전한다.
랑데부 인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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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책 잔치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2009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진행돼온 아트북페어 및 독립출판 시장이다. 해마다 상당한 관객수를 동원하며 몸집을 불려온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올해 7회 행사를 11월7∼8일 양일간 일민미술관 전층에서 개최한다. ‘서울아트북페어 2015’를 부제로 삼은 만큼 국내의 독립출판 제작사 180여팀이 참여할 예정이다. 행사를 기념해 11월4∼5일 일민미술관 2층에서 포스터만을 판매하는 ‘포스터 온리’가 열린다.
정준일 그리고 <겨울>
겨울이 오면 정준일은 어김없이 작은 콘서트를 연다. 동굴 속에서 전해지는 울림과도 같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노래하고 울먹울먹 토해낸다. 올겨울 공연 <겨울>은 11월12일부터 12월6일까지 학전블루소극장에서 진행된다. 피아노, 첼로, 기타 그리고 그의 목소리로만 채워질 겨울의 공기다. ‘소리 사이사이에 마음만 심어놓고 가요. 마음껏 울어도 괜찮아요, 그게 더 보기 좋아요. -사랑을 보내며 정준일 드림.
[culture highway] <송곳>과 ‘응팔’ 출격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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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Legend
감독 브라이언 헬겔런드 / 출연 톰 하디, 에밀리 브라우닝, 태런 애거턴
크레이 형제에 관한 에세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 런던 촌구석에서 주먹으로 알아주던 쌍둥이 레지와 론 크레이(톰 하디). 마피아와 손잡고 세력을 키우던 크레이 형제는 런던 내 거물로 성장한다. 레지는 애인 프랜시스(에밀리 브라우닝)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업에만 힘을 쏟고, 론은 제멋대로 조직을 운영하며 사고만 일으킨다. 배우 톰 하디가 레지와 론 역을 모두 소화했다. <기사윌리엄>(2001)을 연출한 브라이언 헬겔런드가 메가폰을 잡았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5.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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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윈슬럿이 사진작가 리 밀러의 전기영화에 출연한다
=리 밀러는 <보그>의 패션모델이자 사진작가 만 레이, 화가 피카소 등의 뮤즈였으며 2차 세계대전에 종군 사진기자로 참여해 활약한 인물이다. 영화는 리 밀러의 아들 안토니 팬로즈의 전기인 <리 밀러의 삶>을 바탕으로 제작된다.
-웨스 앤더슨 감독이 개를 소재로 한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을 연출한다
=<판타스틱 Mr. 폭스> 이후 두 번째 애니메이션 연출이다. 하비 카이틀, 제프 골드블룸, 에드워드 노튼, 브라이언 크랜스톤, 밥 발라반이 목소리 출연한다.
-샤를리즈 테론, 영화 <그레이맨>의 제작과 주인공을 겸한다
=마크 그리니의 소설 <그레이맨>은 전직 CIA 암살자 커트 젠트리에 대한 이야기다. 샤를리즈 테론은 프로듀서 조 로스와 함께 <그레이맨>을 제작하며, 각색 과정에서 주인공 커트 젠트리를 여성으로 전환했다.
[댓글뉴스] 케이트 윈슬럿, 사진작가 리 밀러 전기영화 출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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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로렌스가 인터넷 칼럼을 통해 할리우드의 성차별적인 임금 정책을 비판했다. 그녀는 <아메리칸 허슬>(2014) 배우 개런티가 유출된 뒤 당시 동료 남성 배우보다 낮은 출연료를 받은 사실에 분개했다. 브래들리 쿠퍼와 에마 왓슨은 제니퍼 로렌스를 지지하고 나섰다. 한편 리들리 스콧 감독은 <마션> 캐스팅에서 원작의 설정을 무시하고 아시아인을 모두 백인, 흑인으로 대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개봉한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때에도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UP & DOWN] 리들리 스콧 감독, 아시아인 차별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