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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일찍 여읜 장우(주원)는 여동생 은지(류혜영)를 끔찍이 여긴다. 은지는 그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다. 하지만 한밤중에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장우는 은지마저 잃게 된다. 장례 굿을 치르던 날 행색이 수상한 남자가 등장하자 장우는 본능적으로 그가 사건과 관련된 인물임을 직감하고 사력을 다해 그를 뒤쫓는다. 한편 죽음을 예지하는 능력이 있는 시은(이유영)은 사건 당일 은지의 죽음을 예견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장우는 범인을 잡기 위해 시은의 도움을 받기 시작한다. 그사이 마을에서는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윤준형 감독의 <그놈이다>는 미스터리 호러의 요소가 가미된 스릴러영화다. 정반대의 스타일이지만 <그놈이다>는 감독의 첫 연출작이자 공개 당시 큰 화제가 되었던 페이크 다큐멘터리 <목두기 비디오>(2003)의 몇몇 요소를 변형해서 활용한다. 폐가와 혼령이라는 소재도 부분적으로 겹치지만 무엇보다 중심인물의 가족사에 관한 묘사가 그렇다.
미스터리 호러의 요소가 가미된 스릴러영화 <그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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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호텔, 하지만 45일 안에 제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한다. 아내에게 버림받은 후 이 호텔에 온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만약 동물이 된다면 “100년을 거뜬히 살며 귀족처럼 파란 피를 가졌고 평생 번식을 한다”는 이유로 랍스터가 되기로 한다. 데이비드는 절름발이 존(벤 위쇼), 혀짤배기 남자(존 C. 라일리) 등 자신처럼 커플을 찾고자 하는 이들과 교류하며 엄격한 규칙을 이수하지만 커플을 찾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마감일에 쫓긴 데이비드는 비정한 여인(아게리키 파푸리아)과 위장 커플이 되지만 거짓된 관계는 곧 파국으로 끝난다. 다음으로 그가 찾은 곳은 숲속이다. 짝짓기를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호텔과 달리 이곳은 철저한 솔로들의 공간이다. 연애가 죄악시되는 이곳에서 데이비드는 오히려 운명의 여인인 근시 여인(레이첼 바이스)을 만나게 되고 그로 인해 위기에 처한다.
데이비드는 호텔에 자진 입소했지만 숨 막히는 규칙에 못 이겨 결국 그곳에서 탈출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야 한다 <더 랍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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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들의 이야기는 이제 더이상 낯설지 않다. 그런데 낯설지 않다고 무언가 변한 것도, 그들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된 것도 아니다. <울보 권투부>의 이일하 감독은 이런 우리를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재일조선인 학교인 ‘도쿄조선중고급학교’(도쿄조고)의 권투부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울보 권투부>는 사실상 김명준 감독의 <우리학교>(2006)와 지난해 개봉했던 박사유, 박돈사 감독의 <60만번의 트라이>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이 두편의 영화가 그러했듯 <울보 권투부> 역시 재일조선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일본 사회에서 차별받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도쿄조고 권투부 ‘소조’(동아리) 아이들은 일본 전국 조선학교 권투부들이 모두 참여하는 중앙체육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매일 훈련에 땀을 흘린다. 프로복서가 되고 싶은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 아이들의 꿈은 복싱과는 무관하다. 그들은 졸업 후 치즈를 만드는 장인이
