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러리스트의 아들>은 테러리스트 엘사이드 노사이르의 아들 잭 이브라힘이 살면서 감내해야 했던 고난들을 꿋꿋하게 고백한 책이다. 오사마 빈 라덴이 “엘사이드 노사이르를 기억하라”고 촉구했을 만큼 영향력 있는 테러리스트의 아들로 태어난 잭과 그의 가족은 주변의 손가락질에 못 이겨 수십 차례 이사했고, 극심한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 어머니가 재혼한 뒤로도 의붓아버지의 지독한 폭력에 시달렸던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아버지의 테러 행위가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곱씹으면서 끝내 평화를 선택했다. 유년 시절부터 현재까지 겪은 설움과 깨달음을 느슨한 연대기순으로 적어나갔다. 담담하게 적힌 20년간의 수기는 주어진 환경에 지지 않고 결국 바른 것을 지향하라는 보편적인 가르침을 선명하게 새긴다.
건축가 마크 쿠시너가 쓴 <미래의 건축 100>은 지구 각지의 건축물의 모습을 시원하게 담은 도판으로 채워져 있다. 과학적인 틀이 아닌 작가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택한 100여개의 프로
씨네21 추천 도서 <테러리스트의 아들> <미래의 건축 100>
-
신사실주의는 중국이 문화대혁명을 마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로 들어선 이후,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내내 전국적으로 세력을 떨친 문학운동이다. 이제는 교조적 이념 선전으로 전락해버린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벗어나 현실의 모습들을 어떠한 조작 없이 그대로 작품 안에 반영하는 걸 목표로 삼는다. 류전윈은 신사실주의의 대표 주자로서 옌롄커, 쑤퉁, 위화, 모옌과 함께 중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추앙되고 있는 작가다.
류전윈의 최근작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는 리설련이라는 여자의 인생사를 쫓아간다. 리설련은 둘째아이를 임신한다. 하지만 그녀는 축복받을 수 없다. 정부의 산아 제한 정책 때문에 둘째아이를 낳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리설련은 위장 이혼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바로 실행에 옮기지만, 남편은 그사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아이까지 갖는다. 그녀는 소송을 진행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는 상황에서 법원과 정부는 리설련의 호소를 무
씨네21 추천 도서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
구병모는 2009년 첫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로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했다. 불안한 가정에서 자란 소년이 우연히 은신한 빵집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미스터리와 호러가 뒤엉킨 판타지로 그려낸 작품은 훗날 대중이 만나게 될 구병모 소설들의 원형이었다. 죽음을 목도한 순간 생에 대한 의지로 인해 물고기의 아가미를 갖게 된 남자(<아가미>), 설립된 이래 한번도 언론에 노출된 적이 없는 학교(<피그말리온 아이들>), 청부살인을 업으로 살아가는 60대 여성 킬러(<파과>) 등 그의 소설은 동화에서나 만날 법한 과감한 설정을 통해 현실을 살아가는 고통을 더욱 극대화했다.
작가의 세 번째 단편집 <빨간구두당>은 고전 동화의 면면을 반영해 새롭게 변주한 여덟편의 단편 모음이다. 구병모는 안데르센의 <빨간구두> 마지막에서 이야기를 더 밀어붙이고, 그림 형제의 <개구리 왕자 혹은 철의 하인리
씨네21 추천 도서 <빨간구두당>
-
<모방살의>와 <천계살의>는 비슷한 이름을 공유할 뿐 전후편의 관계는 아니다. 두 소설은 각각 ‘신인상 살인사건’, ‘산책하는 사자’라는 이름으로 1973년, 1982년 공개됐다. 다만 유사한 제목을 공유할 만큼의 접점은 분명하다. 둘 모두 독자가 이야기를 읽는 내내 함정을 심어놓아 반전의 묘미를 극대화하는 ‘서술 트릭’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의 론도>,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 같은 일본의 대표적 서술 트릭이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쏟아진 것을 감안한다면, 나카마치 신의 <모방살의>를 그 서술 트릭의 시작이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모방살의>는 한 자살사건을 두고 두 인물이 수사를 펼치면서 각자가 의심하는 범인을 뒤쫓는다. 두 시점을 열심히 오가던 소설은 문득 4부 ‘진상’에 이르러 “당신은 다음 페이지에 펼쳐질 의외의 결말을 예상하고 있습니까? 여기에서 책을 덮고
씨네21 추천 도서 <모방살의> <천계살의>
-
-
가을은 독서의 계절. <씨네21>의 북엔즈가 가을에 어울리는 책 여섯권을 소개한다. 나카마치 신은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까지 독자에게 속임수를 던지고, 구병모는 동화와 민담의 세계에 뛰어들어 소설 창작의 가능성을 찾는다. 류전윈은 웃음을 직접 노출시키지 않은 채 자기만의 거대한 농담을 만들어낸다. 잭 이브라힘은 쓰린 과거를 그대로 노출해 세상의 상처를 보듬고, 마크 쿠시너는 지구 곳곳을 관찰해 현재와 미래를 한꺼번에 제시한다.