재일조선인 학교 권투부 학생들의 이야기 <울보 권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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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에서 시술보조업무를 하는 아영(김꽃비)은 두개의 삶을 산다. 하나는 집 나간 어머니, 알코올중독에 빠진 언니, 집에 들어오지 않는 형부라는 현실의 삶이고 다른 하나는 허언증이 있는 그녀가 거짓말을 통해 만들어내는 화목한 상류층 가정의 삶이다. 아영은 점심시간을 쪼개 가전제품을 사러 다니고 퇴근 후에는 고급 아파트의 매물을 보러 다닌다. 그녀는 매번 허황된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계약을 한 뒤 다음날 해지하기를 반복한다. 그녀는 애인 태호(전신환)와 동료들에게도 비슷한 거짓말을 반복한다. 하지만 실수로 계약을 해지하지 않은 냉장고가 집으로 배달되고 태호와 동료들과의 관계도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김동명 감독의 <거짓말>은 <이상한 나라의 바툼바>(2008), <피로>(2011)에 이은 그녀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장편을 연출하기 이전에 <위상동형에 관한 연구>(2003), <전병 파는 여인>(2007)과 같은 실험적인 단편이 인
거짓말을 통해 만들어낸 두개의 삶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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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파리, 개러지음악에 빠져 클럽을 전전하던 폴(펠릭스 드 지브리)은 친구 스탄과 함께 ‘치어스’라는 이름의 듀오를 결성해 DJ로 활동하기로 결심한다. 음악에 대한 폴의 열정이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치어스는 큰 인기를 얻게 되고, 몇년 후 폴은 친구들과 함께 미국까지 건너가 여러 유명 뮤지션들과 공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음악과 마약에 취해 보내는 밤의 시간과 쌓여가는 카드 빚과 어긋나는 연애의 고통으로 채워진 낮의 시간이 수없이 교차하면서 폴은 점점 지쳐간다. 여기에 항상 자신보다 앞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며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가는 뮤지션, ‘다프트펑크’의 존재는 폴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영화는 폴이 듀오를 결성해 활발하게 활동하며 주목받기 시작하는 시기를 담은 1부, ‘파라다이스 개러지’와 음악에 대한 폴의 꿈이 하나둘 좌절되어가는 시기를 담은 2부, ‘로스트 인 뮤직’이 20여년에 걸쳐 시간순에 따라 차곡차곡 진행된다. 자
프랑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에 대한 헌사 <에덴: 로스트 인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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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헌트> 捉妖記
감독 라맨 허 / 출연 바이바이허, 탕웨이, 정백연, 증지위, 오군여 / 수입•제공 CJ E&M 방송콘텐츠 부문, 루믹스미디어 / 배급 와우픽쳐스 / 개봉 11월12일
드림웍스, 픽사를 향한 중국의 첫 도전장이 될 것인가. 올여름 중국 극장가의 최대 화제작 <몬스터 헌트>는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중국영화 흥행사를 새로 쓴 작품이다. 먼 옛날, 인간과 요괴 사이에 큰 전쟁이 일어난다. 요괴사냥꾼에게 쫓기던 요괴왕후는 마지막 후계자 우바를 순수한 청년 티엔인에게 맡기고 숨을 거둔다. 전설 속 몬스터의 마지막 후손인 우바를 지켜내기 위해, 티엔인은 우바를 쫓는 첸후 일당과 맞서 싸운다. <와호장룡>과 <영웅>의 제작자 빌 콩이 제작을 맡은 이 작품은 “중국의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만들고 싶다”는 의도에서 제작되었다고 한다. <슈렉>의 애니메이터였던 라맨
[Coming Soon]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 <몬스터 헌트> 捉妖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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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광은 <디판>에 돌아갔다. 프랑스영화의 오늘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한 사람인 자크 오디아르는 매번 놀라운 영화를 선보여왔고 이번에도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상이 반드시 권위를 담보하는 건 아니지만 칸영화제의 주인공이라면 충분히 되돌아볼 만하다. 다만 <예언자>(2009)의 충격과 <러스트 앤 본>(2012)의 생생함과 비교한다면 <디판>은 다소 어정쩡해 보인다. 물론 <디판>은 충분히 아름다운 영화다. 내전을 피해 망명한 이민자들의 불안한 내면에 대한 접근도 치밀하고 자크 오디아르 특유의 스타일과 인장들도 그 파괴력이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이 영화에 마냥 동의하긴 어려웠다. “칸의 자국영화 사랑이 함량 미달의 프랑스영화까지 경쟁부문에 포함시켰다”는 일부 외신의 견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어렵지만 <디판>의 수상을 두고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