나카마치 신의 두 소설 <모방살의>와 <천계살의>는 독자를 미로에 빠트릴 작정으로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그는 미스터리 소설의 필수 요소인 범인에 대한 은폐를 극단적으로 몰아붙여, 이야기를 부지런히 따라온 독자들의 잰걸음을 일거에 무색하게 만들어버리며 놀라움을 선사한다. 아유카와 데쓰야, 애거서 크리스티 등 미스터리 거장들의 역작을 탐독하며 작가의 꿈을 키우던 그는 자신이 활동하던 시대엔 외면당했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한국독
이야기 속으로
-
보다 강력하게 진화했다. 17회를 맞은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은 그동안 학생경쟁 영화제로 이어져오던 것을 올해부터 학생 포함 일반경쟁 영화제로 외연을 확장, 명실상부 아시아 최대의 애니메이션영화제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하게 되었다. 2015년 BIAF에서는 총 35개국 160편의 작품이 경쟁부문 및 초청부문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제의 시작은 <에이프릴과 조작된 세계>가 화려하게 장식한다. 이 작품은 올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최고장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여류 우키요에 화가 호쿠사이를 조명한 <백일홍: 미스 호쿠사이>와 한국적 괴담을 코믹 호러물로 풀어낸 <솔로탈출귀>는 대표적 아시아 장편애니메이션이다. 폴란드 정치난민의 실화를 다양한 애니의 기법으로 시적으로 풀어낸 앙카 다미안의 <매직 마운틴>을 비롯해 현대 미국 문화를 극단적 부감숏의 미니멀리즘적 스타일로 보여주는 <에덴의 끝>은 동시대 애니메
[영화제] 애니를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쾌락
-
<필름시대사랑>은 장률 감독의 극영화 중 가장 실험적인 작품이다. 총 4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에서 정신병원에 입원한 노인(안성기)은 칼을 들고 청소부(문소리)를 쫓는다. 이는 일종의 장난이었고 노인은 순서를 바꿔 청소부에게 칼을 건넨다. 청소부는 그를 찌른다. 모든 것이 촬영 중인 영화였음이 밝혀지고 조명부 스탭(박해일)은 이런 식으로 사랑을 다루면 안 된다고 소리친다. 2부는 동일한 병원에서 문이 저절로 열리는 등 신비하게 운동하는 이미지들이 나열된다. 3부는 <살인의 추억> 등 배우들이 출연했던 전작의 영상이 1부의 연장선에 있는 내용의 자막과 결합되어 제시된다. 4부는 1부의 반복으로 인물들은 등장하지 않은 채 대사만으로 진행된다.
<필름시대사랑>은 이미지와 사운드를 해체하고 조립하며 사랑과 영화에 대해 묻는다. 1부에서 노인이 악기를 연주하는 시늉을 하며 “이 음악이 들리니”라고 물을 때 우리는 확신을 갖고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눈앞에
사랑에 대한 우아하고 마법 같은 물음 <필름시대사랑>
-
배우가 되기를 간절히 꿈꾸지만 매번 오디션에 떨어지던 새라(알렉스 에소)는 다시 새로운 오디션에 도전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새라는 평소처럼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책하다 그 모습을 제작진에 들키고 만다. 그런데 의외로 그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겨 새라는 2차 오디션을 볼 자격을 얻는다. 그리고 본격적인 사건은 지금부터 벌어진다. 제작진은 갈수록 도를 넘어선 것을 요구하기 시작하고 고민 끝에 여기에 응한 새라는 현실의 상식을 넘어선 끔찍한 일을 겪는다.
자신의 꿈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소재이며, 지금까지 많은 영화들이 이를 변주해왔다. 그리고 데뷔작부터 함께 작업을 해온 케빈 콜시, 데니스 위드마이어 감독의 <오디션>은 이 소재에 초자연적인 공포를 결합시킨 작품이다. 주인공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 내린 나쁜 선택이 자신은 물론 모두에게 끔찍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안타깝게도
초자연적인 공포 <오디션>
-
대학생 제이크(제이슨 서디키스)는 웬 예쁘장한 여학생이 의대생 매튜(애덤 스콧)의 기숙사 방문을 두드리며 그를 애타게 찾는 광경을 목격한다. 레이니(알리슨 브리)가 소란을 피운 혐의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제이크는 자신의 방문객이라고 둘러대 그녀를 방으로 들인다. 밤새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둘만의 첫 경험을 공유하는 특별한 사이가 된다. 그로부터 12년이 흐른다. 제이크는 잘나가는 IT 회사 CEO이고, 레이니는 의대 전공을 때려 치우고 유치원 교사가 되었다. 섹스 라이프에 대해서 말하자면 제이크는 한 여자에게 정착 못하는 바람둥이이며, 레이니는 유부남 매튜의 손에서 여전히 놓여나지 못한다. 두 사람이 우연히 다시 만난다.
구관이 명관이며,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는 바로 가까이 있었다. <슬리핑 위드 아더 피플>은 이런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하는 사랑 이야기다. 관객 대부분은 이러한 종류의 로맨틱 코미디의 결말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가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하는 사랑 이야기 <슬리핑 위드 아더 피플>
-
내전 중인 스리랑카. 생면부지의 남녀와 부모를 잃은 고아 한명이 가족 행세를 한다. 스리랑카를 떠나기 위해서는 여권이 필요한데 그들이 입수한 여권은 6개월 전 사망한 가족의 것이다. 그들은 각각 35살 디판, 24살 얄리니, 9살 일라얄이 되어 프랑스로 망명한다. 불법 노점상을 하던 디판은 고용국의 승인을 얻어 르프레 지방의 허름하고 낡은 아파트에 기거하며 관리인 노릇을 한다. 총 8개 동으로 나뉜 아파트 중 D동의 분위기가 수상하다. 안내자 유수프도 D동에 대해서만은 7시부터 11시까지만 출입하라고 특별히 주의를 준다. 어느 날 밤 창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오토바이의 굉음과 고성방가가 난무하는 창밖 건너의 풍경은 무법지대 같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 속에서 세 사람은 하루하루 살아간다.
<예언자> <러스트 앤 본>의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신작이다. 자크 오디아르는 늘 하층민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삼아왔다. 그가 그리는 하층민의 특징은
2015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디판>
-
20대 청년 박구(이광수)의 꿈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하지만 번듯한 직장도 없는 그에게 평범한 삶은 멀고 먼 꿈이다. 박구가 한 제약회사의 생체실험에 응하지만 않았더라면 적어도 남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약을 먹고 잠만 자면 30만원을 준다는 제약회사의 아르바이트 모집을 보고 참여했다가 약의 부작용 때문에 생선인간이 됐기 때문이다. 생선인간이 된 전 남자친구를 팔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싶은 주진(박보영)은 기자인 상원(이천희)에게 박구를 제보한다. 상원은 방송사의 파업 때문에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입사한 비정규직 기자다. 상원은 카메라를 들고 박구를 따라다닌다. 자신의 신체를 담보로 ‘알바’를 하다가 졸지에 생선인간이 된 박구는 위기에 내몰린 청년실업 세대로 대변되면서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다.