걸작과 범작 그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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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11:00
여행 첫날은 미신주의자가 된다. 온갖 사소한 일을 ‘조짐’으로 받아들인다. 출발은 덜컹거렸다. 객차 짐칸에는 내 슈트케이스를 둘 자리가 없었고 새 신발의 밑창은 너무 딱딱했다. 기차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리는 동안 <보이후드>를 다시 보면 제격일 것 같아 챙겨왔으나 KTX가 영화보다 15분 먼저 종착역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포기했다. 퍼트리샤 아퀘트가 “난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단다”라고 흐느끼는데 영화를 멈출 수는 없지 않은가.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나는 매우 호사스런 처지다. 제일 중요한 업무가 아홉명의 관객과 더불어 내가 선택한 여섯편의 영화를 관람하는 ‘시네마 투게더’ 프로그램이니 미안스러울 지경이다. 함께 관람할 영화를 고르고 보니 거장감독 작품 3편과 데뷔작 2편, 그리고 노장과 신인이 공동 연출한 작품 하나다. 프로그램의 첫 영화는 내일 오후 1시 해운대에서 상영되는 아이슬란드 화가 다큐멘터리 <지평선의 화가 게오르그 구드나손
부산 극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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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과 관련한 두 가지 실화. 아는 학생이 미국에 어학연수를 갔다가 지갑을 소매치기당했다. 여권과 현금, 신용카드 등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가까스로 미국인 친구와 연락이 닿아 위기를 모면했다. 일단 며칠 굶은 한국 학생에게 미국 친구는 햄버거를 사주었고 한국인은 미국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때 미국인 왈, “괜찮아, 우리는 언제나 너희 나라를 도와주었잖아. 한국전쟁 때부터”.
얼마 전, 몽골에서 이주하여 한국 남성과 결혼한 여성이 많은 농촌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지역은 ‘코리안’보다 ‘코시안’ 아동이 많았고 노인들만 사는 동네에 몽골 여성들은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 시간. 초등학생들이 고려시대 때 원나라의 침략과 삼별초의 난을 배우게 되었다. 한국 학생들은 이 ‘역사’에 분노하였고 “조상의 원수를 갚는다”며 몽골 어머니를 둔 친구들을 구타했다.
고려를 지금과 같은 형태의 국가라고 볼 수도 없을뿐더러 위 이야기에 등장하는 개인은 국가를 대표하지 않는다
[정희진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기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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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사건으로 소란스러운 경기 동부와 인접한 강원도의 작은 마을 ‘아치아라’. 십년간 범죄 없는 마을이었던 이곳에서 여성의 백골이 발견된다. “그 여자도 당했대요? 당했죠? 그죠?” 폴리스라인 너머로 탐욕스러운 호기심을 감추지 않는 동네주민의 말은 그러니까, 여자가 강간을 당했을 거라는 확신이다. 소름이 끼쳤다. SBS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폐쇄된 공동체의 어두운 비밀과 위선을 파헤치는 이야기들이 취하는 잠깐의 푸근함과 순박함조차 가장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시골 마을의 외지인 여교사. 지역 유지를 중심으로 한 구성원들의 범죄. 비밀을 캐는 경찰관. 귀신을 보는 아이처럼 초자연적인 존재들.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보는 사람에 따라 이문열의 단편소설 <익명의 섬>부터 미드 <트윈 픽스>, 에드거 라이트 감독의 <뜨거운 녀석들>이나 영화 <도희야> <이끼> <불신지옥> 등을 떠올릴
[유선주의 TVIEW] 아는 동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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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놈이다>(2015)