<돌연변이>는 박구를 통해 젊은 세대들이 더이상 설 곳 없는 현재 한국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작품이다. 30만원 때문에 자신
생선인간이 된 박구 <돌연변이>
-
작가 도리이 나고무의 라이트노벨을 원작으로 해 제작된 TV애니메이션 시리즈 <경계의 저편>이 2부작 극장판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극장판 1부인 <경계의 저편: I’LL BE HERE-과거편>은 기존 TV판의 이야기를 요약, 재편집한 영화이며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되는 <경계의 저편: I’LL BE HERE-미래편>은 2주 앞서 국내 개봉했다.
인간의 분노, 저주, 질투 등의 사념이 ‘요몽’이라는 영적 존재를 만들어낸다. 요괴 형상을 띤 이들을 퇴치하는 ‘이계사’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요몽이자 인간계를 파괴할 수도 있는 위험한 존재인 ‘경계의 저편’을 상시 경계하며 산다. 주인공 칸바라 아키히토는 인간과 요몽이 합쳐져 불사신의 능력을 지니게 된 소년이다. 어느 날 쿠리야마 미라이라는 소녀를 만나면서 이들 앞에 온갖 위기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미라이는 저주받은 능력이라 치부되는 피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계사로서 아키히토를 죽여야만 하는 운명
이질적인 시각적 쾌감 <경계의 저편: I’LL BE HERE-과거편>
-
캠퍼스가 노란 은행잎으로 물들고 학생들은 가을볕을 쬐며 중간고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시기, 국민대학교 본부관은 대학원 전형 준비가 한창이다. 국민대 일반대학원과 전문대학원 입시 담당자를 만나 2016년 전형과정과 경향을 들었다.
일반대학원 _ 융합학문 장려로 실천적 이론 연구
국민대는 1946년 최초의 민족사학으로 설립되어 교육이념 역시 민족주의와 아카데미즘, 인본주의의 조화를 기본으로 한다. 1975년에 설치인가를 받은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은 대학이념을 이어받아 학술의 실천적 이론을 교수・연구하고 인류사회에 이바지할 인재육성을 목적으로 한다. 일반대학원은 총 39개 학과 석사과정, 8개 학과간협동과정과 3개 학연산협동과정을 운영한다. 박사학위과정 및 통합과정은 총 35개 학과와 6개 학과간협동과정, 3개 학연산협동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은 학부와 대학원이 연계된 우수한 장학제도와 연구장려 제도로 인문 사회 계열에서 특히 우수한 성과를 내왔다. 일반대학
[국민대학교 대학원] 탐문적 학문, 실재적 교육
-
최고의 명문 옥스퍼드 대학에는 비밀스러운 모임이 있다. 상류층 자제들이 향락을 즐기는 회원제 모임 라이엇 클럽이 그것. 클럽 회원들은 사회 요직에 오르기 전에 즐길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모토로 쾌락을 좇고 방종을 일삼는다. 라이엇 클럽은 신입생 알리스터와 마일즈 두명의 신입회원을 받는다. 그러나 빈곤층과 중산층을 혐오하는 극우파 알리스터(샘 클라플린)와 자유로운 성향이며 평범한 여학생을 사귀는 마일즈(맥스 아이언스)는 사사건건 대립한다. 만찬회 날, 교외의 한 레스토랑을 찾은 클럽 회원들은 자유와 방종을 좇던 중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만다.
‘금수저’ 청년들의 흥미진진한 가십으로 가득한 캠퍼스 라이프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라이엇 클럽>은 속물 그 이상, 말쑥한 얼굴 뒤에 도사린 괴물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최상류층에서 나고 자란 엘리트들이 어떤 괴물이 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옥스퍼드의 경관과 라이엇 클럽의 소개 그리고 신입생
말쑥한 얼굴 뒤에 도사린 괴물 <라이엇 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