<패션왕>(2014)
<하유교목 아망천당>(2014)
<캐치미>(2013)
<니코: 산타비행단의 모험>(2012) 목소리 출연
<미확인 동영상: 절대클릭금지>(2012)
<특수본>(2011)
드라마
<용팔이>(2015)
<내일도 칸타빌레>(2014)
<굿 닥터>(2013)
<7급 공무원>(2013)
<각시탈>(2012)
<오작교 형제들>(2011)
<제빵왕 김탁구>(2010)
<그놈이다>의 개봉(10월28일)을 일주일 앞두고 주원은 긴장하고 있었다. “이번에 유난히 떨린다. 어제 언론배급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어찌나 심장이 뛰던지. 스릴러물이다 보니 관객이 보면서 놀랄 때가 있는데 나는 놀라지도 못하고 완전 얼어 있었다. (웃음)”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긴장했느냐고 이어 물었더니
[주원] 연기를 향한 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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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시간이탈자> <거짓말>
2014 <소셜포비아>
2013 <미생 프리퀄>
2013 <관상>
2012 <남쪽으로 간다> <회사원>
2011 <별다방 미쓰리> <야간비행>
2010 <하녀>
드라마
2014 <제왕의 딸 수백향>
2013 <트윅스> <오로라 공주> <상어>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 <특수사건전담반 TEN 시즌2> <돈의 화신>
2012 <대풍수>
김동명 감독의 <거짓말>은 가난한 현실을 비관하며 허언증에 빠져버린 한 여자의 이야기다. 지독할 정도로 이중적인 허영 생활을 이어가던 아영(김꽃비)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위해 더 큰 거짓말을 미친 듯이 좇는다. 영화 속 대부분의 장면이 아영을 중심으로 짜이다보니 그녀의 애인 태호 역을 맡은 배우 전신환에게
[who are you] 천천히 영화를 위해서 연기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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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히틀러가 다시 살아나서 베를린 곳곳을 돌아다닌다면?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등장한 히틀러를 보고 행인과 관광객들이 몰려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으려는 행렬이 이어졌다. 이건 영화 속 장면이자 실제 상황이다. 다피트 브넨트(<컴뱃 걸스> <랜드>) 감독이 티무르 베르메스의 베스트셀러 소설 <그가 돌아왔다>(Er ist wieder da)를 영화화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현실과 픽션을 넘나드는 이 영화는 사샤 바론 코언 주연의 코미디 풍자영화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를 연상케 하는 지점이 많다. 70년 만에 깨어난 진짜 히틀러는 현대 독일에선 패러디 코미디언으로만 인식될 뿐이다. 히틀러를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코미디언이라고만 생각하며 이용하려는 민영 방송국 관계자들과 ‘세계정복’ 과업을 진행하려는 ‘진짜’ 히틀러가 좌충우돌하는 해프닝이 영화의 골격을 이룬다. 브넨트 감독은 4주간
[베를린] 히틀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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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시대사랑>이라는 제목은 정확한 의미를 확정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필름시대’와 ‘사랑’ 사이에 어떤 조사가 들어가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필름시대‘의’ 사랑이라면, 필름으로 영화를 찍던 그 시절에나 가능했던 사랑 이야기라는 의미가 될 것이고, 필름시대‘를’ 사랑이라고 한다면, 필름으로 영화를 찍던 시절이나 필름으로 찍은 영화를 사랑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률은 그 이상을 원한다. 필름과 사랑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성격을 공유한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필름시대사랑>이다.
다시 쓰기의 묘기
장률은 서울노인영화제의 개막작 의뢰를 받고 <동행>이라는 단편영화를 연출한다. 하지만 그는 이 단편영화를 다 찍고 난 후에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고, 몇명의 스탭과 함께 <동행>의 공간 중심으로 보충 촬영을 진행한다. 그러니까 <필름시대사랑>은 단편영화 <동행>에
[안시환의 영화비평] 사랑과 영화